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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2/20 20:12:01
Name Farce
Subject [스포] 소련 SF: "스토커"의 처절한 이야기. 우리의 "구역"은 어디인가? (수정됨)

*본 글은 "스토커"를 다룬 3가지 작품, 즉 1972년 소설 "노변의 피크닉", 1979년 영화 "스토커",
그리고 2007년 FPS게임 "스토커: 새도우 오브 체르노빌" 및 그에서 파생되는 시리즈 전반에 대한 스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네, 방금 적은 스포일러 경고문이 제가 다룰 이야기의 범위를 잘 요약해준 것 같습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소련에서 만들어진 공상과학소설, "노변의 피크닉"에서 파생된 어떤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련에 살던 작가들이 세상에 남긴 피맺힌 소리이자, 뜬금없이 저기 멀리 살던 한국사람들이 읽으면 훌쩍일 그런 비참한 이야기이지요.
뭐, 적어도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제목은 처음 들어보실 분이 많겠지만, 지금 21세기 대중매체에 영향이 큰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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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이 뒤덮인 소련 땅에서 총을 하나 꼬나쥐고 방독면을 쓴 채 구시대의 유물을 찾는 그런 군인들의 이야기, 이젠 익숙하시죠?]


[소오련 말기 특유의 락 음악과 함께 스토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까요?]
(영상을 오른쪽으로 누르시고 '반복재생 (Loop)'를 누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 가장 먼저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게 해준, 1972년 소설 원본의 줄거리부터 말을 해야겠군요.


stk-01
[저는 2017년에 한국어로 번역된 '현대문학' 판본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습니다.] 
나중에 또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작가의 후기와 번역자의 후기를 포함해서 정말 부록이 맘에 드는 좋은 구성의 책이었습니다. 
다만 문장이 좀 교정이 덜 된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하잖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는 식으로
온전한 문장이 이어지지 않고, 앞선 절이 결합되는 문장은 일관적으로 앞부분이 반말이라 되게 기묘하더군요. 

그래도 작품의 자체가 워낙 치밀하고도 멋진 세계를 다루고 있기에, 예측가능한 그 오류 말고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stk-02
["노변의 피크닉"은 소련 SF 거장인 '스트루가츠키(Strugatsky) 형제'의 작품입니다.]
이들은 냉전 중에는 솔제니친 같이 서방으로 망명한 러시아 작가들에게 밀려서 소련 밖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망명하는 일이 없이, 계속해서 소련에 남아서 글을 썼거든요. 오직 소련이 붕괴하고 나서야,
선구적으로 판타지와 과학이 뒤섞인 이야기를 보수적인 체제에서 검열을 피하며 썼던 공들이 마침내 후대인들에게 인정받았습니다.

따라서, '노변의 피크닉'은 소련의 선전 소설의 최고봉인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같은 작품도 아니고,
솔제니친이 목숨을 걸고 마침내 출판한 폭로인 '수용소 군도'와도 다른 작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더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소설의 배경은 '하몬트(Harmont)'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미국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아메리카 대륙 같습니다.
이 곳은 지구 상에 갑자기 어느날 형성된 6개의 "구역"중 하나입니다. 외계인이 어느날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여러 곳에 머물다갔지요.
그리고는 그 장소들은 영원히 뒤틀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과학과 상식 같은 것은 '구역'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역'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비틀렸습니다. 그곳에는 영구기관, 무한한 배터리, 수명 연장의 목걸이가 있다고들 하죠.
아 그리고, 인간을 짜부려트리는 중력 함정, 몸을 녹여버리고 흡수하는 산성 슬라임, 고통 받으며 죽여달라고 외치고다니는 망자도요.

stk-03
[주인공 '레드릭 슈하트'는 하몬트의 한량이었습니다.]
기술을 한가지 배워서 정착하지 못하고, 혼자서 오두막에 살던 음침한 사내죠.
그리고 그는 이제 '구역'의 '스토커'가 되는 것으로 새로운 삶을 찾았습니다. 결혼조차 성공했지요.

