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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2/22 20:32:41
Name 어강됴리
Subject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오늘 화제가 된 발언덕분에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인용구로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부분이 자주 사용되는지라 이부분은 대충 알고있었는데 앞선 구절이 더 길군요.











잊혀질만하면 나타나
너의 자취방안을 담배연기와 소주의 쓰디쓴 습기로 가득채우고는
곧바로 쳐다보지 않고 피곤한듯 충혈된 눈으로
나를 외면하는 거부하는 몸짓으로
굵은 팔뚝으로 꼭 붙들어놓고 사랑한다고
준비했던 수식어나 농담같은 것들
결국 모두 잊은채로 터프한척 딱 한마디
오빠가 생각해봐도 그런것 이제 정말 지겨울것같아
여기서 일하면서 보니까말이야
샴페인안에 반지를 넣어준다거나
아니면 꽃을 만땅 채워놓고 차 트렁크를 열게하거나
정말로 멋진방법들이 많고 많던데
꽃을 그렇게 살려면 이달 방세는 포기야
차는 빌려쓴데도 방은 빼줘야되는데
같이 살고야 싶지만 먼저 고백을 멋지게 해야지
그치만 시간이 있을까싶어
너는 하루에 열시간
오빠는 하루에 열두시간을 일하면서지나가고
한달에 이틀을 쉬는데
누워서 TV를 보던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게 되더라
어쨋건 마음만은 제발 받아달라는
구질구질한 말들은 이제 하고싶지도 않다
친구들 만나게되면 재밌게 잘 놀아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니가 직장을 얻게 된게 오빤 너무나 기뻐
원래 그 회산 이쁜 경리를 좋아한다던데
사실 성형같은건 생각도 안해봤지만
니가 채용된건 정말 당연한거라고봐
부장님이 자꾸 눈길줘도 신경쓰지마
원래 너처럼 이쁜애들은 팔자가 다 그래
오죽하면 부내앞에 식당에서 오빠가 널 꼬셨겠니
서울따라온거 후회는 않지?
특별히 니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밥만 먹어도 느낄 수 있는게 있어
니가 별로 안좋아하는 반찬을 내가 먹어치우면
웃길것도 없는데 미소가 스쳐지나가
추석날 너 고향내려갈때 줄까하고
선물하나 산적이있었어
지갑인데 역앞에서 오토바이가 채갔다
포장지가 비싸길래 포장 못했던게 문제였어
안에 편지를 잔뜩 써놨더니
돈이 많이 들어간줄 알고 털었나봐
세탁소에서 빌려 입었던 정장이 어울리기는 했나보더라
부티가 났나봐.. 별로였나?
가난은 남자를 심각하게 약해지도록 만들지만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은 더욱 나약하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너무 가난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기를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 기억에 남게 되지 않기를

눈이 꽤나 많이 오는 바람에
지난 겨울엔 걷기만 해도 분위기 괜찮았었는데
넌 잠깐 운적이 있었지
먹고살기 위해서만 사는게 이젠 지겹다고
오늘 너한테 술꼬장만 진탕하고 아무것도 못내밀고
집으로 돌아올래니까 니 생각이 또 난다
그치만 우리한테 자유가 없진 않아
우린 잡일하는 기계는 아니야
작년여름 피자집에서 일하고 있을때
배달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날 끌어안고 미친듯이 소리치던 넌 정말 예뻤어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순 없어
남자라면은 누구나 자기 여자에게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을 주고싶어해
옥상에서 빨래를 거는 니 옆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걸 알고 있어도 그래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니 생일...



하지만 저는 이 노래가 더 좋군요 
이제는 더는 음악활동을 하지않는 팟캐스트 제작자 UMC의 앨범 1집 XSLP에 수록된 '가난한 사랑의 노래'

올댓뮤직 라이브 버젼이 더 좋았는데 

타 사이트 링크 금지네요 ㅠㅠ







요즘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라 그런가 이상한 부분에서 쓸데없이 감성이 막터지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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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미유아
21/12/22 20:35
수정 아이콘
UMC 좋아요
덱스터모건
21/12/22 20:42
수정 아이콘
UMC 좋아요 (2)
더불어 그가 제작하는 팟캐스트 정말 애정합니다.
21/12/22 20:59
수정 아이콘
미안해~ 널 더 이상 잡지 않을께~
antidote
21/12/22 21:01
수정 아이콘
남자 평균 결혼비용이 3억이라니 평균적으로 무슨 수단으로든 3억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뭐 다 그렇게 되겠죠. 아 지금은 물가 따라서 한 6억쯤 될지도 모르겠네요.
지구 최후의 밤
21/12/22 21:02
수정 아이콘
신경림의 시는 눈을 감고 감각을 음미하면서 읽으면 그 정취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특히 20~30대 질풍노도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그 맛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게 되지요.
명륜동시인
21/12/22 21:12
수정 아이콘
존경합니다. U형.
시린비
21/12/22 21:14
수정 아이콘
"그치만 우리한테 자유가 없진 않아
우린 잡일하는 기계는 아니야"

사실 저자유가 그자유가 아니긴 한데
여튼 아랫노래가 방송금지 당했었다니 그것도 참 슬프네요
blacksmith01
21/12/22 21:22
수정 아이콘
UMC 앨범 좀...
21/12/23 01:17
수정 아이콘
둘 다 너무나 사랑하는 시입니다.
둘 다 글을 읽으면서 전율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엠씨껀 원본도 좋아하고 랍티 리믹스도 좋아해요.

유형 내가 19세 미만 때 그렇게 xs denied를 들었는데 깜빵 안 갔어. 이제 팟캐 좀 쉬고 앨범 좀 냅시다.
Jedi Woon
21/12/23 01:20
수정 아이콘
나이 들면서 UMC 노래의 가사들이 와닿는게 더 많아지더라구요.
물론 팟케스트도 꾸준히 애청하고 있습니다
Equalright
21/12/23 08:24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DVxemgUMpYQ
전 이버전도 좋더라구요
21/12/23 09:18
수정 아이콘
유형 노래는 아직까지도 한번씩 듣는데, 나이 먹을 수록 더 짠하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4집 좀;;;
트루할러데이
21/12/23 14:55
수정 아이콘
유형 팟캐도 듣고 그 이상한 샴푸도 사고 있으니까 앨범 좀 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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