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전달되었던 공지사항들을 모아놓은 게시판입니다.
Date 2002/08/02 03:48:17
Name 항즐이
Subject 아주 긴 이야기. 이곳은 pgr입니다.
pgr에 처음 오신 분들은 대뜸 논쟁의 한 가운데로 들어오시는 것을 자제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제가 쓰는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제 생각이 전달되고, 제 생각의 옳음을 동의받고, 그름을 지적받고, 그 생각들을 받아들이며 반대하며, 제 글에 담겨있는 고민들을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물론, 세상의 게시판 중에는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좀 더 자유롭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편안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pgr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1. pgr은 매니아 사이트이다.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과 게임방송, 게임단, 팬들 .. 모든 스타크래프트 세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지닌 매니아 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pgr은 매니아 사이트이고, 회원 여러분들의 기본적인 "애정"을 높은 수준에서 신뢰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회원여러분들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2. pgr은 정중한 사이트이다.
정중함과 다른 것은 편안함 입니다. 캐주얼 셔츠와 드레스 셔츠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격의 차이, 높낮이는 없습니다.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 일상생활을 이야기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게시판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는 pgr이 "편안함"위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가장 큰 경향중의 하나인 "상호존중의 상실"은 편안함으로부터 옵니다.

편안하게 이야기 하는 동안에, 서로의 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몇번이고 고쳐 생각하고 이해하며, 그 반론을 논리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생략됩니다.

솔직한 것과 직선적인것도 다를지언데, 아예 막무가내로 되받아치는 경우가 빈번해 집니다. 편안한 분위기에 익숙해진 분들은 "깊이 생각하고, 재삼 고려하여 글 하나를 힘들게 쓰는"일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평상시의 글에는 꼭 어려운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그렇구요.

하지만, 서로의 의견이 어긋날때, 모두가 좋아하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할 만한 이야기를 해야 할때는, 쓰는 이도 되받는 이도 몇번이고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축하드립니다"란 말은 사실 조금 무성의하게 건네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런, 실수하셨습니다."와 "당신, 왜 이러지?" 의 차이는 엄청나게 됩니다.

따라서, "편안한" 사이트에서의 논쟁은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이해를 기반으로 한 경우 (예를들면 고등학교 동창회, 같은 학번 커뮤니티)에서나 가능하다고 봅니다.

신속하게 글을 써내려가는 분위기에서는, 논쟁은 결국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것이, 불행하지만, 사실입니다. 고려가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pgr은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매니아분들이 모였기 때문에 단편적인 인기와 승부의 결과를 떠나서, 한 선수의 플레이스타일과 그 효용성, 한 경기의 맥락과 그 안의 전략적 요소들.. 그리고 전체 게임계의 흐름과 문제점 까지 많은 주제들이 토론됩니다.

감히, pgr의 이런 논의들이 스타크래프트 게임계의 발전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논의들은 게임계 현장에서 일하시는 PD님들, 기자님들, 게이머들, 감독님들, 협회 관계자분들께 전달되고 (직접 읽으시거나 전해들으시거나) 그 논의의 결론은 반영되어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pgr은 지금껏, 정중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진정 가치있는 주제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그 "차이" (옳고 그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며 결론을 향해 좁혀가는 발전적인 논의를 많이 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위에 언급한 많은 분들이 그 과정과 결론들을 주목해 주셨고, 이는 우리(pgr회원인 매니아 모든 분들)들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게임계의 발전으로 환원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미덕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pgr이 계속 "정중한 배려"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게시판의 바른 이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제한이 아닌 부탁입니다. 물론, 강압적인 느낌을 받으신다면 죄송할뿐입니다.)

이곳은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열린 공원"과 같은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1. 비통신체와 존대말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다만, 조용한 토론터 입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무를 기대기도하고, 편안히 앉기도 하며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당연히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리고 다수를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존칭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물론, 딱딱한 대화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할수도 있고(유머게시판), 조금 친한 사람들에게 다소 편안한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애교스런 말투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하는 일도 아주 좋은 현상이겠지요. ^^

하지만, 여전히 서로는 타인이기 때문에, 조심해야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처음 본 낯선이가 나의 생김새를 비하하는 말을 듣기 싫은것 처럼, 나 역시 상대의 허물에 집착하거나 상대를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며, 나이나 성별에 의해 차별해서도 안됩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어투가 조금 딱딱할수도 있지만, 저는 이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도 날릴수 있고, 여러분 감사합니다.~ ^^너무좋네요!! 같은 쉽고 기분좋은 표현도 얼마든지 존칭어 속에서 가능하니까요. ^^

서로를 잘 모를때는 "많은 이들이 가장 꺼려함이 적은" 행동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생각입니다.


