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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2/13 20:00:06
Name 누구겠소
Subject 험상 궂은 남자
옛날에 한 남자가 살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남자가 언제부터 혼자였는지 몰라 궁금했지만 감히 물어보진 못했어 왜냐하면 이 남자는 늘 험상궃게 인상을 쓰고 누군가가 말을 건내면 대꾸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뺨 부터 턱까지 이어진 칼자국같은 흉터가 있었거든 그래 사람들 사이에서는 온갖 추측만 무성했지 폭력조직에 몸담았었을 것이다, 혹은 누군가에게 험한일을 당했을것이다 등등



더욱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건 그 남자의 기벽이었어 그 남자는 매일 아침이 되면 집에서 나와서 아무데나 뭔가를 던지고는 했는데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나중에 찾아보니까 아니 글쎄 금화 아니겠어? 이것으로 사람들은 이 남자가 돈을 벌지 않는데도 먹고 살고 있을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지만 그 남자의 정체는 더욱 궁금해질 뿐이었지



마을사람들 모두는 어느새 남자가 던진 금화 십수개쯤은 갖고 있게 되었어 돈이 궁해질쯤엔 그 금화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 사실 어른들은 알게모르게 하루종일 노는게 일인 어린아이들을 시켜 금화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주워오게했어 남이 주운 금화를 탐내지 않는건 마을의 불문율처럼 되었어 사람들은 금화가 탐났지만 서로 얼굴 다아는 작은 마을에서 불화를 일으키고 싶진 않았거든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질거같던 어느날 동전던지는 남자는 집 앞 마당 큰 나무밑에서 목을 매단채로 발견되었어 남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마을사람들은 이 남자가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한 영양결핍 상태에 있었다는걸 알게되었어



이제 마을사람들은 집에 쟁여둔 금화가 찝찝해지기 시작했어 버리기는 아깝고 갖고있기엔 기분이 안좋았어 그래서 그들은 갖고있던 금화를 모아 녹여서 비석을 만들어 남자의 무덤에 세워주기로 했어



그리고 이듬해 나라엔 도적떼가 창궐했고 작은 마을에 금비석이 세워져있다는 소문을 들은 도적들은 마을을 습격, 비석을 가져갔을뿐만 아니라 부녀자를 유린하고 반항하는 남자들은 모조리 죽여버렸어



이제 그 마을은 이 세상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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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아유
18/02/13 20:07
수정 아이콘
메세지가 무엇인지 잘 이해가 안가요..ㅠㅠ
누구겠소
18/02/13 20:19
수정 아이콘
무엇이든 느껴지시는대로 입니다
마스터충달
18/02/13 20:09
수정 아이콘
대가 없는 호의는 돼지고기까지.
누구겠소
18/02/13 20:19
수정 아이콘
크크 그렇습니다
18/02/13 20:16
수정 아이콘
무엇을 전하는 메세지인가요? 망자의 재산은 주운 사람이 주인이니 그냥 쓰자?
누구겠소
18/02/13 20:19
수정 아이콘
무엇이든 느껴지시는대로 입니다(2)
18/02/13 20:25
수정 아이콘
느껴지는게 없어서 짜낸 생각입니다. 열린 결말, 불친절한 글이라고 해도 뭔가를 암시 할 수 있는 단초가 필요한데 밑도 끝도 없이 마을이 세상에 없다니..
누구겠소
18/02/13 20:31
수정 아이콘
그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뭔가를 의도하거나 계획하고 쓰지 않았고, 생각나는대로 썼기 때문입니다.. 의도가 있었다면 흥미롭게 쓰는것 뿐이었습니다.
잘 못 쓴 옛날이야기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군-
18/02/13 20:18
수정 아이콘
목을 맨 게 아니라 굶어 죽은 거였다면 더 임팩트 있었을 것 같아요...
누구겠소
18/02/13 20:20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켈로그김
18/02/13 20:24
수정 아이콘
그 남자에게서 받기만 할게 아니라 나누어 주었다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구겠소
18/02/13 20:34
수정 아이콘
나누고 베풀멱서 사는게 참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18/02/13 20:25
수정 아이콘
뭔지 알겠는데 모르겠네요(?) 남이 주운 금화를 탐내지 않는 것도 신기하구요
누구겠소
18/02/13 20:35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면 이상한 마을 사람들입니다.
18/02/13 20:28
수정 아이콘
개인화된 사회에 대한 단상으로 느껴지네요.
누구겠소
18/02/13 20:36
수정 아이콘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VrynsProgidy
18/02/13 20:29
수정 아이콘
석유같은 지하자원이 먼저 생각나네요.
누구겠소
18/02/13 20:37
수정 아이콘
오 그렇게 볼수도 있겠네요
사악군
18/02/13 20:43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런 글을 쓰는 능력이 신기하긴 합니다. 에바 TV판 마지막 2화, 자전거 엄마 같은거죠.
뭔 말을 하고 싶은건지 알듯 모를듯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뭉게뭉게 떡밥같은 이야기. 사실 작가도 뭔 말이 하고 싶은게 있다기 보다 떡밥던지는 거 자체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라고 생각하는 이야기.