'스토커'란, 앞으로 나올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직업입니다. '구역'에 들어가서 물건들을 빼오는 것이 생업인 사람들이지요.
'구역'은 생지옥입니다. 공간과 시간이 뒤틀리는건 예사고, 그건 다시 말해 지도 따위는 별로 믿을 것이 되지 못하지요.
짐이 무거우면 '구역'이 던져주는 고난에 말 그대로 노릇하게 익어버릴 수도 있으니, 가방 하나에 단련된 눈썰미로 값이 나가는 이상현상,
그것도 자신을 죽여버리지 않을 것을 잘 골라서 밖으로 살아나와 암시장이나 회색지대 거래처에 팔아넘기고는

빳빳한 돈을 받아서, 술집에 들어가 흐느끼면서 '오늘도 살았다 이 개같은 놈들아!'라면서 보드카를 쭉쭉 들이키는 그런 존재들이죠.
그러다가 술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당신은 불법적으로 '구역'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까?' 라면서 양복쟁이, 짭새, 군바리들에게
그러니까 방금 마치고 온 거래가 맘에 안드시는 높으신 분들께서 보낸 하수인들에게 취조당하고 얻어맞고 모욕당하는 그런 존재요.

소설은 4개의 짧은 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3개의 장이 '빨간 머리 슈하트'의 시점이고, 
3장만이 그의 후원자 '리처드 누넌'의 시점입니다. 슈하트가 감옥에 들어가면 자식을 돌봐주고 영치금을 넣어주고, 
다른 스토커가 UN이니 연구소니 하는 것들에게 꼰질르면 가서 '경고하는데 슈하트를 건들면 이 바닥에서 재미없을 것' 하는 양반이요.

소설의 1장까지만 해도, 별볼일 없는 산간 시골이었던 하몬트는 '구역' 덕분에 생긴 풍요에 어쩔줄 모르고 있었지요.
갑자기 UN 평화유지군이니, 세계에서 알아주는 석학들이 연구를 위해서 찾아온다니, 잠만 재우고 술만 팔아도 마을사람 전부가 부자고,
주변 도시에서, 나라의 먼 구석에서, 지구의 건너편에서 온갖 사람들이 한 몫 잡으려고 모이고 또 모였으니까요.

연구소에서 나름 중견 연구자, 러시아인 키릴 교수조차도 논문을 통해, 또 술집에서 '구역'에서 발견되는 것들은,
인간 사회를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발전시킬 것이며, 인류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고, 다들 믿었죠.
그리고 레드릭과 함께 '구역'에서, 허공에 멈춰있는 액체 즉 '깡통' 현상을 회수하다 똑같이 허공에 멈춰 반짝이는 뭔가를 건들고 말죠.
그는 심장이 터진 시체로 다음 아침 미완성된 논문과 발견되고, 보드카를 마시던 레드릭은 전화를 받고 '빌어먹을!'을 외칩니다.
이게 1장의 끝이죠.

stk-04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노변의 피크닉"이라는 기분나쁜 단어는 충분히 이야기가 울적해진 3장에서야 갑자기 등장합니다.
2장의 끝부분에서 레드릭은 꽤 오래 감옥으로 들어가버리고, 하몬트는 규모가 커졌지만 그만큼 대가를 치뤘습니다.
망할 '구역'은 조금씩 확대되면서 이주민을 만들었고, 이주민의 자손들은 인간이 아니게 되거나, 머무는 지역의 날씨마저,
지구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그런 흉흉한 소문과 현상이 가득차게 되었지요. 

만취한 상태로 거래처인 연구소에서부터 운전을 시작해서, 레드릭의 집에 도착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려던 '리처드 누넌'은
레드릭의 딸을 어둠 속에서 보고는 '못 본 사이에 참 많이 컸다'고 생각했다가, 불 속에서 '그건 사람이 자란 것이 아님'을 깨닫고 떨죠.

무척이나 수척해진 레드릭의 아내 '구타'는 이제는 딸이었던 것이 내는 기이한 고음은 눈길을 주지 않고 쓰다듬어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침 출소해서 돌아온 레드릭과 '구역'안에서 그가 보았던 괴상한 현상들과 그것이 얼마나 돈이 되는지 이야기를 조금 해본 누넌은
견딜 수가 없어서 불이 환한 마을로 돌아와서 새벽을 지새고 있는 어떤 과학자와 다시 코냑을 마시면서 물어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겁니까? 하몬트 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에 더 있다고 하는 이 '구역'이라는 곳 말입니다."
"'노변의 피크닉'이지요."
"노변? 그러니까, 길가요? 동네 잔치요? 뭐 외계인이 흥건한 잔치라고 싸지르고 갔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도 가끔 하고는 하는 행위지요. 자가용을 하나 빌려, 보드카고, 카세트플레이어고, 과자고, 다 때려박고 가는 겁니다.
그리고는 적당히 외진 곳에 내려서 밤새 놀고는, 해가 지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지요.

