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9/08 06:01:43
Name purpleonline
Subject 우울증3 (ADHD) (수정됨)
*우울증1 (치료 중간보고) : https://pgr21.com/freedom/92180
*우울증2 (되새김질) : https://pgr21.com/freedom/92258

*편의 상 반말로 작성했습니다.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어 불쾌하신 분들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기존에 느끼던 인간관계의 어려움

문장을 완성하고 내뱉으려 할 때,
목에서 턱 걸리는 느낌과 함께 말을 내뱉기 어려워 고생하다 결국 힘들게 내뱉은 말은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당신과의 대화가 불편하고 당신이 미울 때,
당신이 어떤 말을 들어야 가장 기분 나쁘고 슬플지를 생각하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내 못난 목소리.

날 혐오하기에 쳐다보는 그들의 눈을 후벼파긴 무섭고, 결국 안절부절 길바닥에 주저앉을 낮엔 나갈 수 없었음.



사실 약 기운에 귀찮아서 괜찮은 척한 것 같았다.

플라시보든 해골물이든 꾸준한 진료와 약 복용이 날 건강하게 해준다는 믿음에,
언젠가 선생님의 강력한 입원 권유에 인지부조화가 왔을 때도 귀싸대기를 쳐올리지 않을 용기가 있었으니.

끊겠다던 술도 어느샌가 다시 맘껏 부어댔고,
약을 먹고 술을 마시면 느리게 뛰는 심장과 아무 생각 없이 차분해지는 기분에 오히려 그걸 즐기게 되어버린.
전혀 멀쩡하지 않지만 멀쩡한 척하려고 노력한 나 자신이 대견해 혼자 건배를 하고 일어났을 땐 지옥 같은 숙취 속.



얼마 전 ADHD 판정을 받음.
공황장애, 알코올의존증, 양극성 정동장애, 간헐적 폭발 장애에 ADHD가 추가돼서 5관왕 해버림.

이 2021년을 그들에겐 가깝고 나에겐 너무 먼 가족에게 알릴 때,
내 무너진 5년을 25분으로 줄인 해명과 자기변호로 마무리하고 나서야 안정이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예요"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는걸 보니 아직 당신들이 보고 싶은가 보다.



추가로 처방받은 콘서타를 복용한지 3주가 넘었고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덜 밉다.
높아지는 집중력과 정돈된 머릿속에 내가 있는 곳이 좀 더 선명하다.
남들이 웃기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고 어리석어 보였는데, 왜 그게 웃긴지 뒤늦게 알고 웃어버린 내가 웃겼다.
필요 없었던 대화로 감정을 나누고, 그 감정이 은은하게 남아 내일이 기대됨.
일주일 중 딱 하루, 사정 상 견디기 힘든 날이 있는데, 그날은 술을 마셔야함.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식욕이 줄어들어 체중이 조금씩 감량되고 있는 것.

그리고 약빨이 떨어질 때쯤이면 이제는 적응된 감정 낙차에 다시 우울감이 침대 위로 스멀스멀 찾아온다.
얼른 저녁 약을 털어 넣고 누우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생각조차 하기 싫어지는 아침, 난 아직 어두워질 때쯤이 돼야 일어난다.



나에게 2021년이 축복받은 해 였으면 좋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실바너
21/09/08 07:05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purpleonline
21/09/08 23: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LAOFFICE
21/09/08 08:00
수정 아이콘
이렇게 글로 써주신 것을 보니 더 좋아지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응원합니다!
purpleonline
21/09/08 23: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스핔스핔
21/09/08 08:22
수정 아이콘
양상은 다르지만 저도 마음이 무너져잇는 상태라 감정이입이 되네요
purpleonline
21/09/08 23:19
수정 아이콘
마음의 병을 앓고있는 분들에겐 단어선택도 신중하게되어 뭐라 말을 건네기 어렵네요.. 스핔님의 올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1/09/08 09:05
수정 아이콘
adhd진단 축하드립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면 훨 만족스러운 내가 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더 나아질꺼고 중간에 정체기가 있겠지만 이전의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발전해 있을껍니다.
purpleonline
21/09/08 23:20
수정 아이콘
확실히 약빨이 빠질때 체감이 크더라구요.
내가 원래 이렇게 멍청했었나 하는 느낌..

감사합니다.
21/09/08 09:43
수정 아이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몸이 좋지 않은데, 조금씩이라도 회복할 수 있게 노력해봐요.
purpleonline
21/09/08 23:22
수정 아이콘
헤후님의 건강이 오늘보다 더 좋아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1/09/08 10:14
수정 아이콘
저도 나이먹으면서 위화감 느껴졌던 부분 정신과 처음 다니면서 다 캐들어갔는데 우울증, 공황장애, ADHD가 다 있더라고요. 선생님이 남들 다 그러고 사는줄 알고 이렇게 사는사람 많다고.. 꼭 치료 잘 되시길 바랍니다.
purpleonline
21/09/08 23:23
수정 아이콘
솔루님의 2021년도 축복받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리안드리
21/09/08 13:43
수정 아이콘
응원합니다 .. !
purpleonline
21/09/08 23:2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aDayInTheLife
21/09/08 15:28
수정 아이콘
우리 힘내요.
purpleonline
21/09/08 23:2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안군-
21/09/08 18:50
수정 아이콘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병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과, 그걸 해결할 방법이 비록 약물이라도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뭔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핑계(?)거리가 생긴다는 점도 나름 좋더군요. 흐흐흐...
힘내시길 빕니다.
purpleonline
21/09/08 23:25
수정 아이콘
제 의지로 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지킨게 올해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때 약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위로가 되고 소중하네요.