그런 글을 써보려고 한 적이 있는데 도저히 쓰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돌려 말하더라도 의미는 분명한 글이 되어 버리거나 뭔말인지 알수 없고 흥미롭지도 않을 글이 되어버려요.
애매모호하면서 흥미를 끄는 내용으로 글을 쓰는 것도 분명 능력입니다.

영화는 특히나 더, 이런 식의 영화가 예술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것 같아요.
염력 천만
18/02/13 20:59
수정 아이콘
회원개인의 성향에 대해 말하는거 좋진않은데
그래도 무릅쓰고 말씀드리면
정말 그러실것 같긴 해요
이렇게 말하고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라는것도 웃기긴한데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고요
사악군
18/02/13 21:10
수정 아이콘
흐흐 제가 그런 사람이니까 정확히 보신거죠.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런데 그렇게 보시는게 이상할 이유가 없습니다!
누구겠소
18/02/13 21:06
수정 아이콘
사악군님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에 댓글 달았는데 의도가 있었다면 흥미롭게 쓰는게 전부였고, 하지만 일부러 헷갈리게 쓴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상에는 이상한 일, 앞뒤 안맞고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 그런 얘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사악군
18/02/13 21:12
수정 아이콘
아 헷갈리라고 썼다기보다는 종잡을 수 없는, 그러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셨다는 거지요.
모호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시는 능력을 좀 부러워한 겁니다. 저한테는 없는 능력이라서요..
이쥴레이
18/02/13 21:36
수정 아이콘
자전거 엄마는 전설이죠
Janzisuka
18/02/14 04:54
수정 아이콘
에바 2편 자전거 엄마가 무엇인지 검색을 해도 잘 모르겠어요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말론
18/02/14 10:04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그래서 전 이런게 오히려 좋더라구요 세상사는 명확하니 현실 이외의 것들은 이래야 재미가 느껴지니
TheLasid
18/02/13 22:28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느끼는 대로 느끼라는 말씀도 좋고요.

