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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0/04 03:06:48
Name 류지나
Subject [스포일러] 오징어 게임 감상문

*이 글은 https://pgr21.com/humor/435142 여기를 보고 오시면 더 재미날지도 모릅니다.



오징어 게임은 현재 전세계적인 초히트작이고, 이미 수없이 많은 논평과 감상이 지나간 만큼 제 글은 그러한 글들의 동어반복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그러나 글로 써보면서 제 스스로에게 정리하게 만들고자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하는 평어체로 쓰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데스게임 장르를 좋아한다. 데스게임 장르는 부조리한 환경에서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살인 게임을 하게되는 이야기를 통칭해서 말한다. 과정에서 여과없이 드러나는 인간성에 대한 고찰, 규칙과 규칙을 파해하는 지능 싸움, (어차피 현실성이 없으니) 과감한 피와 폭력이 드러나는 고어 등이 이 장르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장르의 시초는 스티브 킹의 소설 '롱 워크'와 이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배틀 로얄', 그리고 캐나다의 영화 '큐브', 제임스 완 감독의 '쏘우'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러한 대표작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점들이 묶여나오게 되고, 이윽고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게 되었다.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말은, 곧 그 장르만의 '클리셰'를 가지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무협에는 무협의 클리셰가, 악역영애물에는 악역영애물의 클리셰가 있듯이, 데스게임에는 데스게임 특유의 클리셰가 존재한다.

위에서 꼽았던 데스게임 장르의 특징 중에서, [피와 폭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는 특징 때문에 이 장르는 유독 고어해지기 쉽고, 따라서 쉽게 18세 이상 관람가능 등급을 받게 된다. 그 때문에 사람 취향을 많이 가리며, 남녀노소가 폭넓게 즐기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취향을 많이 타고, 노리는 관객층도 얇다면 필연적으로 대흥행은 노리기 힘들어진다. 대흥행을 노리기 어렵다면, 아무래도 큰 자본을 투입해서 제작하기 망설여지며, 그러하기에 영상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데스게임 장르는 '저예산' 규모였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덜 드는 만화의 왕국 일본에서는 조금 반응이 달랐다. 만화는 영상만큼 큰 자본이 드는 것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보다 장르의 규범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이러한 유형의 만화들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 중 메이저한 작품들은 단연 '카이지'와 '라이어게임', '간츠'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VR 게임과 데스게임을 조합한 초유명작 '소드 아트 온라인', 배틀로얄의 뒤를 이은 '브툼', '신이 말하는 대로', '지어스', '미래일기' 등 일본에서는 일찌기부터 데스게임 장르가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또 하나, 마이너 계열이라고 할 수 있는 에로 게임 장르 또한 데스게임물의 근원지에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나리오 작가의 필력만 좋으면 저예산으로 만들기 좋기 때문이다. 덧붙여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어차피 피와 폭력때문에 성인물 판정을 받을 거라면, 거기에 섹스를 집어넣는 것 따윈 쉬운 일이다. 유포리아, 신님의 게임, 킬러퀸, 레이징 루프, 단간론파 시리즈(얘는 에로게임은 아니지만) 등등...


종합하자면 데스게임 장르는 역사가 짧진 않지만, 취향을 많이 가리며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경향이 있기에 세계적인 흥행작을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 또한 제작비가 적게 든 저예산 작품(약 200억 가량, 사실 국내 기준으로는 저예산이라 보기 어렵지만)이다. 다른 것은, 이 한국산 데스게임 장르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분석에 들어가기 앞서, 시시한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미남이 잘생긴 눈+잘생긴 코+잘생긴 입의 결합체가 아니듯이, 이 작품의 좋은 부분 부분을 다 합쳐봐야 이 작품의 드라마틱한 흥행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숲을 나무 한 그루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듯이, 이 작품의 세부적인 장점 또는 단점을 돋보기처럼 들여다봐도 아마 소용없는 짓일 것이다. 세계적 초흥행작에는 다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도 그 '힘'이 있었다고 하겠다.



[1] 데스 게임, 두뇌 게임이 아니라.