밤새 알수없는 소리, 불빛, 그리고 물질 속에서 겁에 질려있던 벌레들과 들짐승들이 마침내 돌아와 놀란 눈으로 쓰레기들을 보는 겁니다."

"쓰레기!? 이건 외계의 침략입니다 박사님! 방금도 저는 끔찍한 걸 봤습니다. 이러다간 지구가 지구가 아니게 되어버려요.
빌어먹을 괴물딱지들... 여긴 우리의 땅이란 말입니다. 우리의 땅! 군대를 소집해야해요. 당할 수만은 없습니다."

"키릴 박사를 기억하십니까? 그의 논문은 한때 '구역'을 이해하는 것에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줬었지요.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진전된 연구는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뉴턴에게 사과가 아니라 입자가속기를 떨어트린다면,
그는 찌부러져서 죽었을 것입니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그걸 (종이를 누르는) 문진 말고는 다른 무엇으로 쓰겠습니까?

우리는 뭔가 안다고 또 알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역의 장치들은 그걸 비웃고 있고요. 
우린 제한적으로 어떤건 통제 가능하니, 용도를 찾았으니 하면서 분주하게 의미있는 척 굴려고 하지만
결국 그건 전화기를 목걸이로 쓰고, 반지를 망치로 쓰고 있는 짓이라고요. 
당신이 끼고 있는 그 건강반지가 수십년 뒤 우릴 다 죽인다해도 '죄송합니다, 미처 몰랐습니다'말고 뭐라 할겁니까?"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젠 '구역' 안 뿐만이 아니라 '밖'에서도요."
"태엽인형이나 벌레 스프레이 또한 버리고 갔나보죠.
당신조차도 예상한 일이 아닙니까?"

stk-13
소설의 결말부에서는, 레드릭이 마지막으로 '스토커' 짓을 하려고 '구역'의 중심부로 떠납니다.
소설 내내 무시했던 '소원을 들어주는 기계'에게 소원을 빌어보려고요. 딸은 모든 노력에도 불과하고 딸이 아니게 되었고,
언젠가는 아버지가 살아나서 자신에게 술을 한잔 부워달라고 했습니다. 누넌과 굽타조차 망가지기 시작했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무시했던 수 많은 스토커 동료들은, 병원에 입원하거나, 입원해서 해결하지 못할 괴상한 상처를 입고 죽어갔죠.

그나마 돈으로 '구역'을 바꿔먹을 수 있으면, 결코 '구역'에게 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집쟁이 레드릭은
마침내 '잘난 구역이여 니가 이겼다'라면서 돌아오는 길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안으로 또 안으로 들어갑니다.

사람을 따라오는 번개, 사람을 갉아먹는 투명 괴물, 온도와 중력의 '점' 들을 극복하면서 마침내 소문 속의 '황금 구체'를 발견한
'스토커'는 마침내, 그것에게 소원을 빌기위해 다가갑니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소문이 틀렸음을 깨닫죠.

"모두에게 행복을 드립니다! 공짜입니다, 어떤 대가도 없습니다! 아무도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기괴하게 인간의 말로 외치는
이 빌어먹을 기계는, '소원을 들어주는' 장치가 아니라 '소원을 추출하는' 장치라는 것을요. 

무엇인가를 선택해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해집어서 원하지 않는 것을 일러주는 그런 악취미적인 물건이요.
그리고 레드릭은 어쩌면 자신이 딸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그냥 돈을 더 받아서 자신의 삶을 피는 것으로 모든 걸 잊을 수 있다는
어떤 자존심이 기어올라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고 맙니다. 그래서 그는 장치를 움켜쥐고는 긴박하게 외치죠.


stk-05
["내 영혼을 들여다봐라!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한 게 들어가있어!] 
나도 사람으로서 원하는 것은 항상 좋은 것 뿐인데, 도대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왜 이렇게 개같은...

모두에게 행복을 드립니다! 공짜입니다, 어떤 대가도 없습니다! 아무도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2. "노변의 피크닉"은 이후 소련의 타르코프스키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1972년 영화 "스토커 (국내 초기 개봉명은 '잡입자')"가 바로 그것이지요.