저는 '그리고 새로운 험상궂은 남자가 나타났어.' 정도의 뒷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험상궂은 남자는 과거에 뭔가 악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그 일에 대해 속죄하고 싶었던 거고요.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얻은 재물을 베풀었는데, 결국은 자살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았네요. 마을 사람들 역시 그 사내를 방치한 죄책감에 속죄 삼아 비석을 세웠네요. 그리고 멸망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았고요. 마을을 유린한 도적 가운데 누군가는 제2의 험상 궂은 남자가 될 것 같습니다. 혹은 살아남은 마을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험상 궂은 남자가 될 수도 있겠고요. 이 남자는 어떤 운명을 맞을지 궁금하네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휘말릴 지도요.
누구겠소
18/02/13 23:16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콜트레인
18/02/13 22:33
수정 아이콘
누구겠소님 글은 좀 자주 올라왔으면 합니다...
누구겠소
18/02/13 23:1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CoMbI COLa
18/02/14 02:47
수정 아이콘
남자가 관심종자입니다. 관심 얻으려고 얼굴에 칼빵을 했고 그게 약발이 떨어지니 금화를 던진겁니다. 관종에게는 무관심이 약인데 사람들이 금화를 자꾸 주워가니까 나중에는 쌀을 살 돈까지 던지면서 관심을 얻고 목숨을 잃은거죠.
라고 해설을 가장한 소설을 구상했는데 마지막에 도적하고 마을이 사라진건 도저히 연결을 못 하겠네요ㅠ 어쨌든 잘 읽었습니다.
누구겠소
18/02/14 10:55
수정 아이콘
관종은 늘 목이 마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종화
18/02/14 03:11
수정 아이콘
그냥 외모가 비호감형이고 성격도 친화적이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외롭게 된 사람의 환타지 같은데요. 그는 상냥한 태도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나름 외토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그게 금화를 직접 주지는 못하고 여기저기 던져놓는 거였죠.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는 더욱 우울해져서 자살합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죽기 전의 그가 꿈꾼 일그러진 환상인데... 그에게 먼저 다가와주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저렇게 표현되었다고 봅니다.
초식성육식동물
18/02/14 08:24
수정 아이콘
남자의 행동에 대해서 고민하면 이런 답이 나오는군요. 전 단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만 할 뿐이었는데. 대단한 통찰이십니다. 설득력 있어요.
누구겠소
18/02/14 10:56
수정 아이콘
이렇게 보니 흥미롭네요. 감상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Madjulia
18/02/14 07:12
수정 아이콘
제 감상은요
동화인듯 동화아닌 동화같은

좋은글 자주뵙고싶읍니다.
누구겠소
18/02/14 10:5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새벽포도
18/02/14 07:36
수정 아이콘
인상 험악한 남자-사회적 소외계층
금화-사회가 소외계층들로부터 얻는 이득
남자 자살-생활고로 소외계층 비극
금비석-비극에 대한 죄책감으로 사후 보여주기식 대책
도적떼-결국 사회붕괴

체크포인트.
1.소외계층에 대한 무관심은 마을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다. 서로 금화를 다투지 않을만큼 규율을 잘 지키고 죄책감도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2.남자가 죽은 후 죄책감에 금비석을 세울게 아니라 다른 소외계층이 없는지 살피고 그들을 지원했어야했다. 그랬다면 도적떼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겠소
18/02/14 10:57
수정 아이콘
소외계층에 대한 은유로 해석될 여지도 있네요
좋은 감상 감사합니다
조말론
18/02/14 10:04
수정 아이콘
곡성에서 몇몇씬을 빼면 이런 느낌일거같군요 잘읽었습니다
누구겠소
18/02/14 10:58
수정 아이콘
곡성은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8/02/14 11:23
수정 아이콘
문득 꽂혀서 쓰신 글 정주행했네요. 잘 읽었습니다. 자주 글 올려주세요.
누구겠소
18/02/14 15:07
수정 아이콘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18/02/14 11:25
수정 아이콘
굳이 떠오르는걸 적어보자면 험한인상의 남자는 범죄자, 마을사람들이 받는건 뇌물, 비석은 덮기위해, 도적떼는 검경정도네요.
누구겠소
18/02/14 15:10
수정 아이콘
다양한 해석을 보니 즐겁습니다.
elesevier
18/02/14 15:01
수정 아이콘
이듬해에 도적떼가 창궐한 부분이 연결이 안되네요.
누구겠소
18/02/14 15:11
수정 아이콘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18/02/14 21:11
수정 아이콘
제가 느낀건 견물생심이네요. 알공달송 오묘하네요. 다른게 있는것 같지만 구체화된 단어가 떠오르지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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