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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26 00:07:16
Name 슈르나
Subject [분석] 역적팀의 패배 요인
"모두가 최선을 다해도, 그 때문에 망할 수 있다."

제가 본 역적팀의 최대 패배 요인은 '커뮤니케이션 기회의 부재'입니다.

복기를 해보죠. 김경란, 김유현, 최정문이 역적을 뽑았습니다. 세 사람은 번호표의 색을 통해 서로가 아군임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장동민이 빠르게 대화의 분위기를 '단체 대화'로 만들면서 역적들은 자기들끼리 의논할 기회를 상당히 뺏겨버립니다. 만약 장동민이 없었다면 삼삼오오 의논하는 분위기의 시간이 잠시나마 있었을 것이고 이 시간을 이용해 역적들은 팀의 대전략을 결정할 3인 회동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기회가 없어지면서 셋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고립된 채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대화의 상황은 타인들의 눈을 피해 잠시잠깐 나누는 대화 정도뿐이었겠죠.

김경란과 김유현은 각각 장동민과 김경훈에게 꼬리를 밟힙니다. 그 와중에 최정문은 효과적으로 충신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냅니다. 원주율 패턴을 공개하고 자신이 그 요인이 되는 것이죠. 최정문은 성공합니다.

여기서 최정문의 위치는 매우 유리합니다. 원주율 패턴이라는 핵심 정보는 최정문만 가지고 있고 이의 진위를 판별할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따라서 역적팀이 들어가는 타이밍의 숫자 예언을 조작하면 어느 정도 숫자의 증가를 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김경란과 김유현이 초반에 노출되면서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봐야겠네요. 일단 1라운드는 신뢰 얻기로 가야 하니 충신팀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줘야 했고, 2라운드부터 예언 조작을 하자니 덜컥 팀원 하나가 감옥으로, 3라운드에서는 아예 팀원 전체가 감옥으로... 조작할 타이밍이 애매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렇게 급박하게 몰락하는 팀을 보고 있는 최정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죠. 이대로 충신 코스프레를 하면서 마지막 왕의 자리를 가져오는 것, 혹은 중간에 전향하여 자신의 구명을 도모하는 것. 김경란이 전자의 선택을 언급한 것을 보면 김-최 두 사람은 이쪽으로 선택지를 정한 것이 확실합니다. 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정문은 살게 되지요. 원주율과 암기력의 축복.

하지만 팀원으로서의 최정문은 답답해집니다. 김경란을 조용히 관찰하고 슬그머니 봉쇄한 장동민과 달리 김경훈은 김유현의 의심 포인트를 공개해버립니다. 김유현은 너무 빨리 핀치에 몰렸고, 자신이 봉쇄되기 전에 최대한 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고 봉쇄 당합니다. 실수는 실수지만 김유현은 그걸 최대한 만회하려 했고 김경란은 깨달을 시간도 없이 벼랑에 몰린 상태입니다.

결국 장동민이 개별 의논의 시간을 없애버리고, 뒤이어 김경란과 김유현 모두가 노출되어버리면서 최정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팀을 버리고 자신이 살 수 밖에요.



저는 이 '단체 논의로 몰고 가기'가 역적팀의 패배 요인이라고 봅니다. 이로 인해 역적들은 눈길을 피해 몰래 대화를 해야 했고, 이런 수상한 움직임은 눈에 불을 켜고 있던 장동민-김경훈 같은 사람에게 걸릴 수밖에 없고... 걸렸죠. 그리고 팀원들이 봉쇄당하면서 숫자 예언 조작 전략은 애초에 쓸 수도 없었고, 마지막 왕의 자리를 얻는 것만이 남습니다.

하지만 최후왕이 되어도 충신팀이 숫자 쌓기에서 승리하면 팀 승리와는 무관해지죠. 역전 타이밍이 없진 않았습니다. 최정문이 왕주셈 발언의 위화감을 놓치지 않은 장동민(또!)에게서 전향을 권유 받은 때죠. 하지만 이때도 팀원 두 사람이 너무 확실하게 노출된데다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선택지를 택해도 팀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면 자기라도 살아야죠. 애초에 꼬리가 잡힌 왕주셈 발언 역시 이런 답답한 상황의 연쇄 반응 속에서 본능적으로 나왔을 겁니다.

