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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15 23:30:40
Name 라울리스타
Link #1 https://brunch.co.kr/@133897d08e2c4a3
Subject [책이야기] 서울 선언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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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 많은 사람들의 최대의 화두 중 하나는 '부동산' 입니다. 근래 집값 폭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를 '부동산 가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 졌습니다.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만 봐도 '이곳의 입지는 어떤가요? 앞으로 가격이 많이 오를까요?', '지금 집을 사기엔 너무 늦었나요?', '학군이 어떤 편인가요?', 'XX노선 언제쯤 완공될까요?' 등의 부동산 관련 질문들을 하루에도 몇 개씩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가 품고 있는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 등에 대해선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부동산 가치'에만 집중하게 된 계기로 근래 부동산 시장의 호황 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배경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의 잦았던 외세의 침략, 기존 도시의 역사와는 무관하게 일본 제국의 편의에 맞추어 국토가 개발되었던 식민지 시대, 그리고 6.25 전쟁 등을 거치며 전국토가 황폐화 되었습니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엔 서울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의 상태는 역사라는 것을 따지기가 힘들 정도로 깨끗한 도화지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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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파손된 수원 화성>



하지만 이 책의 작가인 문헌학자 김시덕 교수는 위와 같은 '서울은 역사가 충분하지 않다'라는 관점을 비판합니다. 작가는 서울의 역사는 '사대문'안의 '조선 왕실' 혹은 '양반'들의 역사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1963년 서울 대확장으로 인해 서울에 편입된 이상, 백제의 도성 역할을 해온 강동구 '풍남동 토성'도 분명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서울의 역사 중 일부분입니다. 또한 일제 식민지의 '경성부'도 일제의 잔재라는 명목 아래 파괴 해야하고 감춰야 할 가슴아픈 역사가 아니라, 이 또한 보존해야 할 서울의 다양한 역사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높으신 분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서울의 외곽이나 혹은 보이지 않는 골목들로 쫓겨나야 했던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보잘 것 없어보이는 풍경들도 사대문안의 조선 왕실의 문화만큼이나 '현대 대한민국'의 중요한 서울의 역사라고 '선언'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조선의 백성'아니라, '대한민국의 시민'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과연 작가가 이 책에서 탐방한 서울이란 도시의 경계는 어디까지 일까요? 가장 손쉽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은 행정구역상의 '서울특별시 25구' 안쪽입니다. 하지만 행정 편의로 인위적으로 묶인 구역인 탓에 서울의 역사를 제대로 탐방하기 위해선 25구 안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면, 서울의 서남쪽인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등은 대각선 반대편인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중랑구 보다는 근접 도시인 부천, 광명, 시흥, 인천과 역사적, 물리적, 심리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서울의 영역이 강의 북쪽에서 건너와 서서히 서남권으로 급속도로 뻗어가면서 이들은 도시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그린벨트를 미처 지정하기도 전에 마치 한 도시처럼 개발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남동쪽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은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보다는 근접한 성남, 과천, 하남 등이 더 친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제대로 된 서울의 역사 탐방을 위해, 먼저 서울과 밀접한 주변도시들까지 존재하지 않는 행정구역인 <대서울>로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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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와 부천의 경계, 이 동네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같은 서울의 도봉구보다는 부천이 더 친숙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작가의 마지막 탐방 장소인 '은평 뉴타운' 입니다. 책이 쓰여진 날의 기준으로(2017년) 한참 도시 재건 사업이 한창이었던 이 지역은 '고층 아파트 대단지'와 '한옥 마을'의 형태로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역사를 보존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성향상 일견 '고층 아파트 단지'에 좀더 비판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작가는 지금은 도시의 미관을 헤칠지라도 나중에 오랜 세월이 흐르면, 현대의 고층 아파트 단지도 20세기~21세기에 한국 서민들이 선호했고, 거주했던 자연스러운 역사의 일부분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작가가 탐방했던 곳들의 낡은 건축물들도 결국은 그때 그 시절의 흔적을 담고 있는 건물이니까요.



