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9/15 23:19:47
Name 이븐할둔
Subject 탈레반은 뭐하는 조직인가? (수정됨)
탈레반. 요즘 국제 뉴스의 1면을 자주 장식하는 정치 조직의 이름입니다. 이런 글을 읽으실 만한 분이 상대라면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지배적인 세력을 갖춘 무장 조직인 점은 강조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어쨌거나 국내에서나 영미권 매체에서나 탈레반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대체로는 부정적인 소식이지요. 국제 테러를 지원하는 범죄 조직, 시대착오적인 중세 전사들, 여성을 차별하는 구태의연한 사람들의 조직, 간혹 가다 아프가니스탄 독립군이라는 인식도 보이지만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는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탈레반의 사고 방식과 행동은 현대화(서구화)를 이룩한 제 1세계 사람들에겐 너무 낯설고 이질적이며, 때로는 괴물 이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한국인들은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기에 기겁하며, 서구인들의 문화는 조금 낯설게 느낄지언정 본질적인 부분에선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걸 느끼지요. 동일한 이념으로 이뤄진 현대 국가 체제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 공산권 국가들이나 권위주의 정부도 어느정도 이해하는 편입니다. 한국도 한때는 그런 나라였으니까요.

하지만 일반적인 한국인의 이해 수준은 제 3세계로 가면서부터는 정말 얕아집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기본적인 사고 방식의 기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해방 직후의 조선인들은 소말리아 급으로 가난했을 지언정, 소말리아와는 다른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었거든요. 아프가니스탄은 그런 제 3세계의 끝판왕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현대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갭이 그만큼 큰 것이지요. 시골 출신의 탈레반 전사 오마르 씨와 한국인 배불뚝이 이븐 할둔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오마르 씨를 혐오하고 기겁하는 것처럼, 오마르 씨도 이교도 한국인의 "타락한" 삶을 보면서 경멸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탈레반이 무슨 매커니즘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면 일단 우리의 가치관을 모두 내려놔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현대 한국인에게 조선 왕조보다도 낯선 공간이거든요.

일단 아프가니스탄은 생각보다 큰 나라입니다. 한반도의 2.5배 크기에 달하며, 이는 프랑스나 텍사스와 맞먹는 크기입니다. 그런 주제에 국토의 대부분은 험준한 산맥과 산지로 이뤄져있지요. 서울의 산들 같이 귀엽게 등반할 수 있는 산이 아닙니다. 수도가 위치한 카불조차 해발고도 1700m에 달해요. 나라 구석으로 가면 3천, 4천, 5천m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아프가니스탄입니다.

그러니까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 자체가  "한반도 2.5배 크기의 한라산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고산지대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며, 각자가 고립된 채 부족 사회를 이룰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 문명이 도입된 지금조차 제대로 된 행정망을 갖추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곳이지요.

더군다나 아프가니스탄은 중앙아시아의 교차로에 위치합니다. 유라시아 대륙에 강림했던 제국들이 모두 이곳을  평정하려고 했으며, 그 때마다 굉장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만 봐도 대략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지요. 페르시아, 알렉산더, 쿠샨, 백훈, 몽골, 사파비조 페르시아, 무굴 제국, 대영제국, 소비에트 연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국들이 한 번쯤은 손을 댔던 통로였지요.

정복에 따라 수많은 민족이 섞이게 됩니다. 파슈튠족, 하자라족, 타지크족, 기타등등등... 아프가니스탄에 존재하는 민족만 수십가지가 넘습니다. 물론 민족이 다르다고 정치적 결사체를 만들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들을 묶어줄 하나의 정신적 구심점이 필요해지게 되지요. 그게 바로 이슬람인거고요. 탈레반이 "학생"을 의미하는 건 그런 까닭이지요.

아무튼 이제 본론을 전개해보지요. 탈레반은 뭐하는 조직일까요?

1. 중세적인 이슬람 신앙에 몰두하는 중세 이슬람 전사들의 조직이다.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맞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설명은 IS에 걸맞겠지요. 탈레반 지도부는 아프가니스탄 바깥의 일에 관심이 없음을 피력하고 있으며, 어디까지나 "이슬라믹 아프가니스탄 에미레이트"로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즉 지도부가 인정받고 싶은건 어디까지나 아프간 지역의 에미르라는 것이지요.

