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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08 01:41:18
Name 12회차 글쓰기 이벤트OrBef
Subject [일반] [번역] Andy Weir (마션 작가) - The Egg
마션 작가로 유명한 Andy Weir의 단편 The Egg를 번역해보았습니다. 단편이라서 공개된 작품이니 저작권 문제는 없고, 원문 링크는 아래에 있습니다. 이미 번역해놓은 분들이 계시긴 한데, 그걸 통째로 퍼오면 불펌이 되는지라 그냥 제가 다시 번역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거의 글곰님 글만큼 재미있었습니다.

------- 시작 -------

http://highexistence.com/images/view/the-egg-by-andy-weir/

The Egg

By: Andy Weir

당신은 집에 가는 길에 죽었습니다.

자동차 사고였지요. 대단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하여튼 당신은 죽었습니다. 당신은 죽으면서 아내와 두 아이를 남겼고, 그다지 고통스럽진 않은 죽음이었습니다. 응급팀은 당신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죠. 사실 몸이 워낙에 박살이 났기 때문에 죽는 편이 나았어요. 제 말을 믿으세요.

그리고 당신은 저를 만났지요.

'무슨 일이죠?' 당신은 물었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는 거죠?'

'당신은 죽었습니다' 제가 담담하게 말했어요. 이런 건 돌려 말할 이유가 없죠.

'어... 트럭이 미끄러지는 걸 본 것 같긴 한데'

'그랬죠' 제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죽었나요?'

'네. 그렇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마세요. 누구나 결국 죽으니까요'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주변에 당신과 저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지만요. '여긴 어딘가요?' 당신이 물었습니다. '여기가 내세인가요?'

'그런 셈이죠'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신인가요?' 당신이 물었고,

'네 제가 신입니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제 아이랑 아내는...' 당신이 말했습니다.

'그분들이 뭐요?'

'괜찮은가요?'

'이야 이거 좋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방금 죽은 사람이 가족 걱정을 하다니. 좋은 일입니다.'

당신은 놀라서 절 쳐다봤습니다. 사실 당신 눈에 제가 신 같아 보이진 않았을 거에요. 그냥 또 하나의 남자, 혹은 여자? 같았겠지요. 어느 정도 권위 - 예를 들어서 학교 영어 선생님 정도? - 는 있어 보였겠지만요.

'걱정 마세요' 제가 말했습니다. '그들은 괜찮을 거에요. 당신 아이들은 당신을 완벽한 아빠로 기억할 겁니다.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아직 당신에 대해서 나쁜 기억을 쌓을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당신 아내는... 형식적으로 울어야 주겠지만, 속으로는 좋아할 거에요. 사실 그분 잘못은 아니죠. 솔직히 당신들 결혼 생활은 이미 파탄 나고 있었으니까요. 당신한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굉장한 죄책감을 느낄 겁니다'

'오' 당신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나요? 천국이나 지옥 뭐 그런 곳으로 가나요?'

'아닙니다' 제가 말했죠. '당신은 환생하게 됩니다.'

'아하' 당신이 말하길 '그래서 결국 힌두교가 맞는 거였네요'

'모든 종교는 다들 나름대로 맞아요' 제가 대답했죠. '나랑 좀 걸읍시다'

당신은 나와 함께 공허를 걸었습니다. '우리가 근데 어디로 가는 거죠?'

'특별히 목적지는 없어요. 그냥 좀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 모든 게 다 뭐랍니까?' 당신이 물었죠. '환생을 한다 치고, 어차피 지금 기억은 다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럼 환생을 해봤자 전생은 아무 의미가 없잖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제가 대답했죠. '당신은 모든 전생의 기억과 경험을 다 가지고 있어요. 다만 지금 당장 기억이 나지 않는 것뿐이죠.'

나는 걷기를 멈추고 당신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굉장하고, 아름답고, 거대합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진정한 당신의 아주 작은 파편밖에 담을 수가 없어요. 비유하자면 뭐랄까, 컵 속에 담겨있는 물이 따뜻한지 차가운지 알아보려고 손가락을 넣어보는 정도에 불과한 겁니다. 컵 속에 당신의 아주 일부만 넣어보고, 그걸 꺼낼 때 즈음에는 당신 손가락을 통해서 경험을 얻는 거죠.'

'당신은 지난 48년을 인간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당신의 거대한 의식을 아직 느끼지 못하는 거죠. 여기에 오래 머무르면 결국은 다 기억이 날 겁니다. 하지만 환생 사이사이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제가 그럼 그동안 얼마나 환생한 건가요?'

'오, 많이요. 아주 많이요. 그동안 매우 다양한 삶을 살아왔지요.' 제가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기원후 540년의 중국 소작농 여자로 태어나게 될 겁니다.'

'으음? 뭐요?' 당신이 더듬거렸습니다. '저를 과거로 보낸다고요?'

'어, 뭐 기술적으로는 그런 셈이죠. 짐작하시겠지만, 시간이라는 것은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에나 있는 거예요. 제가 온 세계는 좀 다르죠'

'당신이 어디서 왔는데요?' 당신이 물었습니다.

'아, 네' 제가 설명했죠. '어디선가 왔어요. 여기가 아닌 어디선가. 그리고 그곳에는 저 같은 존재가 많아요. 물론 그 세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다는 것은 이해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설명해드려도 알아듣지 못할 겁니다.