[소련 시대 작품답게, 저작권이 만료되어 유튜브에 공개된 상태입니다. 다만 한글 자막이 없습니다.]
영어 자막과 일본어 자막은 존재하니, 언어가 되신다면 중역해서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은 독백인지라 그냥 시각적인 요소만 넘기면서 보셔도 요즘 영화랑 달라서 재밌긴 하실겁니다.
일단 2시간 30분이 넘는 '예술영화'입니다. 잠시후에 말씀드릴 FPS 총질겜인 3번째 작품과는 달리,
'구역' 자체가 특수효과로 표현된 느낌은 없습니다. 다만 '뭔가 잘못되었다'라는 걸 20분간 괴상한 롱샷으로 보여주고 그렇습니다.


stk-06
그래도, 이 영화판의 압도적인 요소가 있다면, 실제로 촬영자들의 건강을 좀 먹었다는 폐건물 로케이션의 압도적인 황량함,
함정을 확인하기 위해 너트에 천을 감아서 던지는 등의 원작고증의 멋진 시각화,
그리고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방' 앞에서 펼쳐지는, 온갖 환상과 허상의 연속으로 보여주는

'구역'은 도저히 사람이 이해할 곳이 아니다, 라는 그 특유의 몽환적인 위협감 (다른 작품은 좀더 '구역(물리)'에 가깝죠 흐흐)이 있습니다.

일단 줄거리부터가 '노변의 피크닉'과는 좀 다릅니다. 일단 배경부터가 '러시아'입니다. 물론 러시아라는 말은 한번도 안 나오지만요.
거기에다가 '외계인'에 대한 언급은 완전히 빠졌습니다. 아무래도 설정하려면 길어진다고 생각했나봐요.

또한 주인공 '스토커'와 함께, '교수' 그리고 '작가' 한 명이 '구역'으로 들어간다는 한가지 사건만을 다룹니다.
이들은 '구역'에 온 이유에 대해 이런 저런 변명을 했지만, 결국은 '소원을 들어주는 방'에서 이루고 싶은 각자의 속셈이 있었지요.

stk-07
물론 '스토커'가 이들을 이끌고 온 것에는, 자신이 마치 '구역'의 일부가 된 것 같아서, '구역' 바깥 세계에서는 그냥 목적없이 사는 인간에
불과하고 (그래서 영화가 '구역' 안에서만 컬러입니다. 밖에서는 세피아 갈색톤이고요.)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이지만,
동시에 그나마 다른 사람들이 '구역'을 이해하고, 또 '구역'이 아니면 안되는 자신을 이해해줬으면 해줘서 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몇번이나 살려주지만, 관객들이 그렇듯이, '구역'의 위험을 느낄 수조차 없는 '교수'고 '작가'고 
'스토커'가 왜 유난인지 모르겠다는 눈치이며, 어떤 '소원'이 뭔지 모르겠는지 갈팡질팡하는 '스토커'와 달리,
'교수'는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보려고 하네. 여태까지 과학이 어디까지 발달했는지 아는가?'라는 속편한 소리에,
'작가'마저, '여태까지 세상이 본적이 없는 작품을 써야지' 라며 자신들의 상상력과 욕망을 자랑하죠.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방' 직전 모래로 가득찬 방의 '시험'들과, 주먹다짐 끝에, 결국 이들은 '스토커'의 말에 수긍하고,
통제할 수 없는 소원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금 이대로 돌아가는 것을 택합니다.

stk-08
[아니 무슨 중력반전 함정도 없고, 좀비들의 습격도 없고 이게 "스토커"야? 싶으시겠지만, '예술영화'라고요 히히.]

3. 1991년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소련이 망했습니다. 그 덕분에 전세계로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이 퍼질 수 있었지만,
형제들에게는 별로 좋지 못한 세월이었습니다. 제가 읽은 '노변의 피크닉' 판본에 부록으로 첨부된 작가의 후기만 봐도,

소련 붕괴 직후의 혼란기는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작가들의 창작에 큰 도움이 되주지 못했지요.
심지어 그 '후기'는 어마어마하게 긴 길이를 '검열'에 대한 울분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고요. '소련 중앙당', '콤소몰 (공산당 청년당), '전 소비에트 작가협회' 등등등, 작품을 방해하고, 고치라고 했던 놈들!

