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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23 23:13:32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독일인은 왜 나치를 지지했고 전쟁을 일으켰나?
덩케르크를 보고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다...) 독일 역사에 대해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관련 내용을 한 번 정리해볼까 합니다.

독일은 왜 2차세계대전을 일으켰나? 왜 이에 환호했을까? 왜 나치를 지지했고 이들을 왜 권좌에 올려놓았던 것인가?

아시다시피 독일 역사 최악의 범죄정당 나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이었으며, 독일 국민들은 나치를 열광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이 뒷배경에 있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1차세계대전의 막바지 1918년부터 이야기 해야 합니다.

1. Stabbed in the back, 내부로부터의 중상

1차 세계대전의 패전 직후  독일인들을 지배하던 신화는 바로 '내부로부터의 중상'이라는 소문이었습니다. 독일은 패배해서 전쟁에서 진 것이 아니라 내부의 배신자들 때문에 졌다라는 소문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모든 언론은 검열상태였고, 자국에 불리한 내용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계속된 전쟁으로 생활을 점점 피폐해지고, 직감적으로 전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1917년 독일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은 만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혁명입니다.

러시아는 혁명으로 인해 전쟁에서 빠지게 되었고,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진격한 것만큼 러시아 내부 깊숙히 진격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게 무척 이로운 협정을 맺었는데, 이는 히틀러가 소련을 상대로 얻어낸 그 무엇보다도 훌륭한 성과였습니다.

독일 입장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사건이었고, 덕분에 동부전선의 모든 병력을 다시 서방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미군이 참전한다고는 했지만, 당시 미군은 오합지졸에 불과했고, 유럽에 병력을 대규모로 수송할 수단도 부족했습니다.

1918년에 이르자 독일 참모부는 서부전선에서 결정적인 승리 하나만 확보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당시 독일 정치인들은 전쟁 막판에도 매우 분열되어 있었고 대립했었습니다. 결정적인 한방이면 무조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주장했던 우파와, 국가의 동원능력에 한계가 왔다면서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해선 한 시라도 빠르게 화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좌파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1918년, 독일군은 재정비한 후 서부전선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위한 대공세를 퍼부었고, 낙관적인 희망과는 달리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역으로 연합군이 독일을 상대로 공세를 퍼부었고 또 성공했습니다. 이때 독일군이 입은 피해는 괴멸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독일의 최후의 공세가 실패한 마당에서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패배는 기정사실이었고, 독일군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를 앞당기거나 지연시키거나 둘 중 하나 뿐이었습니다.

독일군 참모부도 이를 알고 있었고, 독일 정치인들도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누가 총대를 맬 것이냐...
국민들에게 계속 승리한다고 선전했는데,
갑자기 연한군에게 화친을 청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

더군다나 지금까지 패배를 모르고 쭉 성장한 독일제국이 처음으로 전쟁에서 패배하는 상황. 이를 받아들이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 독일군 최고책임자 루덴도르프는 비열한 계략을 생각해냅니다. 민주국가들로 구성된 연합군은 민간인과의 협상을 더 선호할 것라고 말하면서 의회의 제1당, 다수당인 사민당(SPD)에게 공을 넘겨버린 것입니다.

당시 사민당의 당수였던 "프리드리히 에르베르트"는 이 떡밥을 덥썩 물어버립니다.

사실 그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루덴도르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는 그에게 아주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그는 독일을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고 싶어했으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외부자로 취급당했던 사민당이 당당하게 정부를 접수하고 내각을 꾸리고, 다시 말해 실제로 독일을 '통치하는 '집권당'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이 '진짜 권력'을 갖길 원했습니다.

