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0/04 23:52:50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삼국지의 화려한 영웅들의 그림자 속, 짓밞힌 민초들의 삶 (수정됨)




 힘들게 일 끝내고 저녁에 와서 술 한잔 하고 야밤에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 던 순간...



 보통 심심하면 5만, 10만 대군이 등장하는 삼국지연의에 대비되어서 '삼국시대의 실제 전투는 그렇게까지 많은 병력들이 전투하지 않았다.' 는 인상이 있는데, 따지고 보면 눈이 확 돌아갈 정도의 대규모 병력이 불과 100년도 한 시대 동안 충분히 수두룩하게 움직이곤 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사실 관도대전이나 이릉전투조차 규모로 치면 그 시대 최대 전투가 아니니까요.



 동관 전투 때 '관서군벌군만' 10만, 합비 공방전 때 '손권 군만' 10만, 형주 공방전 당시 관우가 사로잡았던 '포로들의 숫자만' 3만, 동흥제 전투 당시 위나라 군 7만과 오나라군 4만이 전투해 위나라군 수만명 전사, 합비신성 전투 때 무려 '20만 명' 이 동원된 공성전 발생, 낙곡대전 때 '위나라 군만' 7만 명이 갇히고, 강유의 조서 전투 당한 위나라 군 숫자가 또 수만, 촉한멸망전 당시 동원된 '위나라군만' 18만, 맞서는 촉나라군도 9만명 이상 등등...



 기록된 위:촉:오의 납세 가능한 인구의 숫자라고 해봐야, 천하가 태평했던 전한 시절 여남군 딱 3개 정도면 모조리 퉁쳐지는 수준의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줄기자체 대군을 계속 쭉쭉 뽑아내서 끊임없이 전투를 치루는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대체 그 당시 민초들의 삶은 어느 정도나 처참했다는 말인가.' 하구요.



 전한 시절 6000만에 가까웠던 호적에 올라온 인구 숫자가 800만도 안되는 황당한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제도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제도 안에 들어온 대로 상시 계엄령 같은 상황 하에서 '그저 죽지만 않고 사는' 수준으로 기계처럼 굴려지며 사는 인생.


 그리고 그 호적에 잡히지 않은, 제도권 바깥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없는 유랑민 신세. 질서고 뭐고 마구 무너진 상황에서 군대 등에 쓰려고 데려온 섞여 들어온 이민족들이 있는데 그 이민족들은 이민족대로 제도권 바깥으로 풀려나면 먹고 살기 위해 식량을 찾아 헤메고, 빈민은 빈민대로 헤매고, 끝도없이 난을 피해 도망가고 기반을 송두리째 잃고 직접적인 폭력의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 그저 살기 위해 사는 매일매일의 필사적 투쟁들.


 


 '중국 중세 역사의 추이는 이민족 대책과 토지 정책의 전개가 주축이 되어 진행된다. 더욱더 이 두 가지 문제의 이면에 공통된 요소를 탐색하면 그것은 다만 부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필사적 투쟁이 거기에 있다.

 이민족에게도, 빈민에게도 보다 잘 살고자 하는 따위의 한가로운 소망은 없다. 심각한 불경기가 침투한 시대에는 이민족은 이민족대로 식량을 구해 방황하고 빈민은 빈민대로 직업을 찾아 (살기 위해) 유랑해야만 했다. 그렇다 해도 이처럼 비참한 밑바닥 생활자를 토대로 해서 상류층에는 우아한 귀족 계급이 번영한 것은 어찌 된 일인가. 
 
 - 故 미야자키 이치사다 저, 조병한 역 《중국통사》(2016), pp226~227'


 


 사실상 제도권이 무너져가고 민생이 파탄난 것은 더 오래되었겠지만, 완전히 무너진 것만 해도 184년 황건적의 난 때부터 280년 오나라의 멸망까지 장장 100여년간 얼마나 많은 재난을 겪었으며, 얼마나 많은 군벌들에게 수탈 당하고 억지로 전장터로 불려 나왔으며, 끝잆없이 쏟아지는 'n만 대군' 속에 속해있던 이름도 없이 쓰러져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유린 당했을지...