근데, 탈레반에게 필요한 최신 기술이나 베테랑 전사, 자금은 국제주의 이슬람 연대에서 나오네요? 아주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2. 그렇다면 그냥 총든 깡패 군벌 집단이다!
이것도 그럴듯한 설명처럼 들립니다. 양귀비나 재배해서 내다파는 모습을 보면 그냥 자기가 축재해서 잘 먹고 잘 살려는 시골 군벌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거든요. 마침 이런 모습은 중남미의 마약 카르텔과 겹쳐보이면서 단순한 범죄 조직으로 이해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멕시코 카르텔이 자폭전사를 수시로 동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아니면 수십년 간 산속과 토굴에서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미군과 싸우던가요?

애초에 첨단 미군이 탈레반에게 계속 사상자를 강요받은 건 정규전 때문이 아닙니다. 미군을 쏘고 죽겠다는 아프간 정부군 내부 협력자들이 수두룩하게 나왔기 때문이지요. 즉 탈레반은 단순한 마약 카르텔이라고 부르기엔 지역 사회에서 매우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그러나 마약팔이가 조직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인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수입원도 없으니 이제와서 손 때기도 어렵고요.

그러니 맞고도 틀립니다.

3. 그렇다면 파슈토 민족주의 단체는 아닐까?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30~40% 가량이 파슈토족으로 추정됩니다, 압도적인 인구수를 가진 민족이라고 할 수 있고, 탈레반이 주로 파슈토족 강세 지역을 본진으로 삼는 걸 고려하면 이것도 그럴듯한 설명이 되지요. 더군다나 파키스탄 탈레반과의 연계 능력을 보면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파슈토족이라고 전부 탈레반을 지지하는가? 그것이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부 부족들은 탈레반과 싸움이 있었기에 탈레반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파키스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부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지만, 동일한 목표를 목적으로 한다기엔 또 어려움이 있습니다.

4. 그렇다면 아프가니스탄 독립군인가?
외국군의 주둔에 맞서는 자유의 투사 탈레반일까요? 일견 일리는 있습니다. 소련이건 미국이건 해외에서 온 점령군이고, 탈레반은 그런 점령군에 맞서는 세력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인들은 "해외의 이교도"들이 와서 이래라 저래라하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그런 동기에서 탈레반을 지지하거나 방조하는 세력도 제법 되고요. 그런데, 정말로 모든 아프가니스탄 인들이 탈레반을 지지한다면 지금처럼 탈레반이 전후 수습을 어려워하진 않겠지요?

5. 그럼 탈레반이 대체 뭐란 거냐?
전부입니다. 탈레반의 본질은 "서로 다른 목적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네트워크에 가깝습니다. 일단 목적을 이루었으니 내부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져야 할 지 갑론을박이 오가는 것이고요. 정리해보자면 탈레반에는 지금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겁니다.

아프가니스탄 현대 정부를 인수해서 부족장을 뛰어넘은  권력자가 되고 싶어하는 지도부.
전 무슬림 동포의 해방과 이교도에 대한 성전을 부르짖는 독실한 지하드 전사.
동포를 돕기 위해서 파키스탄 국경을 넘은  파슈튠 전사.
파슈튠 족은 아니지만 탈레반에게 붙는 게 이득이라 부족 전사들을 내보내는 부족장.
파슈툰 정권이건 타지크 정권이건 아프간 사람이니 인정할 수 있지만 외세의 괴뢰정부는 안된다는 지식인.(아프간인치고는)
거창한 대의는 모르겠고 전쟁 중에 한 몫 잡아보고 싶어서 전장으로 나온 한량.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게 2021년 탈레반의 정체입니다. 이들은 최종 목표와 이해관계가 다르니 주어진 상황에 대한 대응이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카불을 장악한 지도부는 어떻게든 국제적 인정을 받고 싶으니 여성도 히잡을 쓰면 학교에 가도 좋다고 하는 것이고, 헤라트를 장악한 이슬람주의 세력은 몸가짐이 단정치못한 여성 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한국인 누구에게 물어봐도 답을 모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직을 이해하려면 현지의 정서, 사건, 인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프간 같은 민족, 부족, 신앙으로 갈라진 사회에서 외부자가 정보를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지금 탈레반의 정체는 외부자의 입장에선  "어디로 튈 지 모른다"가 진상에 가깝다고 봐야할 겁니다.