그에게 이것이 왜 그렇게 중요했냐면, 당시 사민당은 우리나라로 치면 '통진당' 취급당했었던 아웃사이더 정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사민당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주장했던 급진정당이었지만, 점점 노선을 중도로 옮기면서 정부와 때로는 협조하는 '주류 정당'으로 아주 가까스로 거듭났습니다.
(이때 사민당 내 좌파들은 당에서 이탈했고, 중도노선을 표방했던 사민당 지도부를 혐오했습니다. 물론 사민당 내 우파 지도부도 급진주의자들을 혐오했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의회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의회내 제1당이 되었다고 해도 사실 큰 의미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1918년 마침내 독일의 실권자였던 군부가 에르베르트에게 실권/전권을 모두 주겠다고 하니, 여기에 눈이 돌아갈 수밖에...

한 편 점점 패배가 확실시 되면서 독일 곳곳에서 혁명이 발생.

처음에는 킬항구의 해군이 작전투입 명령을 거부하고 붉은깃발을 휘날리며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독일전역에서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혁명을 멈추면 자신들을 기다리는 것은 사형밖에 없으니 더욱 과격하게 일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독일 곳곳에서 '사병 평의회', 노동자 평의회' 등이 결성되었고, 심지어 베를린에서는 대규모 시위대가 '공화국'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당시 사민당의 2인자는 신념인지, 아니면 영웅심리인지, 시위대의 환호 속에서 "독일 공화국을 선포"하기에 이릅니다.

황제는 도망가고, 군부는 책임을 도외시한 상황에서 사민당의 1인자이자, 정부의 책임자 프리드리히 에르베르는 이런 사건의 전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독일공화국의선포에 낙담하게 되었고, 급진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는 것을 몹시 못마땅해했습니다.

에르베르트 정부는 연합군과 평화조건을 협상하면서 동시에 본인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좌파혁명을 모두 진압할 구상을 합니다. 원래는 정규 군인을 투입하고자 했으나, 전선에서 귀환환 병사들은 모두 집에 가버렸고 따라서 정말 하드코어 군인들과 하드코어 우파들을 의용군으로 모집해서 좌익들을 잔혹하게 진압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적인 무력을 동원하여 한 때 같은 동지였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것입니다.

그런데 왠걸... 연합군이 제시한 평화조건은 지금까지 19세기 유럽외교를 특징지었던 '주고 받는 식의 강화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인 항복'이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굴욕적이고 가장 감당하기 힘든 종류의 항복. 심지어 독일을 일반적인 패전국으로 다루는 협상이 아니라, 형사재판 법정에서 마치 피고인을 다루듯이 한 협상 .

하지만 사실상 군대가 와해된 상황에서 더 이상 저항하는 것은 무의미했기 때문에, 에르베르트 정부는 연합군의 평화조건을 수락했습니다.

일반 독일국민들 입장에서 본인들이 전쟁에서 패배할 전망이었기 때문에 강화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실제로 연합군이 독일내부로 깊숙히 진격한 적도 없었고...) 너무 감당하기 힘든 조건을 나열한 평화였습니다.  

결국 독일인들의 손가락은 사민당과 좌파세력을 가리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그 다음 선거에서 참패하게 됩니다.

2. 정치적 불안정

에르베르트 정부는 황적흑 연합, 즉 중도좌파에서 중도우파를 아우르는 연합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정부였는데 선거에서 참패하게 된 후 독일 정치는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국민들은 굴욕적인 평화, 경제적인 침체 등으로 민간정부를 불신하였고 정당들 자체에 대해서도 반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정당도 정부를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정부를 제대로 이끌어본 경험이 없었기도 하고...

구스타프 슈트레제만처럼 가끔 예외적으로 뛰어난 정치인들이 큰 업적을 이룩하기도 했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런 업적을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과거와의 연속성을 보장해주던 것은 '독일군부'였고

그 대표적인 상징이 황제의 측근이었던 '힌덴부르크 장군'이었습니다. 아주 고령이었던 그는 과거 독일제국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군인출신 독일 우파 정치인들은 '의회민주주의'의 외투를 입고 있는 독일을 다시 '황제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힌덴부르크르의 권위를 이용하여 일종의 내부 쿠데타를 일으킬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다수당이 되어 호헨촐레른 황가의 육친을 모셔온 다음 힌덴부르크를 "황제섭정"으로 옹립하고, 권력을 그에게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말이죠. 그런데 힌덴부르크는 너무 고령이었고, 호헨촐레른 황가의 권위는 사실 신통치 않았습니다.