그리고 나머지 울분은 다시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아무런 의미도 없어지고, 
책임지는 이 없이 세상이 바뀌어버린 소련 해체에 쏟아집니다. "누가 그들을 기억할것인가? 실직한 공산당 관료 따위를! 내 투쟁을!"

하지만 소련 해체의 상흔이 옅어져갈 2007년, 원래는 "코삭 (Cossack)"이라는 RTS 고전 명작을 만들어서 게임회사로 명성을 쌓아가던
"GSC 게임 월드"라는 우크라이나 게임 회사가 "스토커: 섀도우 오브 체르노빌" 그러니까, '체르노빌의 그림자'라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stk-09
[재밌게도 소설과 영화판에서는 "'구역'에서는 총이 필요없어 애송아, 버려."라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건 FPS 겜입니다.]

'구역'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일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로 생긴 것이 되었고,
원인은 당연히 그곳에서 진행하던 소련 과학자들의 실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크라이나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함정 투성이에, 싸울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던 '구역'은 이제, 흔한 '던전'이 되었고요. 납탄이면 실험체든 뒤틀린 거든 죽는다!]

짐작하실 수 있으시다시피, 게임 "스토커" 시리즈는 '노변의 피크닉'이나 영화판보다는 확실히 다른 전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스토커'는 소수의 잡입자들이 아니라, 대놓고 회색지대에서 활동하는 무장한 용병/PMC들이 되었지요.
물론 괴상한 '유물 (아티팩트)'를 회수하는 것으로 바깥세계에서 암묵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것 역시 동일하고요.

stk-11
물론 그 지역의 외곽을 통제하는 '주둔군'과, '소원을 들어주는 자'가 뇌를 튀겨버려서 '광신도'가 된 악의 세력도 여기에 얽혀있고요.
그렇습니다. 여기서는 '소원을 들어주는 자'는 소련 과학자들이 놓고간 경비장치라는 설정이에요. 허허, 좋은 각색이지요?

재밌는 요소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초반에 퀘스트는 '바텐더'가 주는데, '노변의 피크닉'에서도 장물아비는 바텐더가 하는 일이었죠.
그 밖에,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영화판에서 따오는 등, 원작에 대한 예우가 살아있습니다.

비록 이후 후속작은 개발과정에서 이런저런 수렁에 빠져서 이제야 후속작이 다시 개발중이니 하는 소식이 들립니다만,
게임 자체의 특성 (함정, 괴물, 동업자 및 경쟁자가 가득찬 아수라장에 들어가서 값되는 것을 들고 살아서 돌아온다) 자체는
지금도 몇몇 개발자가 합류한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에 잘 살아있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몇번이나 말씀드리지만 스토커 후속작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을려고 하지만요.) 

아직은 '구역'이 구소련 동유럽의 그림자에 남아있지만, 이런 변용은 '구역'을 세상 곳곳으로 퍼트릴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되어줬습니다.

stk-12

[러시아 문학의 특징은 항상 '모든 일을 삶'과 함께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필이면 나쁜 정치는 생명을 끄고, 삶을 망치지요.]
차르가 주는 일상, 당이 주는 생명, 거기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이밀면서 '수까'를 외치는 것이야말로 러시아인이죠.

아까 '노변의 피크닉'의 결말부를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내 땅에서 일어나야하냐는,
과학자들이나 좋아할 탈과학, 탈상식, 모든 것의 파괴와 삶의 파괴가 왜 하필이면 나의 삶에 찾아오냐는 절규요

그렇게 망가진 사람은 길을 잃은 사람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다양한 보물, 심지어 소원 기계가 있어도,
이걸 어떻게 고쳐야할지, 고칠 수는 있을지, 그냥 흐느끼는 나약한 사람이 되어버리죠. 
어쩌면 '구역' 자체는 '구역'에 어울리는 인간만 세상 곳곳에서 모아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이들에게 미래가 어디있겠어요.

그런 울부짖음은 우크라이나인에게는 체르노빌의 소리일 것입니다.
한국사람은 '스토커'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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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서 또한 어떤 '반도'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어떤 반도의 북쪽이 일종의 '구역'이 되어버린 이야기요. 오직 아주 절박한 남쪽 사람만이 그곳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겠지요.]

