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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09/02 00:14:18 |
Name |
Duvet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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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기타] [기타] [펌] 무슨 재미로 살았는지 모를 황제 |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이며 마케도니아 왕조의 아홉 번째 황제였던 바실리우스 2세(958~1025)
대개 '황제의 삶' 하면 화려한 궁전, 고급스러운 옷, 수많은 여인, 산해진미, 위엄넘치는 모습 이런걸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양반은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음악, 미술, 술, 음식, 연회 다 안 좋아함.
키가 작고 못생겼는데 외모에 신경도 안씀.
머리 손질도 목욕도 제대로 안 했으며, 옷도 늘 군복 차림이기를 좋아했음.
심지어 여자에도 관심이 없어서 황제가 결혼을 안하고 평생 독신으로 삼. 그래서 후계자가 없음.
후계자 문제에 관해서 이 황제는 무책임하다고 할 정도로 신경을 안 썼습니다.
자식을 낳지 않을거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유능한 후계자를 양성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안 했죠.
이러면 무슨 세상과 연을 끊고 금욕하는 기독교 수도승 같다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특별히 신앙심이 투철하지도 않았죠.
그렇다고 무능력한 폐인은 아니었고, 오히려 업무수행능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전쟁터마다 직접 출정해서 사방에서 덤벼드는 제국의 적들을 모조리 처발랐고
내정도 잘해서 백성을 두루 잘 살게 하면서도 곳간이 터져나갈 정도로 풍족한 국가재정을 남겼죠.
전쟁이 없으면 집무실에 틀어박혀 공무를 처리하고 군사계획을 세우며 날을 보내는 근면성실한 황제였습니다.
하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성군이어서 이런 거냐면 글쎄...
국민을 위해 오락거리를 만들어주지도 않았고, 대중들 앞에 나서는걸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도 없었구요.
덕분에 백성들도 업적에 비해 그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제가 나서서 뭔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인기가 올라갈텐데 궁궐에 처박혀서 일만 하고 있으니...
그와 함께 전쟁터를 누비며 평생을 싸운 군인들이 그나마 그를 존경했다고 합니다.
이러면 얼마 안가 스트레스가 쌓여 과로사 하는게 당연해보이는데, 지치지도 않는지 그시대 사람 치고는 꽤 오래 살다가 67세에 죽었습니다.
일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을까요...그렇다면 백성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거나 후계자를 양성하는 '일'에는 왜 그리 소홀했던 걸까요.
역사상 존재한 수많은 황제 중에서도 특이한 케이스죠.
“그의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누구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누구의 사랑을 받지도 못했다. 사랑은커녕 그를 좋아한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절친한 친구도 없었던 듯하다. 비잔티움의 역대 황제들 중 그처럼 고독한 사람은 없었다.” - 존 줄리어스 노리치 [비잔티움 연대기]
딱히 나쁜 황제는 아니었지만 후계자를 대충 정하고 가서 비잔티움 제국의 최후를 만든건...
태종이나 강희제가 더 칭송받는건 후계를 확실히 잘 선택하고 가 황금시대를 계속 이끌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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