반면, '신라시대의 이름모를 서민들의 공동묘지' 구역이 '조선시대 양반'들과 무관하기 때문에 철저히 파헤쳐지고, 서울 역사의 일부의 모습에 불과한 '양반'들의 주거 형태인 인공적인 한옥 마을로 개발되는 것에는 매우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한옥 마을도 후대의 사람들에 의해 '21세기 초의 사람들은 이처럼 한옥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복원 열풍이 있었다'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현대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신라시대의 흔적들이, 최근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색채들로 덮여진다는 점을 봤을 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작가의 아쉬움에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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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건축왕 정세권에 의해 개발된 식민지 시대 신도시라는 북촌 한옥 마을,  서울 역사의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보존해야 할 서울의 모습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여태까지 '잊고' 있었고, 언젠가는 도시 재개발로 인해 앞으로 '잊혀져갈' 서울이 간직한 역사적 이야기들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의 작가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이 '서울 선언' 입니다. 고도 성장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 도시의 특성상 반드시 누군가는 했으면 좋겠다라고 개인적으로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반갑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이란 도시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에게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 링크의 브런치에 오시면 더 다양한 글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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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프의대모험
21/09/15 23:40
수정 아이콘
저 어렸을때는 2020년정도면 마천루로 구름 뚫을수 있을줄 알았는데... 이제와 돌아보면 눈에 차는 건물은 제2롯데월드 뿐이라 실망스럽습니다 크크
만취백수
21/09/16 04:32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마천루는 가성비가 안좋습니다. 기업, 국가 차원에서 하는 덕질 끝판왕 같은 존재 흐흐.
21/09/16 01:39
수정 아이콘
실제로 많은 경제 지표 및 해외 언론에서도 종종 서울 단독이 아닌 인천과 묶는 등의 활용에서 보듯이,
오늘날의 서울은 그 경계의 재설정이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Greater Seoul이란 표현 또한 쓰지 않거나 아주 모호하죠.
지금의 수도권 행정은 경기와 인천, 부천을 굳이 서울과 분리하고자 하는 점도, 경기와 인천, 부천이 서울과 매우 밀접한 현실과도 괴리가 크고요.
닉네임을바꾸다
21/09/16 08:54
수정 아이콘
뭐 대도시권같은 영향력과 행정구역이 꼭 일치해야하는건 아닐텐데요?
21/09/17 00:09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처럼 현대의 역사와 현대 이전의 역사가 지리적으로 아주 다르게 구성될 경우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넓은 지역을 오랜 기간 동안 다방면으로 통치하고 번성한 나라들 모두 실제 영향력에 맞춰서 행정이 재설정을 거듭하면서 현대에는 안정 단계에 이르고 있고요.

그에 비해서 한국은 그런 과정이 없기 때문에 아직 최적화에 따른 안정 단계에 이르지 못 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근현대 기반을 이룬 메이지유신만 하더라도 행정구역 재편이 사실상 0순위의 중요성을 가지는데, 한국은 행정구역 재편은 물론이고 근대 이전에 이뤘어야 했던 지역별 성장조차 자치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수도인 서울을 제외하고는 도시화의 계획과 방향성도 불충분한 현실입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왠만한 나라들을 보더라도 수도의 중요성이 큰 나라 중 서울만한 좁은 구역을 고집하는 경우는 무척 드뭅니다.
삼성전자
21/09/16 12:36
수정 아이콘
저 저자가 쓴 최신간 제목이 그래서 '대서울 (Greater Seoul)의 길' 이죠.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 책에 나오는데 재밌더라구요.
행정구역을 나눠놓음으로써 발생하는 '지역민심' 이라는게 얼마나 작위적인지 알려주더라구요.
21/09/16 23:58
수정 아이콘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작가분이 계셨군요.

한반도의 역사를 고려해도, 근대와 현대의 서울을 고려해도 전 세계적인 행정 시스템에 비해서 지금의 서울이란 매우 작위적인 구획에 집착하는 것이 강하죠.

대서울 책 목차 보니 심지어 동으로는 강화도, 서로는 춘천 원주까지 언급하는데 이러한 시각도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재 규정하는 수도권이라는 개념도 불충분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과거 독일(신성로마제국)과 일본처럼 지나친 지역 분화로 이중 지불되거나 이중 갈등의 폐혜를 적극적으로 경험한 것과 달리, 한국은 오로지 현대에서만 이러한 문제점(문제점이라고 인지하지도 못 한 채로)을 겪으면서 스위스와 같은 물가 최상위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며 이런 지리적 행정적 지점에서 해결하지 못 하고 문제점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21/09/16 13:05
수정 아이콘
그랜드 서울...
Arabidopsis
21/09/16 03:56
수정 아이콘
삼프로티비(유튜브)/신과함께(팟캐스트) 에서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저자가 직접 서울 썰 푸는 시리즈 방송도 있고 요즘에도 포커스를 다르게 맞춰서 다시 시작했는지 주말마다 올라옵니다.
프리템포
21/09/16 14:39
수정 아이콘
책 읽을 시간만 있다면 양껏 읽고 싶은데 . . 보고 싶은 책이 많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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