감사합니다.!
21/09/08 23:55
수정 아이콘
유튜브중에 김작가tv 라고 있어요.
그분이 우울증이 심하시고 가족력도 있어서 자살하는 가족도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셔서 저와는 취향이 다르지만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잘되실거에요. 병은 널리 알려서 같이 도움받고 극복하는거라 하더군요.
purpleonline
21/09/09 00:47
수정 아이콘
저도 얼마 없는 사람들에게 근황 겸 알리고 나니 후련했고, 절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과한 걱정에 괜히 알렸나 자책했는데 지금은 괜찮네요.

아마 평생 약을 복용하지 싶은데 벌써 무거우면 안되니까 이걸 질환이라기보단 날 표현하는 것들 중 하나로 생각하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바랍니다.
21/09/09 01:09
수정 아이콘
담담하게 말씀하셔서 괜히 슬프잖아요.
전 평생 약 복용해야 되요. 교수님이 남들은 일부러 각종 비타민 먹는데 아무렇지 않는거래요.
약사님은 보험이 잘되는 약이라 약값 부담이 앖는게 어디냐고 그것만으로도 좋은거래요.

저랑 같이 돈 벌어요. 백만원 마련해서 전 주식부터 했어요. 재미있어요. 우주를 공부하고 자율주행 공부하고 로봇세상을 상상하고 돈 벌면 좋고 잃으면 공부값이고 아줌마라서 아파트에 야수같은 심장이 있어서 원하는 아파트를 살순 없지만 꾸준히 관심가지고 공부해요.

그냥 그렇게 살아지더라고요
퀀텀리프
21/09/09 15:53
수정 아이콘
정신건강 회복에 도움되는것 - 많이 걷기, 수면제 먹고 자기, 몰입(게임도 좋음)
수면제(졸피뎀)은 중독성도 없고 좋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786 초등교사노조 서울 집회…“늘봄학교, 지자체가 맡아야” [144] 칭찬합시다.11677 24/01/27 11677 0
100785 대구 이슬람사원 앞 돼지머리 둔 주민 ‘무혐의’ [176] lexicon10697 24/01/27 10697 12
100784 FT "남녀 가치관차이, 갈등심화는 범세계적 경향" [128] 숨고르기11709 24/01/27 11709 0
100783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사건 분석이 나왔습니다 [34] Leeka9173 24/01/27 9173 3
100782 월 6만2천원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 '기후동행카드' 드디어 나왔습니다 [53] 프로구29271 24/01/27 9271 0
100781 파리엔 처음이신가요? [22] 아찌빠5942 24/01/27 5942 23
100780 [에세이] 이 길이 당신과 나를 더 가깝게 해주기를 [1] 시드마이어2915 24/01/26 2915 5
100779 유럽연합의 규제에 맞춘, 애플의 서드파티 스토어 허용 + NFC 개방 발표 [30] Leeka6912 24/01/26 6912 3
100778 비권 92학번은 동년배 운동권에 미안함을 느껴야할까? [167] 칭찬합시다.9836 24/01/26 9836 0
100777 꼭두각시의 주인 [12] 머스테인4123 24/01/26 4123 2
100775 지방노동위원회 채용내정 부당해고 사건 패소 후기 [50] 억울하면강해져라8706 24/01/26 8706 46
100774 도대체 왜 손흥민은 박지성보다 국대에서 부진하게 느껴질까? [170] 개념은?14130 24/01/26 14130 9
100772 배현진, 서울 길거리에서 피습 [169] 김유라21544 24/01/25 21544 0
100771 영남지역 교수가 경북일보에 이준석의 천하삼분을 응원하는 칼럼을 기고했네요. [471] 홍철9554 24/01/25 9554 0
100770 5분기만에 SK하이닉스가 흑자 전환했습니다. [13] DMGRQ6589 24/01/25 6589 2
100769 잊혀진 다이어트 - 32kg의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난 후기 [23] 랜슬롯6047 24/01/25 6047 16
100767 서천 시장 방문 관련 논란, 대통령실과 상인들의 다른 의견 [61] 빼사스11604 24/01/24 11604 0
100766 주말에 23년을 회고할 장소 추천 합니다.(feat. 홍대 T팩토리) [3] 판을흔들어라6495 24/01/24 6495 4
100765 가사를 좋아하는 노래들. [47] aDayInTheLife3647 24/01/24 3647 2
100764 이준석-양향자 합당 선언…"서로 비전·가치에 동의" [34] Davi4ever9047 24/01/24 9047 0
100763 위선도 안떠는 놈들 [179] 김홍기21474 24/01/23 21474 0
100761 [역사] 손톱깎이 777 말고 아는 사람? / 손톱깎이의 역사 [29] Fig.16529 24/01/23 6529 14
100760 우리 정치의 일면 [58] 하늘을보면9961 24/01/23 996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