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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8/04 15:56:04
Name aurelius
Subject [잡상] 국정원은 왜 국내정치공작에 목숨 거는가?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은 국가방위를 위해 필사적입니다.


이스라엘의 모싸드는 신생국가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한 첨병 중의 첨병으로 정말 최고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만 했던 조직입니다.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 그리고 아랍인들의 반유대감정과 싸워야했기 때문이죠. 국가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했습니다. 


영국의 MI6는 어떨까요? 대영제국은 리즈시절 지구의 1/4을 다스리던 대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력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정확한 정보와 적시적소에 정확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정보기관의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영국 첩보활동의 리즈시절은 제1차세계대전 당시 중동지역 아랍부족들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수많은 반오스만 제국 반란을 기획했을 때. 아라이바의 로렌스가 활약하던 시절이었죠. 


소련의 KGB도 참 유명한 조직입니다. 볼셰비키 혁명 후 신생국가 소련도 전세계로부터 왕따당하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나라입니다. 서방국가 연합군, 그리고 일본마저 볼셰비키 혁명을 분쇄하기 위해 러시아 국토를 침입했습니다. 소련은 혁명을 보위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국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했고, 반혁명분자를 무찌르고 혁명을 수출하려면 방대한 국제적 조직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공산주의 사상은 그 사상 자체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선진국의 수많은 엘리트들마저 포섭해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은???


물론 처음 중앙정보부가 창설되었을 때는 나름대로의 미션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거의 모든 면에서 북한에 대해 열세였고, 따라서 어떻게든 생존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한계가 있었죠. 바로 미국이라는 변수.


사실 한국은 방위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했고, 그런 상황에서는 '절박함'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차피 안보는 미국이 다 책임져주니까 중정의 활동은 거의 '정권안보'에 치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애초에 미국이나 소련 또는 독일이나 영국처럼 오랜 전통과 국력에서 나오는 물질적 기반과 노하우도 없었기 때문에, 해외첩보 활동할 능력 자체가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또 진짜 국가안보는 미국이 알아서 처리해주니 일감이 국내정치공작에 한정될 수밖에...


이런 구조적 여건에 더해서 한국이 거의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게 되면서, 국정원은 더 나태해집니다.


그럼 딱히 실적을 뽐낼 껀덕지 가 없어지는 것이죠. 그럼 뭐로 평가받고 뭐로 승진을 하나?

결론은 결국에 국내정치공작질 하면서 대통령한테 예쁨받는 것 외에는 남지 않게 됩니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리스크도 낮고, 인사평가에는 확실히 플러스 되는 게 국내정치공작이기 때문이죠.


해외첩보는 위험하고 자칫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인데도 성과는 나올까 말까 하는 반면, 국내정치공작은 진짜 아주 꿀인데 성과는 거의 확실히 나옵니다... 그럼 여기에 올인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죠.  조직문화 상 이렇게밖에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국정원 또한 여느 집단과 다름 없이 편한 일을 찾고 안주하는 지극히 평범한 조직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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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버리
17/08/04 15:58
수정 아이콘
권력을 쥔 대통령에게 국정원의 정보력을 이용하는건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겠죠. 그 동안 수십년 동안 쌓은 국내외 정보라인과 공작 실력을 이용하면 어떤 단체 이용하는 것보다 정치적 상황을 본인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명박근혜가 이 유혹에 제대로 넘어가다보니 국정원 해외 정보 파트(특히 북한쪽)는 개박살 난거 같고, 결국 국내 파트만 날뛰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일 중에 기억에 남는게 취임하자마자 국정원장과 1:1 대면 보고를 안 받는다고 하신거입니다. 이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전에 선을 그은거죠.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에 국내 파트 많이 쳐내실거 같고요.
닉 로즈
17/08/04 16:03
수정 아이콘
국내 정보수집의 측면에서 국정원의 장점이 얘네들은 여론 조사대신 대면조사해요 마치 지나가는 말처럼.
국정원 국내 정보보고 받아야해요 직접보고, 우병우같은 정보 중간 가공자 거치지말고.
-안군-
17/08/04 16:0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내용도 물론 일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보기관은 중앙정부의 니즈에 따라서 운영되기 마련이죠.
청와대에서 국내 정치 공작을 하라고 시키는데, 국정원이 단독적으로 그걸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겠습니까...
17/08/04 16:13
수정 아이콘
위에서 시켜서 했겠죠.
17/08/04 16:20
수정 아이콘
국정원 태생이 그렇죠.
해당 조직의 자발적 적극성도 있는게 사실인데요.