2. 분위기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새 내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 후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참가자가 불쑥 들어와 "이번 내각 어떻게 생각하시지요?" 라고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참 답답하지요. 여러분 주위에도 꼭 그런 친구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그런지 모르지요. 친구들은 가슴을 칩니다. "넌 어쩌면 매번 뒷북이냐?"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은, 자신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과거에 진지하게 많이 이야기 되었었던가 하는 여부를 확인해 볼 수가 있습니다. 너무 다행스럽지요. 검색이나 과거 글 읽기를 통해서 "분위기"를 알아가는 것은 새로 오시는 분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pgr의 글들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온 시점에서 최소한 과거 1달의 글을 읽어주시고, 1달 정도는 우선 글을 읽으면서 분위기를 알아가시라는 부탁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역량껏" , "벅찰정도로 최대한" 이곳의 원래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애쓰시다보면, 그 안에서 제가 말씀드린 pgr만의 미덕을 꼭 발견하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문을 두드리세요. 내가 도착한 곳은 이런곳이라는 충분한 짐작을 가지게된 당신은 꼭 환영받으실 겁니다. ^^

3. 자신만의 이야기는 어디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법입니다.

분위기 파악도 잘 했고, 어투도 참 공손하지만, 특별히 다른이들에게 전할 내용도 없고, 기분좋은 대답이 나올만할것이 없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떠드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도 약간 그런 수다쟁이입니다만-0-) 참 난감합니다. 그 친구의 사람좋은 말투 앞에서 뭐라고 핀잔도 하지 못한 채, 잔만 비우며 몇시간을 들어줘야 하니까요. 그러는 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화제 저편으로 밀려버리고 답답함과 지루함이 파노라마로 머리속에 펼쳐집니다. "나 돌아갈래~" -_-

어쩌면 그건 자신에게는 중요한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에게도 그렇게 들릴수 있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다면,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4-5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것 같지 않은, 즉 나 이외의 사람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아닌 일기와도 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지는 것은 중요한 말들을 화제 저편으로 recall해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저도 한때는 신변잡기를 쓰기를 참 즐겼습니다만, 그럴때마다, 한창 빨간 +표로 리플이 올라가는 글들이 사라지는 것이 죄송스러웠습니다. ^^

신변잡기라도, 일기라도, 정말 중요하게 잘 쓰면 상대에게도 중요한 일이 됩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있었군요"라는 똑같은 내용의 글들이 자꾸 올라오는 것은 조금 안타깝습니다. ^^;;


4. 배려, 배려, 배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곳에는 서로 다른 게이머들의 팬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입장에 선 분들이 너무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발전해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금.상.첨.화" 입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면, 자신의 게이머가 최고, 자신의 입장이 최고가 되고, 부지불식간에, 시나브로, 상대는 불쾌함을 느낍니다. 어느새 그것은 같은 경로로 자신의 불쾌감이 되고, 결국은 "지.리.멸.렬"이 되고 말 겁니다.

"저는 최인규 선수 팬이지만 오늘 성학승 선수 플레이는 너무 환상적이네요. ^^ 최인규 선수에게 미안해 질 정도로 성학승 선수를 열심히 응원한 하루였습니다."

"음, 성학승 선수가 잘하긴 했지만 최인규 선수에겐 아직 안될듯.. ㅎㅎ 어림도 없죠 솔직히. 인기로 보나 뭘로 보나"

(단순한 예일 뿐이며, 두 게이머와는 상당히 친하기에 이름을 언급해 보았습니다. 팬 분들께 죄송합니다.)

위 두 글의 차이는 극명합니다. 하지만 차이가 극명하지 않아 스스로 못느끼는 동안에도 상대를 괴롭게 하고,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은 늘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스승의 그림자만 안밟을 것이 아니라, 있을지도 모를 타인의 맘의 그림자를 밟아 아프게 하는 일을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너무 답답하시다구요?

천만에요. pgr에서 조금만 더 계셔 보십시오. "완전한 타인"들이 모여 이렇게 친해지고, LAN파티 까지 열어 서로를 보기를 원했던 공간은 바로 정중하고도 어려운, 그러나 속깊고 행복한 사람들이 모인 이곳 - pgr이었습니다.

