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9/01/10 00:05:59
Name 짱짱걸제시카
출처 방금 심심해서 써봄
Subject [텍스트] 냉동 붕어의 역습. txt. (수정됨)
세상에나, "뭘 봐" 하는 소리가 이렇게 벅차오를 수 있다니.

나는 조금전, 고장난 전축같은 어떤기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스위치를 켰다.

그랬더니, "야옹"하는 고양이 샘플1호의 소리가 마침내 인간의 언어로 번역되어 내 귀에 닿았다.

그랬다. 장작 40년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온 동물 언어 번역기가 드디어 완성된 것 이다.

연구비의 98% 지원해주던 빌은 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리고 시범을 보여주니 주저 앉아 펑펑 운다. 백발의 노인네가 한참이나 서럽게 울더라.

나는 그날 밤, 빌에게 초대를 받았다. 나를 대견스러워하는 억만장자와의 저녁식사라니. 그것 참 설레이는군.
둥그런 접시의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보면, 아마 페라리 열쇠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잘구워진 칠면조 대신 말이지.

한데, 저녁식사는 엄숙하고 평범하게 흘러갔다.
그래도 나는 전혀 실망한 티를 내지않고 침착하게 표정관리를 했다. 왜냐하면, 페라리 열쇠는 티라미수나 조각케잌 안에도 넣을 수 있으니까.

고대하던 이벤트는 지하실에서 벌어졌다.
포크로 조심스레 케읶을 헤집으며 보물찾기를 하던 내모습을 보고 빌은 배가 부른거라고 오해한 모양이다.
빌은 "다 먹었으면 같이 가볼대가 있는데" 하고 권유했고, 우리는 저택 깊숙한 곳에 마련된 지하실로 향했다.
그리고 지하실에는,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는, 각종 전선으로 어지럽게 뒤섞인 수면기계장치가 있었다.

한번쯤, 이런 영화나 소설을 읽은적이 있을 거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먼 미래에 치료법이 나올거라 기대하며 냉동인간이 되길 자처하는.
비슷한 이야기였다.

40년전, 빌의 아버지는 암살을 당했다.
빌이 실컷 위스키를 빨고  집에 돌아 왔을때, 아버지는 싸늘한 시체가되어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범인은 신출귀몰했다. 전혀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빌은 죄책감과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빌은 멍하니 뻐끔거리는 어항속의 붕어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깨닫는다.

봤어. 분명히 봤어. 붕어는 범인의 얼굴을 분명히 보았다. 하지만 그놈이 누구냐고 묻는건 헛수고겠지. 붕어는 분명 '뻐끔' 이라고 대답할테니까.
그리하여, 빌은 동물언어 번역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 이다. 붕어에게 아비의 원수가 누구냐고 묻기위해.

이윽고 40년 묵은 냉동 붕어가 잠에서 깨어났다.
빌은 파르르 눈썹을 떨며 말하는 생선과 인류최초로 조우하게 되었다. 나는 옆에서 침묵만..

그리고 잠시 후.
빌은 분노로 가득차 테이블을 내리쳤다.
나는 빌이 측은해졌다.
한편으론 조금 웃기기도 했고.

빌은.. 빌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게 정말 궁금해.

세상에는 여러종류의 관상용 물고기가 있다.
니모로 유명한 귀여운 흰동가리 라든지..
복을 가져다 준다는 비단잉어 라든지..
그런데, 왜 하필 붕어 였을까?