탈레반 지도부가 아프간에만 충실하고 싶더라도 내부의 지하드 전사들이 저으기 서방이나 중국에서 테러를 벌일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성공적으로 전사들의 충성심을 돈으로 사서 현대 국가 설립에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진실은 시간이 밝혀지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날림으로 쓴 글이지만 기왕 쓴 거 올리는게 낫다고 판단되서 올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9/16 00: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서로 다른 목적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네트워크]
일제 시대 독립군들 같기도 하네요
21/09/16 00: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와! 아프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말 간결하고 좋은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탈레반과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 있다면 보여드리고 싶은 그런 글입니다.

다만 제가 평상시에 생각하던 점과 다른 것이 있어서, 그게 관한 댓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글쓴 분께서는 '탈레반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며, 탈레반은 하나의 네트워크이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이 점에 있어서, '탈레반은 다양한 집단을 묶어주는 단체이나, 그 연결이 무력에 의존하므로 군벌이다'라고
오히려 2.번에서 반박하신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부족의 자치를 원하는 원로들, 외세가 아닌 아프간인을 통한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 기회주의적인 정치인 모두,
결국 탈레반이 힘으로 이들을 보호해주고, 힘으로 규정된 세력을 만들어주기에 그 안에서 지내고있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 탈레반이 기존에 미국이 설치한 아프간 이슬람 공화국에게서 정당성을 얻어낸 방식은 '양위'도 아니고 '투표'도 아니고 '정복'이었습니다.
카불을 (협상은 있었어도) 무력으로 함락시키면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했지요.

그리고서도 지금도 '카불 정부'로서 다른 지역에 영향권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기반 및 능력이 안되서, 판지시르에 '병력'을 보내는 것으로 굴복시키려고 하고 있고요.

다른게 아니라, '자신의 군대가 닿는 곳까지만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지며, 다른 정치적 기반이 없는 세력'을 우리는 '군벌'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본문 1.번에서 말씀하셨듯이, 이들의 정치력의 핵심이 총부리라는 것 때문에, '군대의 사상적 기반'을 지탱하는 글로벌 지하디스트,
그러니까 평범한 독재국가가 아니라, 테러리즘을 수출하는 테러리즘의 나라를 만들자는 ISIS 기반의 세력이 내부에 있던 점이 우려가 되는 것이고요.

적어주신 것처럼, 탈레반은 온전히 민족적인 단체도 아니고, 총부리가 어디로 향하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이 정해지는 군벌입니다.
이런 점은 이들 내부의 정치투쟁이 다른 방식이 아니라, 누가 누구를 통솔할 것이냐로 벌여졌다는 점에서도 분명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915082300077
이번에 탈레반의 내무 장관(행정자치부 같은게 아니라, 경찰력 및 민병대 등 공권력 만을 담당합니다) 시라주딘 하카니의
동생 아나스 하카니의 '하카니 네트워크'가 지하디스트들과 협력해서 카불공항에 테러를 벌였고,

이 때문에 지금 통수권 문제를 가지고 압둘 가니 바라다드 (외교통 출신. 카타르에서 정치적 지지 및 자금책을 모으고, 미국과 여러번 협상)에게
부통령에서 내려오라고 압박을 가했고, 지금 그 때문에 바라다드가, 자신들이 점령한 카불을 신변위험 때문에 떠났다는 것이지요.

