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1/12/16 11:47:15
Name PoeticWolf
Subject 화해에 관한 추상적인 힌트
‘성격이 안 맞아서’라는 이혼 사유는, 어디서 들은 바에 의하면, 사실 ‘서로 화해하는 법이 달라서’와 대부분 일맥상통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라가면서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울 기회나 방법은 꽤나 많은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공통의 화를 푸는 법 - 즉, 화해하는 법 - 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책이나 말은 그것보다는 적은 것도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나온 ‘미안합니다.’가 그쪽 방면에선 가장 큰 가르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화해하는 법을 혼자서 터득해갑니다. 어제 Q&A 게시판에도 이런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질문이 하나 떴었죠. 화난 아내에게 어떻게 사과를 하면 되느냐는 ‘귀여운호랑이’님의 귀여운 질문에 ‘위에만 입고 만세삼창’과 같은 원초적인 사과법이 나오는가 하면 ‘버릇이 되니 강하게 나가라’는 의외의 대답을 해주신 PGR 최고의 유부남 살림꾼 선데이그후 님의 허세 짙은 노하우도 등장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말마다 마스크 쓰고 화장실 닦으시는 분의 아이디가 선데이그후라니, 좀 슬프기도 하네요.) 또한 그 게시글에 켈로그김님의 친구처럼 슬며시 묻어가기 질문을 하신 분도 계셨던 걸로 보아, 화해법에 대한 목마름은 쉬이 해갈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노하우를 익히든 결국 화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멋대로 이름을 붙이자면 침묵형과 접근형이죠. 어떤 일이 벌어져 서로 화가 나거나 섭섭한 감정을 느낄 때 상대와 떨어져 스스로 화를 식히면서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스타일이 침묵형(혹은 회피형)이고, 그 반대로 상대와 계속 대화를 해서 합의점을 찾고, ‘자, 이러면 됐지? 화해하자’라고 화해를 공식화하는 스타일을 접근형(혹은 합의형)입니다. 전 제가 침묵형이고 제 아내가 접근형이라 남자 여자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묵하는 여자분과 접근하는 남자분도 꽤 되더군요.

그렇더라도 ‘화해’라는 주제 아래서 침묵형과 접근형의 장단점을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화해란 건 위에도 잠깐 말했지만 ‘공동의 화’를 푸는 것이고, 침묵형이니 접근형이니 하는 건 개인이 자기 화를 담당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침묵형과 접근형의 다양한 조합을 고민하는 것이 더 맞죠. 물론 침묵형보다는 접근형이 아무래도 ‘공동의 화’를 풀 가능성이 더 높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침묵형+접근형, 침묵형+침묵형, 접근형+접근형만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침묵형+침묵형은 화해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기도 하고 굉장히 쉽기도 합니다. 불화의 발단이 된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서로가 서로를 피하게 되다보니 화해의 기회가 줄어듭니다. ‘아, 됐어! 그만 둬!’라고 냅다 소리치고 기다렸다는 듯이 어두운 골목 끝 PC방으로 뛰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고,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 울면서 일기를 쓰거나 동성 친구들과 대화로그를 만드는 아내는(혹은 그 반대) 당연히 다시 만날 때까지 화해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침묵형 인간들은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화를 풀 줄 알기 때문에, 각자의 시간이 끝나고 나서 서로를 대면했을 때 저절로 화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아냐 내가 잘못했어. 으헝헝.’이런 광경은 가볍게 스킵할 때도 많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한쪽이 밥을 준비하고, 다른 한쪽이 설거지를 하고 같이 조용히 빨래 개고, 좋아하는 TV 드라마 붙어서 보고 있게 됩니다. 다만, 각자 화가 풀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미묘한 타이밍 차이가 사건을 크게 키울 수 있게 되고, 서로 이해한답시고 서로의 마음을 ‘짐작’만 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또 다른 오해의 여지를 남기는 화해라는 점에서 건강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파생되는 서로의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싸움을 일부러 거는 경우도 생깁니다.