감독이 스스로도 언급했듯이 (조선일보 인터뷰 : 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1/09/28/MWAD5WZCQRBCZKEVNQOLBAI44M)
오징어 게임이 그냥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여러 선배 데스게임 장르를 참고로 한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일본의 일부 여론은 표절 시비를 걸었지만 감독 스스로는 '영향을 받은' 것과 '장르적 클리셰'를 사용하였다고 답변하였다.

확실히 부분부분을 보면 비슷하다. 오징어 게임의 첫번째 게임은 한국의 전통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인데 일본에도 유사한 놀이인 '다루마 상이 넘어졌습니다'가 있다. 공교롭게도 '신이 말하는 대로'라는 만화 작품의 첫번째 게임이 이 게임이다. 비슷한 놀이로 무작위의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는 장면은 확실히 비슷하다.

거대한 빚을 진 구제불능의 인생들이 큰 돈이 걸린 한 방 게임에 나선다는 플롯은 '카이지'와 '라이어게임'을 매우 닮았다. 특히 실제로 이후에 등장하는 '유리 다리 건너기' 게임은 '카이지'의 '인간 경마'와 놀이 방식부터 이야기 진행까지 꽤 비슷하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섣부르게 표절이라거나, 또는 장르적 클리셰일 뿐이라고 일축하기에 앞서 한 가지 더 세부적인 분류를 하고 싶다. 그것은 두뇌싸움 게임(이하 두뇌 게임)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데스게임 장르를 다시 또 (개인적으로) 큰 폭으로 2갈래로 가르자면, 피지컬형 게임이냐, 아니면 두뇌 게임이냐로 구분할 수 있다. 예컨데 배틀로얄이나 브툼처럼 참가자가 무기를 쥐고 싸우는 건 전형적인 전자다. 카이지나 라이어게임은 후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분류하자면 전자다. 이것이 카이지나 라이어게임과 결정적으로 색깔이 다른 부분이다.

카이지나 라이어게임은 주어진 게임이나 룰의 헛점을 찌른다. 또는 사람의 심리 트릭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똑똑한 등장인물의 수싸움은 필수다. 두뇌 게임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바로 이러한 수싸움에 매료되어 이 장르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결이 좀 다르다. 등장한 모든 게임이 운과 피지컬말고는 딱히 두뇌를 요구하지 않는다. (줄다리기 게임에서 유일하게 머리 쓰는 장면이 나왔지만, 제 아무리 머리를 썼어도 피지컬이 압도적이었던 덕수팀이 상대였다면 못 이겼을 것이다.)


두뇌를 요구하는 게임은 필시 복잡해지기 마련이고, 게임이 복잡하면 그만큼 사람을 가리기 마련이다. 오징어 게임은 그래서 단순한 룰과 필요한 건 운과 피지컬 뿐인 게임들로만 구성했다. 카이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면서도, 이 작품의 전세계적 흥행을 설명하는 첫번째 열쇠이기도 하다. 복잡하게 굴지 말자.



[2] 신파라고? 캐릭터 서사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

신파극에서 비롯된 신파라는 단어는 어느새 한국에서는 '억지 감동 짜내기' 내지는 '최루폭탄' 등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시청자의 감정을 비극적인 전개로 자극하여 눈물이 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확실히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통속적인 주제로 '울게 만드면' 작품이 낡고 유치해보이기 십상이다. 애석하게도 한국 작품에서 이러한 경향의 작품이 자주 제작되었기에 정작 한국인들이 스스로 감정과잉을 신파라고 딱지붙인 채로 지나치게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오징어 게임을 보자. 나는 이 작품의 전세계적 흥행 요소 두번째를 이것으로 꼽는다. '가족애'. 인류에게 있어서 가족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전세계 누구나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특히 주인공 기훈과 딸의 가족애, 그러니까 아버지와 딸의 가족애는 아마 서구권에게는 직통으로 먹히는 감정이리라. (영화 '부산행'도 이러한 점에서 서양측의 호의섞인 반응이 많았다.) 기훈 뿐만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은 2화 전체를 내걸어 작중 주요 인물들의 서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서사들이 전부 '가족애'라는 점은 특기할 만 하다.

