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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10 19:29:33
Name 熙煜㷂樂
Subject 저는 시린이입니다.
저는 시린이입니다. 치과가야하는 시린이 아니고, 롤렉스시계 할 때 시계. 뭐 그런겁니다.
최근까지 전 핸드폰 시계가 가장 좋은, 시계에 무관심한 사람이였습니다.

몇 년 전 갑자기 시계가 사고 싶다는 부인님과 아울렛 시계편집매장에서 시티즌 시계를 산 적이 있습니다. 살까말까 고민하는 부인님께 시계서열표에서 봤었다고 설명하고, 마침 90만원짜리 시계를 50%나 폭풍할인한다기에 호기롭게 일시불로 긁었는데, 나중에 인터넷최저가보다 10만원이나 비싼 걸 알고 헐...했었습니다.

시티즌 시계를 산 이후에도 시계에 무관심한 삶을 살던 제가 변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평소에 시계를 차고 다니시는데 당신만 시계를 하고 다니는 것이 미안하셨는지 올 여름에 느닷없이 어머니께 당신도 시계 하나 사줄게 하셨고, 남편의 시계약속에 기분이 좋아지신 어머니을 위해서 저희 부부가 백화점에 사전조사를 갔었습니다. 시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저희는 어느 매장 직원분의 롤렉스 동생 브랜드라는 설명을 듣고 추천브랜드를 결정하였습니다. 추천브랜드를 부모님께 설명드렸는데 오늘까지도 아버지는 어머니께 시계를 사드리지 않으셨습니다. 약속이 부도난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위의 일로 여러 시계매장을 방문하신 부인님은 시계를 사고싶어 하셨습니다. 쿼츠와 오토매틱이 뭐가 다른지 모르고, 오토매틱과 기계식은 반댓말이 아닐까 생각하는 수준이였던 저는 늘 믿고 의지하는 피식인에 부인님 시계 구입에 대한 도움을 구했습니다.
여러 분의 조언을 바탕으로 일단 부인님을 모시고 백화점 시계매장 순례를 떠났습니다. 출발 전부터 저는 마음속으로 에르메스를 강력 추천하기로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어느 분이 에르메스를 추천해주셨는데 알아보니 당초 제가 생각했던 가격 200만원은 넘지만 병행으로 구하면 300만원내에서는 살 수 있겠다 싶었고, 에르메스 가방은 못 사주지만 에르메스 시계는 사줘야겠다는 마음이였습니다.
그런데 사전에 인터넷으로 시계를 조금 공부하신 부인님은 에르메스 시계가 정통 시계브랜드가 아니라는 이유로 매장도 안 들어가셨습니다. 한 번만 들어가서 구경하자는 요청을 뿌리치신 부인님은 백화점 순례를 마치고 최종결정을 보류하고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 선언이 7월말쯤이였던 것 같은데, 부인님은 아직도 맘에 드는 시계를 못 찾으셨습니다.

부인님의 시계 추천을 위해서 인터넷에서 여성용시계를 열심히 검색하던 저는 어느순간 나도 시계사야지 병에 걸렸습니다.
발병 초기의 저는 시티즌을 열심히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티쏘 – 프콘 – 해밀턴 - 오리스를 넘어 태그호이어를 검색하는 스스로를 발견하였습니다. 이왕이면 병에 걸린 것입니다. 나도 시계사야지 병이 열흘 만에 이왕이면 병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입니다.
부인님은 남편시계를 먼저 해결하고 본인의 시계를 고민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부인님과 신중하게 상의한 저는 마침내 태그호이어 까레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실물견학을 위해서 백화점에 다녀온 저는 결정장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결정장애의 해결책으로 늘 그렇듯이 피식인의 도움을 선택한 저는 아래의 글을 남겼고 여러 조언에 까레라 블랙골드 제품을 사기로 최종결정하였습니다. https://pgr21.com/qna/157930?sn1=on&divpage=66&sn=on&keyword=%E7%86%99%E7%85%9C%E3%B7%82%E6%A8%82

그리고 마침내 저는 지난 주말에 까레라 블랙골드를 사러갔고, 까레라를 샀습니다. 까레라 헤리티지 블루핸즈!

태그호이어 매장에 가기전에 구경이나 해야지 들른 출국없는 면세점에서 마주친 까레라 헤리티지 블루핸즈! 저렴한 가격표도 아름다웠고 까레라 블랙골드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펼쳤던 까레라 청판을 옆에 두고 쩌리로 만드는 모습에 블랙골드가 탈락하고 만 것입니다.
이게 인연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까레라를 선택한 저는 사는 김에 동생 선물도 하나 샀습니다. 포뮬러 논크로노 – 포뮬러 크로노 – 아쿠아레이서 논크로노 3개를 사진으로 보내주니 제일 가벼운 제품을 물어보고 포뮬러 논크로노를 고르네요.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쉽게 설명해줄게....선물로 받을 아반떼 깡통 – 아반떼 풀옵션 – 소나타 깡통이 있으면 아반떼 깡통보다는 아반떼 풀옵션이나 소나타 깡통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지않을까? 그래서 동생은 소나타 깡통을 골랐습니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매우 행복하다네요.

예쁜 시계를 사서 행복해졌습니다. 무이자 할부로 미래의 나에게 책임을 넘겼는데 감사하게도 미래의 나를 불쌍하게 여기셨는지 부인님께서 카드값을 한방에 처리해주셔서 왠지 돈을 번 기분이 들어 더욱 행복해졌습니다.
이제는 부인님께서 부인님의 시계만 고르면 우리가족은 모두 해피엔딩입니다....만!!!!!!!