장동민의 최초 판짜기에서부터가 역적팀에게는 최악의 흐름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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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6 00:0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장동민이 역적이 나왔어야 더 재밌는 그림이 나왔을텐데 말이죠.
장동민이 역적잡았으면 보통처럼 서로서로 물어보고 그런 그림이 나왔을 수도 있죠.
Jon Snow
15/07/26 00:09
수정 아이콘
장동민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15/07/26 00:11
수정 아이콘
장동민 찬양합니다.
호구미
15/07/26 00:11
수정 아이콘
셋다 연기 못하기도 했고 하필 장동민이 적인데다가 김경훈 관찰력도 어마무시해서 망해버렸죠. 세 플레이어 트롤링이라고 한 것들 안했어도 장동민이 어찌어찌 캐리했을 거 같습니다.

다만 최정문에게 아쉬운 건 그럼에도 더 잘할 수 있는 카드가 있었다는 것이였습니다. 60~70자리씩이나 공개할 필요도 없었고, 충신의 승리를 가정한다면 미리부터 '마지막 왕' 운운할 필요도 없었고, 역적에게 되는 대로 숫자를 적어줘서 안 걸리게 만들어줄 수도 있었으니까요. 걸린 이후에도 좀 아쉬운 게 팀전의 탈을 쓴 개인전인 지니어스에서 배신하기로 마음먹어놓고 그렇게 저자세로 나왔다는 거... 어차피 지니어스는 배신이 통용되는 판이고 그 판에서 배신 안 해본 사람 거의 없는데 다들 멀쩡히 게임 잘만 하잖습니까. 그런데 거기서 죄지은 사람 마냥 그러고 있으면 진짜로 이미지가 죄인 되는 거거든요.
지나가는회원1
15/07/26 00:14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그게 최정문의 한계겠죠. 지니어스 판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 배포가 작아요.
쫄려서 배신한단 느낌입니다. 지난 회차 신아영하고 비슷한 느낌입니다. 신아영보단 배포도 좀 있고 더 지니어스하지만요.
30자리 정도를 공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지나가는회원1
15/07/26 00:12
수정 아이콘
그렇죠. 이게 최고였던거 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시간을 뺏어버리면서 게임이 터진거죠.
사실 원주율 공개는 게임의 결과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1라운드가 한 자리로 끝난건 좀 컸지만요.
최정문은 오히려 나름 나도 살 겸 + 자신이 의심을 피하면서 3라운드 이후를 노리자 + 안 되면 자신이 왕을 하면서 역적팀의 승리를 이끌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셋 중에서 가장 큰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어긋났다고 봅니다.

+ 덤으로, 장동민이 초반에 은근히 고압적(?) 이었습니다. 모두가 충신일거라고 가정을 하고 게임을 하죠.
역적의 입장을 전적으로 배제한 발언. 이 카리스마에 휘말려 들어가면서, 역적은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티레브
15/07/26 00:13
수정 아이콘
충신팀의 우월전략을 바로 인지하고 몰아간 장동민과 이에 동조한 뛰어난 플레이어들(오이홍 등)에 의해 게임은 원주율을 다 알고 설계가능한 유일한 플레이어 최정문 빼고는 역적팀은 지게 되어버렸던거같네요
자유형다람쥐
15/07/26 00:16
수정 아이콘
충신팀이 필승으로 가기 최적인 초반 빌드를 짜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정찰해서 판을 완벽하게 쥐고 흔들었죠.
다른 플레이어들은 눈치를 거의 못 챈 걸 보아... 장동민이란 존재가 없었으면 역적이 이길 가능성이 꽤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15/07/26 00:16
수정 아이콘
충신쪽에 장동민을 비롯한 모든 에이스들이 몰려있고 역적 셋은 가장 영향력없던 세명이 있으니 뭐 픽부터 이미 망한게임이었죠.
저 조합으로 같은 게임 100번 돌려도 충신 승률이 9할넘게 나올 것 같네요.
김연아
15/07/26 00:20
수정 아이콘
전 게임설계 자체의 불리함으로 봅니다. 꼭 장동민이 아니었어도 이런 게임하면 사전 모의를 원천 봉쇄했을 겁니다. 그 와중에 역적은 "티안나게" "숫자를 올려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감을 지고 있습니다. 최정문이 원주율 아는 걸 잘 이용했다고 쳐도 티가 안내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전모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숫자 캐리 자체도 어렵죠. 분위기 이런 거 필요없이 그냥 결과 보고 이상하게 숫자 튄 경우만 뽑아도 엄청난 확률로 역적을 잡아낼 겁니다.
슈르나
15/07/26 00:22
수정 아이콘
덧붙여서,

