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8/03/20 21:58:06
Name 짱짱걸제시카
출처 자작
Subject [텍스트] 어느 라멘가게의 비밀.txt. (수정됨)
우리는 사채업자 김씨의 사무실을 털기로 했다. 방법은 땅굴이었다. 영수는 도박에 중독되어 김씨에게 꽁짓돈을 빌려 썼는데, 포플 출발이 끝내 메이드가 되지 않는 바람에 오링이 났다. 돈을 갚지 못한 영수는 매일같이 사무실로 끌려가 죽도록 맞으며 협박을 당했다. 그렇게 사무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영수는 깨닫는게 있었다.

1. 김씨네 사무실 금고에는 현금다발이 쌓여있고,
2. 금고를 지키는건 모서리 골방에서 숙식하는 똘마니 몇명 뿐.

만약에 땅굴을 팔수있다면 들키지않고 금고가 있는 사장실로 우회하는게 가능했다. 방법이 조금 클래식 했지만 충분히 해볼만한 계획이었다.

우리는 사무실 옆의 빈상가를 임대했다. 그리고 밤에는 땅굴을 파고 낮에는 잠을 잤다. 쇼생크 탈출에 대한 평점에서 별 반개를 깎아야 할 것같다. 삽으로 이렇게 힘든데, 과연 숟가락으로?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노숙자가 여고생을 추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노숙자가 숨어있을만한 옥상이나 빈상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겁이 났다. 경찰이 우리 상가도 조사하러 왔다가 땅굴을 발견하면 어떡하지? 나는 하루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 마침내 묘수를 찾아냈다. 창업을 하자. 장사를 시작 하면 의심을 피할수 있다. 경찰이 올 이유가 사라진다.

메뉴는 라멘으로 정했다. 평범한 라멘은 아니다. 우리는 바질 라멘을 파는 가게를 열 것이다. 바질 라멘이란 말그대로 녹색 풀 바질을 갈아넣은 국물이 푸른색인 라멘이다.

그게 뭐냐고? 그딴걸 누가 사먹냐고? 망할게 뻔하다고? 이놈들아, 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거다. 망하는 거.어차피 내 본업은 땅굴을 파는 것이고, 라멘 가게는 그냥 눈속임용으로 운영하는 것 이기 때문에 손님따위는 없어도 된다. 오히려 손님이 있으면 귀찮기만 할뿐이지. 그래서 바질 라멘을 택했다. 녹색 국물이 더럽게 맛없어 보이는 게 참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오전 열시에 기상했다. 오늘부터는 장사때문에 늘 일찍 일어나야 한다. 대충 세수와 양치를 하고 어슬렁 걸어 나갔다. 그런데, 우리가게 앞에 왠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있지? 사고라도 났나? 나는 조용히 인파속으로 다가가 물었다.

-무슨일 있어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죠?
-바질라멘 이라니! 너무 신기하잖아요!

x된거 같다. 손님이 꾸역 꾸역 들어온다. 한시간에 둘에서 셋정도.. 아니, 도대체 이딴걸 돈주고 왜사먹지?

월요일에 오픈을해서 금요일이 되었다. 내일은 주말이다. 평일 손님 숫자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주말에는 최소 두배의 손님이 올꺼같고, 그것은 곧 헬게이트의 오픈을 뜻한다.

결국 주말이 지나고 우리는 앓아 누웠다. 사실 다른 가게에 비해 장사가 잘되는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당일이 처음 아닌가. 서빙부터 설거지까 정말 엉망진창 이었고 실수가 연발되니 너무 힘이 들었다. 온몸이 쑤셔서 일단 땅굴 파는건 하루 미뤘다.

땅굴 파는걸 자주 쉬게 되었다. 체력이 딸려서 어쩔수가 없었다. 계획이 자꾸 딜레이되니 불안하고 초조하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책과 동영상을 보고 요식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많은걸 배웠다. 주방 구조를 개선하여 편하게 요리할수 있도록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고, 서빙 동선도 훨씬 단축 시켰다. 설거지 빨리하는 요령도 익혔다.
이렇게 공부를 하고나니 일이 좀 편해졌고 밤에 땅굴을 팔 수 있게 되었다.