 작중의 조조는 1화부터 찔러도 피도 안나올 것 같은 정치 괴물이자 눈 앞에서 마주 대하는것조차도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 서슬퍼런 칼자루 같은 사람이었는데, 


 대략 그 전화 무렵부터 급속도로 노쇄한 모습을 보이며,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이제 내가 천하를 통일하는건 불가능 하다는것을 말이다." 같은 말을 하며 늙은 자신의 한계를 자기 입으로 언급하고,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는(작 중 조조의 모습을 보면 곧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도 보임) 시점에서 여전히 자기가 풍운을 가지고 있던 시절과 변함없이 처참하게 도륙된 백성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회한에 잠기는 모습은, 



 그토록 무시무시했고 대단했던 조조 자신조차 "아, 나도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구나." "내가 무엇 하나 끝내지도 못했구나." 하는 그런 회한도 느껴지더군요.



 일반적으론 삼국지를 이야기할땐 철저하게 그 시대를 주도하던 소위 '영웅들의 삶' 에 대해서 조명하는 경우가 잦은데, 그보다 앞선 화에서 최염과 사마의가 민초들이 먹는 아욱국을 옛날을 생각하며 먹는 모습도 그렇고, 이렇게 지나가는 식으로라도 밑바닥을 조명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씁니다.



 그 조명을 하는 방식도 삶의 회한과 무력감, 허탈함 속에 나오는 차분한 분위기로 표현해서, 오히려 난세를 더 없이 부르짖는 외침보다도 강렬하게 들리는 느낌도 있구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ItTakesTwo
17/10/04 23:58
수정 아이콘
저런 조조의 얘기를 들은 사마의의 후예들이 중국을 전에 없던 개판으로 만든걸 생각하니 드라마의 대사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이네요
하심군
17/10/05 00:06
수정 아이콘
가장 화려했던 전쟁사가 사실은 가장 민초들이 고생했던 시기죠. 일본의 전국시대도 그렇고...
지탄다 에루
17/10/05 00:13
수정 아이콘
다른 면모를 그려주는 것도 좋지만 윗분 말씀대로 이런 상황에서 사마의의 선택은... 음..
아들농사 잘못 지었다!! 라는 걸로..?
보통블빠
17/10/05 00:22
수정 아이콘
그리고 기껏 통일했더니 오호십육국으로 헬게이트 또 열리죠 ㅠㅠ
멜다로
17/10/05 00:29
수정 아이콘
서주 백성들의 고초를 걱정한 조조는 백성들이 고초를 겪지 않는 세상으로 보내드렸...크흠
Mephisto
17/10/05 00:30
수정 아이콘
"이처럼 비참한 밑바닥 생활자를 토대로 해서 상류층에는 우아한 귀족 계급이 번영한 것은 어찌 된 일인가. "
그 좋은 예시가 자기내 역사 자체면서 왜 엄한 삼국지를 들고오지!?!?!
신불해
17/10/05 00:3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오해의 여지가 있는데, 뒤에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 (전략)……그래도 조조의 정치 방침은 몹시 위태로운 것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이민족이 많이 섞인 군대의 힘을 이용해 이민족을 제압하고 군대로 하여금 납입시킨 곡물을 배급함으로써 군대를 복종시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 운용에 차질이 생기면 곧 위험한 파탄이 일어날 듯하다. 그러므로 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극도로 엄중한 법령의 실시가 불가결하게 된다. 그것은 평상시에도 사회 전체를 계엄령 하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

조조의 정책에서 보이듯이 중국 중세 역사의 추이는 이민족 대책과 토지 정책의 전개가 주축이 되어 진행된다. 더욱더 이 두 가지 문제의 이면에 공통된 요소를 탐색하면 그것은 다만 부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필사적 투쟁이 거기에 있다. 이민족에게도, 빈민에게도 보다 잘 살고자 하는 따위의 한가로운 소망은 없다. 심각한 불경기가 침투한 시대에는 이민족은 이민족대로 식량을 구해 방황하고 빈민은 빈민대로 직업을 찾아 유랑해야만 했다.