2화의 침착한 서사 만들기가 있었기에, 이 작품은 6화에서 날아오른다. 팀원이라고 믿었던 짝이 사실 생존을 다퉈야할 경쟁자로 바뀌었을 때, 각자의 서사가 빛을 발한다. 상우는 알리에게 빌려줬던 버스비로 인해 알리와 가까워져 그를 속일 수 있었고, 새벽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기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지영에게서 게임을 양보받았다. 시청자들이 '지영' 에피소드를 비판하는 것은, 역시 지영이 2화에서 서사를 깔아놓지 못했기 때문에, 6화에서 새벽과의 공감이 뜬금없어 보였던 것이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지영 이야기 자체는 지영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즉, 감정과잉(신파) 우려를 벗고 보자면,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그리고 그것이 통속적인 비극의 강요만으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2화에서부터 이미 착실히 쌓아왔던 서사들이 6화에서 납득이 갈 수 있게 빵 터져줬던 것이다. '깐부'라는 이유로 기훈의 손에 구슬을 쥐어주는 일남과 기훈의 인연은, 이미 1화에서부터 나왔었다. 1화부터 시종일관 노인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기훈의 모습이 있었기에, 구슬을 기훈에게 양보해주는 일남이 그토록 감동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3] 좋았던 전반부, 나빴던 후반부.

[1][2]에서 했던 말을 종합하자면, 오징어 게임은 데스게임이라는 장르의 장점인 역동적인 재미를 가져오고, 단점인 취향을 탄다는 점을 게임의 쉬운 룰과 가족애라는 감정으로 보편성을 챙겼음, 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장점이 있지만,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별로였던 부분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9부작인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세 토막을 내자면, 전반부인 1, 2화, 중반부인 3, 4, 5, 6화, 후반부인 7, 8, 9화로 내겠다. 전반부와 중반부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6화를 정점으로 7화부터는 조금씩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미묘하다고 여겨지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첫번째는 VIP들의 등장이다. 이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투박하고 생뚱맞아서 이야기에서 붕 뜬다. 그냥 등장시키지 말고 신비감을 조성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사실 멀리있으나 경기장에 오나 모니터로 관전하는 건 똑같은데 왜 굳이 모이는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삐뚤어진 향락이 제대로 묘사된 것도 아니다. 이들의 '주지육림'을 묘사할 자신이 없었다면 그냥 생략했어야 했다.

두번째는 '대장' 임의의 게임 개입이다. 앞서 장기매매를 일삼던 병정을 처단하며 운운했던 '공평'이 헛소리로 들릴만큼 7화에서는 상큼하게 대장이 개입한다. VIP가 보기에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불을 꺼버린 것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이것은 어쨌거나 이 게임이 '공평 내지는 공평 비스무레하게는 진행되는' 게임임을 7화 내내 강조해놓고 대장 스스로가 한방에 묵사발 내놨다. 이 게임이 두뇌 게임이 아니니만큼 외부의 개입은 더욱 불공평했다. 모티브인 카이지의 '인간 경마'에서도 함정을 파놨으면 파놨지, 진행자들이 게임에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다.

세번째는 '대장'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이 심히 조잡했다. '대장'이 그토록 강조한 가면을 벗으면 안된다는 규칙을 스스로 깨버린다. 그것도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부하들을 냉혹하게 처벌했던 '대장'이 규칙을 어겼을 때에는 아무 처벌이 없다. 이 부분은 완전 깼다. 노골적으로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형임을 짐작케하는 몇 가지 장치만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6번째 게임인 오징어 게임 자체에 대한 불만. 6번째 게임은 1:1 구조가 되었는데, 실제로는 게임이 아니라 격투로 변질되었다. 이럴 거면 굳이 6번째 게임을 오징어 게임으로 지명한 이유가? 대장이 VIP에게 게임과 룰을 설명시켜줬는데, 현실은 진흙탕 개싸움이다. 내가 VIP였으면 어처구니 없어 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네이밍이 오징어 게임이기에 상징적으로 이 게임을 안 내보낼 순 없었겠지만, 게임이 아니라 순전히 싸움을 잘해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많은 부분을 실망케 만든다.


