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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3 15:02:34
Name 대한민국질럿
Subject 흰눈
원문:http://hopeless91.egloos.com/30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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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말이야.

사람머리에 두개달린 눈 말고,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눈.

왠지모르게 내리길 기다려지고, 또 괜히 내리길 기대하게되는 바로 그 눈.

티비나 영화같은 데서 새하얗게 그득 쌓인 탁트인 곳을 보면, 정말 내 기분도 새하얘지는것만 같고 왠지 뻥 뚫리는것 같고.. 그런 느낌을 주는 바로 그 눈 말이야.






눈이 내리는 밤길을 걸어본 기억은 다들 한번쯤 있을거야.

어두운 밤에 새하얀 눈이 내리면, 가로등과 네온사인 불빛을 반사시키며 반짝반짝 빛이 나지.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 그런데 있잖아, 그렇게 새하얗고 반짝거리는 눈에 취해 걷다 걷다 집에 돌아와서 신발 밑창을 보면, 그 아름답던 눈은 온데간데 없고 웬 진탕밭을 지나온 것만 같이 더러워지고 축축해져서, 발가락이 시리고 젖어서 기분나쁜 느낌밖에 안들게 돼. 참 이상하지? 내가 지나온 길은 정말 반짝거리고 그림같던 눈길인데 내신발은 왜 이모양이 되었을까. 세상사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야. 그지?

그리고 있잖아, 눈 내린 다음날의 거리는 정말 가관이야. 어저께 내 신발 밑창에 들러붙었던 바로 그 더럽고 축축한것들이 온통 거리에 쫙 깔려있어. 또 눈내린 다음날이 흐리지? 그럼 그것들이 다 꽝꽝 얼어버려서 길걷는것 조차 힘들게 돼. 물론 안얼어있어도 거리는 온통 진창이 되어버려서 길걷기 불편한건 마찬가지고 말이야.

분명히 우리가 기다렸고 기대했고 또 그만큼 새하얗고 반짝거리고 아름답던 눈인데,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더럽고 축축하고 기분나쁜것이 되어버렸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넌 혹시 왜그런지 알겠니? 알면 대답 좀 해주라.















분명히 우리는 서로를 기다렸었고 기대했었고 또 우리의 만남은 그 기다림과 기대만큼 새하얗고 반짝거리고 아름다웠는데..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난 잘 모르겟어.. 넌혹시 왜그런지 아니? 알면 좀 가르쳐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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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가루인형
12/12/03 15: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글을 보니 갑자기 생각나서 패닉의 '눈 녹듯' 가사 올려봅니다.



그 밤 눈이 펑펑 왔지 빛의 조각들처럼
골목 가로등 아래 반짝이는 눈 속에
나는 두 손 모아 빌었지

그리 아름답던 그 눈이 모두 녹을 줄이야
구두 위에 어지럽게 묻어 있는
얼룩이 하나 남은 흔적일 줄이야

난 밤이 새도록 너의 집 앞에
사랑한다고 돌아오라고 글씨를 썼지만
해는 높이 떠오르고 나의 맘은 녹아 내리고
가는 자전거 바퀴에 흩어졌던 걸

그리 아름답던 그 눈이 모두 녹아버린 날
우리 함께 한 일도 마치 없던 것처럼
작은 물방울 되어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지
그저 수줍은 내 고백은 눈물로
누군가의 발에 밟혀 흙탕물로 그리고
어제와 똑같이 뒤 덮혔지 사람들로
저 많은 사람들 중에 내 마음과
같은 사람 아마 있겠지
그 사람 역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흔적 찾아 방황하고 있겠지

난 밤이 새도록 너의 집 앞에
널 사랑한다고 내게 다시 돌아오라고
내 맘 가득 담아 흔적을 남겼지만
해는 높이 떠오르고 나의 맘은 녹아 내리고
가는 자전거 바퀴에 흩어졌던걸

그리 아름답던 그 눈이 모두 녹아버린 날
우리 함께 한 일도 마치 없던 것처럼
작은 물방울 되어

내겐 마지막 몸부림과 같았던
어느 눈 오던 날
대한민국질럿
12/12/03 15:26
수정 아이콘
이런 노래도 있었군요..

짓이겨져 까맣게 변해버린 눈. 꽤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런생각을 해봤던 사람이 없다는게 더 이상한 일이었군요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크크크
Practice
12/12/03 16:58
수정 아이콘
눈이 나쁜 것인 이유는 눈삽 하나만으로 영내를 전부 퍼내야 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쓰레기이기 때문이지요...
12/12/03 20:08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12/12/03 22:20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오늘 첫눈이 내렸네요. 눈은 참 겨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듯 합니다. 물론 누군가에겐 하얀 쓰레기일수도..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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