그렇다 해도 이처럼 비참한 밑바닥 생활자를 토대로 해서 상류층에는 우아한 귀족 계급이 번영한 것은 어찌 된 일인가. 이것도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

계엄령이란 것은 받는 자에게는 도탄의 고통이지만 시행하는 측에는 그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 '그것은 일본의 전시 중 생활을 뒤돌아봐도 바로 알 수 있다.' 」

- 故 미야자키 이치사다 저, 조병한 역 《중국통사》(2016), pp226~227.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교토 학파' 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교토 학파 자체는 상고~당대를 고대로, 송~명을 중세로, 청 이후를 근세로 보았던 도쿄 학파에 비해 상고~한대를 고대로, 삼국~당대를 중세로, 송~청을 근세로, 중화민국 이후를 최근세로 보는 식으로 중국 역사의 발전상을 한단계씩 더 앞으로 보았던 학파라, 굳이 말하자면 중국문명의 발전상에 대해 더 우호적이고 낙관적인 입장입니다. 따라서 딱히 엄하게 끌고와서 '욕하려는 의도로 욕하는' 경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뒤에 보면 자국인 일본의 전쟁 때의 불합리한 모습에 견주어서 일타쌍피로 조소하는 모습도 보이죠.
뽀디엠퍼러
17/10/05 00:39
수정 아이콘
이런 이야기 접할때 마다 현대 중국의 공산당이 득세하고 그렇게 인민을 통제하고 반 민주주의적인 정책을 하더라도 중국사람들이 지지하는 이유를 알거 같아요..

이런 난세가 청나라까지 계속 되었으며 청나라가 망하고 중일전쟁이 일어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사방에서 군벌이 일어났고.. 국공내전에....

이러한 혼란을 수습하고.... 현대 중국을 만든것이 중국 공산당이라면... 이 공산당이 무너지면 또다시 저러한 난세가 올수도 있다고 생각되면....
나라도 지금의 공산당이 맘에 안들어도 지지할 수 밖에.....
StayAway
17/10/05 00:56
수정 아이콘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통일 국가를 만든 것 자체에 상당히 높은 평가를 하는 것 같더라구요.
사실 모택동도 어찌보면 진시황 못지않게 통일 이후에는 실정의 연속이었는데도 역대급 영웅으로 대접받는 걸 보면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공산당 체재가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명이나 청에 비해 통일 국가로서의 결속력이 더 높은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부동의 패권국가가 존재하는게 아니라면, 벌써 몇 번은 균열이 생기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르카디아
17/10/05 01:55
수정 아이콘
난세가 청나라까지 계속된 것은 아니죠..
young026
17/10/06 18:41
수정 아이콘
중국에서 17세기 대부분은 난세였죠. 청이 난세를 끝내긴 했지만 북경 입성 후에도 40년 가까이 더 걸린 뒤였습니다.
HealingRain
17/10/05 00:41
수정 아이콘
어우~ 드라마는 정말 기깔나게 뽑았네요. 연출, 대사가 너무 좋아요. 다만 조조의 입으로 빌린 대사라 그런가 악어의 눈물같군요.
마스터충달
17/10/05 00:43
수정 아이콘
조조는 참 알 수 없는 인물이에요.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위정자라는 느낌도 있지만, 민초를 위해 눈물흘리는 모습 또한 조조답다는 생각이 드니...
됍늅이
17/10/05 00:48
수정 아이콘
그래서 서주 백성들은 특별히 지옥탈출을 할 10만 명을 엄선하였습니다.
모리건 앤슬랜드
17/10/05 01:33
수정 아이콘
조조에게 있어 내 백성 내 민초가 아닌거였겠죠...
엔조 골로미
17/10/05 01:00
수정 아이콘
그 둘이 양립하기 어렵지도 않은지라...
17/10/05 12:00
수정 아이콘
근데 저 대사는 드라마대사 아닌가요? 정사에서 나온이야기가 있나
마스터충달
17/10/05 12:05
수정 아이콘
저런 묘사가 조조의 이미지를 거스르지 않으니까요. 보면서 조조라면 저러겠다 싶죠.
캐리커쳐
17/10/05 00:47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사마의-최염의 아욱 이야기가 더 와 닿았습니다.
가슴 아프더라구요...
루크레티아
17/10/05 00:53
수정 아이콘
조조라는 인물이 계속 재평가 되는 이유기도 하죠.
냉철하면서도 엄청나게 감정적인 인물이라 진짜로 늙었을 때는 저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조씨 가문의 문학 작품들이 다 저런 풍이니..
가만히 손을 잡으
17/10/05 01:08
수정 아이콘
저도 유게에서 링크타다가 본 장면이네요..
이러니 어쩌니 저쩌니 해서 나라가 혼란 스럽고 황제가 썪어 빠졌어도, 전쟁보다는 훨~~~얼~~~씬 좋은 겁니다.
현재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구나 싶구요.
품아키
17/10/05 04:34
수정 아이콘
당시 시점에 지어진 한시 한수 올립니다.

