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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21 03:08:26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정이> 안 가네 이 영화... (수정됨)
먼저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

1. 뭔가 쌈마이한 CG
뭐 사실 <아바타>를 기대한 것도 아니니까...

2. 시작 부분의 과도한 설명
그래도 SF니까 처음에 좀 구구절절한 거 참아줄 수도 있다. 게다가 그 설정이라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3. 과한 액션
영화 <카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일단 <카터>처럼 액션이 이상하지도 않고, 타격감도 시원시원하니 좋고, 게다가 난 액션 좋아하니까...


하지만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었던 부분들

1. 연기를 못해요
그리고 또 연기를 드럽게 못해요. 그리고 또 영화 내내 거의 모든 배역이 연기를 드럽게 못해요. 그나마 故 강수연 씨와 김현주 씨가 대사를 뱉을 때는 이거 영화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다른 배역이 대사를 뱉는 순간 산통이 다 깨진다. 뭐랄까... 연기가 죄다 따로 노는 기분이다. 재밌게도 CG랑 연기하는 액션은 찰지게 합이 잘 맞는데, 오히려 배우들끼리 연기하는 부분에서 어색함에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문제라기 보다는 디렉팅의 부족함이 부른 참사가 아닐까 싶다.

2. 서사 없는 액션
액션 자체만 놓고 보면 <정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타격감이 좋다. 그런데 그게 다다. 액션에 몰입이 안 된다. 왜 그럴까? 서사가 없기 때문이다. 싸움이라고 치고 받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떤 합이 이루어졌다면, 왜 그런 합이 이루어지는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액션의 서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역시 전성기 무협 영화였다. 무공 이름을 외치면서 싸우는 모습이 유치하게 다가오지 않고 강렬하게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무공이 구현된 모습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무공 둘이 맞붙었을 때 승부가 나는 전개가 납득되었기 때문이다.

<서극의 칼>이라는 영화를 보면 외팔이 주인공이 반쪽짜리 비급을 수련하다가 자신만의 독특한 검법을 완성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그 검법으로 악당을 물리친다. 이 모두가 액션의 서사가 된다.

장이머우 감독의 2018년 작품 <삼국: 무영자>는 삼국지의 형주공방전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만든 작품이다. 영화에는 관우를 모티브로한 양창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언월도를 사용하는 무적의 장군으로 그려진다. 그의 무공을 파훼하는 것이 작전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파훼법의 핵심은 음양의 원리였다. 양창이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무공을 사용하는데, 이를 파훼하기 위해 둥글고 여성적인 무공을 만들어 대항한다. 글로만 적으면 이게 뭔가 싶겠지만, 영화는 이를 고개가 끄덕이는 수준의 합으로 구현해 낸다. 액션에 서사가 있다.

무협하고의 비교가 너무 가혹하다면 <존 윅>을 생각해보자.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사격 자세만 봐도 서사를 느낄 수 있다. <제이슨 본>은 어떤가? 주변 환경에 너무나 어울리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격투와 추격전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욕밖에 먹은 게 없었던 <터미네이터 3>조차도 기계들의 싸움에서 느낄 수 있는 묵직한 느낌을 잘 구현했었다.

그런데 <정이>는 그딴 거 없다. 그냥 치고 박고 싸운다. 게다가 감각적으로 가늠이 되질 않는다. 엑스트라 로봇들은 장난감처럼 픽픽 쓰러지는 데, 주조연급 로봇들은 찰진 타격감에도 아무렇지 않게 벌떡 일어선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터미네이터를 왔다갔다 하니 눈앞에 보이는 타격이 평타인지 크리인지 감나빗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뜩이나 액션에 서사가 없는데, 없는 서사마저 제거해 버리는 액션을 펼친다.

