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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30 17:43:29
Name 시라노 번스타인
Subject 스타트업에서 오지 말아야 했던 이유 (1) 부재
안녕하세요.

우연찮게 글을 꽤 빠른 텀을 두고 쓰고 있습니다.
한순간의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쓰나 싶습니다.
그 동안은 스타트업에서 배운 것 (약간 긍정적인) 을 이야기 하자면 이번에는 조금 부정적인 면을 이야기 해보자 합니다.

(첫 회사를 퇴사한지 5년이 지났다. https://pgr21.com/freedom/97623?page=3)
(스타트업에서 배운 것 (1) 증거 남기기. https://pgr21.com/freedom/97636?page=2)
(스타트업에서 배운 것 (2) 잘못된 습관 고치기 https://pgr21.com/freedom/97669)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 일 수도 있으나 스타트업의 업무는 '부재"의 연속이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모든 것을 전부 고려해놓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가 생길 때마다 대처하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땐 스타트업이 그러한 이유는 경험의 부재이다.
큰 기업일 수록 경험적으로 쌓인 것이 많기 때문에 그동안의 경험들이 메뉴얼화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A이슈는 마케팅팀, B이슈는 영업팀, C이슈는 개발팀, D이슈는 전부 관여 등)

스타트업은 영업팀이 영업을 따오면 마케팅팀에서 따로 하지 못한다면 결국 영업팀이 마케팅까지 도맡아서 한다.
마케팅팀이 있어도 고객사에서 만족할만한 퍼포먼스를 못내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 신입으로서 보자면 '교육의 부재'가 가장 크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스타트업에 신입으로 입사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성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운이 좋게도 좋은 팀장을 만나긴 했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전 3개월간은 지옥이였다.
(사수가 있긴 했지만 무의미한 자였다.)

영업팀이다 보니 첫째로 배워야할 것은 비즈니스 매너였다.
하지만 비즈니스 매너를 그때 그때 상황이 닥칠 때마다 배웠다.

심지어 나는 처음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사장님을 부를 때 "저기요."라고 불렀다.
(사장님인지 직원인지 모르니 "저기요"를 택한 선택은 참 어처구니가 없긴 하다.)

또한, 명함 주고 받는 법, 자리에 앉고 명함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지와 같은 것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미팅이 끝나고서나 알려주었다. 알려주는 것도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제대로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한편으로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들도 그럴 수 밖에 없긴 하다.
스타트업에서 사수 격이였던 대리급은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 경력 자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스타트업은 직원 수에 상관없이 경영진 혹은 극소수의 능력자들에 의해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 입장에서는 성장을 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입사하지만 막상 성장의 기회가 없다.
무언가 바쁘게 일하지만 일하면서 배운다는 느낌은 적다.

부재를 채워주는 것이 사수, 혹은 관리자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할 사람들이 굉장히 복불복이다.

무언가를 가르쳐 주기도 전에 떠나버리거나,
자기 실적 채운다고 정신 없거나,
혹은 자기 업무 중 하기 싫은 거 (자기도 떠맡은거) 넘기거나 하는 등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 후배들이 스타트업을 간다고 하면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곳"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신입 계약이라 할지라도 다른데에서 일하다가 간 경우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울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신입 교육을 열심히 혹은 신경쓸 만큼 스타트업의 현실은 절대 여유롭지 않다.

투자 기간내 자생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이나 엑싯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우는 것이 1순위지,
몇 년간 키워야 하는 인재 교육 시스템이란 건 있을 수가 없었다.

지난 몇 년간 경쟁사, 만나왔던 스타트업들 대부분 망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망한 회사들이 엄청 많다.
성공한 소식 보다는 지금 퇴직금, 월급, 국민연금 연체 등 부정적인 소식이 훨씬 많이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확실한 장점 하나는 있다.
"회사가 어떻게 망하게 되는 지"에 대한 것은 누구보다 빠르게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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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0 17:47
수정 아이콘
초기맴버로서 나중에 큰 보상이 있을 수 있다는 큰 희망을 품고 들어가는 곳이 스타트업이지만 99%는 기업의 몰락과 동시에 다시 구직 일선에 나서게 되는 큰 절망을 맞이하게 되죠.
대부분 나만은 1%가 될거라는 자신감으로 시작합니다. 뽐뿌도 심하죠.
시라노 번스타인
23/01/30 18:11
수정 아이콘
저는 뽐뿌라 표현하진 않고 중독된다고 표현합니다. 크크 창업뽕, 스타트업뽕
23/01/30 17:50
수정 아이콘
10년차 서비스기획자인데 경우에 따라선 스타트업 시작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1. 대기업 들어가기 스펙이 부족할때 (당연한가?? ;;)
2. 개발에 관한 풀스펙을 인하우스로 다루는 스타트업의 경우 경험치 채우기가 좋음. 되려 좁고 깊게하는 대기업보다도
3. 내가 회사 내 위키가 될 자신이 있다면 회사 상대로 연봉 협상이 가능
4. 연차 조금 채워서 장이 될 수 있다면 어설픈 중견기업 커리어보다 더 높게 점프가 가능하다.