칠 애 시 (七哀詩) -왕찬-

西京亂無象 (서경난무상) 장안은 혼란스러워 도리는 사라졌고,
豺虎方遘患 (시호방구환) 승냥이와 호랑이들이 곳곳에서 날뛴다.
復棄中國去 (부기중국거) 다시금 중원을 버리고 떠나야만 하니
遠身適荊蠻 (원신적형만) 몸을 멀리 두기에는 형만의 땅이 맞겠구나.
親戚對我悲 (친척대아비) 친척들이 나를 보며 슬퍼하고
朋友相追攀 (붕우상추반) 친구들이 쫓아와서 메달린다.
出門無所見 (출문무소견) 문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건 하나 없네,
白骨蔽平原 (백골폐평원) 백골들만 평원을 뒤덮고 있다.
路有飢婦人 (노유기부인) 거리에 배고픈 여인이 있어,
抱子棄草間 (포자기초간) 안고 있던 아이를 풀 숲 사이에 버린다.
顧聞號泣聲 (고문호읍성) 귓전에 들리는 건 그녀를 부르는 아이의 울부짖음
揮涕獨不還 (휘체독불환) 눈물을 닦지만 그녀는 돌아서질 않는다.
未知身死處 (미지신사처) 내 몸이 죽을 곳도 모르는데
何能兩相完 (하능양상완) 어찌 능히 둘이 함께 살아가겠는가.
驅馬棄之去 (구마기지거) 말에 채찍을 가하여 그곳을 피하고 말았으니,
不忍聽此言 (불인청차언) 그 여인의 말을 참고 들을 수가 없어서였다.
南登覇陵岸 (남등패능안) 남으로 내려와 패릉의 언덕 위로 올라
廻首望長安 (회수망장안) 머리를 돌려 장안을 그리워 하니,
悟彼下泉人 (오피하천인) 하천을 지은 사람의 뜻을 깨달아
喟然傷心肝 (위연상심간) 쓰린 가슴으로 한숨을 내쉰다.
마우스질럿
17/10/05 05:16
수정 아이콘
조조영웅론처럼 거부감 드는것도 없는게

1. 황건적의 난을 진압할때 자기 휘하 병력 2천여명이 미처 다 빠져나오지 않았는데 성문을 닫고 화공을 퍼붓는 지휘관 하며..
2. 서주 대 학살 하며
3. 수도를 옮겨가기전에 네로황제처럼 불을 지르고 한나라 조정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나와서 진화작업을 하자
다음날 불끈사람 한쪽으로 서라고 해 놓고 모조리 죽여버린 일 하며 ( 피동적, 수동적 백성만 자기 휘하에 두려고 했던듯? )
4. 원소와 친하게 지내던 십대시절? 결혼식올린 신부를 납치해다가 강간하려고 모의한 일 하며..

대체 왜 수천년동안 악인이었던 조조가 갑자기 영웅으로 변모하는걸가요?