3. 갖다 버린 설정
처음에 주절거린 설정... 솔직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잘 우려내면 좋은 육수가 나올 재료였다. 그런데... 우주, 쉘터, 전쟁... 이 설정들은 영화의 줄거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게 얼마나 몰상식한 짓인지는 안톤 체호프의 명언이면 충분한 설명이 될 것 같다.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무자비하게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총을 소개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

4. 구린 대사
특히 마지막 대사는 보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기 위해 넣은 걸까, 아니면 개빡치라고 넣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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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1 03:13
수정 아이콘
이런 영화가 故 강수연씨의 유작이 되었다는 게 화가 납니다.
퀄리티 처참.
마스터충달
23/01/21 03:17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이 유작이셨군요 ㅠㅠ
23/01/21 03:43
수정 아이콘
연상호감독 지옥으로 한번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갈때가 됬죠
만찐두빵
23/01/21 06:58
수정 아이콘
듣기로는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계약 중에 약간 꼽사리로 낀 영화라던데 영 퀄리티가 구려요
No.99 AaronJudge
23/01/21 07:32
수정 아이콘
연 감독은 영 퐁 당 퐁 당을 반복하는 느낌....?
부산행 지옥은 진짜 감탄나왔는데
aDayInTheLife
23/01/21 07:37
수정 아이콘
연상호 감독은 한국판 주사위형 감독이 아닐까요? 실사 영화로 넘어온 뒤에는 자꾸 퐁당퐁당이네요(2)
트리플에스
23/01/21 08:53
수정 아이콘
이 감독이 진짜 지옥을 만든 감독이라니.....
염력을 보면 또 그런거 같기도하고.. 참 이상한 감독이예요 ㅠ
푸른 모래
23/01/21 08:58
수정 아이콘
얼렁 지옥이나 만들었으면
이쥴레이
23/01/21 09:52
수정 아이콘
사이비나 지옥을 워낙 재미있게 봐서 기대가 되는 감독인데
또 염력이나 반도를 보면 아쉽기도 해서...

