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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0/27 23:38:38
Name 하프-물범
Subject [일반] <소프트파워 – 조지프 나이, 2004> : 그리고 한국의 소프트파워
1. 제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 읽은 다음 기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프트파워 개념 창시' 조지프 나이 "한국, 주목할 사례"
https://newsis.com/view/?id=NISX20211006_0001603786
저 기사를 읽고 도서관에 가니, 소프트파워라는 책이 마침 눈에 띄더군요.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기로 했죠.
PGR에는 여러 분야의 똑똑한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는 그냥 이과 전공자일 뿐이니,
일반인의 요약 겸 독후감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용문이 많고 좀 많이 깁니다 ;;;;

2. 소프트파워란 무엇인가?
저자는 파워를 어떤 일을 이뤄내는 능력, 또는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볼 때, 국가가 외부에 행사하는 파워의 3가지 형태는 다음과 같지요.
< 군사력(하드파워), 경제력, 소프트파워 > 가 그것입니다.
군사력과 경제력은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소프트파워란 무엇일까요?

[소프트파워란, 강제나 보상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미국의 여러 가지 정책이 정당할 때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강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오만한 행태를 보임으로써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가치가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를 훼손시킨다면 호감을 느끼던 종래의 감정은 반감으로 바뀔 수 있다.]

하드파워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시키는 힘이라면,
소프트파워는 누군가를 감화시켜 우리가 원하는 일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리고 소프트파워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문화 / 국내적 가치 / 외교정책 >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얘기할 때는 주로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외부에 소프트파워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저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나라 정부가 국내에서 옹호하는 가치(예를 들어 민주주의)나 국제기구에서 추구하는 가치(다른 나라들과 협력하기), 외교정책 수행에서 좇는 가치(평화와 인권증진)도 다른 나라의 선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각국 정부는 본보기가 되는 행위의 영향력에 따라 타국의 호감을 사기도, 배척을 당하기도 한다…. 개인간의 접촉이나 방문, 교류를 통해서도 문화는 전달된다. 미국은 매년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한 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50만명의 외국 유학생들의 가슴 속에 미국의 가치와 이념을 심어준다.]


3. 이 책을 읽기 전 저는 피터 자이한처럼, 저자가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찬양하는 입장에서 쓴 책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소프트파워로도 세계 최강대국이니까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저자는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보다는 미국의 최근 정책이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지위에 취해
하드파워에 일관됨으로써 소프트파워가 크게 훼손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은 이라크 전쟁 무렵인데, 저자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이라크 전쟁에 대해 강한 반대를 표합니다.
하드파워에만 의존해서 소프트파워를 손상시키는 결정은 장기간의 미래를 생각하면 미국에 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아프간과 중동의 상황을 보면 미래를 정확히 예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미국은 하드파워를 유지하는 데는 유럽과 비교도 안되는 많은 돈을 쓰지만
소프트파워(공공외교 등)에는 유럽에 비해 GDP 대비 적은 돈을 쓰고 어떤 때는 절대액수마저 적다고 하며,
정부가 소프트파워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죠.

[아버지 부시는 1991년 걸프전을 치르면서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는 연합군을 형성했지만, 이와 달리 아들 조지 부시는 유엔의 두번째 결의를 얻어내지 못한 채 지지하는 몇몇 나라의 군대만으로 2003년 봄에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시는 휘하의 많은 관계자들이 귀찮고 또 언짢게 생각하는 동맹국과 제도적 간섭과 속박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미국의 대응에 대한 회의를 자아내고, 또 미국이 압도적 군사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한 광범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에 따라 전세계가 미국에 느끼던 호감과 매력은 급격히 줄어들면서 미국은 이라크 점령과 재건활동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끌어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평화를 얻는 것인데, 소프트파워는 그런 평화를 얻는데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인 방식은, 하드 파워 면에서는 눈부신 승리를 안겨 주었지만 소프트 파워 면에서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했다... 더구나 유엔을 배제하고 전쟁을 벌인 점은 종전 이후에 미국에 적잖은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와 관련해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렇게 지적했다. “외교정책을 펼치는 스타일이 오만하면 역효과를 가져온다.” ]

[이라크 전쟁은 초기에 이슬람권 여론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알자지라 티비는 밤마다 유혈이 낭자한 민간인 피해자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이집트의 어느 의원은 “바그다드와 그 밖의 여러 도시를 밤마다 군사력으로 공격하는 행위가 사람들을 얼마나 격분시키고 있는지를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전직 외교관의 이런 언급도 의미심장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슬람 정당들에겐 더할 수 없는 선물이다. 이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이슬람 정당에 냉소적이었을 사람들이 이제는 정당의 기치 아래로 모여들고 있다.”… 한편 유럽에서도 여론조사 결과 미국의 이라크 전쟁 수행방식과 과정이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보인 유럽의 선의와 지지 동정심을 완전히 앗아가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 전쟁에서 얻은 하드파워상의 이익이 장기적으로 소프트 파워의 손실을 상회하게 될지, 또 소프트파워의 손실이 얼마나 항구적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하드파워와 소프트 파워 간의  상호작용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 있는 케이스가 있음은 분명하다.]