역대급 진상 손님을 만났다. 할아버지 한분이 음식이 맛없는건 둘째치고,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으로 짜다고 태클을 걸었다. 사과하고 환불해준다고 조치를 취했지만 한입 먹고 정신적 충격이 왔다고 장작 몇시간을 소리질렀다. 난 레시피대로 만들었을 뿐이다. 원래 일식이 짠것도 모르는건지.. 스트레스에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왔다. 영혼까지 털린 내 모습을 보고 영수가 하루 땅굴을 쉬라며 먼저 권유했다.

다음날 레시피를 바꿨다. 돌이켜보니 그 진상 할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짜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왔던거 같다. 또 비슷한 문제로 탈탈 털리는걸 방지하기위해 한국인 입맛에 맞게 염도를 조절했다. 또 멘탈 나가서 땅굴 파는걸 쉴수는 없으니.. 모든건 땅굴을 위해..

경찰 한명이 가게에 방문했다. 단순히 라멘을 좋아해서 먹으러 온 것 뿐인데,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찍 찍 쥐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요 며칠전부터 땅굴 속으로 쥐새끼가 드나드는거 같더니만.. 귀찮아서 쥐약 뿌리는걸 미룬게 화근 이었다. 경찰은 특유의 촉이라도 발동 했는지 선반으로 가려놓은 땅굴쪽을 자꾸 흘깃 거렸다. 쥐가 한번이라도 더 운다면 끝장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그순간 경찰서에서 긴급 출동 명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경찰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이 돌아가자마자 나는 쥐약과 함께 고사리,삼나무 잎,차조기, 마늘 등등을 모조리 구멍속으로 집어 넣어 버렸다. 전부 쥐가 질색한다는 채소들이다.

출근하는데 앞집의 국수가게 아주머니가 날 노려본다. 우리때문에 매출이 줄어서 날 싫어하는거 같았다.

오후에 식약청 직원들이 흙발로 가게문을 넘으며 들이 닥쳤다. 우리가 돼지고기 원산지를 속이고 판다는 제보가 들어 왔다고 한다. 물론 그런적은 없다. 뭐 범인은 국수집 아주머니 일 것이고..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땅굴이 들킬까봐 몹시 당황했다. 그런데 식약청 직원은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로 어디엔가 썪은 돼지고기라도 숨겨뒀다고 오해한 모양이다. 식약처 직원은 집요하게 가게를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선반아래가 수상하다고 눈치를 챈것 같았다.
그때, 영수가 선반을 반만 밀쳐서 땅굴로 쑤욱 하고 손을 집어 넣었다. 영수에 손에 딸려 나온건 쥐를 쫓기위해 넣어 두었던 고사리,삼나무 잎, 차조기, 마늘 등등이 한대섞여있는 봉투였다.

-저희집 비밀 소스 재료입니다. 노리는 사람이 많아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죠.

이 사건은 초특급 비밀 레시피로 라멘을 만드는 가게와 그 레시피를 훔치려는 옆가게의 암투로 동네 주민들에게 굉장히 과장되어 퍼졌다. 그리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미 소문에 압도되어 이미 공정한 맛 평가가 불가능 했다. 그저 오오- 비밀소스- 하고 감탄만 내뱉을뿐..

결국 우리는 땅굴 파는걸 관두기로 했다. 더이상 사무실 금고를 털 필요가 없어진 것 이다. 영수는 세달만에 빚을 갚았고, 나는 벤츠를 샀다.