붕어는 기억력이 5초다.
붕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기는커녕, 5초마다 나는 누구? 여긴어디? 하고 무한히 반복할 뿐이였으니..
과연, 붕어로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스위치 메이커
19/01/10 00:21
수정 아이콘
차콜류인가요?
짱짱걸제시카
19/01/10 00:26
수정 아이콘
재밌을줄 알았어요ㅜ.ㅜ
라방백
19/01/10 00:27
수정 아이콘
붕어가 아니라 사람이었어도 기억 못할것 같은데...
스테비아
19/01/10 00:28
수정 아이콘
쓸데없이 고퀄이야 크크크크크 2탄 기대합니당
제랄드
19/01/10 00:49
수정 아이콘
설혹 붕어가 인간 수준의 기억력을 가진 생물이었다 해도, 범인을 특정하려면 고양이의 '뭘 봐' 보다 까마득히 우월한 지적 표현력과 묘사력이 있어야 할 텐데(인상착의, 피부색, 키, 문신 등 신체상 특이점, 있고 입던 옷, 추정 연령, 사건 정황 등등), 붕어 주제에 자신이 본 걸 인간에에 알아듣을 수 있게 명확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진지 댓글과는 달리 아이디어 자체는 좋네요 :) 붕어가 잘못했네.
10년째도피중
19/01/10 03:19
수정 아이콘
재밌습니다. 좋아요.
19/01/10 04:24
수정 아이콘
저도 재밌었어요. 문장 깔끔하니 보기 좋았고.
19/01/10 04:52
수정 아이콘
이런 창작류는 보통 중간쯤 보다 관두는데 이건 다읽게 돼네요 .. 글 쉽게 잘쓰시는거같아요..
19/01/10 07:23
수정 아이콘
암살에서 결말을 눈치챘지만 쭉 읽게 되는 마성의 글
19/01/10 07:31
수정 아이콘
술술 읽히네요 재밌었습니다
흰배바다사자
19/01/10 09:18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습니다. 자게에 올려주시면 더 좋겠네요.
더미짱
19/01/10 10:39
수정 아이콘
유게 올 게 아니었던것 같은데요
티모대위
19/01/10 13:15
수정 아이콘
제목을 바꿔주시죠! 은근 스포입니다 흐흐
4막2장
19/01/10 14:29
수정 아이콘
크크크 좋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75501 [텍스트] 회사 점심시간인데 대리 과장 싸움났네 [40] 일신10889 23/03/11 10889
475402 [텍스트] [주식] 자는동안 난리났었던 SVB 사태 [10] 김유라11339 23/03/10 11339
474797 [텍스트] FBI 국장 : 코로나는 우한 연구소 발 가능성 높다.jpg [27] 삭제됨11632 23/03/01 11632
474646 [텍스트] 최근 친구가 입을뻔한 손실 천만원을 막아줌. [54] 졸업12876 23/02/27 12876
474577 [텍스트] 일본에서 회사다니는 개붕이가 겪은 직원들 썰 4 (마지막) [9] 졸업11122 23/02/26 11122
474575 [텍스트] 일본에서 회사다니는 개붕이가 겪은 직원들 썰 3 [3] 졸업8779 23/02/26 8779
474452 [텍스트] 일본에서 회사다니는 개붕이가 겪은 직원들 썰 2 [18] 졸업11918 23/02/24 11918
474451 [텍스트] 일본에서 회사다니는 개붕이가 겪은 직원들 썰 [11] 졸업12652 23/02/24 12652
474438 [텍스트] 일본 내각부 직원 변사사건 [2] Valorant10805 23/02/24 10805
473367 [텍스트] 국내 국제학교 학생들, 챗GPT로 과제 대필… ‘전원 0점’ [71] KanQui#113333 23/02/09 13333
473315 [텍스트] 게임회사에 면접보러 온 신입기획자 썰.txt [16] 졸업12658 23/02/08 12658
472874 [텍스트] 밴드 악기로 알아보는 롤 포지션 [24] KanQui#18047 23/02/02 8047
472119 [텍스트] 2022.08.31 19:48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쓰는 일본 사람들의 3줄 편지 모음집 [3] 사나이의로망6503 23/01/22 6503
472094 [텍스트] 부모 자식간 판도라의 상자.txt [71] This-Plus11987 23/01/21 11987
471440 [텍스트] 두줄로... [6] 메롱약오르징까꿍7253 23/01/12 7253
471337 [텍스트] 이모가 엄마의 약혼자를 빼앗았다 [48] ELESIS14674 23/01/11 14674
470973 [텍스트] 오늘 낯선 여자가 느닷없이 제게 본인의 가슴을 만지게 해주겠답니다.txt [16] 코인언제올라요?13301 23/01/06 13301
470709 [텍스트] 김역관과 천하일색 [5] 페스티7745 23/01/03 7745
470602 [텍스트] 두줄로... [6] 메롱약오르징까꿍7258 23/01/01 7258
470173 [텍스트] 스터디카페오다가 넘어져서 보상요구 [20] 명탐정코난8250 22/12/26 8250
469855 [텍스트] 건망증이 심한 선생님 [13] ELESIS10681 22/12/21 10681
469731 [텍스트] 숫자 유머 [12] ELESIS9432 22/12/19 9432
469507 [텍스트] 변호사 유머 [16] ELESIS12416 22/12/16 124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