[4주 간의 군사작전으로 후세인 정권은 무너졌지만, 그것으로 이라크에서 추구하는 미국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고급 장교를 지낸 어느 인사의 지적처럼 뛰어난 군사작전의 평가는 그 작전으로 파괴된 것이 아니라 그 작전으로 이뤄낸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그런 면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유보될 수밖에 없다]

4. 저자는 소프트파워는 하드파워에 비해 직관적이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갈수록 소프트파워가 중요해질 거라고 합니다.
세계는 이제 연결되어 정보가 훨씬 빠르게 전달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적이라고 몽땅 죽여버릴 수도 없으며,
테러리스트들도 파편화되어 무력으로 모두 제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프트파워의 행사에 대한 내용 중에 눈에 띄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는 정부가 벌이는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사회에서 이뤄지는 온갖 커뮤니케이션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헐리우드 영화의 내용이 근본주의를 지향하는 다른 나라 종교세력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고 미국 선교사들의 활동이 이슬람을 깎아내리는 것처럼 비치더라도 정부가 이를 규제할 방도는 없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이런 불가피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화와 이미지가 외국인에게 전달되는 과정도 그냥 시장의 움직임에 맡겨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너무 단순하고 어리석은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에 맡겨버리면 미국 문화 중 수익성이 있는 측면만 다룸으로써 1차원 국가라는 미국의 대외 이미지만 굳어지게 될 것이다…..정부가 고급문화 교류를 지원할 경우 외국의 주요 엘리트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관계형성이 항상 단기적 수익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을 시장요인에 맡겨버리면 제대로 투자가 이뤄질 리 없다.]

[한마디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미국인들은 우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프트파워를 발휘하는 것은 하드파워를 행사하는 것보다 일방적인 측면이 훨씬 적은데, 미국은 아직도 그런 교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정부 차원의 상당한 지원을 받았다. 통치세력인 왕실이 성직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한 방편으로 와하브 종파를 널리 전파시키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나라의 사회적 안정을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정치적 정당성을 도모한 셈이었다… (그러나) 와하브 종파의 소프트파워는 사우디 정부가 통제하거나 바람직한 성과를 이끌어내는데 활용할 수 있는 자원 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극단주의 세력은 사우디 왕실을 부패한데다, 서방 이교도와 손잡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사우디 정부를 전복하거나 분열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고, 또 2003년에는 수도 리야드에 테러 공격을 가했다… 이슬람 근본주의의 소프트파워는 사우디 정부의 안정성 강화가 아닌, 오사마 빈 라덴과 사우디 정부의 전복을 노리는 목표 쪽으로 기울어졌다.]

5. 그리고 저는 한국 사람이니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서도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딱 한 줄 있더군요.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높게 평가하고,
중국과 인도가 앞으로 소프트파워 강국이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퍼질 거라고는 저자도 물론이고 우리도 예측하지 못했네요.
한국이 국가의 크기와 경제력에 비해서 유독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향유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한국이 소프트파워 분야의 "슈퍼파워"라기에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맨 앞에서 얘기했듯이, 소프트파워는 [상대방을 감화시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대중문화는 강하지만 소프트파워의 다른 부분은 아직 취약하고
파워의 다른 요소 - 군사력과 경제력 - 도 강대국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류가 세계에서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수출무역과 외교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사회와 체계가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니 아직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으로 생각하면 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 인접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활발히 소비되는 것은
한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이 타국을 위협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만 세계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미국보다 큰 힘을 가지는 나라가 딱 하나 존재하죠.
북한입니다.
남북 간에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테니, 언젠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북한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Kpop과 K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유행해도 이젠 그러려니 하고, 언젠가는 사그라들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한류 덕에 북한에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겁니다.
그게 바로 문화의 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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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전즉퇴
21/10/28 06: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쉽게 보자면 일단 짱먹는건 피지컬이지만 그 지위를 좀 편안히 누리려면 부티가 있어야 되고 간지도 좀 내야 된다는 거죠.
저자의 얘기는 미국이 매력뿜뿜한다고는 하지만 중동이라는 문제를 두고 막장은 실컷 피워놓고 결과 정리도 못하는 행실을 보여서 [쟤 깬다] 소리를 들었다는 거구요. 확실히 뭐..
근래에는 전쟁이 아니라 트럼프의 관종질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트럼프에 끌리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한데 정작 그들이 친미였느냐 하면 오히려.. 한국은 혐중정서로 좀 그런 것도 같지만 진지하진 않다고 봐야.
뭐 정치로서는 그렇다 해도 문화승리 관점에서는 미국은 라이프 마인드셋이랄까 하는 것에서 하나의 컨셉을 확보하고 있어 여전히 갑이긴 합니다. 예컨대 조선도 현실의 명을 사랑하진 않았는데 중화의 컨셉은 내면화했으니까요. 명이 계속 삽질만 했으면 모르는데 만력제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어 [삽질이지만 감동적]으로 각인을 시켜줘서 망국 후까지도 소프트파워의 잔향을 발휘. 한국은 둘째치고 미국은 그게 될까 하면 정치보다도 기후변화가 더 무서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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