후반부가 명백하게 완성도가 떨어지다보니 비판이 집중되었는데, 사실 게임 참가 인원이 줄면 줄수록 이야기가 루즈해지는 것은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 1:1 구도를 상우 대 기훈이 아닌 새벽 대 기훈으로 잡았다면 좀 더 참신하면서도 괜찮은 이야기가 되었을 거 같은데, 두 인물의 인격상 서로 죽고 죽이는 구도를 만들 수 없었으리라.

개인적으로 하나만 더 꼽자면, 마지막화에서 일남과 기훈의 대화는 완전 사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그 부분은 파내버렸으면.




[4] 마무리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드문 데스게임 장르의 성공이자, 넷플릭스 기획의 성공이기도 하다. 표절 논란이나 반짝 흥행 따위의 비평이 붙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징어 게임은 당당한 대성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다른 데스게임 장르의 유행을 가져올 수 있을까? 가져오면 좋겠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데스게임 작품이 활발하게 나오는 지역은 일본이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에 일본이 질투인지 열폭인지 모를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아마 부러움에 가까울 것인데...  이하는 진짜 개인적인 그러한 일본 작품에 대한 평이다.


일본산 데스게임 장르가 유행하지 못하는 건 간단하다. 유치하거나, 공감이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가 가장 잘하는 부분을, 그들이 가장 못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일본산 데스게임 작품들의 대부분은 주인공이 십대에서 20대 청소년들이다. 인생의 쓴맛을 보았다기에는 지나치게 젊고 공감대 형성이 안되는 캐릭터들이다. 데스 게임을 깔아주는 판을 SF로 설정해서 현실감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신이 말하는 대로'나 '미래일기'같은 유형이 대표적인데, 누구도 이런 걸 보고 깊은 공감을 표하진 않는다. (순간 임팩트는 있을지 몰라도)

캐릭터에 대한 드라마도 빈약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이상하다. 라이어게임이 오징어 게임의 분위기와 가장 근접한 편인데, 이 게임은 두뇌 게임 장르라서 주인공(아키야마)가 특별한 천재라는 한계점이 있고, 카이지 또한 '천재적인 도박 중독자'라서 응원을 할 지언정 공감의 대상은 아니다. '신이 말하는 대로'는 개인적으로 엉망진창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기했다.

그런 일본이라서, 일본이기에 나올 수 있는 '번뜩이는 작품'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갈라파고스같은 내수에만 신경쓰지 말고 전 세계에 통할만한 보편성을 취득하지 못하면, 당분간은 그들은 오징어 게임을 부러워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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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i(아이오아이)
21/10/04 03:55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세계의 가장 잘 먹히는 문화 코드는 신파라고 봅니다.
조미운
21/10/04 04:15
수정 아이콘
대체적으로 다 공감하는데... 마지막 일남과 기훈의 대화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해 감독이 강조하고 싶었던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를 일남과 기훈의 대칭을 통해 뚜렷히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봐서 사족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류지나
21/10/04 04:38
수정 아이콘
저는 그 부분이 한국 드라마의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운을 두고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게 아니라 감독이 직접 '휴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듯해서 별로였습니다.
암스테르담
21/10/04 04:17
수정 아이콘
카이지도 1부는 서사가 훌륭합니다. 가위 바위 보 게임도 머리 쓰는 게임치곤 이해가 쉬운 편이고요.
당연히 팀에게 배신 당할 클리셰도 적당히 썼죠.
근데 뒤로 갈수록 서사와 게임이 같이 망가집니다.

