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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08 13:15:48
Name Neandertal
Subject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뱀 - 구렁이...

독사의 포스지만 독사가 아니여...구렁이여...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뱀이라면 바로 구렁이를 들 수 있습니다.
피지알 회원님들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는 속담은 들어봤어도 “까치살무사 담 넘어가듯 한다”거나 “유혈목이 담 넘어가듯 한다”는 속담은 들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그 만큼 우리의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우리와 함께 했던 뱀이 바로 구렁이였지요. 예전에는 집 주변에서 또는 담벼락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놈들이 바로 구렁이들이었습니다.


황구렁이...

또 구렁이는 전래되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으로도 많이 등장하곤 하는데요. 회원님들도 들어보셨을 이야기...

즉, 어떤 나그네가 과거를 보기 위해서 한양으로 가다가 뱀에게 잡혀먹을 뻔한 꿩을 구해주었는데 밤에 묵을 곳을 찾던 중 인가가 보여서 들어가 하루 밤 재워줄 것을 청하니 어여쁜 여인네가 오케이 해서 방에서 한 잠 때리는 데 가슴이 답답하여 눈을 떠보니 커다란 뱀이 자기 몸을 칭칭 감고서는 “오늘 낮에 니가 죽인 게 내 서방님이다...이 xxx야. 니도 함 죽어서 염라대왕님하고 일대일 심층면접이나 해라...” 이러니까 나그네가 “헤이, 웨이러미닛! 캄 다운! 아, 전 몰랐어요...알았으면 안 그랬지...한 번만 용서해 주심 안 될까?” 이렇게 애원을 하니 뱀이 “그럼 이 근처에 절이 있는데 그 절에 있는 종이 지금 울려서 죽은 내 남편의 원혼을 달래주면 살려줄게”이러니까 나그네가 속으로 “씨바, 이 시간에 어케 종이 울려...그냥 잡아먹어라 시키야” 이러려던 참에 기적처럼 종이 울리고 나그네는 살아나는데 아침에 가보니 종 밑에 꿩이 머리가 깨진 채 죽어있더라는...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뱀도 킹코브라나 러셀살무사, 방울뱀이 아닌 바로 구렁이이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전래동화 속에서 마을에다가 매년 처녀를 바치라고 안 그러면 좋은 꼴 못볼거라고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는 놈들이 있으면 그 넘들은 거진 다 구렁이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구렁이가 항상 악역만 맡았던 것은 아니고 예로부터 구렁이는 민간에서는 집을 지켜주거나 재물을 담당하는 재물신으로 여겨졌으며 신성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구렁이가 나가버리면 그 집은 곧 망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설령 처마를 타고 다니는 구렁이를 목격하더라도 잡지 않고 그냥 지나가게 나뒀다고 하지요. 실제로 구렁이는 초가집이 대부분 이였던 시절에는 사람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곡식을 탐하는 쥐나 참새를 주로 잡아먹었기에 분명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이 없어서 설사 물리더라도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 이 이상 더 좋을 수가 없었지요...


독 없는 거 다 알아 시키야...