하카니 네트워크는 군벌 내부의 군벌이면서도, 알 카에다가 긴밀하게 '교류'한 집단이 아니랄까봐,
탈레반의 정적 암살단도 겸하던 세력입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ISIS측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고,
바라다드 같은 '정치꾼'내치 '외교꾼'이 '미국을 굴복시키고, 철수하는 꼴을 만들었다'라고 자찬하자,
바로 산하 공작원을 이용해서, 미국이 떠나지도 않았는데 카불 공항에 대테러를 벌여서,
이런 '문관'들에게 모종의 '길들이기'를 시전한 것이 아닌가, 지금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내막에서 알수 있듯이, 탈레반은 마오쩌둥이 무덤에서 일어난다면 현대 중국보다 이들을 좋아해줄 정도로,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온다'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탈레반의 결론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라는 것에 백번동의합니다.
탈레반 안에는 수많은 세력이 있고, 이들의 이상향은 각각 다를 것이기에, 국가를 먹은 이 정치집단은,
곧 피튀기는 솎아내기 끝에 어떤 한가지 정치적인 목표에 도달하거나, 혹은 그러지 못하고 나라를 먹은 대가로 사분오열 찢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이 전통에도, 민중에도 기대지 않고, 오직 무력에만 기대는 군벌이기에, 그 과정이 결코 아름답지 못할것이라고 예상해봅니다.
이븐할둔
21/09/16 00:5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올려주신 장문의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탈레반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볼 때 시골 지역 사회, 적어도 파슈툰 민족 내의 다수 인구집단에서 견고한 지지를 받는다고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은 "전통적으로" 다수결이 아무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곳입니다. 다수결이란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권력 분점방식이 있을때나 의미가 있는것이죠. 아프간 같은 전사적 부족사회에서 민의란 총을 쥔 사람들의 합의 이상이 되지 못합니다. 다수결로 치자면 도시 인구가 30프로나 되고,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지요. 하지만 그건 아프간 정세에 별로 영향이 없습니다. 어차피 전사가 될 수 없는 인구를 왜 존중하겠습니까? 고대 그리스에서 "민의"가 시민보병들의 합의를 뜻했듯, 아프간에선 "전사"혹은 "율법학자"나 "부족장"의 합의인것이지요.
이븐할둔
21/09/16 01: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무력으로 권력을 차지하는것은 민의에 반한다는 주장 자체가 서구식 권력분립이 이뤄진 현대국가에서만 통하는 명제라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2,3세계 국가들은 국민들의 합의가 아니라 중앙정부를 차지한 특정집단의 무력독점을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 민중 집단은 이런 무력독점에 무장봉기를 일으키지 않으면 "지금 상태도 최악은 아니니 참아보자"정도는 동의하고 있다고 봐야한것이고요. 아프간은 누가, 어떤 이념이 들어서건 결국 가장 강한 자만이 권좌에 앉을수있는곳입니다. 기존 아프간 공화국은 그냥 미국이 주인이던것이고요.
21/09/16 01:07
수정 아이콘
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건 저도 어렴풋이만 생각하고,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고 있던 시야였습니다.

맞습니다. 민주주의가 다수의 합의라고 해서, 그것이 투표의 형태의 공화정일 필요는 없는 것이고,
중동은 그게 한 번도 정착된 적이 없으니 (다우드 칸의 공화국이 불쌍해지려다가, 생각해보니 이 사람이 처음으로 아프간을 망쳤으니 불쌍하진 않네요)
'서구적인 기반의 정치세력'이 애초에 나올 수가 없는 것이군요.

"아프간은 누가, 어떤 이념이 들어서건 결국 가장 강한 자만이 권좌에 앉을수있는곳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권좌에 앉아있던 군벌은 '미군'이었던 것이군요.

흐흐 마지막 문단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써먹겠습니다. 길게 적어주신 댓글 감사합니다.
이븐할둔
21/09/16 01:20
수정 아이콘
차라리 아프간 같은 부족사회는 "안정"이란 측면에선 가장 강한 부족/가문이 왕을 해먹고 힘의 서열에 따라 지위가 바뀌는 봉건 왕정이 뛰어나다고 봅니다. 현지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이고 존중할 수 있는 권위거든요. 이런 이유에서 동북아의 전근대 국가들이 율령국가/왕조 체제를 수립하는데 목을 멘 것일지도 모르지요. 저도 좋은 대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판을흔들어라
21/09/16 01: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파키스탄의 개입이 확실시 되가는 이상 해외의 이교도나 외세에 맞서는 탈레반이란 허상이 되겠지요. 간간히 반탈레반 시위가 일어나는 거 보면 명분조차 없는 집단인거 같습니다.