제가 또 감탄한 것은 김경란의 정치적 포지셔닝입니다. 자신의 패배가 확정되자마자 최정문의 자기 구명 전략을 이용해, 조금 전까지 필사의 거짓말 연기를 하고 있었던 자기 입장을 포장하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늘 명분을 만들어 다수 연합을 만들고 자신의 연합을 선역으로 색칠하던, 시즌1에서 보여준 능력은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이걸 혐으로 볼 사람들이 있긴 하겠지만 전 훌륭한 능력 발휘라고 봅니다. 이래야만 살아돌아왔을 경우 다음 회차 게임에서 관계를 다시 이어갈 수 있거든요.

방금 전까지 승리와 생존을 위해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던 모습을 정반대의 의미로 포장시키면서, 자신을 탈락후보로 몰아넣은 충신팀 플레이어들에게 도덕적 부채감을 안겨주는 포지셔닝은 전 시즌 원톱의 정치력이라고 보입니다.
The Genius
15/07/26 00:23
수정 아이콘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가장 큰 건 김유현을 김경훈이 잡아낸 장면이라고 봐요. 아무리 최정문이 최선의 숫자를 알려 주더라도, 역적 한 명만 마지막 러시를 하면 역적은 이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마지막까지도 김경란이 역적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므로, 김유현의 한방만 막판에 터졌더라면 최정문/김경란은 노출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호구미
15/07/26 00:29
수정 아이콘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셋 다 숨은 상태에서 1000을 넘기겠다는 최선의 플랜만 버리면 세자리 넘긴 상태에서 한 명이 자폭함으로써 1000 넘기는 건 일도 아니죠..
슈르나
15/07/26 00:32
수정 아이콘
막판 러시로 역적이 이기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죠.

러시를 하면 노출이 되므로 노출을 무릅쓰고 러시를 해서 게임을 끝낼 자살 어택용 역적 한 명과, 노출이 전혀 되지 않은 역적 두 명(!)입니다. 혹은 비노출 역적 둘 대신 왕이 된 역적 하나가 더 안전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김경란은 2라운드가 되어 첫 감옥이 열릴 때, 장동민에 한해서지만 어쨌든 노출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서 김유현이 노출이 됩니다.

이 모든 상황은 역적들의 운신 폭을 좁혀버린 '단체 의논 분위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역적들은 큰 실수를 한 게 없다고 봐요.
The Genius
15/07/26 00:37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게 정확한 조건이죠. 김경란은 의심은 크게 받았지만, 최정문의 말이 없이 다른 사람들이 장동민에게 김경란 역적을 동의해 줬을지는 의문이고, 김경란 감옥행을 확정지은 최정문의 배신은 김유현의 노출이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적었습니다.
마음속의빛
15/07/26 00:36
수정 아이콘
이대로 충신 코스프레를 했으면 그대로 묻어야죠. 왜 왕이 되려 하나요...

여태까지 최정문은 병풍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팀에 도움이 되었으니 왕이 되게 해달라...

만약 최정문이 반대 입장에서 누군가가 저런 행동을 했다면 최정문은 어떤 식으로 말했을까 싶습니다.

평소에 활약을 했다면 이렇지 않겠지만, 여태까지 조용히 있다가 에이스 흉내를 내니
밑천이 그대로 드러나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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