이기는편 우리편? 역만없? 승자에게는 승리의 이유가 있다?
잉크부스
17/10/05 05:32
수정 아이콘
조조가 변한게 아니고 삼국지를 바라보던 세상이 변한거지요
예전엔 유비의 못이룬 패업을 한탄하며 보는게 삼국지였지만
이제는 저런 조조가 영웅이되는 세상이니까요
17/10/05 07:06
수정 아이콘
백기가 학살자 취급받을지언정 명장임은 부정하지 않는것처럼, 조조역시 영웅까진 아니라도 대단한 인물임을 부정할 이윤 없겠죠
다만 삼국지라는 컨텐츠빨로 다른 시대의 사람들보다 더 과하게 주목받는건 있겠지요. 다만 삼국지라는 컨텐츠내에서는 조조이상 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인도적인 평가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후배를바란다
17/10/05 07:23
수정 아이콘
승자를 좋아하는 면이 반영되는거죠. 사마염이 나중에 진 건국하는거 빼놓으면 일단 삼국지 하에서는 조조가 승자니까요.
루크레티아
17/10/05 23:55
수정 아이콘
항우만 하더라도 지금 보면 이런 상찌질이에 쫌생이가 없지만 수천년 동안 영웅으로 칭송 받았죠.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시시각각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서 변하는 겁니다.
young026
17/10/06 18:50
수정 아이콘
사실 저런 속성은 대다수의 다른 '영웅'에게도 공통적으로 따라붙습니다. 20세기의 '영웅'인 마오도 그렇고, 그냥 영웅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담배상품권
17/10/05 07:09
수정 아이콘
막상 저 장면은 조조라기보다 유비같아보이네요.
스덕선생
17/10/05 08:05
수정 아이콘
제갈량이 한 주로 북벌을 계속 감행할 수 있었던건 뛰어난 내정능력도 한 몫 했지만 엄청나게 뽑아먹어서라는 말이 있더군요.
블랙번 록
17/10/05 08:47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그 개념에 부정적인게 외부인이 제갈선생이 그렇게 뽑아 먹었는데 익주 호족과 백성들이 그렇게 순종했을까요?
소수인들이 다수를 지배했을 때 제갈량 사후에 나타났을 민심이반의 흔적이 없을 뿐더러 촉한 멸망 이후 반진나라적 태도며
승상 만세 스러운 찬양론 역시 나타나기 힘들었을 텐데요.
조말론
17/10/05 10:37
수정 아이콘
남만쪽 이민족을 뽑아먹었지요 남만정벌후에 촉이 부유해졌다는 기록도 있으니까요
서현12
17/10/05 11:34
수정 아이콘
건흥 3년인 225년 봄에 제갈량은 군사들을 이끌고 남쪽을 정벌한다. 안상으로부터 수로로 월수로 들어갔으며 마충을 장가로 이회는 익주로 보내고 건위태수 왕사를 익주태수로 삼았다. 고정은 모우로부터 정책, 비수에 이르기까지 망루를 많이 세워두었는데 제갈량은 고정의 군대가 모이길 기다려 그들이 모이자 한꺼번에 토벌하여 비수에 이르렀다. 제갈량은 고정을 참하고 마충은 장가군을 격파하고 이회는 남중의 이족을 격파했다. 한편 고정의 부곡이 옹개를 살해하자 맹획이 이어받았다. 5월에 제갈량은 노수를 건너 익주를 정벌하고 맹획을 일곱번 잡아 일곱번 놓아주었고 그를 복종시켰다.

가을에 마침내 4군을 평정해 익주군을 건녕군으로 고쳐 이회를 태수로 하고 안한장군과 교주자사를 더하고 치미현으로 치소를 옮겼다. 또 건녕, 월수를 나누어 운남을 설치하고 여개를 태수로 삼고 건녕, 장가를 나누어 흥고군을 설치했고 마충을 장가태수로 삼았다. 남중의 경졸(강병), 청강 만여 가를 촉으로 옮겨 5부로 삼아 당할자가 없는 정예로 육성하고 이를 비군(飛軍)이라고 이름했다. 연약한 자들은 현지 호족의 부곡으로 삼고 오부도위를 설치하였으며 이를 오자(五子)라 하여 남쪽 사람들이 이를 사성오자라 했다.