'아...' 당신이 조금 실망했지요. '그래도 잠깐 기다려보세요. 제가 여기저기 환생한다 치고, 그럼 제가 다른 저를 만난 적도 있겠네요?'

'물론이죠. 늘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당신들은 자기 자신만을 사는 거기 때문에 그런 만남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이걸 왜 하는 거죠?'

'진지하게 묻는 거에요?' 제가 반문했습니다. '진짜로요? 삶의 의미가 뭐냐고 저한테 묻는 거에요? 솔직히 좀 뻔한 질문 아닌가요?'

'제 생각에는 물어볼 만한 것 같은데요' 당신이 우기더군요.

전 당신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죠. '삶의 의미라... 제가 이 세상을 만든 이유는, 당신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예요'

'인류요? 인류의 성장을 위해서요?'

'아뇨. 당신이요. 이 우주는 그냥 당신 한 명을 위한 거에요. 모든 환생을 거치면서 당신이 점점 자라고 성숙해지고 점점 위대한 존재가 되게 하려고요'

'저만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요?'

'다른 사람 같은 것은 없어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이 우주에는 저랑 당신밖에 없어요'

당신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죠 '하지만 지구의 그 수많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전부 당신이에요. 당신의 다른 환생들이죠.'

'잠깐만요. 제가 그들 모두라고요?'

'이제야 말귀가 통하네요' 제가 당신 등을 두드려주며 이야기했죠.

'제가 그동안 살았던 모든 인간이라고요?'

'네 맞아요. 그리고 앞으로 살 모든 인간이기도 하죠.'

'그럼 제가 에이브러햄 링컨이기도 한가요?'

'그리고 링컨을 죽인 암살자이기도 하지요' 제가 덧붙였습니다.

'제가 히틀러이기도 하고요?' 당신이 경악하며 말했죠.

'그리고 히틀러에게 죽은 수백만이기도 합니다'

'예수도요?'

'네. 예수를 따른 수많은 사람들이기도 하지요'

당신은 잠시 침묵하더군요.

'당신이 누군가를 희생시킬 때마다' 제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희생시킨 겁니다. 당신이 베푼 모든 친절은, 당신 자신에게 베푼 거지요. 모든 인간이 느꼈던 모든 행복과 슬픔의 순간들은, 당신이 느꼈거나 앞으로 느낄 것들입니다'

당신은 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왜죠?' 당신이 결국 묻더군요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죠?'

'왜냐하면, 언젠가는, 당신은 저같이 될 거거든요. 그게 당신이에요. 당신은 저와 같은 존재입니다. 당신은 제 자식이에요'

'우와' 당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죠. '제가 신이라는 뜻인가요?'

'아뇨. 아직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직 태아 같은 거에요. 아직 자라는 중이죠. 당신이 모든 인간의 삶을 경험하고 나면, 당신은 비로소 태어날 준비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알고 있는 세계란 것은..... 결국....'

'알(The Egg) 이죠' 제가 대답했습니다. '자 이게 다음 생을 살 시간이에요'

그리고 저는 당신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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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jyess
16/03/08 01:57
수정 아이콘
좋네요 흐.. 톨스토이 단편 중에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게 있었던거 같네요
16/03/08 01:59
수정 아이콘
무한대로 복제된 자기 자신과의 반복된 삶을 사는 세상을 통해 성장한다..
알파고가 또 다른 알파고와 대국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과 유사하게 보이네요.
알파고 기계가 몸뚱이고 수 많은 알파고들이 자아이고, 구글 개발진이 바로 저 신이고..
잘 봤습니다~
마스터충달
16/03/08 02:00
수정 아이콘
이거 저는 예전에 구자형님이 녹음하신걸로 처음 접했습니다.
종교적인 글 같지만 결국 SF적 감성이 넘치는 그런 글이에요.
정말 좋은 글입니다.
12회차 글쓰기 이벤트OrBef
16/03/08 03:05
수정 아이콘
아하 그렇군요. 그러고보니 요즘 구자형님 자주 안 오시네요.....

이 글은 진짜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마스터충달
16/03/08 03:05
수정 아이콘
추게 간 글 댓글보니깐 겨울동안 보드 열심히 타셨다고 흐흐 곧 오신답니다.
은빛사막
16/03/08 08:32
수정 아이콘
테드 창도 그렇고, 앤디 위어도 그렇고
공학도 출신인 사람들이 따로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글을 참 잘쓰는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공학 지식을 기반으로한 상상력은 여전하고....
좋은 번역글 잘 봤습니다.
짧지만 재밌었어요.
제이쓴
16/03/08 09:04
수정 아이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게 번역 감사합니다.
세계가 알(The Egg)이라는 말은 데미안을 떠올리게 되네요.
스푼 카스텔
16/03/08 09: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소개와 번역 감사합니다~ 너무 재밌어서 원문으로 다시봤어요.
Igor.G.Ne
16/03/08 12:21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PmI2JQyv6EQ
영상버전도 있더군요
세인트
16/03/08 14:38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삶은 계란이지요?
테임즈
16/03/08 21:56
수정 아이콘
어우 좋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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