전 그냥 아프가니스탄은 나라가 찢어지는 게 맞고 그게 낫다고 봅니다.

ps. 경제를 살리기 위해 1200만 달러를 수금하는 탈레반이 정말 어메이징 합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2017807&exception_mode=recommend&page=1) 전쟁에 필요한 인재는 있었다해도 과연 국가 경영을 위한 인재가 있을까 하면 암울합니다. 사실상 미국 원조로만 인구가 늘어난 아프간인지라
이븐할둔
21/09/16 01: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게 또 저 동네는 "같은 이슬람 교도"면 제법 융통성을 발휘할 준비가 된 사람도 많습니다. 거기에 아프간국적을 가진 파슈툰족 사람이 파키스탄 국적을 가진 파슈툰족 사람을 "외국인"으로 볼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여권조차 없는 사람이 태반이겠지요.) 게다가 파슈툰 족만 그런게 아니라 국경 너머에 같은 민족집단이 있는 집단들은 다 그렇게 지원을 받으면서 싸우고 다들 어느정도 그려려니 합니다. 당장 판지시르 저항군도 타지키스탄 지원을 받지요. 그렇다고 아프가니스탄이 "공식적으로 쪼개지는 사태"는 주변국이 별로 바라지않을법니다. 그런일이 벌어진다면 서남아시아 전체가 말려드는 국제전이 거의 확정입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탈레반이 현대 국가 수립을 이어받는것도 가능할것같지않아서... 2차 내전으로 말려들 공산도 매우 크다고봅니다.
21/09/16 07:00
수정 아이콘
두라니 제국(1747~1842),
아프간 토후국(1842~1926) & 왕국(1926~1973)

전부 파슈툰족이 지배 종족이었고, 나머지 종족들은 피지배 종족이었으니, 탈레반이 파슈툰족 기반임은 면면한 흐름이고,

사우디 아라비아의 와하비파가 제공한 마드라사에서 데카르트 철학/수학/과학대신 코란이나 배우니,

거기서 나올 것은 빤합니다.

2001년 미국이 점령했을 때 아프간 문맹률이 95%였습니다. 지금은? 70%라는군요.

1945년 미국이 조사한 남한 문맹률이 86%였으나, 1960년 4.19 날 때 문맹률은 10% 정도였다고 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아프가니스탄이 파키스탄의 속국일 듯싶지만, 실은 역사적으로는 파키스탄 지역이 아프간 두라니 제국의 속국이었음.)
이븐할둔
21/09/16 09: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근대화 시킬 역량이 없으며, 그런 목표에 동의하는 탈레반 대원들도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안정화시키는 정도는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결국 다시 내전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만만찮게 높아보이긴 하지만요.
우주전쟁
21/09/16 07:35
수정 아이콘
텔레반 지휘관하고 아프간 정부군 지휘관하고 확성기로 말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탈레반 지휘관: 야, 이 미국의 꼭두각시 놈들아!
정부군 지휘관: 이런 파키스탄의 똘만이들아!
탈레반 지휘관: 양키들은 이교도지만 파키스탄은 같은 이슬람이다 이 XX야!
정부군 지휘관:... ...