여러분은 소련에서 만들어진 이 재미있는 이야기의 다양한 버전을 들어보면서 어떤 걸 느끼셨나요?
이야기는 재미있으셨나요? 혹시 전에 게임으로 접해보신적이 있다면 한번 추억을 되살려보시겠어요?

흐흐, '스토커'의 이야기는 아직도 현역입니다. 심지어 앞으로도 다른 변형을 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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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츠
21/12/20 20:17
수정 아이콘
타르코프스키 스토커 노스탤지아, 희생, 솔라리스랑 같이 진짜 최애 영화 중 하나입니다.
큰 연못에 물방울 하나 떨어진 듯이 조용히 울리는 장면들이 너무 좋았어요
21/12/20 21:12
수정 아이콘
와아! 이 작품을 보신 분이 계셨군요. 혹시 이전에 풀려있던 '잡입자' DVD를 통해서 보신 경우이신가요? 한국어 자막으로 저 작품을 보지 못한게 저는 아직도 많이 아쉽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요즘 다시 만든다고 하면 CG 같은걸 합쳐서 '구역'을 보여주겠지만, 그냥 폐허 그 자체와 카메라 자체로 인간을 받아들이지 않는 '구역'을 다룬 이런 작품은 다시는 등장하지 못하겠지요!
세인츠
21/12/20 21:31
수정 아이콘
저는 영어가 좀 유창해서 영어자막 켜놓고 봤습니다
타르코프스키처럼 동종 울리듯이 영화가 끝나도 마음이 징-하고 울리는 감독은 몇 없는 것 같아요
'구역'의 실체 앞에서 자신의 인간성과 유한함에 절망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맨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참 좋았습니다
타르코프스키 필모그래피 다 훑고 <시간의 각인> 읽고 있는데 한번 읽어보시는거 추천드립니다!
21/12/20 21:34
수정 아이콘
오 오는 1월에 도서관에 신간 신청해놔야겠습니다. 이런 책이 있었군요!

저는 아직 '솔라리스'를 포함해서 'SF를 영화로 만들어준 감독' 정도로만 타르코프스키를 알고 있어서,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이 없습니다 흑흑. 제가 이미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느린 호흡이 저하고 그렇게까지 잘 맞지 않더군요. 그래도 한번 책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감독에 대해서 알아가는 그런 기회를 챙겨볼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12/20 21:40
수정 아이콘
타르코프스키 영화는 솔라리스만 봤는데 스토커도 나중에 꼭 봐야겠네요. 그래서 일부러 스포일러는 피했습니다 크크. 근데 이거 저작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21/12/20 21:49
수정 아이콘
스토커 영화 자체는 저작권 만료로 영화사 모스필름의 채널에 화질복원 및 아카이브를 겸해서 업로드 되어있는 것입니다.
흐흐, 2시간 35분에 육박하는 영화니까 커피를 듬뿍드시고, 이른 오후부터 내리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설판 줄거리를 결말까지 길게 적은 이유는, 제가 단순 소재 뿐만이 아니라 주제정신을 읽는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게임판의 경우에는 소설이나 영화의 직접적인 라이센스를 구매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쓰려는 이야기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차용이나 표절은 않을 생각입니다. '스토커' 말고도 영향 받아서 섞어볼 스토리가 많거든요.
이상 저작권에 대한 변명들이었습니다 흐흐.
에이치블루
21/12/20 22:30
수정 아이콘
Farce 님 글은 제가 피지알 들어오는 한가지 이유이기도 합니다.