생각해보면 카이지도 게임이 사람들 기억 속에 남지 않고 자와자와나 맥주 마시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죠.
류지나
21/10/04 04:39
수정 아이콘
'늪'까지는 훌륭했다고 봅니다. 그 이후가 좀 망가져서...
두부빵
21/10/04 04:44
수정 아이콘
'연금화'된거죠
공기청정기
21/10/04 09:31
수정 아이콘
카이지 IP는 이미 일일외출록 반장이 먹여살리는거 아니었나요...아닌가?(...)
21/10/04 16:14
수정 아이콘
실제로 현재는 본편보다 스핀오프작 2개가 판매량이 더 많다는 게시물은 본적이 있습니다.
사나없이사나마나
21/10/04 09:03
수정 아이콘
단점에서 2번째는 공정의 문제 아닐까요? 대장이 얘기했던 건 참가자들 사이에서 공평을 얘기한 거고, 불을 끄는 건 불공정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니 공평하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라스보라
21/10/04 09:19
수정 아이콘
좋았던 전반부, 나빴던 후반부.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이 너무 단순한것도 조금 아쉽긴 했지만... vip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사실 또 많이 아쉽진 않았을꺼 같기도 합니다.
이런 단순한 게임으로 사람을 죽이는 vip는 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식으로 신비롭게 넘어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다만 생각해보면 미드들도 후반부까지 꽉차게 훌륭한 작품은 많지 않으니까요. 정말 심한 용두사미 미드들도 인기 많고 했었으니까...
이정도면 괜찮은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천혜향
21/10/04 09:20
수정 아이콘
후반부 재미없다, 개연성이 부족하다 이정도는 공감가네요.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부분은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이 있어서 전체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오히려 올라가거든요.
스토리북
21/10/04 12:30
수정 아이콘
명확하게 밝히는 건 좋은데, 세련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몰입해서 보다가 거기서 소리 키우고 설거지하러 갔어요.
천혜향
21/10/04 17:12
수정 아이콘
그건 님의 의견이고 , 생각보다 뒷이야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큽니다. 그냥 앞에 부분을 전부 날려도 뒷부분을 살려야 할거에요.
그얘기를 할려고 오징어게임을 만든거니까요.
스토리북
21/10/04 20:15
수정 아이콘
그건 님의 의견이고, 메세지를 전달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세련되게 표현하란 거죠.
천혜향
21/10/04 22:32
수정 아이콘
이보다 더 좋은 방향은 없다고 봅니다.
Augustiner_Hell
21/10/04 23:41
수정 아이콘
너무 세련되면 본문처럼 일반인에게 이해가 어려워져서 접근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술영화찍는게 아니잖아요?
스토리북
21/10/05 00:21
수정 아이콘
대중예술에서 세련되었다는 건, 어려워진다는 의미가 아니죠.

감독은 마지막 화의 그 대화에 10분 넘게 투자했어요. 일남의 마지막 내기인 20분 가량을 리얼타임에 가깝게 보여준 거죠.
감독은 관객이 일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초조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기훈 그 자체가 되길 원한 겁니다.
하지만 지루했어요. 10분을 넘게 채우기 위해 일남은 설명을 늘어놓아야 했고, 하필이면 죽기 직전의 사람이라 대사는 너무 느립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VIP가 전세계에서 모였다는 건 이미 이해가 끝난 상황이예요. 하지만 일일히 설명하고 있죠. 시간을 채워야 하니까.
대회에 참가해서 짜릿해 하는 일남의 모습을 교차편집해서 일남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고 긴장감을 유지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안했죠. 관객은 관객이 아니라 기훈이 되어야 하니까.

그 장면에서 예술영화를 찍고 싶었던 건 제가 아니라 감독이예요.
Augustiner_Hell
21/10/05 01:54
수정 아이콘
님 기준에선 관객에게 기훈에대한 감정이입을 요구하면 예술영화가 되나보네요..
관객은 기훈입장에서 이 부조리함을 이해해야할 당위가 있죠

그냥 덜세련되도 칠절한 설명이 다중문화의 대중에겐 좀더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게 평론가의 극찬은 못받아도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는대 성공한 주요 키워드 아닌가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에게 뭔가 많은걸 요구하시는듯
스토리북
21/10/05 02: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감정이입을 요구해도 되고 부조리함을 이해시키려 노력해도 되는데, 방법이 틀렸다는 거죠.