정확히 얘기하자면 국정원이야 국내 정치 공작의 도구 역할을 했을 뿐이고, 그걸 시킨 놈들이 따로 있는 거니까요.

이명박근혜, 새누리, 더 나아가 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자한당으로 이어져 내려가는 군사쿠데타 유래 정당이 몸통이죠. 자한당은 정권을 못잡아서 아직은 국정원 동원은 제대로 못해봤겠지만, 어차피 이전에 정치 공작 하던 놈들이 이름만 바꿔 단 거니 뭐 그게 그거고..
원달라
17/08/04 16:21
수정 아이콘
대북 안보에 대해서는 미국의 역할도 있지만 국방부와 역할이 중첩되는 것도 있습니다. 아무리 국정원이라도 군사조직의 인프라를 당해낼 수 있을리가...

"북쪽 빨갱이" 대상으로는 역량에서 밀리는지라 어떻게 해볼게 별로 없고, 사실상 "남쪽 빨갱이"의 세력에 기관의 권한이 비례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아니겠지만) 남쪽 빨갱이는 거의 상상속의 동물이니 실질적으로는 존재의 의미 자체가 그다지..

이런데도 행안부나 외교부 산하로 안들어가는거 보면 쌓아놓은 정보가 많긴 한가보다 합니다.
마도사의 길
17/08/04 16:45
수정 아이콘
당연히 시켜서 한거구요, 저는 국정원하고 경찰같은 조직의 근원이 일제시대에 있다고 보거든요. 그 시절 친일파들이 자리 차지하고 자신들에 대한 위협이 있나없나 감시하는게 진짜 주 목적이었죠
eosdtghjl
17/08/04 17:10
수정 아이콘
국정원이 목숨거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내장악을 위해 가장 필요한 권력집단이 국정원과 검찰일뿐..
노련한곰탱이
17/08/04 17:14
수정 아이콘
애초에 국정원의 뿌리인 중정 자체가 이승만 시절 경찰에게 있던 국내 사찰기능을 군사정권이 대통령 직속으로 땡겨온거죠.

즉 마땅히 해야할 국외첩보를 할 게 없어서 국내정치에 개입한게 아니라 애초에 국내정치에 개입하고자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17/08/04 17:31
수정 아이콘
이명박이 수도관리 하던 원세훈을 국정원장에 앉힐때 댓글이나 달고 간첩조작이나 하라고 시킨거겠죠.
뭐 대단한 일 한다고 국정원 자금을 꽁꽁 숨기나 몰라요.
인원도 더 뽑고 공시생들한테 적극적으로 개방도 하고 자금 내역도 투명하게 밝히면 좋겠네요.
가만히 손을 잡으
17/08/04 17:31
수정 아이콘
양심없는 대통령과 딸랑이고 싶은 정보 공무원의 합작이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관련된 국정원 공무원들을 다 개혁해야 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7/08/04 18:19
수정 아이콘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겠지만, 다른 나라 정보조직들(본문에 언급된 곳들)도 개판에 별 해괴한 짓거리 한 것 정말 많습니다.
모리건 앤슬랜드
17/08/04 19:17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음지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도 이러는건 진짜 동료들 죽음 개죽음만드는거죠.
우리는 하나의 빛
17/08/04 19:31
수정 아이콘
싹 다쳐내고 짧게 말하자면, 국외에서 뭔가 할 능력은 없는데 존재감은 부여주어야 살아남을수 있으니까..아닐까요.
여기에 줄타고 국회의원 등 정치계로 입문하고 싶은 이들의 욕심이 더해져 국가에 이익이 되는 정보보다는 '국내에서 특정 정당이나 권력에 이득이 되는 정보를 취합, 정권 유지에 기여하면서 개인의 영달을 노린다..'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몰라몰라
17/08/04 20:45
수정 아이콘
지금이야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불리니 여타 국가의 흔한 정보기관처럼 생각되지만 당장 김대중 대통령 취임전까지 불리던 안기부라는 이름, 더 나아가서 그 전에 불리던 중정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위상을 떠올려 보면 더 명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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