구렁이는 몸길이가 최대 2미터까지 자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뱀 종류이고 독은 없지만 먹이를 칭칭 감아서 질식사 시켜서 잡아먹으며 몸집이 큰 놈인 경우 위협을 느끼면 몸을 S자 형태로 곧추세워서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주로 4월에서 11월까지 활동하고 5~6월에 짝짓기를 하는데 알은 보통 12개에서 25개까지 낳고 갓 부화한 새끼도 약 40센티미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구렁이는 특히 쥐 사냥의 명수로 쥐를 발견하면 조용하게 뒤따라가다가 순식간에 덥쳐서 몸통으로 조여 질식사 시키고 느긋하게 식사를 즐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듯 친숙하게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던 구렁이도 이제는 개발의 광풍에 밀려 시골에서도 웬만해서는 보기 힘들게 되었다고 하니 인간과 동물이 사이좋게 공존해 왔던 흔치않은 사례인 인간과 구렁이와의 관계도 결국은 구렁이 측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에 의해 그 균형이 깨져버리고 이제 옛 이야기 속의 추억으로만 남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인간들이 이러한 것을 의도하고 한 일들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비록 이제는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렸지만 구렁이들이 어디에서든 꿋꿋하게 당찬 삶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기를 빌어봅니다...(막상 직접 보면 그닥 반가울 것 같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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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쭈아유
13/09/08 13:18
수정 아이콘
예... 예쁜 사랑하시길....
감모여재
13/09/08 13:19
수정 아이콘
구렁이 긔여워요
13/09/08 13:21
수정 아이콘
어릴적 시골에서 무화과나무 아래에서의 그 존재감이란..
13/09/08 13:22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그 뱀 입장에서는 진짜 원통하겠네요. 서방의 원수(생각해보면 서방뱀도 딱히 죄지은 것도 아니고 그냥 먹이 먹으려던 건데 뜬금없이 쥬금 ㅠㅠ) 갚으려다가 나그네가 사정사정하니 크크 그럼 이번 2014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우승하면 살려주지? 라는 느낌으로 농담을 해봤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구국의영웅오세훈
13/09/08 13:28
수정 아이콘
귀렁이 귀엽긔
율곡이이
13/09/08 13:47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정말 비효율적인...까치 한마리 살렸다가....구렁이 하나 죽고, 종 치기위해 까치가 떼로 죽어버린.....
레지엔
13/09/08 14:01
수정 아이콘
문제는 뱀 공포증인 저로서는 흙바닥을 죄다 콘크리트로 덮어서 뱀이 못 살도록 하는걸 강력히 지지한다는 거죠(..) 뱀 무서워서 동남아도 못갑니다...
13/09/08 14:18
수정 아이콘
구렁이 기여어
종이사진
13/09/08 14:35
수정 아이콘
구렁이 천연기념물이에요.

딱히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도 않고, 보호해야할 동물입니다.
13/09/08 14:49
수정 아이콘
뱀하고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어요.(외관상이라든지)
뭔가 보기보다 착한(?)이미지 같기는 한데...하하;;
로즈헤어
13/09/08 15:50
수정 아이콘
구렁이라는 게 크고 아름답고 굵은 뱀을 말하는 건데
한국의 구렁이는 랫스네이크에 속하는 중대형(?) 크기의 독이 없는 뱀입니다. Python이나 boa 등 대형종에 비하면 작지만 한국에선 가장 큰 종이거든요.
13/09/08 15:54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
13/09/08 14:58
수정 아이콘
구렁이하면 소설 장마의 이미지가 자꾸 생각나요.
영적인 존재로 느껴졌나 봅니다.
홍승식
13/09/08 15:42
수정 아이콘
독이 없어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알겠는데, 물려도 안아프다는 것은 신기하네요.
이빨이 없나요?
Neandertal
13/09/08 17:58
수정 아이콘
구렁이도 이빨이 있다고 합니다...다만 독니가 없을 뿐...
王天君
13/09/08 16:02
수정 아이콘
으읭!!! 귀여워!! 저도 소설 장마의 구렁이가 자꾸 생각나는군요
좋습니다
13/09/08 17:13
수정 아이콘
전례동화에서 악역으로 많이 나오는거 보고 독은 없지만 물리면 세균에 감염되서 죽는다 던가 목졸라 해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물려도 안아프나요?? 개미한테 물려도 아픈데...
Neandertal
13/09/08 17:49
수정 아이콘
물려도 안 아픈 부분은 확실치가 않아서 일단 삭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물려 본 적도 없어서요...^^
그래도아직은태연
13/09/08 18:29
수정 아이콘
구렁이 기여어 크크
천진희
13/09/08 19:32
수정 아이콘
뱀 너무너무 좋아요. 물론 다큐멘터리로 보는 것만요. 크크크.
13/09/08 22:31
수정 아이콘
어릴때 친척 시골집 아궁이 옆에서 누워있던 그 포스 아직도 잊지 못해요.
치토스
13/09/09 01:12
수정 아이콘
뱀 자체가 비쥬얼이 혐오스러워서 그렇지 구렁이는 어렸을때 시골에서도 많이 봐서 그런지 왠지 어감자체가 친숙해요.
그래도 바로 옆에 있으면 ..... 싫을것 같네요-_-;; (저는 지렁이도 징그러워요)
wish buRn
13/09/09 11:29
수정 아이콘
4주전 동네에서 봤네요 크크
별헤는밤
13/09/09 13:59
수정 아이콘
괜스레 책상밑에 있는 다리가 으슬으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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