반대로 접근형+접근형은 피터지게 싸웁니다. 이런 분들 대부분 굉장히 논리적이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한쪽이 지거나 물러서지 않습니다. 달구어진 PGR 게시글 같습니다. 논리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거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실 겁니다. 비둘기 싸우는 거 보신 적 있나요? 한쪽이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싸웁니다. 한쪽이 도망가도 끝까지 쫓아가 부리로 쪼고, 땅바닥에 나뒹굴면 그 위에 밟고 서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쫍니다. 접근형끼리 만나면 한쪽 편의 정신이 바닥에 나뒹굴어야 겨우 끝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게 대단히 나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혼 전 연인 사이에서는 이런 경우 간단히 헤어지면 끝나겠지만 결혼을 한 사람에게 이혼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즉, 어차피 서로가 서로에게 정해진 상황이고 사랑해서 결혼했다면 ‘이기고 지는’ 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결혼의 굴레 안에서 이루어지는 격렬한 대화의 목적은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이며, 서로를 이해하겠다고 하는 건데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데 성공하거나 죽은 정신 위에서 개가를 부르고 기뻐할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죠. 사실 신혼 초반 피터지게 싸우는 부부가 신속하게 가정의 평화를 찾고, 그 평화를 오래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신혼 때 많이 싸워라’라고 조언합니다.

변수가 많기로는 접근형과 침묵형이 만났을 때만한 경우가 없습니다. 한쪽에서는 비둘기처럼 달려들고 다른 한쪽은 나무늘보처럼 어기적 도망갑니다. 비둘기 입장에서는 ‘아니, 내가 이렇게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다가가 주는데, 콧방귀도 안 뀌어?’하면서 기분이 더 나빠지고, 나무늘보 입장에서는 ‘나에게.... 화를 식히고....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혼자.... 할 말만.... 다하다니.... 존중이란... 게... 없구만....’이러면서 폭력의 희생자가 된 기분이 듭니다. 싸우고 깔끔하게 서로 떨어지든가, 더 맞붙어 합의점을 찾으면 될 문제가,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되면서 더 늘어지고 마음은 더 상합니다. 상황이 시간에 따라 악화되면서 비둘기가 빽 소리를 지르거나 인신 공격 발언을 실수로 내뱉게 되면 참던 나무늘보가 갑자기 생전 처음보는 괴물로 변할 때가 있고, 그러면 비둘기는 ‘아,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나 속았구나.’라며 그제서야 자기 홀로 있을 곳을 찾습니다. 쫓기던 자가 쫓고, 쫓던 자가 숨습니다. 이런 감정들과 나쁜 말들을 주고 받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말들과 행동을 하게 되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이 곪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악화죠, 악화. 접근형과 침묵형의 콤보는 사실 극적으로 화해하고 나서 ‘우리는 (이렇게 안 맞는데) 정말 사랑해서 만났나봐.’라는 자위 말고는 얻을 것이 없어 보입니다.

화해법이 달라서 하는 이혼이란 결국 침묵형끼리 만났는데 그 침묵 시간이 굉장히 길어지거나, 접근형끼리 만났는데 도저희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거나, 침묵형과 접근형이 만났는데 서로가 서로를 잡을 수 없을 때 나타납니다.

그러면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할까요. 먼저 자기가 무슨 유형인지 알아야 합니다. 침묵형이라면 제일 먼저 화를 빨리 삭히는 법을 익혀야겠죠. 그래야 상대로부터 떨어진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따갑게 느껴지는 상대의 레이저가 사실은 그다지 공포스러운 것이라거나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배우자가 당신을 해하고 싶어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빈번하지 않습니다. 접근형의 경우는 입보다 귀를 더 크게 벌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화해를 위한 합의점을 더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의외로 상대 논리에 따라가 준다고 세상이 뒤바뀌거나 종말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상대의 유형을 파악하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침묵형이라고 침묵형만 골라 사귀어야지,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면 침묵형인 척, 접근형인 척 얼마든지 가장할 수 있고, 사실 결혼 전에는 싸움에 대처하는 자기의 본색을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10년 연애 했어도 결혼하니 내가 모르는 모습이 있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겠죠?

