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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19 16:05:49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잡담-픽션] 카카오드라이버

나, 고객, 너


띠리리링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카카오드라이법니다. 제가 지금 금수복국 앞에 있는데 고객님 위치가 어디신가요?』

『아 저기 뭐지 여기 금수복국 건너편이예요』

『아 길 건너편이요?』

『네, 여기 건너편에 보시면 모델하우스 하나있는데 그 옆에 주차장에 있습니다. 죄송해요 비도오는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 보이네요. 금방 가겠습니다.』




이제 카카오드라이버 입문 5일차인 내겐 이 순간이 가장 떨리는 순간이다. 저 멀리 주차장 안에 검은차 한대와 그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녀가 보인다. 걸음을 재촉한다.

「와.. 벤틀리네.」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역시 이동네에 있으면 기본이 BMW다.

고객에게 빠른걸음으로 뛰어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카카오 드라이법니다.』 어?

  어?어?


너도 꽤나 놀란 눈치다. 오른쪽 다리 무릎아래가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한다. 운전해야 하는데... 벤틀린데...

차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카카오 네비 키고 가도 될까요? 』

『아뇨, 기사님 제가 알려드릴게요.카톡 네비는 지름길 잘 모르더라구요.』

고객님은 참 젠틀했다. 차림새도 그렇고.

룸미러로 보고 싶었지만 각도가 잘 맞지 않아있었다. 애초에 운전하면서 룸미러를 자주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고객님은 도란도란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친절하게 미리미리 길 안내를 잘 해주셨다.

그러다 문득 내 팔목에 팔찌를 보고 물었다.

『어? 기사님 그거 팔찌 그거죠? 그거 뭐지 위안부 할머니 돕는거 맞죠? 히 뭐였더라..』

『아 네 맞아요. 위안부 할머니 돕는 팔찌. 희움이라고...』

『아 맞다. 희움!! 자기도 저거 있지 않아? 기사님꺼 색깔 이쁜데? 나 검은색 말고 파란색으로 사주라』

『파란색이 이쁘죠. 저도 색깔별로 다 있는데 이 색깔을 제일 많이 껴요.』

『오~ 기사님 멋지시네요. 자기야, 자기도 색깔 다있어?』

『아니, 난 흰색만 있어.』  

「그렇겠지, 내가 흰색을 선물했으니」

『오빠 파란색 갖고 싶어?』

『응, 기사님꺼 보니 파란색이 이쁘네. 파란색으로 사줘. 아니다. 나도 그냥 색깔별로 다 살래. 자기도 그냥 다 사자.』

『아냐, 난 이거면 돼. 오빠거 집에가서 주문할게.』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어, 근데 기사님 길 안알려드렸는데 잘 찾아가시네요. 경력 많으신가보다.』

『아뇨, 저 이제 5일차라 하하.. 이동네 잘 알아서요. 예전에 자주 올일이 있었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저기 저앞 신호등에서 우회전 해서 103동 앞으로 가주시면 되요. 아마 주차 자리 있을거예요.저기 있네요. 저기 대주세요.』


...


『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기사님 수고 하셨습니다. 비오는데 조심히 들어가세요.』

눈 마주칠새도 없이 우산을 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때 문득 귓가에 맴도는 소리에 날개뼈에 힘을 꽉 주고 허리를 세웠다.



「야, 너는 어깨도 좁은 놈이 맨날 움츠려 있냐. 어깨좀 펴라 임마.」 - 마지막으로 니가 했던 말.











잘 지내는 구나. 나도 잘 지내. 잘 지내자 우리.