친절한 설명이 설득력 있다고 하시는데, 친절한 설명충은 일본 데스게임 실사에 훨씬 더 많습니다.
만화처럼 룰도 길게 설명하고, 트릭도 내내 설명하고, 반전도 종일 설명하죠. 그래서 재미없거든요.
오징어게임은 그런 거 하나 없어도 전세계 모두가 잘 이해했잖아요? 세련됐다는 건 이런 거죠.
그런데 막판에 빌런이 10분 넘게 독백을 하니까 갑자기 찐한 국물에 물을 한 사발 들이부은 느낌 나서요.
기훈과 성우가 대립하는 장면처럼, 필요없는 대사를 쳐내고 가치관이 부딪히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말씀과는 달리 오징어게임은 필요없는 걸 쿨하게 쳐내서 성공한 드라마고,
끝까지 그 기조를 유지했으면 더 완성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goldfish
21/10/04 10:37
수정 아이콘
오겜 성공을 보니 두뇌 배틀류 작품도 K풍을 끼얹으면 설마...?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올드보이네요.
카스가 아유무
21/10/04 12:09
수정 아이콘
저도 후반부가 별로 였네요. 게임들은 모두 어릴때 했던 놀이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유리판 건너는건 어디에서 모티브가 온 것인지 모르겠고, 마냥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오징어 게임도 별로 였네요. 그냥 일반인 두명이서 싸우는걸 vip들이 보고 즐거워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긴 사람들에게는 안전함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유리판은 마지막에 억지로 위험하게 터트려 다치게 만들었어요. 스토리를 이어 나가기 위해 어쩔수 없지 않았나 싶었지만 왜 굳이 이겼는데 다치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스토리북
21/10/04 12:25
수정 아이콘
이긴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시간 안에 못 건넌 사람들을 떨어뜨리려고 세팅되어 있던 거죠. 딱히 거기서 의문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촉한파
21/10/04 13:37
수정 아이콘
전 마지막 회의 그 대화가 있어서 이야기가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보는데 보는 시각이 확실히 다르네요 마지막 게임은 저도 좀 별로였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 오마쥬도 아니구요 진짜
그렇지만 6화는 진짜 최고였죠 신파를 그야말로 제대로 써먹은
BlazePsyki
21/10/04 18: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 지영 서사에 시간을 쓰지 않은 거는 많이 아쉽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그저 어느 것도 갈 곳 없이 노숙하는 장면 하나만 넣어줬어도 최소한 얘가 갈데는 없나보다...라는 인식까지는 생겼을거 같아요.

- VIP 연기도 아쉽고(이거야 뭐 한국 작품 대부분이 다 그렇지만서도), 등장시키려면 처음부터 뭔가 전광판에 막 돈걸고 하는 느낌으로 일찍 등장시켰어야 된다고 봅니다. 아니면 그걸 중계하는 장면이나 뭐 '잘 중계되고 있나?' 같은 대사라도 넣어서 누군가 보고 있다는 암시라도 넣었어야 뜬금없었다는 인상을 좀 흐리게 했을 것 같네요.

- 프론트맨이 말했던 공평은 '모든 참가자들에 대한 공평'이었지, '주최자와 참가자 간의 공평'은 아니었죠. 그래서 주최자와 참가자간 공모를 통해 [참가자 간 공평을 깨뜨린 인원]은 총살하면서 사과까지 했구요. 하지만 참가자끼리만 공평하기만 한다면야, 규칙을 바꾸는 것이 그렇게 개연성을 해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왜냐면 마지막에 성기훈이 말했듯, 참가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VIP가 가지고 노는 게임 속 말]이었으니까요. 물론 이 게임에서만 갑자기 VIP의 요구에 따라 룰을 바꾸는 것도 조금 위화감이 들수는 있다는 점에 어느정도 공감은 합니다. 이전에도 갑자기 룰을 바꾸는 경우가 등장했다면, 공평하긴 하지만 변덕스러울수 있는 게임이라는 컨셉이 되었을텐데 이건 또 뭔가 좀 그렇긴 하고... 아무래도 좀 아쉬운 전개적 장치긴 합니다.