이민족들이 대호족과 부호를 따르지 않았는데 금과 비단을 내어 이들의 부곡으로 삼도록 권하고 부곡을 많이 얻은 이들은 관직을 세습시켜 주었다. 이에 이민족들이 재화를 탐하여 촉한에 점점 복속하였고 이족과 한족이 어우러져 부곡을 이루었다.

제갈량은 남중의 준걸 건녕의 찬습, 주제의 맹염 및 맹획을 거두어 관속으로 삼았다. 찬습은 관직이 영군에 이르렀고 맹염은 보한장군, 맹획은 어사중승에 이르렀다. 남중의 금, 은, 단, 칠, 밭가는 소, 전마가 군국의 비용으로 생산되어 촉한을 부유하게 했으며 도독은 항상 신중한 이들을 기용하였다. 이 공으로 제갈량은 부월, 호분 60인, 고취(취주악대) 1부, 곡개(曲蓋, 대가 굽은 일산) 하나, 우보(羽葆, 새깃으로 장식된 일산)을 하사받았다.
- 화양국지

화양국지 같은 기록에는 남만쪽 유력자들을 중앙정계에 기용하고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아 더 이상의 소요를 막고, 이민족들에게 재화를 베풀어서 그들을 복종시켜 그 지역 자치를 보장하게 하고 장억, 마충 같은 사람들은 수십년간 거기를 유화책으로 다스리면서 이민족들에게 사당까지 세워질 정도였습니다. 제갈량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제갈량 사후 촉한이 30여년간 존속하면서 촉한의 일반백성부터 이민족들까지 사사로이 길가에 사당을 세워고 추모했던 사람은 제갈량 밖에 없습니다.
조말론
17/10/05 11:48
수정 아이콘
서현12님이 가져오신 인용글의 마지막 단락만 보더라도 남중의 자원이 촉한을 부유하게 했다고 하네요 모르실리 없겠지만 출사표에도 今南方已定 兵甲已足라고 나오면서 바로 북벌 얘기를 합니다 제갈량이 남만의 자원을 촉의 자원에 더해 북벌을 한건 사실이지요 유화의 방향이든 강경의 방향이든 남만의 자원은 북벌을 위해 뽑아먹힌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물론 제갈량이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 아닙니다
서현12
17/10/05 13:16
수정 아이콘
말씀드리고 싶은건 그만큼 촉한이 북벌을 위해 자원을 뽑으면서 남중인들에게 어느정도 납득이 가능한 정치를 펼쳤다는 얘기였습니다. 제갈량 본인이 남중에 군대를 남기지 않고 철수한 것도 굳이 현지인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함이었고 어느정도 자치권을 부여하고 그만큼 원래 명목상 촉한 영토였지만 사실상 장악하지 못한곳이 남중이었기에 받아갈수 없었던 자원을 받아갔던 것으로 봅니다. 남중의 난 주도자인 옹개만해도 촉한 중앙정부가 말도 안되는 높은 상납조건을 내세운다고 거짓말로 남중인들을 선동해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기도 한데 막상 제갈량이 남중에서 얻은 자원의 양은 그 사람들 입장에선 납득가능한 수준이었고 남중인들도 피동적으로 세금만 내는게 아니라 북벌에 참여하는 주체중 하나이기도 했다는거죠. 저기서 나오는 남중의 유력자 맹염 같은 경우엔 5차북벌에서 제갈량의 별동대를 맡았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六穴砲山猫
17/10/05 11:13
수정 아이콘
정작 저기 나오는 조조와 사마의의 자손들은 태평천하를 이루긴커녕 거의 400년에 달하는 혼란기를 불러왔다는게 함정이죠;;;;;
17/10/05 11:16
수정 아이콘
신불해님 추천으로 이 드라마 보고있는데 너무 재미있습니다.
조조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조비가 공무도하가 부르는 장면이 좀 쇼크였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노래)로 배웠었는데 200년대에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조비가 부를정도면 적어도 현재 중국인들의 시각에서는 저 시대에 널리 불려졌던 중국 시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게 진실인지 모르겠네요
17/10/05 11:17
수정 아이콘
덧붙여 조식이 상찌질이로 묘사되는 점, 조비가 음험하다고 대사로는 몇번 묘사되나 그런 부분이 화면상에는 전혀 나오지 않아서 조비가 되게 멋져보이는게 좀 아쉽네요
young026
17/10/06 18:57
수정 아이콘
공무도하가/공후인이 전해지는 원천사료가 저 시기와 그리 멀지 않은 진의 역사를 다루는 진서입니다. 문화적으로도 중국 문화는 변방의 문화를 계속 받아들이며 성장해 왔고요.
tjsrnjsdlf
17/10/05 16:29
수정 아이콘