금슬 좋기로 서울 시내 둘째가라면 서러운 저희 부부, 어제 오랜만에 싸웠습니다. 아내가 자기의 서운한 마음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냥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이 끝나고 ‘어.’라고만 했습니다. 아내는 대답에 성의가 없다고 화를 내고, 전 화를 낸다고 또 화를 냈습니다. 아내는 냉장고에서 와인을 찾고, 저는 LOL을 켰습니다. 각자 방으로 갔다가 잠시 후 아내가 다시 나오고, 저는 와인 때문에 눈에서 총명이 사라지고 있는 아내를 보고 농담을 걸었습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 무슨 농담이냐며 아내는 다시 방으로 화를 내고 들어가고, 저는 네이버 뉴스를 켰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조목조목 말하는 것이 ‘내 마음은 이렇다, 널 이해하고 싶은데, 너 마음은 어떻냐?’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었죠. 이 사안에 대해 화해를 하고 싶고, 앞으로 더 싸우기 싫으니 합의점을 지금 찾자, 라는 제스처였습니다. 당연히 이야기가 끝나고 아내는 제 입장의 이야기를 바랐죠. 하지만 저는 일단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혼자 생각을 하면서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데, 아내 말 듣느라 상황 이해가 전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생각대로 흘러가고, 아내 말은 아내 말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내 말이 멈췄을 때 ‘어.’라고밖에 말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로서는 화해의 제스처를 제가 뿌리친 것이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고, 저는 저대로 제 생각에 빠져 들은 이야기가 없으니 할 말이 없었지요.

아내가 방에 들어가고 혼자가 되어서야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아, 아내가 이래서 화가 났을 수도 있겠구나,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흥분된 마음이 가라 앉습니다. 그동안 방에 혼자 있던 아내는 자기가 접근했는데도 뿌리치고 지금 방에 들어와 앉아 있는데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남편이란 작자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자기가 이것 밖에 되지 않는 존재인가, 자존심이 더 상합니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마음은 비참해집니다. 안 되겠어서 다시 나왔더니 놈이 상황 파악 못하고 농을 던집니다. 얄미워서 면상을 날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갈을 하고 들어갑니다. 남편은 아직도 마루에서 컴질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농담을 했는데도 화로 맞받아친 아내가 원망스럽습니다. 그렇게 감정은 돌고 돕니다.

즐겁지 못한 일을 예로 든 건, 침묵형과 접근형이 거치는 생각의 과정을 묘사하기 위함이었고, 저희는 유야무야 화해 비슷한 걸 하기는 했습니다. 화해의 실마리는 저런 생각의 과정을 싸우는 와중에 파악하는 데서부터 나오는 듯 합니다. 싸울 때는 저런 상대의 생각과 기분을 희한하게 깨닫지 못하거든요. 화해의 기술은 자기의 유형을 적당히 중간 정도로 바꾸려는 노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내가 아무리 잘나고 옳아도 상대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고 하잖아요. 내 유형이 어느 쪽에 치우쳤는지 파악하고, 반대 성향을 조금 익혀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러려면 더 싸워봐야겠네요.

세 줄 요약은(아,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1. 결혼했으면 끝.
2. 연애 중이라해도 특별한 해결책은 없음.
3. 싸움의 기술은 다름 아닌 매듭짓기.

전 이만 '올빼미'님 추천대로 만세삼창하러...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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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11/12/16 11:52
수정 아이콘
잘 화해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영원한초보
11/12/16 11:55
수정 아이콘
참 좋은 글이네요.
개인적으로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화해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화해는 상대방과 더 좋은 관계가 되기위한 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면 조금 서툴러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법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선데이그후
11/12/16 12:01
수정 아이콘
님 결국... 선배유부들의 길을 밟기로했군요.. 무지 슬프네요. 하시는거 보고 따라할려고 적었는데.. 결국 님도ㅡㅜ (추천한방)
켈로그김
11/12/16 12:28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아니, 술이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부부싸움했던 제 친구도 어제 화해했다고 하더군요.
(말이 부부싸움이지 일방적 학살...;)
친절하게 답변 달아주신 선데이그후님, 뮤게님, 불판 깔아주신 귀여운호랑이님께 감사합...하다는 말씀 전해달라고 합니다.