잘 모르는 내용이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1/12/20 23:1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되게 정치적인 글을 쓰려다가 몇개나 버리고서 결국은 또 뜬구름 쪽에 가까운 소재가 남았네요 흑흑.
다음에는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aDayInTheLife
21/12/20 23:00
수정 아이콘
퍼리다 퍼.... 농담이구요.
Farce님의 글은 항상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뭔가 '이질적'인 공간에 대한 글들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조준할 수 없는, 조준 자체가 불가능한 어느 공간을 항상 탐구하시는 글을 써주시는 것 같아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소련 SF들은 잘 보진 못했습니다만, 묘하게 음울하고, 폐쇄적인 느낌을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흔히 3대 디스토피아 SF로 분류되는 우리들이나, 메트로 시리즈 같은 글들을 (나무위키에서) 보게 되면요. 어떤 측면에서는 저 위의 짤 마냥 '죽겠다' 싶은 글들이 SF의 분위기에도 들어가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이야기들은 항상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의 교차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좋은 글이든 혹은 얼마나 논리적인 글이던간에요. 그건 어쩌면 인문학을 넘어서 자연과학에도 포함되는 성격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약간은 '이질적'인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을 조금은 하게됩니다. 크크 저도 언젠가는 이질성에 대한, 저의 성격은 약간은 나만 빼고 모든게 바뀌어 버린 '이질성'에 대한 관심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언젠가는, 서로가 서로의 글을 읽어 볼 수 있는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크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1/12/2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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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러시아 문학에서 뱀파이어들은 '나를 못살게 구는 지주/귀족놈들'이라지요 흐흐흐. 이런 점에서는 한국 문학하고 되게 비슷합니다.
'뭐어? 괴물이 실존해? 그러면 당원들이, 정치인들이 이미 한패겠네? 짜식들 이미 알았겠네? 어쩐지 내 삶이 힘들더라.'라는 사고방식이,
아무리봐도 "오징어 게임" 같은 것도, 저기 유럽인들이나 미국인들보다 더 잘 이해했을 걸요, 크크크크.

저는 그런 점에서 러시아의 소설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토커' 시리즈 역시 제가 접근하게되었고요.
'괜히 군대에서 모든 일을 적어보는 이야기'를 준비한다면서 이런 우중충한 이야기들만 모아보는 것이 아닙니다. 뭔가 열쇠 조각 같거든요!

으익, 퍼리 아닙니다... 살아있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크크.
님이시라면 제가 뜬금없이 '여기서 반도를?' 하면서 꺾는 이유를 잘 아시겠지요. 다음에도 비슷한 이야기,
자료조사에 불과한 이야기를 더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뭐만하면 '정치' 논쟁이 될까봐 자꾸 미루고들 있습니다.
뭐 그래도, 진리는 겸열과 탄압이 가득찬 세상에선 또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후기가 그랬듯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겠지요.
물론 권력이 망하고 나서는 '우리의 고난을 관심있게 들어줄 사람조차 남지 않아 허망하다'라고 했던 것과 똑같아지겠지만요 크크크크.
브리니
21/12/21 00:51
수정 아이콘
외계인들이 피크닉와서 버리고간 쓰레기가 인간세계에서는 특수아이템이라 비싸게 거래된다..노변의 쓰레기들을 헤짚고다니는 개 갈매기같은 신세의 인간. 설정 재밌네요. 외계인들 사회에선 쓰레기 분리수거 혹은 회수 잘 하자는 자정작용이 심해지면 스토커들 벌이가 줄어들겠군요
21/12/21 13:19
수정 아이콘
외계인들이 스스로의 양심이나 경쟁 때문에 자제한다면 몰라도, 결코 인간을 '소통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작품의 공포 포인트인걸 생각해보면 어쩌면 말씀하신 블랙 코미디로 확장도 가능하겠군요!
이연진
21/12/2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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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토커는 어떤 설정인가요. 단순히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만으론 신기한 물건이 생기지 않을텐데요. 알고보니 방사능 유출이 아니라 외계인 고문 실험장이었다든가 하는 설정인가요?
21/12/21 13:22
수정 아이콘
일단 체르노빌 사고 자체가 원인보다는 결과물 중 하나에 가깝다는게 떡밥입니다. 소련인들이 좀더 심각한 짓을 했고, 그게 뭔지는 몰라도 아주 그 지역의 현실성과 상식성을 날려버렸지요. 그나마 3편에서는 과학자 중 하나가 장광설을 떠들면서 설명해주긴 합니다만, 지금 개발 중인 4편에서 숨겨진 진실이 더 있다는 암시를 팍팍 줬는지라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슷하게 배경을 영향 받은 게임 '다크우드'가 그렇듯이, 원래 스토커 시리즈에서 중요한건 원인보다는 개판난 공간에서 어떻게든 삶을 꾸려나가려는 사람들의 '죽겠다'니까요 흐흐.
21/12/21 08:52
수정 아이콘
관심이 있어서 일단 소설부터 찾아보고 본문을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글 미리 감사합니다.
21/12/21 13:22
수정 아이콘
두께가 좀 있지만, 그나마 여러권은 아닌 괜찮은 길의 책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면 취향에 따라서 좋으실거에요! 부록도 재밌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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