괜히 쫄았네 벤틀리.  별거 아니네 뭐.  「집 방향으로 가는 콜 잡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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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9 16:20
수정 아이콘
한동근-이소설의 끝을 다시써보려해 M/V
17/07/19 16: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루사리
17/07/19 16: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세상 사는데 물질이 다 이겠습니까. 우리 다 떳떳한 어깨를 가지고 있잖아요. 활짝 피고 다니시죠~
17/07/19 16:27
수정 아이콘
글읽다가 카카오드라이버 광고문자 와서 깜놀...
싸이유니
17/07/19 16:28
수정 아이콘
잘 읽고 값니다.
이혜리
17/07/19 16:34
수정 아이콘
픽션이어야 하는데.
항즐이
17/07/19 17:12
수정 아이콘
제발
17/07/19 16:35
수정 아이콘
이글보고 나니 BC카드에서 카카오드라이버 이벤트 문자왔네요. 크크
노비그라드
17/07/19 16:54
수정 아이콘
뭐지? 대체 무슨상황인지... 헤어진 여친집에 데려다주는거같은데 보면 또 그것도 아닌거같고... 설명좀 해주실분..
유리한
17/07/19 16:57
수정 아이콘
벤틀리 차주의 애인이 화자의 옛 여친이죠.
노비그라드
17/07/19 17:03
수정 아이콘
아 다시보니 그렇네요 월도중이라 제대로 못본듯 크크 감사합니다
바보미
17/07/19 17:05
수정 아이콘
픽션이에요 진짜?ㅠ
17/07/19 17:08
수정 아이콘
아는 분이 벤츠 S클래스 타고 다니다가 승차감이 안 좋다고 벤틀리로 바꿨는데 궁금하긴 하네요.
17/07/19 17:08
수정 아이콘
빈속에 2샷 아메리카노를 들이부은 느낌이네요... 잘 봤습니다!
즐겁게삽시다
17/07/19 17:19
수정 아이콘
ㅠ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치킨런이 땡기네요
17/07/19 18:46
수정 아이콘
와..........
17/07/19 18:50
수정 아이콘
와~ 언뜻 유재석님 글솜씨가 이렇게 좋으셨던가요?
잘읽었습니다. ^^
이쥴레이
17/07/19 19:08
수정 아이콘
약간 헷갈리다가 정리하고 보니 차주는 제 3자로 보면 되겠네요.
그러니 슬프네요. ㅠ_ㅠ
17/07/19 19:34
수정 아이콘
벤틀리 차주가 화자의 옛친구 아닌가요?
포도씨
17/07/19 20:28
수정 아이콘
차주 애인이 옛 여친 아닐까요? [내가 선물한 흰색 팔찌]를 차고있으니까요.
17/07/19 20:32
수정 아이콘
예 일단 그래보이긴하는데.. 좀 이상한게 가는곳은 차주집인듯 한데 대리기사가 자주와봤대서요. 니가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말도 그렇고
Blooming
17/07/19 20:57
수정 아이콘
차주가 여친이랑 여친 집으로 간거죠..
17/07/19 21:00
수정 아이콘
글쿤요. 보통 여친집이면 내려주고 그 기사랑 자기집까지 갈텐데 주차까지 하길래 남자집인줄 알았네요. 그 부자동네에 여친혼자 아파트에 살정도면 여친집안이 상당한가보군요.

여친집이 부자동네란 말은 없군요. 처음에 부른데가 그렇고
17/07/19 20:23
수정 아이콘
픽션이죠?
픽션인걸로...ㅠㅠ
다다다닥
17/07/19 21:55
수정 아이콘
크으..
자연스러운
17/07/19 22:06
수정 아이콘
첫줄을 보니, 너는 여자인게 맞는데... 마지막 멘트는 꼭 남자말투 같네요. 굉장히 친한 사이였거나. 애인-여자친구의 느낌이 아닌거 같아요.

『아니, 난 흰색만 있어.』
「그렇겠지, 내가 흰색을 선물했으니」
..........자기도 그냥 다 사자.』


.....아냐, 난 이거면 돼.......아냐, 난 이거면 돼.
푸르미르
17/07/20 08:02
수정 아이콘
카카오드라이버 광고인가요?
카카오드라이버만 기억에 남네요-_-;;
SooKyumStork
17/07/20 08:07
수정 아이콘
희움 바이럴 마케팅이길..ㅠㅠ
Pathetique
17/07/20 13:09
수정 아이콘
저 금수 복국과 맞은편 모델 하우스, 주차장...
제가 매일 출근할 때 걸어오는 길이라 몰입도가 장난 아니네요.
오늘도 저 앞을 지나서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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