이 이야기는 동네 백수건달이 출근의 기쁨과 노동의 숭고함을 겪으면서 교화되는 이야기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악군
18/03/20 22:01
수정 아이콘
추천하려고 했더니 자게가 아니네요? 크크 잘읽었습니다!
아이유
18/03/20 22:04
수정 아이콘
그리고 푸근한 인상의 50대 남성 한명이 방송국 제작진과 함께 방문하게 되는데...
18/03/20 22:05
수정 아이콘
김성모 만화 생각나네요
바나나맛슈터
18/03/20 22:06
수정 아이콘
이런거 좋아요 잘 읽었어요!
파르티타
18/03/20 22:06
수정 아이콘
와 감탄하며 봤습니다
영화 한편 뚝딱 나오겠는데요
18/03/20 22:08
수정 아이콘
백종원: (흐뭇)
마스터충달
18/03/20 22:14
수정 아이콘
우디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스>가 이런 내용이죠.
땅굴을 파서 은행을 털기 위해 옆집에 프레첼 가게를 열었는데 이게 대박이 나고 도둑들은 졸부가 됩니다.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졸부의 본성을 코믹하거나 또는 신랄하게 드러내죠.
짱짱걸제시카
18/03/20 22: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헉.. 완전 표절인데요? 크크
-안군-
18/03/20 22:17
수정 아이콘
으.응??
18/03/20 22:17
수정 아이콘
이 비슷한 내용(그러나 진짜 도둑질을 하는...)이 셜록 홈즈 단편 중 하나에 나오는데, 예전에는 제법 해 볼만한 일이었나 봅니다.
cluefake
18/03/20 22:24
수정 아이콘
빨강 머리 클럽 편 말씀이시죠?
보영님
18/03/20 22:33
수정 아이콘
붉은 머리 연맹?인가 그랬죠.
18/03/20 22:18
수정 아이콘
바질라멘 먹으려고 1시간반 줄서서 기다린게 생각나네요.
근데 쇼생크 탈출에서 사용한 도구는 숟가락이 아니라 락해머였죠. 그것도 20년동안 팠고요.
보로미어
18/03/20 22:28
수정 아이콘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퍼온 글도 아니고 직접 쓰신 글이라 유게에 있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야크모
18/03/20 22:29
수정 아이콘
왜 추천 버튼이 없어요
cluefake
18/03/20 22:34
수정 아이콘
이거 자게로 가서 추게 갑시다..
18/03/20 23:12
수정 아이콘
바질라멘 맛있다 해서 설마 했는데 비밀 레시피가 있었군요. 금주 내로 가봐야겠네요
콜드플레이
18/03/20 23:12
수정 아이콘
똑똑똑!
계신가요?
이영돈이라고 합니다.
4막1장
18/03/21 10:47
수정 아이콘
글이 간결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53251 [텍스트] 사내커플(?) 썰 [15] League of Legend9925 22/04/28 9925
453113 [텍스트] 이어 또 돌아온 병무청 현역기준짤 [34] 아수날7165 22/04/26 7165
453070 [텍스트] 두줄로... [11] 메롱약오르징까꿍6552 22/04/25 6552
453066 [텍스트] 2021년 병무청 신체검사자 통계 [59] 아수날8030 22/04/25 8030
452889 [텍스트] 속보] 외교부 “우크라 의용군 참여 국민 중 사망자 첩보 확인 중” [37] 아수날10742 22/04/22 10742
452183 [텍스트] 세상에게 배신당한 디씨인 [11] Rain#17606 22/04/12 7606
452155 [텍스트] 나 말고 아무도 출근 안한 썰2~3.ssul [1] 7656 22/04/12 7656
452117 [텍스트]  대전차지뢰녀 만난 썰.txt [20] 11860 22/04/11 11860
452041 [텍스트] "추석이란 무엇인가"되물어라.TXT [14] 6909 22/04/10 6909
452002 [텍스트] 과외했던 학생에게 한대 맞은 썰 .TXT [23] 10213 22/04/09 10213
451923 [텍스트] 군대 못생긴 후임이 과탑녀랑 사귄 썰.txt [32] 11248 22/04/08 11248
451828 [텍스트] DC발 가평 계곡 살인사건 과거 피해자 글.TXT [19] This-Plus12885 22/04/06 12885
451750 [텍스트] 멀리 있는 사람에게 이메일이 안 보내져요.jpg [21] Rain#18147 22/04/05 8147
451689 [텍스트] 451678글 관련) 로진의 의미 [18] Rain#15601 22/04/04 5601
451670 [텍스트] 서빙하다 빡치는 기억들.txt [17] 8672 22/04/04 8672
451622 [텍스트] 두줄로... [3] 메롱약오르징까꿍4533 22/04/03 4533
451558 [텍스트] 콩콩년 콩제곱콩월 콩일 오후 콩시 콩콩분 [1] style3499 22/04/02 3499
451545 [텍스트] ㅋㅋㅋ가 아직도 가능하다규 [19] style3032 22/04/02 3032
451504 [텍스트] 내일 PGR이 다시 22가 되더라도 [9] League of Legend2796 22/04/02 2796
451428 [텍스트] [뉴비환영ㅋ]댓글과 조회수는 적지만 피지알 레전드글들 [15] 아이슬란드직관러4401 22/04/01 4401
451397 [텍스트] ㅋ복절 [46] 겟타 아크 봄버4576 22/04/01 4576
451360 [텍스트] 체르노빌 상식 논란.txt [31] 김유라8368 22/03/31 8368
451323 [텍스트] 썸부터 사귀는 단계까지 고민남들 잘보세요!! [30] 8846 22/03/31 884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