미국이 결국 이교도라는 것, 그런 아프간 정부가 이런 이교도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늘 정부 쪽이 이념전에서 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븐할둔
21/09/16 09: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결국 아프간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종교라는 점이 다시 증명된 셈이지요. 미국은 문화인류학 교수를 꽂을 게 아니라 모두가 두려워하는 군벌 두목이나 덕망 있는 지역 부족장을 대통령으로 앉히고 국가 건설(재건이 아닌)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을 겁니다. 그래야 자생력이 생겨서 탈레반과 싸워서 정권을 지킬 수 있었겠지요. 대신 미국 말은 지지리도 안 들었겠습니다만, 그래도 탈레반 집권보단 훨씬 체면도 서고 좋았을 겁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요.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에서 물주 알기를 X같이 아는 놈은 후원해줄 가치가 없으니까요.
담배상품권
21/09/16 09:38
수정 아이콘
나라를 차지하는것도 어렵지만, 나라를 경영하는건 더 어려울텐데 탈레반은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돈줄을 꽉 막아놔서 돈 나올데도 없는데 나라에 번듯한 산업 하나도 없고, 인구는 대책없이 늘어나있어서 진짜 맬서스 트랩이 발동할 기세더군요.
파키스탄은 이러다가 수많은 난민이나 불법체류자가 더 생길거같으니 영국에 탈레반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모양이던데 모양새가 참 숨막힙니다.
이븐할둔
21/09/16 09: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나라에 대한 개념을 조금 바꿔보면 경영은 좀 더 쉬워질 수도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모든 아프간 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경영이 어렵겠지만, 나와 내 세력이 무력을 통해 획득한 점유물이라고 여기면 훨씬 다양한 옵션이 생기지요. 물론 그게 외부 세계에는 아주 골 때리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탈레반 지도부도 현재로서는 저어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탈레반은 조직 붕괴의 위험에 처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집단이라고 봅니다.

두고두고 지역의 화약고가 될 수 밖에 없지 싶네요.
담배상품권
21/09/16 09:47
수정 아이콘
뭐 옛날 영주들이 다스리듯 각 지역 토호들이 알아서 잘 하는 모양새가 되면 좋은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인구수가 감당 못하게 늘어나있는게 너무 커요.
그리고 파키스탄. 파키스탄은 참 미국 돈으로 미국 엿먹이는데는 도가튼거같습니다.
이븐할둔
21/09/16 09: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멜서스 트랩 문제는 저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결국 외부 세계의 누군가가 먹고 살 식량은 퍼줘야 하는데, 탈레반의 후견국인 파키스탄에 코로나 시국에 그럴 여력이 있는 지 의문입니다. 결국 중국 쪽에 손을 벌리게 될 터인데... 아마 중국의 대외 개입 역량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될 듯 합니다. 그리고 파키스탄은 국가 정체성부터가 이슬람주의라서 기독교 문명에 기반한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과는 상극이지요 :)
파프리카
21/09/16 14:14
수정 아이콘
본문과 댓글들에서 배운 바가 많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리자몽
21/09/16 14:20
수정 아이콘
본문의 탈레반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 빌드업이 참 좋네요

저도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면서 제가 생각했었던 탈레반과 실제 탈레반의 괴리를 느끼고 이것저것 보면서 습득했는데

이 글을 보니 부족했던 부분이 거의 다 메꿔진거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먼산바라기
21/09/16 14:51
수정 아이콘
생각해볼만한 글인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깃털달린뱀
21/09/16 18:3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이런 '중세적'인 모습이 현대 한국인 입장에서 신기하기만 합니다. 먼 옛날 취급 받는 조선 왕조부터가 당대에도 이미 말도 안되는 행정력으로 전국토를 장악하고 단일화된 언어, 문화, 체제를 이룩하고 유지한 게 600년이 넘으니까요. 동아시아의 중앙집권에 대한 집착은 대단해서 진짜로 이런 서로 다른 정체성, 목적을 가진 집단이 독자적으로 합의하고 꾸려가던 게 한반도에선 삼국시대까지 가버리니 너무 멀어요.
최근에 그래서 도시국가 시절부터 정복한 타지 통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봤는데, 결국 이데올로기 말고는 답이 없더라고요. 아무리 군사력을 박아놔봐야 동화가 안되면 빼는 순간 아웃이고, 그렇다고 너무 강하게 박아넣었을 때 지방관이나 총독이 반란으로 집어 삼키는 것도 신경 써야 하고요. 결국 적당히 (힘있는) 세력의 기득권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세력에 편입해서 그 통치가 정당하다는 것을 서서히 납득시키는 수밖에 없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현대 아프간도 이슬람으로 대강 묶인 집단들이 군사력을 통해 적당히 합의 보는 수밖에 없죠. 근데 그들을 하나로 묶을 이데올로기조차 이슬람밖에 없는데, 이게 사실 보편 제국은 몰라도 특정 지역 국가로만 거듭나기에 별로 유리하진 않죠. 파키스탄 파슈튠인도 똑같은 무슬림인데 굳이 어거지로 그어진 듀랜드 라인으로 탄생한 영역만 가진 현대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인정할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근본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 안될테니 언제나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거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파슈툰족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압도적인 인구, 무력, 파슈툰 민족주의 조장으로 다른 세력을 다 짓밟고 내부에도 수많은 부족으로 나누어진 파슈툰을 동화시켜 안정을 이룩했을텐데 말이에요. 탈레반 뿐 아니라 현대 아프간이 거기 사는 인민들에게 확고한 '국가'라는 정체성을 심어줄만큼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21/09/16 19:21
수정 아이콘
지금 탈레반은 서방의 지지가 필요한 상태니까 달라지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탈레반의 본성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죠.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아프칸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 외에 어떤 예측도 불가한 것 같군요.

