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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0/17 18:28:33
Name 인간흑인대머리남캐
File #1 cpseoul1.jpg (57.7 KB), Download : 46
File #2 cpseoul2.jpg (53.4 KB), Download : 7
Link #1 https://www.youtube.com/watch?v=5jYBWBlEd0U
Subject 현실 사이버펑크의 이면 (수정됨)





<영상 속 나레이션은 모두 한국어 입니다.>


최근 근미래 사이버펑크 이미지에 꽂혀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현실 도시 속의 사이버펑크 이미지를 찾는 재미를 들렸는데

블레이드 러너 같은걸 생각하면 보통 80년대 la 같은 곳을 떠올릴 법하지만, 요즘은 홍콩, 도쿄, 서울, 광저우 등의 동아시아쪽 자료가 핫하더군요.(이쪽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영향이겠죠)

아무래도 한국 사람인지라 이 중 서울쪽 자료에 관심이 좀 더 가게 됐습니다. 유게에도 간간히 올라오는 '사이버펑크 간지'라는 이름의 그럴싸한 서울 야경 사진을 틈틈히 찾아보곤 했지요(본문의 두 짤 같은거)

그러다가 유튜브도 검색해봤는데.. 전혀 뜻밖의, 윗 동영상이 나오더군요. 검색어는 "cyberpunk korea".

한국의 사이버펑크를 검색했더니 나오는 세계 곳곳의 이면들을 비추는 유튜브 채널인 VICE의 한 에피소드,
"On Patrol with South Korea's Suicide Rescue Team: 대한민국 자살구조대의 순찰" 을 봤습니다.

이 영상은 한강 수난구조대의 자살 구조 업무를 비추고 있습니다. 촬영과 편집이 굉장히 잘된 영상이죠.
13분 내외의 짧지만 굵은 영상으로, 한강에 뛰어드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구조대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걸 보며 전 아차 싶었지요.

제가 소위 '간지'라고 생각했던 사이버펑크의 그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의 근원이,
실은 근미래에 필연적으로 오는 인간의 부품화, 생명 경시, 고착화된 시스템, 더 나아질 수 없는 현상황과 도무지 보이지 않는 희망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제가 이 분야에 얼마나 가볍고 철없이 다가갔나가 떠올라 부끄러움이 일었습니다.

저 영상이 2016년입니다. 블레이드 러너가 2019년으로 불과 3년차이죠.
영화가 개봉한 80년대 초 당시 시각에선 현대의 우리는 이미 사이버펑크의 시대에 살고있는 셈입니다.

멋드러진 골목 야경과 도시 스카이라인 아래엔, 절망한 개인들이 목숨을 내던지고 그를 막으려는 구조대가 쉼없이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죠.

어쩌면 그 네온사인들은 이런 부품화된 개인의 영혼을 배터리 삼아 발광하는게 아닌가.. 자살은 그 배터리가 다 닳은 결과가 아닌가하는 학생같은 감성이 잠깐 들었습니다.

이면은 고찰해보지도 않은체 겉모습만 보고 멋있다 헤벨레 했던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 이 철없는 경험을 공유하려고 글을 써봅니다. 사실 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 같은 걸 진지하게 봤다면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이기도 하죠..

사이버펑크 덕질은 당분간 계속 되겠지만, 대하는 자세는 이전과는 좀 달라질 듯 합니다. 그만큼 현실의 무게는 강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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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7 18:39
수정 아이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염력 천만
17/10/17 18:48
수정 아이콘
"제가 소위 '간지'라고 생각했던 사이버펑크의 그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의 근원이,
실은 근미래에 필연적으로 오는 인간의 부품화, 생명 경시, 고착화된 시스템, 더 나아질 수 없는 현상황과 도무지 보이지 않는 희망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와... 정말 문장 멋있네요. 잘읽었습니다.
닭장군
17/10/17 18:55
수정 아이콘
아하!
17/10/17 19:03
수정 아이콘
근데 이런식이면 맛있는 치킨의 근원은 생명경시적인 양계장 시스템의 산물이 되고...저렴한 SPA브랜드의 성장은 업계 종사자들의 고혈을 짜낸 것이고...아차 싶지 않은게 별로 없을 겁니다. 맥락과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는 건 좋은데 그래서 그럼 뭘 어떻게 해야하지? 하면 딱히 답도 없더군요. 인간이 좀 불편하더라도 덜 소모하고 덜 욕심내는 게 답인데...못 멈춘다 봅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7/10/17 19:08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뭐 그냥 인간의 죽음 앞에 잠시 감성적이 되었다.. 정도의 내용이죠.. 실은 그냥 이게 다 구글 탓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지요 왜 저런 검색 결과물을 보여줘서--
세츠나
17/10/17 20:0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좁았던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걸로 꼭 당장 뭐를 바꿔서가 아니라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보다는 삶의 여러 순간들에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고 봅니다. 그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가능성도 있을거고요.
가치파괴자
17/10/17 23:24
수정 아이콘
인식을 하는것과 인식을 하지 못하는것에는 차이는 있죠
본문의 글은 참 좋네요
-안군-
17/10/17 19:10
수정 아이콘
사이버펑크, 근미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어쩌면 우리 현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죠.
인공지능에 열광하는 요즈음이지만, 저는 그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돈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더 관심이 가기도 하고요.
언제나 최신 기술은 전쟁 무기를 만드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고, 그 이후에 고소득자들의 사치품, 그 다음이 상용화였다는 걸 생각해봐도...
자제해주세요
17/10/17 19: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글쓴이와 같은 마음가짐과 비슷하게 이런 장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린언니
17/10/17 21:35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근데 너무 심각해지지는 마세요 흐
가치파괴자
17/10/17 23:25
수정 아이콘
이런 관점의 글들이 너무 좋아요
잘 봤습니다.
kissandcry
17/10/18 09:48
수정 아이콘
사이버펑크의 뜻을 몰라서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검색해서 봤는데, 분명 설명은 한글로 되어있는데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월간베스트
17/10/18 09:55
수정 아이콘
앞으로는 더욱 고차원적인 덕질이 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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