저는 안그런데, 제 친구는 자주 혼나더라고요.
이 글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겠습니다.
11/12/16 12:29
수정 아이콘
내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입니다.
저는 철저히 침묵형, 예비 신부는 철저히 접근형이네요..ㅠㅠ
자주 싸우는 편은 아닌데 싸울때면 저한테 늘 말없어서 답답하다고
더 화난다고 하네요. 전 딱히 그상황에서 더 싸울것 같아 말을 아끼는건데..
결국은 모두 제가 미안해 미안해 하면서 끝나네요 ㅡ-ㅡ

글을 읽다보니 너무 공감가서 댓글 답니다. 접근형 여자와 침묵형 남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흑흑
포도씨
11/12/16 12:31
수정 아이콘
전 일단 싸움을 안하는...크흠...

화해는 더 잘못한쪽에서 신청하는거다라고 철썩같이 믿는 저로써는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정말로 '냉정하게' 따져봅니다. 제 3자의 입장은 물론이고 여자의 입장에서 까지요.
아무래도 제가 한성깔하는지라 더 잘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화해 신청쪽이 되면 수단과 방법 안가립니다. '올빼미'님 추천이상의 것이라도...

반대쪽이라면 말안해요. 신혼때는 이걸로 마눌님께서 상처좀 받았다고 하던데 지금은 적응되서 굽히고 들어옵니다.
그러면 다시한번 잘못을 일깨워주고 쿨하게(아, 이건 쿨이 아닌가?)받아들여주죠.
11/12/16 12:34
수정 아이콘
일단 화해하셨다니 다행입니다(2). 선배님께 제가 감히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느냐만은, 한 바탕 써보겠습니다.
음. 개똥도 먹어본 놈이 잘 안다고도 하고 시작보다는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고도 하지요.


다르기 때문에 부닥칠 수 밖에 없지요. 충돌 자체는 이미 진즉에 야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작이 결정되어있다면, 그 충돌을 얼마나 건강하게 마무리짓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싸움(제가 생각하기엔 싸움이라기보단 다툼이나 분쟁, 어긋남 정도로 생각해보는건 어떨까 싶습니다)은 가능하면 많이 해보아야겠지요.
다른 서로가 만나 서로의 다른 점을 알맞게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톱니바퀴가 되는 것.
미처 해보진 못했으나(?), 저는 그런게 결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많이 부닥쳐야하고, 상대의 어떤 부분은 모나있기에 내가 홈이 패여야하고,
상대의 홈 난 부분을 메꿀만한 나의 모난 점은 무엇일지 알고 모나지고......홈을 파고, 모나지고, 홈을 파고, 모나지고..
그럴려면 아무래도 가능한만큼 부닥치고 부닥치며 서로가 서로를 알아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흐흐. 여담인데 이렇게 좋은 글을 매일같이 쓰시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능력자는 제가 아닌 PoeticWolf님인 듯 싶네요.
11/12/16 12:51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 혹은 와이프가 아니더라도 '여성'과 싸움? 어긋남? 말다툼? 아무튼 이건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매일 이런 글 쓰시는 능력이 부럽습니다~!!
11/12/16 12:52
수정 아이콘
오늘 마저 화해(..)하시면 좋은 손님이 오실거에요!
一切唯心造
11/12/16 13:0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도 읽혀야겠네요.

제가 접근형이고 여자친구는 침묵형입니다.
제가 접근형이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는게 그래도 쉬이 입이 떨어지더군요.
누가 잘못을 했건간에 제가 포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미안하다는 말을 참 안하는 것 같아요. -_-
별로네
11/12/16 13:02
수정 아이콘
저는 극도의 침묵형, 아내는 열혈 접근형입니다.
전투를 위한 퀘스트가 뜨더라도 피튀기는 공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성질도 급한편이면서 게다가 논리력까지 갖춘(머리속에서는 제가 좀 더 논리적인거 같은데, 입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전사 스타일이라서 한번씩 광전사로 돌변하면 숨쉴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또 흡성대법을 10성까지 연마한터라,,,, 어지간한 크리가 터지지 않는한은 모두 왼쪽귀로 흡수 뇌에서 소화 오른쪽귀로 날려보냅니다. 흘려듣는다는 것은 아니예요. 충격만 흡수하면서 내용은 나름 정리를 하는거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광전사 모드가 풀리면 아내는 일단 진정이 됩니다.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다 풀고요.... 공격하면서 순간순간 대응을 바라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그러면, 이제 제 몸에 흘러넘치는 아내로부터 흡수한 기를 일시에 터뜨리면서 주변 10장을 초토화... 는 아니고 아주 간단하고 부드럽게 천천히 짧게 제 생각을 말하곤 합니다. 이쯤되면 이미 전투 퀘스트는 종료된 상황이지요.