3. 폭발적인 대중운동

이 때 혜성처럼 나타난 게 '국가사회주의정당(NSDAP)', 줄여서 나치, 였습니다. 이 정당은 아주 강력하고 카리스마있는 사람이 이끌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히틀러였습니다. 연설의 귀재, 한 번 보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마력을 갖춘 남자였다고 합니다.

다른 모든 정당이 고고한 척, 예의있는 척하면서 구름 위에서 신선노름 한다는 이미지를 풍길 때, 히틀러와 나치당은 직접 민중 속으로 들어가 이들의 언어로 이들이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 아주 열정적으로 했습니다.

독일의 우파당이나 좌파당이나 모두 부르주아 젠틀맨이었다면, 나치당은 노동자당, 일반인들의 당이었고 히틀러는 독일인들이 간지러워 하는 부분을 전혀 거리낌 없이 주장하면서 '사이다(?)'를 안겨다주었습니다.

그 어떤 정당도 연합군을 직접적으로 비판/비난하지 않았고 그 어떤 정당도 베르사유 조약의 전면파기를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히틀러와 나치당은 바로 그걸 주장했습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말이죠.

히틀러와 나치당은 민족주의, 독일의 위대함, 독일 일반인들의 저력, 강대한 독일을 전혀 거리낌없이 외쳤고, 독일인들은 여기에 흠뻑 취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선거를 통해 원내 1당이 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압도적 다수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장 큰 정당이 되는 데는 성공한 것입니다.  

이 강력한 대중운동에 놀란 독일의 우파는 그래도 이게 사회주의 운동이 아니라는 점을 파악하고 안도합니다. 그리고 좌파와는 손을 잡을 수 없으니, 이들의 손을 잡아버립니다. 프란츠 폰 파펜은 히틀러를 상류사회에 소개하고 그를 총리로 만드는 데 주력합니다.

그리고 히틀러를 매개로 '독일 황제 국가(Deutscher Kaiserreich)'를 부활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히틀러는 누군가의 도구가 될 사람이 아니었고, 또 왕정복고를 원하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총리가 된 히틀러는 좌파가 국회의사당에 불을 냈다는 것을 빌미로 (자작극이라는 게 유력함) 긴급조치법을 발동시켜 모든 권력을 자기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또 헌정질서를 무기한 정지시키는 데 성공시킵니다.

그렇게 독재자가 된 히틀러는 민중이 바라는 대로, 그리고 그 자신이 바라는 대로 베르사유 조약을 차근차근 모두 파기시켰고, 독일을 재무장시켰으며, 궁극적으로는 본인의 과대망상이었던 '레벤스라움'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독일과 유럽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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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개장수
17/07/23 23:18
수정 아이콘
그렇습니다.
누네띠네
17/07/23 23:21
수정 아이콘
독일에서 다하우 강제수용소 가니까 나치가 어떻게 권력을 잡고 반대파들을 제압했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더라구요. 놀라웠던건 좌파에 대한 테러가 엄청났던 것, 우리는 유대인학살만 주로 아는데 집시학살 역시 주요했던 것 이었습니다.
Biemann Integral
17/07/23 23:21
수정 아이콘
이어서 더 써주시면 안될까요???ㅠ
걸스데이
17/07/23 23:23
수정 아이콘
나라가 힘들고 불안할 때 극우, 급진 세력이 집권하는 건 상당히 흔한 케이스죠