킹치만 2-4의 모범적인 방법과 루트를 알기 어려워 망하는 경우가 많죠.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것 ㅠ
시라노 번스타인
23/01/30 18:10
수정 아이콘
킹치만...위 루트는...초심자가 알기란 쉽지 않고 그걸 아는 초심사는 별로 못보긴 했습니다. 크크
23/01/30 18:16
수정 아이콘
벚꽃 피기 전 고3들은 가능하면 서연고 출신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어설픈 인서울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습니다.
이것도 그와 같지요.
대기업 들어간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일은 많은데, 중소나 스타트업에서 아둥바둥 기어 올라온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지 않습니다. 크크
절대 다수는 후자가 더 현실적인 루트인데도 말이죠.
23/01/30 17:54
수정 아이콘
"스타트업은 영업팀이 영업을 따오면 마케팅팀에서 따로 하지 못한다면 결국 영업팀이 마케팅까지 도맡아서 한다."
사실 이게 성장의 기회일수도 있는거죠.

전 스타트업에서 일해보는건 (본인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곳이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경험인것 같습니다.
시라노 번스타인
23/01/30 18:09
수정 아이콘
네 해당 부분이 포인트긴 합니다. 저는 그거 하나 경험할 수 있는 제대로된 기회가 온다면 추천하긴 합니다.
성야무인
23/01/30 18:02
수정 아이콘
지금 스타트업 8년차에서 9년차로 넘어갑니다.

8년차쯤 되면 쳐내고 집중을 해야 하느냐 규모를 키우느냐 인데

이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시라노 번스타인
23/01/30 18:08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하십니다. 9년차이신거면요. 진짜 망하는 회사 많이 보다보니...살아남는 게 강한거드라구요.
성야무인
23/01/30 18:59
수정 아이콘
에이 별거 없습니다.

그냥 버티는데 능해서요.
23/01/30 18:18
수정 아이콘
진짜 대단하시네요.

살아남은 1%의 스타트업 기업이고 스타트업맨 입니다.
성야무인
23/01/30 19:00
수정 아이콘
뭐 이러저래 별거 다 했으니까 아직까지 안망했던 같습니다.
23/01/30 18:03
수정 아이콘
회사의 재정상황이 불안할때 나타나는 판단기준
- 모니터 절전모드 안하면 뭐라고 함
- 식대를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 - 밥값 7000원대 식당이 주변에 있으면 7500원 먹었다고 뭐라고 함
- 소등 잘 안하고 다니면 뭐라고 함
- 탕비실이 있는 경우 - 간단한 커피나 차 종류 리필이 이상해짐

위기가 오면 눈에 보이는 잡비용부터 줄이는게 기본상황이기도 하죠 흑흑... ㅠㅠ
아 물론 저걸 늘상 하는 회사들도 있는데, 저러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그러기 시작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시라노 번스타인
23/01/30 18:06
수정 아이콘
저는 항상 퇴직금 데드라인이여서 참 운이 좋았습니다. 크크
23/01/30 18:07
수정 아이콘
저는 여기에 플러스로
재무팀장이나 본부장등 재무의 머리가 나가는 상황을 안 좋게 봅니다. 하하
이게 단독 상황이면 개인의 사정일 수 있는데, 다른 안 좋은 상황과 겹쳐지면 ;;;
23/01/30 18:10
수정 아이콘
재무 퇴사 저도 동의합니다.
꼭 말도 없이 나가시던.
23/01/31 08:29
수정 아이콘
사실 제일 확실하게 미래가 보이는 거나 마찬가지인 분이라..
-안군-
23/01/31 16:50
수정 아이콘
저러다가 언제부턴가 임금이 체블되고, 못견딘 직원들이 퇴사후 노무사 찾아가서 소송걸고, 4대보험 체불한게 횡령이 되고... 하다가 대표가 파산하면서 망하는게 스타트업이 망하는 전형적인 시나리오죠...
샤한샤
23/01/30 18:06
수정 아이콘
저기요 에서 터졌습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직장생활 시작했지만 비슷한 짓을 했던 기억이 나서요
시라노 번스타인
23/01/30 18:13
수정 아이콘
나름...짧은 시간안에 많은 고민하고...내린 단어였어요. 크크
23/01/30 18: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스타트업에 잠시 몸담았을 때 신입사원 온보딩은커녕 컴퓨터와 자리 세팅도 제대로 안/못해주던 환경 보고
인사도 총무도 아닌 제가 없는 시간 쪼개서 대신 해주던 생각 나네요. 온보딩도 안 되는데 체계적인 육성은 당연히 없고 업무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만 겨우 배워서 계속 굴려졌죠. 실수하고 깨지면서 그때그때 배우기도 했고요.

3개월 수습 후 정규직 전환 구두약속받고 일평균 14시간+@ , 주 6일 구르다가 두 달 보름여 만에 계약직으로 재계약 권유 듣자마자 때려치웠습니다. 이게 벌써 5년도 더 전 일인데, 지금도 잡플래닛 보니 비슷한 근무 환경인 것 같아서 안타깝더군요. 회사는 뭐 잘 크고 있겠지만 구성원들, 특히 저같이 최전방에서 고객 상대하던 팀 소속 직원들은 계속 갈리고 나가고 들어오고 갈리고 나가고 반복이더군요 ㅠㅠ

본문 말씀대로 스타트업은 살아남기 Or 비싸게 팔릴 준비하기 바쁜 곳이라 cxo, 혹은 그에 준하는 정도로
내가 성장할 가능성이 안 보이면 빠르게 결단해야 하는 곳, 이라는 인상이 박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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