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1/31 18:40:14
Name 로렌스
Subject 히키코모리의 변명


나는 대학생이다. '가난한' 대학생이다.
놀러 나갈돈도 없다. 그래서 보통 집에서 서식한다.
지난 2주간 친구들에게 밥, 커피 등을 얻어먹은 약 5회의 외출과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3번의 외출을 제외하면
대개 집안에서 시간을 가졌다.


오늘 새벽 4시쯤, 지은양이 '잠에서 깬건지 아직 잠이 덜 든건지 당장 내일인지 오늘인지 모른다던' 그 시간에 불현듯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30분쯤 뒤척였으나 도저히 잠에 들지 못하여 잠시 마실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종종 마실나갈때마다 한강, 남산등의 코스로 돌지만 '남자는 개척 정신, 콜롬버스' 의 마음으로
새로운 마실 코스를 개척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생소한 길을 향해 걷고 걷고 또 걸었다.


'토요미스테리극장'을 보며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던 어린 시절에는 어둠이 정말 무서웠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어둠이 무섭다. 도시괴담을 읽고 난 후로 어두운 밤 나타나는 사람이 정말 무섭다.
갑자기 나타나 해코지 할것 같고 인신 매매 할것 같고 하여 이래 저래 무섭다.
물론 도시괴담에 속하는 경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쯤 키크고 무섭게 생긴 형이 갑자기 나타나
잠시 따라와 보라더니 돈을 빌려달랜다. 차용증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했다.
앞으로 '돈 빌려줄때는 차용증 반드시 써야겠다.' 큰 교훈을 얻었다.


어쨋든 신체 건강한 남자인 이상 그깟 도시괴담 때문에 모험을 포기할수는 없는법, 계속해서 생소한 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고 칠흑같이 어두운곳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리고 난 불이 켜진 '트럭' 한대를 발견했다.
도시괴담중에는 트럭과 관련된것이 참 많다. 저런 장소에 불이 켜진 트럭, 무섭다기 보다는 단지 내 신체의
조금이라도 상해를 입을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난 내 신체를 너무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무사히 집에 도착하였다. 온갖 위험으로부터 몸을 온전히 지킨것이 너무 나도 뿌듯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눈이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좋아요.' 한번 찍어주고 눈구경 나왔다.
내 인생을 통틀어 눈을 증오했던 시기는 약 2년간 국가의 녹을 먹던 시기에 잠시였을뿐 그 이전과 이후로
눈은 정말 낭만적이고 사랑스럽다.


집밖을 나서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쌓이기도 많이 쌓였다.
'우와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금만 걸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한강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비록 몸은 춥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려는데 넘어졌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겠다.' 생각하며 조심히
걷는데 또 넘어졌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한번 더 넘어졌다.


앞서 말했다 싶이 난 내 신체를 매우 사랑한다. 그래서 집에 돌아왔다. 눈도 낭만적이고 아름답지만
내 PC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PC속에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Adult Video가 아니라 '그 외 잡다한것들'이 많이 있다.
집안은 몸도 따뜻하고 PC를 보니 마음도 따뜻하고 참 좋다.


면허는 있는데 차가 없다. 운전하는법 잊었지만 면허는 있다. 면허가 있으니 차만 있다면
드라이브 다녀올텐데 차가 없다. 그래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겨울이라 일찍 어두워진다. 마실 나가려해도 어둡고 흉흉한 세상이 방해한다.
미끄러운 길도 방해한다. 그래서 지금 난 집안에 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1/31 20:3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이글에만 댓글이 없네요:D
12/01/31 20:36
수정 아이콘
왠지 심하게 공감되네요
12/01/31 21:53
수정 아이콘
2주에 8번이면 많이 나가신겁니다....
13롯데우승
12/01/31 22:28
수정 아이콘
2주에 8번이면 히키코모리도 아니고 오히려 엄청 활동적인 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12/01/31 22:34
수정 아이콘
방학 때 2주에 8번이면 활동량 상위 10%에 속하실지도(....)
알테어
12/01/31 22:55
수정 아이콘
공부 하시길 추천합니다. 대학생때 공부 가장 많이 해야 합니다.
스나이퍼nz
12/02/01 05:03
수정 아이콘
2주에 8번이 히키코모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17 책 소개 : 빨대사회 [14] 맥스훼인3103 24/03/09 3103 6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15078 6
101114 드래곤볼의 시대를 살다 [10] 빵pro점쟁이2858 24/03/09 2858 22
101113 <패스트 라이브즈> - 교차하는 삶의 궤적, 우리의 '패스트 라이브즈' [16] aDayInTheLife2349 24/03/09 2349 4
101112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5543 24/03/09 5543 9
101111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9530 24/03/08 9530 0
101109 요 며칠간 쏟아진 국힘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 및 기타 등.. [121] 아롱이다롱이9181 24/03/08 9181 0
101108 역사교과서 손대나... 검정결과 발표, 총선 뒤로 돌연 연기 [23] 매번같은5441 24/03/08 5441 0
101107 개혁신당 이스포츠 토토 추진 공약 [26] 종말메이커4558 24/03/08 4558 0
101106 이코노미스트 glass ceiling index 부동의 꼴찌는? [53] 휵스5179 24/03/08 5179 2
101105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 [22] 及時雨6821 24/03/08 6821 14
101103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201] 及時雨9685 24/03/08 9685 9
101102 [정정] 박성재 법무장관 "이종섭, 공적 업무 감안해 출금 해제 논의" [125] 철판닭갈비7801 24/03/08 7801 0
101100 비트코인 - 집단적 공익과 개인적 이익이 충돌한다면? [13] lexial3094 24/03/08 3094 2
101099 의협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라고 지시한 내부 폭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52] 체크카드9707 24/03/08 9707 0
101098 [내일은 금요일]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진다.(자작글) [5] 판을흔들어라1588 24/03/07 1588 3
101097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연 나의 성향만 대변하는 것일까? [43] 깐부3130 24/03/07 3130 2
101096 의사 이야기 [34] 공기청정기6266 24/03/07 6266 4
101095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4) [8] 계층방정4214 24/03/07 4214 9
101094 대한민국 공공분야의 만악의 근원 - 민원 [167] VictoryFood10233 24/03/07 10233 0
101093 [중앙일보 사설] 기사제목 : 기어이 의사의 굴복을 원한다면.txt [381] 궤변13247 24/03/07 13247 0
101092 의대증원 대신 한국도 미국처럼 의료일원화 해야하지 않을까요? [11] 홍철5115 24/03/07 5115 0
101091 정우택 의원에 돈봉투 건넨 카페 사장 “안 돌려줘… 외압 있었다” 진실공방 [20] 사브리자나4863 24/03/07 486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