부인님 덕분에 돈을 번 기분이 들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부인님께서 그러시네요. 시계 하나 더 살래? 면제점행사 언제까지 할 지 모르는데, 평생 다시 못 살지도 몰라...

덕분에 일주일동안 까레라 차고 행복하면서도 머릿속으로 계속 다른 생각도 함께합니다.
면세행사장에 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 좀 예쁘던데 400도(?) 안 하네...
네비타이머말고 아쿠아레이서 하나 있어도 나쁘지 않겠는데...
심지어는 아쿠아레이서 살거면 차라리 그 돈에 한 2년 정도 용돈을 더 모아서 롤렉스 섭마를 사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고...

저 조금 이상해지고 있나 봅니다. 낼 백화점 면세점 행사장 구경하다 충동적으로 뭘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미친!!!


* 이 와중에 아들이 아빠의 시계가 부러운 눈치입니다. 삶의 조언이 필요할 때 언제나 피식인을 찾는 저는 피식인에서 지샥 GMA-S2100라는 모델을 추천받았고 아들은 마침내 오늘 행복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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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팔가 로우
21/09/10 19:47
수정 아이콘
시계 사신거 축하합니다~~ 제 생각엔 첫 시계와 허니문 타임 오래가지시고 두번째 시계는 다음 기회로 미루시는게 더 해피 하실 듯 합니다. 대신 부인님 시계를 함께 시간을 두고 함께 고르시면 부인께서도 내심 좋으실 거 같아요~
熙煜㷂樂
21/09/10 20:43
수정 아이콘
그쵸? 이성적으로는 로우님 말씀이 정답인데...
어느새아재
21/09/10 19:55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아내분 아량이 부처님이신듯. 그나저나 시계도 정말 종류가 많군요. 블루핸즈 가격 검색하고 왔더니 큰맘먹고 산 워치4가 비싼게 아니었어크크크
熙煜㷂樂
21/09/10 20:46
수정 아이콘
그래서 부인님께는 늘 충성충성하고 있습니다.
21/09/10 20:27
수정 아이콘
이런 소소한? 이야기 좋네요
서린언니
21/09/10 20:55
수정 아이콘
시린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네요
Bell&Rolls 시계를 갖고싶었는데 애플워치로 타협했네요.
antidote
21/09/10 20:56
수정 아이콘
시진핑 어린이를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뒤로가기 누릅니다.
샤한샤
21/09/10 21:55
수정 아이콘
흠흠...
시계 전문가는 감히 자처할 수 없지만 시계 학부생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한때 제가 태그 론진 브랄 이런거 사지말고 마통써서라도 롤렉스사라고 전도사 하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제 기준) 너무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어서 그럴 수가 없게 되었네요
어찌되었뜬 몇천만워씩 쓰러 온 사람들을 줄 세울 수 있는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고, 행사하는 시계에는 행사 하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브라이틀링은 최근 몇년간 회사 운영과 브랜드 밸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과거 롤렉스랑 친구먹으려던 시절의 브랜드 배치표가 많이 떠돌아다닙니다만
최근 브랜드의 격을 봤을때 태그호이어에 비해 그다지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하기도 힘듭니다.

또 시계를 아직 많이 모르신다면 한번에 시계를 두개 사시는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두 시계의 지향점이 상당히 유사하다면 더욱 그런 것 같구요.
21/09/11 03:03
수정 아이콘
그런데 진지하게 스마트워치로 다 넘어가는 추세 아닌가요?
샤한샤
21/09/11 09:49
수정 아이콘
애플워치 이후로 시계산업은 성장했습니다.
국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글로벌은 그렇습니다.
21/09/11 13:02
수정 아이콘
스마트워치와 손목시계 시장은 다릅니다.
이쪽 세계(?)에서는 300미터 방수기능을 가진 다이버워치(예: 롤렉스 서브마리너, 오메가 씨 마스터)를 차고도 세수할 때는 시계를 풀고 하죠. (정작 잠수할 때는 현대식 전문 다이버용 시계를 따로 사는...)
시계의 정확도로만 보자면 1만원 짜리 전자시계가 1억원 짜리 오토매틱 시계보다 더 정확하지만 그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엄청난 갬성의 영역이 있지요. 그러니까 시계 마니아들의 세계에서는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의 개념이 아니라 손목에 차고다니는 예술품의 개념입니다.
21/09/11 12:06
수정 아이콘
전 지샥이 제일 좋아요. 근데 산지 4년 된 거 같은데 배터리 교체를 안하네요…
섹무새
21/09/11 12:46
수정 아이콘
저도 고가 시계 딱 하나 있습니다.
갤럭시 워치만 맨날 차고 그 친구는 결혼식 갈때만 착용하네요.
그래도 제가 막 ceo가 된 것 같고 하는 자신감을 주는 거 보니 시계 하나정도는 있어도 되는구나 싶습니다.
Lahmpard
21/09/13 11:19
수정 아이콘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가 400이라..? 논크로노 버전이던가요?
熙煜㷂樂
21/09/13 11:30
수정 아이콘
네...400에 크로노버젼일리가...
Lahmpard
21/09/13 13:35
수정 아이콘
아하...당장 면세점 달려갈뻔했습니다 크크
Lahmpard
21/09/13 13:36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PGR에 아드님 글 올리신것 봤었는데 추천드릴까하다가 초등학생 얇은 손목이라 하셔서 함부러 추천드리기가 어려워 지나갔었습니다.

지얄오크 미니라면 아드님이 정말 좋아하시겠네요 아주 잘 고르셨습니다.
熙煜㷂樂
21/09/13 13:4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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