전 오히려 오바마 이후에 트럼프 케이스가 휠씬 이상하다고 봅니다.
사고회로
17/07/23 23:31
수정 아이콘
트럼프는 극우로 볼수 없나요?? 잘 몰라서 여쭙습니당
17/07/23 23:56
수정 아이콘
트럼프가 극우적인 캠페인으로 당선되었는데 뭐가 이상하죠. 실제로 당선 후 하는 행보도 굉장히 극우적이구요.
17/07/24 00:00
수정 아이콘
트럼프는 극우보다는 포퓰리즘에 가깝습니다.
껀후이
17/07/24 00:11
수정 아이콘
오바마 시대가 치세는 아니지만 나라가 힘들고 불안한건 아닌데 극우인 트럼프가 당선 되어서 이상하다는 말씀 아닌가요? 미국이 1차대전 이후 독일처럼 어지럽고 혼세여야 트럼프의 당선이 안 이상한건데 이상하다 라는 뉘앙스 신 것 같은데...
요르문간드
17/07/24 00:1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게 이해했는데. 나라가 힘들고 불안하지 않은데 트럼프가 당선된 희한한 케이스죠.
오바마 지지율도 엄청 높았는데. 결국 힐러리를 뽑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 미국 선거제도가 일으킨 참극입니다.
Chasingthegoals
17/07/23 23:31
수정 아이콘
국회의사당에 불을 낸건 당시 사민당에서 나치의 자작극이라고 추정했으나, 실제 네덜란드 공산주의자가 홀로 저지른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당시 나치가 제1당이긴 했으나, 2당과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라 나치당이 막 나가고 있다는걸 독일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감지 중이었습니다. (덤으로 독일과 결혼했다던 히틀러의 여자 관련 사생활 문제, 게르만족이 아니라는 의혹으로 지지율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중이기도 했지요.) 나치 입장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야말로 행운의 뜬금포였고, 히틀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 행운의 사건 하나로 인해 수권법이 통과되게 만들었고, 이후 선거결과도 나치당의 압승이라고 괴링이 대놓고 주작된 결과를 방송으로 공표합니다. 이게 이른바 나치 일당 독재의 신호탄이 되었던겁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17/07/24 01:07
수정 아이콘
그런 의미에서 흔히들, 나치스의 승리는 민주주의적으로 이뤄졌다고 허는디, 실제로는 온갖 협잡과 뽀록 협박과 폭력으로 이뤄진 것이지, "정상적인 민주적 과정" 을 밟아서 이뤄진건 아니죠. 민주주의적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봐야... 나치스는 민주주의적으로 승리했다, 이 말이 과하게 많이 돌아다니는데, 저는 좀 자제되어야 할 표현이라고 보니다.
Chasingthegoals
17/07/24 07:03
수정 아이콘
수정의 밤, 장검의 밤 사건 생각하면 절대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죠. 단지 민주적인 선거 결과만 이겼을 뿐 수단과 방법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aurelius
17/07/24 22:17
수정 아이콘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1933년 처음 제1당이 되었을 때는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겠죠. 물론 그 이후에는 일단 잡은 권력을 절대 내려놓지 않기 위해 온갖 종류의 불법과 폭력을 무자비하게 실행했습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17/07/25 16:28
수정 아이콘
오히려 그 1당이 되는 과정이야말로 폭력과 협박이 난무했죠. 돌격대가 한 일이 뭔데요.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게 아니라, 그 지지를 유도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고 민주주의의 약점을 최대한 악용하였기에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 집권했다는 말이 어폐가 있다는겁니다. 물론 반대편인 공산당도 만만찮게 정치테러를 저질렀으니, 저 시기는 굳이 한국과 비교하자면 해방정국처럼 서로가 피로 피를 씻는 상황이었지, 제대로 민주주의가 작동한 시기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순결한 독일 국민을 사악한 나치가 속였다, 라는 신화를 쓰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러나, 민주주의가 나치라는 괴물을 낳았다, 라는 서사는 역설적이면서도 강력하면서 매혹적이라, 악용되기 쉬운데, 그런 이야기를 자세한 부연없이, 그니까 맥락없이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려는 겁니다.
롯데닦이
17/07/23 23:39
수정 아이콘
사실 전쟁이전 베르사유조약을 가볍게 부수는 라인란트 재무장, 오스트리아 합병, 체코합병만 봐도 독일국민의 지지를 안받을수가 없었을듯 합니다.