잊으셨던 분들, 또 새로 오신 분들과 새로 오실 많은 분들께.

pgr을 더 사랑해 달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에게 분명히 소중한 공간이 될 테니까요.

한 시간을 고민하고 다시 한 시간을 들여 글을 씁니다. 10분 더, 10분 더, 그나마 나쁘지 않은 글이 되어 제 진심을 전할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그만큼, 상대에게 "내 생각"을 전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걸 번번히 확인하면서 썼습니다. ^^

무더운 밤에. 건강하세요.

항즐이 배상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식용오이
02/08/02 05:14
수정 아이콘
긴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니아데
02/08/02 06:09
수정 아이콘
prg을 알게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에겐 마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내요....잘읽었습니다
나라당
02/08/02 09:53
수정 아이콘
pgr은 다른 사이트와 다르게 적절한 운영진님들의 개입으로 정화가 가능한 것 같네요.Forever Pgr21
02/08/02 11:45
수정 아이콘
pgr에 처음 왔을때 아니 이런 '보석'이 여기 있었네 하는 마음이었죠. 저도 이곳을 알게 된지 얼마 안되었습니다만, 운영자 분들의 고민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그 고민을 제가 더 무겁게 해드린건 아닌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군요.
두번의 가을
02/08/02 11:53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수고 하십니다
요근래에 들어서 예전과는 다른 pgr을 느끼게 되고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많았습니다
글을 하나 남기고 싶었는데... 편안함이라는 주제로...
아주 잘 써주셨네요
저만의 사견일지는 모르지만 운영자분들의 권한이 좀더 강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려면 약간의 구속이라는게 필요할 것같습니다
이 사이트가 정말 좋으시다면 그리고 항상 영원하길 바라신다면 조금의 불편함도 있어야 할 것이고 또 그 불편함이 점점 녹아들어갈때 더욱더 즐거운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폐인저그
02/08/02 13:41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아주 당연하고 누구나 지켜야할 예절에 대해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길~게 써주신 운영진 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02/08/02 14:05
수정 아이콘
항즐님 잘 읽었습니다. 원래 항즐님을 비롯한 운영자분들이 이렇게 신경쓰지 않도록 여기 오는 사람들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을..... 그것이 잘 안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02/08/02 15:09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절이
온라인상이라고 해서 무뎌지거나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더군요. 툭하면 터져나오는 운영진에 대한
안 좋은 얘기들로 많이 힘드실 것 같네요.
02/08/02 22:5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힘내세요..... ^__^
02/08/03 13:08
수정 아이콘
전 그런 분위기를 이 곳 pgr21에서 원함니다..
가볍고 편한 분위기는 서로 절친한 사람이 된다면 덤으로 딸아 오겠지요
당연히 환영임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올리신 향즐님의 본격(?)적인 글 역시 환영임니다
궁금플토
02/08/03 23:31
수정 아이콘
요즘 자게에 올라오는 글들이 과거?와는 달리
제목은 거창한데 김빠진 사이다같은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거 같네요. - -;
글빨? 딸리는 제 경우는
보통 리플을 많이 답니다만 글올리시는 분들은
올리실때 한번 더 탈고?의 노력을 거치셨음..하는
바램입니다. @-_-@
02/08/04 04:47
수정 아이콘
용기내셔서 다시 맘먹고 쓰신 글인데..제가 리플다는 시점에서 게시판을 보니..별로 영향력이 발휘되지 않아 같은 생각을 가진 저로선 많이 안타깝네요..

현실적으로 현재 분위기를 역전시키는 것은 정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암울한 전망을 해봅니다. PgR만큼 자주 가는 싸이트도..거의 유사한 상황(소수의 진지한 모임->영향력 확대->급속한 회원 팽창->회원 통제 및 이전 분위기 회복불가능 -> 처음의 진지했던 회원들의 퇴장..)을 겪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싸이트에선 문제를 소모임으로 풀더군요. 작은 부분으로 나뉘니까 그 소모임내에서는 예전 분위기를 낼 수 있더군요...

PgR이 굉장히 큰 규모로 커진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과 그 흐름을 역전시킬 수 없다면..소모임이나..엄선된 필진과 엄격한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독립된 게시판 혹은 독립된 싸이트를 만들어 분가.하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지 않을까 하네요...
구보의전설
02/08/06 22:05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동감을 하고 또한 좋은 말이기에 한마디만 할래요(문장력이딸려서 ㅠ.ㅠ)

"forever pgr21"
바이폴..
04/01/08 05:29
수정 아이콘
역시 항즐이님..-_-)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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