중국사 관련 글을 보면 볼수록 대체 이런데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 싶습니다. 최근 카카오페이지에서 전생xx을 즐겨보면서 진짜 지옥같은 세상 묘사 잘한다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실제 중국사와 비교해서 딱히 크게 더 지옥도 아니더군요. 대놓고 악신이 강림해서 인신공양 받는 세계랑 비교해도 실제 역사의 끔찍함이 별로 차이가 안날 정도니 진짜 얼마나 지옥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우훨훨난짱
17/10/05 20:11
수정 아이콘
어디서 볼수있나요?
17/10/06 12:16
수정 아이콘
중화 티비에서 방송 해주는 걸로 알고, 네이버나 이런데서 돈 주고 볼 수도 있는 걸로 압니다.
bellhorn
17/10/06 12:36
수정 아이콘
티빙에서 보시는게 편하실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24 [일반] 유료화 직전 웹툰 추천-호랑이 들어와요 [19] lasd2414937 24/03/10 4937 9
101123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2. 당나라의 ‘수군혁명’ [11] meson3665 24/03/10 3665 19
101122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1. 들어가며 [7] meson3128 24/03/10 3128 18
101121 [일반] 요즘 알트코인 현황 [38] VvVvV10550 24/03/10 10550 0
101119 [일반] '소년만화' [14] 노래하는몽상가4242 24/03/09 4242 10
101118 [일반] 에스파 '드라마'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 [10] 메존일각2936 24/03/09 2936 6
101117 [일반] 책 소개 : 빨대사회 [14] 맥스훼인3541 24/03/09 3541 6
101114 [일반] 드래곤볼의 시대를 살다 [10] 빵pro점쟁이3288 24/03/09 3288 22
101113 [일반] <패스트 라이브즈> - 교차하는 삶의 궤적, 우리의 '패스트 라이브즈' [16] aDayInTheLife2809 24/03/09 2809 4
101112 [일반]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6061 24/03/09 6061 9
101111 [정치]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10050 24/03/08 10050 0
101109 [정치] 요 며칠간 쏟아진 국힘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 및 기타 등.. [121] 아롱이다롱이9696 24/03/08 9696 0
101108 [정치] 역사교과서 손대나... 검정결과 발표, 총선 뒤로 돌연 연기 [23] 매번같은5912 24/03/08 5912 0
101107 [정치] 개혁신당 이스포츠 토토 추진 공약 [26] 종말메이커4993 24/03/08 4993 0
101106 [일반] 이코노미스트 glass ceiling index 부동의 꼴찌는? [53] 휵스5652 24/03/08 5652 2
101105 [일반]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 [22] 及時雨7272 24/03/08 7272 14
101103 [일반]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201] 及時雨10178 24/03/08 10178 9
101102 [정치] [정정] 박성재 법무장관 "이종섭, 공적 업무 감안해 출금 해제 논의" [125] 철판닭갈비8283 24/03/08 8283 0
101100 [일반] 비트코인 - 집단적 공익과 개인적 이익이 충돌한다면? [13] lexial3499 24/03/08 3499 2
101099 [정치] 의협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라고 지시한 내부 폭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52] 체크카드10163 24/03/08 10163 0
101098 [일반] [내일은 금요일]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진다.(자작글) [5] 판을흔들어라1965 24/03/07 1965 3
101097 [일반]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연 나의 성향만 대변하는 것일까? [43] 깐부3529 24/03/07 3529 2
101096 [일반] 의사 이야기 [34] 공기청정기6702 24/03/07 6702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