물론 어느정도만 고개끄덕여주면 그쯤 해서 그만두겠지한 주변국이 한몫해버린것도 있고.....
aurelius
17/07/24 22:17
수정 아이콘
국민들이 단기적으로 원하는 바를 아주 시원하게 모두 달성해버리니 (...)
하심군
17/07/23 23:45
수정 아이콘
이런 상황에서 대중을 탓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위정자라는 양반들이 스스로 선택권을 지워버리는 상황에서 행해진 행동들은 그저 시행착오를 통한 야만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고요. 이 당시의 독일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시민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때였다고 봅니다.
요르문간드
17/07/24 00:13
수정 아이콘
실제로 경제도 잘 나가고 외교만으로도 영토를 넓히는 상황이었는데 지지를 안하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죠.

박근혜정부도 경제만 클린턴 수준으로 부흥시켰으면 아마 무당이 정치 잘했네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껀후이
17/07/24 00:15
수정 아이콘
와 댓글 보다가 소름이...
이명박근혜가 경제 말아먹어준게 정말 다행이네요
Chasingthegoals
17/07/24 00:37
수정 아이콘
경제는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우토반 깔고, 군수 인프라 구축으로 뉴딜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 그리고 군사 증강으로 장교 채용 및 친위대 규모 확대로 실업률은 감소한건 맞습니다. 근데 독일은 석탄 이외에 자원이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자원을 수입해서 군수물자를 생산했는데, 국고에 있는 금으로 자원들을 수입했습니다. 그리고 군대 월급은 세금으로 지급하겠죠? 이렇게 되다보니 국가 빚은 늘어나고, 국고는 거덜납니다. 근데 침공하기에는 군사력이 허접합니다. 그래서 히틀러의 얻어걸리는 촉으로 피 안 흘리고 오스트리아, 체코 합병을 성공합니다. 체코 합병되자마자 독일이 가장 먼저한게 체코에 있는 금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이는 현대에서도 나치 독일의 군사, 정치 얘기에 대비해 경제 얘기는 잘 언급도 안 될뿐더러 묻혀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저 자원문제때문에 침공은 무조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유럽 침공한 것도 연합국에 의해 철광석 수입이 끊길 수 있어 미리 선수친거였습니다.
요약하자면, 경제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디폴트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스웨트
17/07/24 00:52
수정 아이콘
군대가 겁나 쎄고 강해보여도 결국 돈이 최고네요..
앙겔루스 노부스
17/07/24 01:29
수정 아이콘
부흥시킬거 까지도 없고, 만약 작년에 태블릿이 터지지 않았다면, 지금 수출 살아나고 재정수지 좋아진 거 전부 창조경제의 성과로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었을 겁니다.
aurelius
17/07/24 22:18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껀후이
17/07/24 00:19
수정 아이콘
2편...빨리 2편 끓여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aurelius
17/07/24 22:18
수정 아이콘
2편은... 없...(죄송..)
숙청호
17/07/24 01:05
수정 아이콘
잘보고갑니다.
아시안체어샷
17/07/24 08:15
수정 아이콘
그리고 수많은 몰락 패러디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
와사비
17/07/24 09:00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이라니... 2편 기다립니다
8년째도피중
17/07/24 10:12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이 아니라 딱 여기까지 적고 "아 이정도면 집권한 원인은 대충 설명했어"하고 피곤에 쩔어 글올리기 버튼을 누른게 아닌가 사료되옵니다.
aurelius
17/07/24 22:15
수정 아이콘
맞아요 크크크. 사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기 전에 막 쓴 글이어서 흑흑... 그래도 2편은 없을 예정이랍니다 (죄송...)
Been & hive
17/07/24 10:32
수정 아이콘
독일 뿐만 아니라 일본,이탈리아,스페인,동유럽의 신생 독립국 들도 비슷한 정권이 생긴걸 보면 근본적인 원인은 식민지 정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홍승식
17/07/24 11:00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19세기에 식민지로부터 자원을 끌어모으던 유럽이 더 이상의 새로운 식민지를 얻어내지 못하니까 벌어진게 1차 세계대전이죠.
그리고 남아있던 식민지들도 2차대전 등을 통해서 모두 독립하게 되어 새로운 경제질서로 들어서게 된 거죠.