약 320만명이 마약중독자인데 ..그 중에는 100만명이 넘는 여성과 10만명 이상의 어린이도 포함,
소련 침공 10년까지 더하여 42년 째 전쟁 중이다 보니, 윤리며 도덕이 다아 무너진 아프칸.

주변국은 아프칸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터키는 콘크리트 장벽을,이란은 철조망, 파키스탄은 국경 90% 이상에 4m 높이 장벽을 설치했습니다.
앞으로 ..원수지간 이란을 비롯, 중국까지 아주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될 것, 그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라이징패스트볼
21/09/16 23:2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96 웹소설 추천 : 천재흑마법사 (완결. 오늘!) [9] 맛있는사이다847 24/03/28 847 0
101195 도둑질한 아이 사진 게시한 무인점포 점주 벌금형 [15] VictoryFood2019 24/03/28 2019 5
101194 시리즈 웹툰 "겜바바" 소개 [37] 겨울삼각형3184 24/03/28 3184 2
101193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마침표와 물음표 사이.(노스포) [4] aDayInTheLife2992 24/03/28 2992 3
101192 고질라 x 콩 후기(노스포) [21] OcularImplants4199 24/03/28 4199 2
101191 미디어물의 PC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80] 프뤼륑뤼륑7538 24/03/27 7538 3
101190 버스 매니아도 고개를 저을 대륙횡단 버스노선 [54] Dresden10331 24/03/27 10331 3
101188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 [17] Leeka10061 24/03/26 10061 0
101187 Farewell Queen of the Sky! 아시아나항공 보잉 747-400(HL7428) OZ712 탑승 썰 [4] 쓸때없이힘만듬3604 24/03/26 3604 5
101186 [스포없음] 넷플릭스 신작 삼체(Three Body Problem)를 보았습니다. [48] 록타이트8041 24/03/26 8041 10
101185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5) [3] 계층방정3107 24/03/26 3107 7
101184 [웹소설] '탐관오리가 상태창을 숨김' 추천 [56] 사람되고싶다6695 24/03/26 6695 19
101183 진짜 역대급으로 박 터지는 다음 분기(4월~) 애니들 [58] 대장햄토리6321 24/03/25 6321 2
101182 '브로콜리 너마저'와 기억의 미화. [9] aDayInTheLife3923 24/03/25 3923 5
101181 탕수육 부먹파, 찍먹파의 성격을 통계 분석해 보았습니다. [51] 인생을살아주세요4932 24/03/25 4932 68
101179 한국,중국 마트 물가 비교 [49] 불쌍한오빠6422 24/03/25 6422 7
101177 맥주의 배신? [28] 지그제프8294 24/03/24 8294 2
101175 [스포있음] 천만 돌파 기념 천만관객에 안들어가는 파묘 관객의 후기 [17] Dončić5930 24/03/24 5930 7
101174 [팝송] 아리아나 그란데 새 앨범 "eternal sunshine" [2] 김치찌개2716 24/03/24 2716 4
101173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143] 천우희7114 24/03/23 7114 108
101172 모스크바 콘서트장에서 대규모 총격테러 발생 [36] 복타르9960 24/03/23 9960 0
101170 대한민국은 도덕사회이다. [58] 사람되고싶다8916 24/03/22 8916 30
101168 올해 서울광장서 6월 1일 시민 책읽기 행사 예정 [46] 라이언 덕후7130 24/03/21 7130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