아내가 항상 궁금해하는게, 집에서도 그렇고 아마도 직장에서도 그럴꺼 같다면서 어찌 살면서 이런저런 열받고 스트레스 받을일이 많을텐데 화를 안 터뜨리냐는 거예요. 전 그러면 항상 컴터속에서 살인귀가 되어 피를 보며, 레전드 파일럿이 되어 수백대의 적기를 떨어뜨리며 스트레스를 모두 해소한다고 웃어주죠.
사실 저도 좀 신기합니다. 보통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쌓이고 하면 속이 터질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전 어지간하면 쌓이기 전에 조금 시간이 지났다 싶은것들은 까먹어 버리거든요..... 머리가 나빠서 그런가... -_-;;;
11/12/16 13:13
수정 아이콘
주말에 빨래하고 설걷이하고 변기청소하는 유부들과 다르다고 자부하는 자칭 간큰남자(-_-) 유부13년차라 댓글을 달기가 싫었습니다만
비둘기와 나무늘보의 비유는 참 와닫는군요.

저의 경우는 접근형과 침묵형, 인파이터와 아웃복서라기 보다는 cycle time의 차이가 큽니다. 와이프는 양은냄비, 전 가마솥이라.
와이프는 빨리 끓고 빨리 식지만 전 좀처럼 끓지 않지만 한번 끓으면 오래오래 갑니다. 와이프가 팔팔끓었다가 식어갈 때쯤 접근전을 시도하는데 전 아직 끓어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비유로 드신 괴물로 변해가는 나무늘보 단계이니 비둘기의 화해의 제스쳐가 마뜩지 않을수밖에요.
그래서 전 화를 빨리 식히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초기에 잽을 많이 날리는 편입니다. 자꾸 접근전을 하게 되면 괴물나무늘보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게 될테니, 가능한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와이프가 빨리 식기를 바라는거죠. 대부분 성공적으로 막는 편이지만 일년에 한두번은 괴물모드로 되는 것 같습니다. -_- 다행이라면 괴물나무늘보로 변해도 흉폭해지지는 않아서 시간만 충분히 주면 다시 차분한 나무늘보로 돌아온다는 건데, 쿨링타임이 길어서-_- 비둘기가 괴롭죠. 와이프는 속으로는 저런 속좁은* 하면서도 2~3일만 지나면 어쩔수없이 화해의 재스쳐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답답해서 못살겠거든요. 결국은 대부분 제가 이깁니다. ^^

문제는 밤에는...(자체검열)
11/12/16 14:48
수정 아이콘
싸우면 LOL을 할수 있는거군요.....
집에서 게임을 해본게.....언제더라......4년전인가....싸움을 걸어야하나...
11/12/16 15:28
수정 아이콘
PoeticWolf 님 글인줄 알았으면 좀 읽어보고 댓글러쉬를 할 걸 그랬어요.
주로 글 올리시는 유부남들은 대개 딸자랑하기 바쁜지라 이런 글 보고 있으면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
Love&Hate
11/12/16 17:00
수정 아이콘
일단 화해할 상대가 있는지 먼저 물어보는게 예......................
11/12/16 17:12
수정 아이콘
금연을 도전 할때 결국 실패에 이르는 이유는 금단증상이 아니라 '이유없음'이라지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이 고생을 할 바에 주위사람 피해 안가도록 조심히 피우면서 운동하고 병원에서 건강 검진 잘하면서 늙어가지..라는 식.
틀린말은 아닐지 모르나 확실히 금연을 실패하는데는 구실이 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제가 다른 이야기일수 있지만
갈등 심화, 미워하다 서로에게 호의는 줄어들고 결국 사과할, 화해할 '이유없음'식의.. 마음이 깃들때가 진정한 위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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