그런데 그 이후로도 대규모 전쟁이 안 일어난 것이 경제체제가 무력을 기반으로 한 식민지 경제에서 자본을 기반으로 한 무역 경제로 변화가 일어나서 전쟁의 필요성이 적어져서인지, 아니면 2차 대전 마지막에 핵폭탄의 위력을 봐서 대규모 전쟁에 대한 공포가 생겨서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aurelius
17/07/24 22:21
수정 아이콘
꼭 식민지라고 보기엔 어렵고, 경제적 양극화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Establishment라고 불린 정치권이 전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봐야겠죠. 신생독립국들에서 이런 경향이 가장 크게 나타내는데, 이는 Establishment라고 불릴만한 기득권이 기존의 강대국 만큼 성숙하지 못했서, 그리고 그만큼의 권위나 리더십이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합니다.
낭만없는 마법사
17/07/24 10:43
수정 아이콘
다음 편이 보고 싶단 말이에요. 엉엉엉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ㅠㅠ
신용운
17/07/24 12:54
수정 아이콘
사실 수권법 하나만으로도 민주적인 절차는 끝장났다 볼 수 있죠. 입법부의 권한을 가져오는 것도 그렇고 입법 과정에서의 탈법적인 행동도 그렇구요.
17/07/24 16:35
수정 아이콘
잘보고 갑니다~
17/07/24 19:56
수정 아이콘
1. 사실 "Stabbed in the back"이란 통념은 그런게 역사 속에 존재했다는 자체로도 아주 교훈적입니다.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사람들을 최면에 빠뜨리는 아주 좋은 사례지요.
우리가 여전히 그것을 신앙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으므로 더더욱 이런 교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가 쓴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란 책이 최근 번역됬는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482562,
오랫동안 저 책 제목의 Consequence를 '귀결'이라고 번역하는 게 관행적이었는데 '결과'라는 번역어가 사용된 모습입니다.)
이 책은 베르사유 조약의 '경제적 부분'의 불공정성에 대해 영국인인 케인스가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유명했던 책입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책이 찬사만 받은 것은 아니었고, 당대인들의 분노어린 비판도 많이 제기됬던 바 있습니다.)
연합국 사람들의 도덕적 감각에서만 비춰보면 독일에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리고, 자원을 박탈하는 등의 '징벌'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유럽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독일 경제에 타격을 가하면 결국 유럽 경제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단 것입니다.
실제로 케인스의 관측 자체가 타당한 것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독일 배상금 문제는 전후 금융질서에 괜스런 불안정성만 초래하며 결국 대공황으로 이어지는 여러 불씨 중 하나가 된게 사실이었지요.


3. 본문이 제시한 3가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를 꼽자면 대공황의 발발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독일에서의 대공황의 경과에 관해서는, 좀 난삽하게 쓰여 있지만 이 글도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https://pgr21.com/?b=8&n=58333)
나치는 소위 케인스적 경제정책을 펴서 경기회복에 성공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나치가 확장 재정정책을 쓴 것인지 자체조차 논란의 여지가 많은데다
나치 시절 이룩된 경기회복이 장기지속 가능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페마나도
17/07/25 04:07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퀀텀리프
19/08/21 10:08
수정 아이콘
앗! 이거 궁금했던 거였는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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