이 감독이 조석의 행성인간 시리즈 하나 영화나 드라마 해주면 좋을거 같네요.
23/01/21 12:21
수정 아이콘
필모 쭉 생각해보면 연출은 무난한데 장르물 특성의 오타쿠 감성은 하나도 없는 감독 같아요.
말씀대로 원작있는 작품을 분위기 있게 찍는 게 더 기대됩니다.
만성두통원딜러
23/01/21 10:08
수정 아이콘
예고부터 별로 안땡겼는데 디테일한 리뷰 감사드립니다
기사조련가
23/01/21 11:09
수정 아이콘
??: 관객의 수준이 미달이다
똥진국
23/01/21 11:45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김현주 주연인 영화 중에서 흥행한 영화가 없는듯..
율리우스 카이사르
23/01/21 21:27
수정 아이콘
근데 보면 김현주 가 잘못했다는 느낌이 두는 영화도 없죠. (정이는 못봤지만) 선구안이 안좋은듯.
파수꾼
23/01/21 11:59
수정 아이콘
감독의 제작 역량의 기복이 이렇게 심하면 앞으로 작품들은 어떻게 신뢰해야하나요
23/01/21 12:17
수정 아이콘
정이, 반도, 염력, 부산행 전부 다 똑같이 안타까운 상황 설정에 반전없는 엔딩인데 부산행만 등장 인물 별 사연이 있고 풀어내니깐 과정의 지루함이 적었던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이외의 작품들은 전개 방식도 비슷 비슷하고 반전도 없고 알맹이도 부실한데 부산행은 나름 3~4 파트로 쪼개놔서 볼만했던게 아닌지.
이후의 모든 작품이 서브 스토리 하나도 없이 공유 이야기만 2시간 내내 하는 부산행 보는 느낌이에요.
mudvayne
23/01/21 14:26
수정 아이콘
부산행은 각본가 캐리로 생각합니다. 당장 바로 다음작인 염력때만 해도 연상호 감독이 직접 각본 잡고 폭망했거든요. 화이 쓴 박주석 각본가인데 화이랑 부산행이랑 장점이 비슷하죠. 반도때는 꼴랑 2주인가 연감독이 각본 쓴거 감수만 해줬다고 알고.
23/01/21 19:30
수정 아이콘
화이 각본이면 깊이는 얇아도 구성도 탄탄하고 파국으로 달리는 포인트도 확실히 잡았던 걸로 기억나네요.
직접 각본 할 때는 초기 설정집을 그냥 영상화 한 듯한 작품이 나온 것 보면 확실히 영향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뜨거운눈물
23/01/21 12:44
수정 아이콘
십분보다가 껏는데 잘한 선택인듯요
23/01/21 13:31
수정 아이콘
연구소장인가가 되도 않는 개그쇼 할 때 껐어야 했는데...ㅠㅠ
엔지니어
23/01/22 12:14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하면 끌 포인트가 많았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걸 끝까지 다... ㅠㅠ
ArchiSHIN35
23/01/21 13: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엣지오투모로우에다 한국식 신파썩어서 재미 좀 볼려다 밑천만 다 드러남
심지어 2편 만들생각까지 하네. 아우씨
김연아
23/01/21 13:09
수정 아이콘
충달님이 이 정도 비평하시면 거의 쌍욕 박는 수준인 것 같은데... 덜덜덜
-안군-
23/01/21 13:13
수정 아이콘
아니 망작전문 리뷰어가 이렇게까지 격분하시다니...
23/01/21 13:22
수정 아이콘
유머에요 유머 이 대사는 왜 자꾸 반복하는 건지 진심으로 좋은 대사라 생각하는건가 싶더라고요. 유행어 노린건가 싶기도 하고..
마스터충달
23/01/21 13:25
수정 아이콘
유머 아닌데 유머인 줄 아는 게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해서 아닐까요?
23/01/21 16:37
수정 아이콘
영화 안에서 같은 유머코드를 가진 누군가와 연관성 만들려고 넣은 장치 같은데 구리긴했어요 크
23/01/21 19:34
수정 아이콘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는 꽤 좋았다고 생각해요. 작품 내내 설명하던 설정을 한 문장에 표현할 수 있는 대사였으니.
문제는 전달하는 대사인 유머에요 유머가 진짜 별로인거지 크크..
23/01/21 13:48
수정 아이콘
어제 새벽에 초반 5분 보고 메카닉 디자인부터 허접해서 껏는데 잘한 선택인듯 크크
23/01/21 13:57
수정 아이콘
초반부터 예측 가능한 스토리 더군요. 의외로 신파가 적었다?
레드미스트
23/01/21 13:59
수정 아이콘
영화는 안봤지만, 보고 싶게 만드는 신선함조차 없던...
다리기
23/01/21 14:01
수정 아이콘
예고 영상 몇초만에 아내가 기겁하길래 일단 후퇴했는데 댓글들 반응보니 역시 현모양처였군요 크크크
비뢰신
23/01/21 14:33
수정 아이콘
걍 구려요...
이거 보면 돈 날리는거
23/01/21 14:43
수정 아이콘
고인의 유작이라 볼려고 맘 먹었는데 평이 너무 나쁘니 정말 엄두가 안나네요..
관지림
23/01/21 15:09
수정 아이콘
러브데스로봇처럼 30분(?)짜리 영화로 만들었으면 볼만한 영화같아요.
이정재
23/01/21 15:18
수정 아이콘
뻘플이지만 보스턴 다이나믹스 엄청 발전했던데... 그보다 못할지도
뻐꾸기둘
23/01/21 15:28
수정 아이콘
전형적으로 설정은 참신하게 짜는데 연출능력이 못 따라주는 감독인듯...
Quarterback
23/01/21 15:42
수정 아이콘
그냥 보지 마세요. 개연성없는 이야기, 매력없는 인물, 수준 이하의 연기. 그냥 망작입니다. 시간이 남아도 보면 후회합니다.
음란파괴왕
23/01/21 16:02
수정 아이콘
애니출신 감독이라서 그런지 배우의 연기컨트롤이 전혀 안되더군요. 지옥에서도 보면 배우마다 연기톤이 전혀 안맞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죠. 각자 다른 장르의 연기를 하고 있어요.
미메시스
23/01/21 17:08
수정 아이콘
반도때부터 먼가 바닥 드러낸 느낌
켈로그김
23/01/22 10:09
수정 아이콘
트랜드는 잘 올라타서 윗분들은 잘 꼬시는데 그게 전부인거 같습니다.
지옥도 보기 괴로웠음..
앙금빵
23/01/22 12:21
수정 아이콘
전 중간까지 봤는데 일단은 시간때우기로 괜찮네요
루크레티아
23/01/23 13:42
수정 아이콘
와이프가 부득불 끝까지 보고 늘어지고 붙잡아둬서 진짜 고통의 1시간 반 날려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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