- 황준호에게 프론트맨이 정체를 밝힐 때, 구도는 병정들을 모두 뒤에 남겨둔 채 프론트맨만 앞으로 나가 가면을 벗었기 때문에 병정들은 얼굴을 볼 수 없는 구도였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병정들이 오징어 게임을 주최하지 않는 기간 동안에 사회로 나갔을 때, 29번 시체에서 공무원증을 찾아서 이름을 확인한 사람이 거기서 '형이 왜...?'까지 들었다'는 시나리오로 가면 황준호의 형을 찾아서 프론트맨의 정체를 찾아낼 수도 있겠죠. 물론 병정들이 참가자들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보면 얘내들도 감시받고 있다가 바로 사살될 것 같지만... 그래서 이부분도 개연성을 아주 많이 해지지는 않는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반전을 위해서 필요한 노출 장치였던 것도 있구요. 뭐 병정들 사이에서 얼굴 까고 걸어 들어오면 당연히 심각한 개연성 오류였겠지만 그렇게 연출은 하지 않았으니...

- 오징어 게임의 룰적 의미를 살리고 싶었으면 1:1이 아니라 다대다 게임으로 가야했는데 의도적으로 이 게임은 마지막에 배치됐죠. 애초부터 게임을 상징으로만 쓰지 게임 자체로 쓸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으로 봤습니다. 물론 규칙대로 연출은 됐지만요. 후반부에는 이미 데스게임보다 가치관의 대립을 보여주는 드라마로 바뀌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여기서 오징어 게임대로 제대로 하고 있나라는 생각조차 못 느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혹시 싸우다가 선 넘지 않았나? 하고 유심히 지켜봤는데 이런거 찾기 힘들더라구요. 뭐 마지막에 보니까 상우가 어쨌던 네모 한가운데 누워있긴 했습니다만..

- 그래서 후반부 일남과 기훈의 대화도 필요했던 시퀀스라고 봤구요. 온전히 데스게임으로 이끌고 나가려 했다면 사실 가족애 같은 서사를 깔 필요가 없었죠. 보통 데스게임의 서사는 우승하면서 종결되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되지 못하는 서사를 깔아버려서요. (그리고 사실 데스게임에서 가족애 같은 서사를 가진 캐릭터는 100이면 100 다 죽어나가는게 함정)

이 정도 입니다. 감상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데스 게임 나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또 못본 작품을 발견했네요. (주작의 활 작가가 데스 게임 만화도 그렸구나...) 저 혼자 따로 글 쓸 용기는 없어서 댓글 장문으로 적어봤습니다.
21/10/04 18:20
수정 아이콘
외국 친구가 보통 데스 게임 장르는 감정 이입의 대상으로 선량한 주인공을 놓고 주변을 다양한 분류의 악역으로 채우는 클리셰가 있는데, 오징어 게임은 애초에 주인공이 그다지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될 만큼 선량하지 못해서 역으로 게임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더군요.
BlazePsyki
21/10/04 18:23
수정 아이콘
사실 현실에서는 비범하게 선하거나, 또는 비범하게 악한 사람이 그다지 없죠. 보통은 평범하게 선하고 때로는 평범하게 악합니다. (그래서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죠 크크) 성기훈이란 캐릭터가 딱 그런거 같기도 합니다. 사실 위 기준에서 보면 그중에서도 좀 더 선한 사람이긴 하죠..
플러스
21/10/04 19:23
수정 아이콘
[마지막 1:1 구도를 상우 대 기훈이 아닌 새벽 대 기훈으로 잡았다면, 두 인물의 인격상 서로 죽고 죽이는 구도를 만들 수 없었으리라]
가운데 부분을 삭제하면 공감이 되네요
윗집여자
21/10/04 20: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3번 분석 나빴던 부분들 대부분 공감합니다. 다만 마지막 일남과 기훈의 대화는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전체의 주제를 상징하는 장면인데 너무 질질 끈게 문제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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