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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01 23:03:01
Name 문약
Subject 배달대행 이야기 (수정됨)
  유게에 올라온 한 배달기사의 어처구니없는 마인드 글(https://pgr21.com/humor/431913?page=4)에 댓글을 달다가 아예 자게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친한 친구가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임용 대기 중일 때 용돈 좀 벌어볼 겸 배달대행 일을 했었습니다. 친구가 오토바이 탈 거면 할 생각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기에 차로 배달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아시는 분도 많지만 아직 모르는 분도 있는 사실이 배달대행은 묶어서 배달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배달 한 건에 기사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3천원(지역마다 차이가 있음) 정도이고 이 마저도 업체에서 수수료로 300원 정도 가져가기 때문에 실제 기사가 가져가는 돈은 그보다 못합니다. 그렇다보니 정석적으로 배달콜을 잡고 > 음식점으로 가서 > 음식을 받고 > 손님에게 주고 > 다시 배달콜을 잡고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운이 좋지 않은 한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수익을 얻게 됩니다.(여기에 기름값 등 차량 유지보수비까지 들죠)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묶어서 배달하게 됩니다. 자기 배달 동선에 따라 콜을 서너개 묶어잡고 손님들에게 뿌려주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죠.
  배달앱은 기본적으로 조리20분(음식점마다 다를 수 있음) + 배달20분(지역마다 다를 수 있음)의 시간을 띄웁니다. 배달 업체와 가게는 배달 콜을 띄운 순간부터 40분 안에 손님에게 배달하라는 약속을 한 것이죠. 따라서 실제 배달 동선은 A가게의 콜을 잡고 A로 가다가 인근 B가게의 콜도 잡습니다. A픽업, B픽업 후 A를 배달하러 갑니다. 가다보니 A목적지인 C쪽에 콜이 뜹니다. 잡습니다. A를 배달하고 C를 픽업하고 B를 배달합니다. B를 배달하던 중에 D를 잡습니다. 복잡하죠? 배달하는 당사자들도 정신 없습니다. 이 와중에 가게에서는 왜 아직 배달 안 됐냐고 독촉도 하고 그럽니다. 40분 안에 배달하기로 약속했다지만 그 전에 독촉하는 가게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다보니 오배송도 하는 편이고 운전을 하면서 자기 경로에 맞는 콜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도 많이 나옵니다.
  배달 기사들도 당연히 다 같지 않습니다. 시간이 여유가 있건 없건 교통법규 무시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교통법규 준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유 있을 땐 교통법규 준수하다가 시간에 쫓기면서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가 욕심을 부려야만 시간에 쫓기지 않습니다. 생계형 기사가 아니라 정말 용돈벌이 삼아 타는 분들도 많지만 그 분들도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분명히 나옵니다. 세상사 한치 앞도 모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동선상 정말 무리하지 않는 코스로 콜을 잡았다 하더라도 아니 심지어 콜 하나만 들고 있는 상태에서도 가게에서 주문이 폭주해 조리가 밀리기 시작한다거나 배달하러 갔더니 손님이 연락두절이 된다거나 출퇴근시간이라 차가 꽉 막혀 도저히 지나갈 수 없다거나 고층 배달인데 엘레베이터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거나 등등 온갖 이유로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아주 흔합니다. 제가 짧게 일을 했을 때도 저런 일을 상당히 많이 겪었거든요.(특히 손님 연락두절. 도대체 음식 시켜놓고 왜 전화를 안 받는 건지 ㅠㅠ)
  쿠팡이츠나 배민라이더스 등에서는 강제로 배달 한 번에 하나의 콜만 잡도록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경우 기사에게 떨어지는 단가가 일반배달대행의 두 배도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쿠팡이츠나 배민라이더스처럼 운영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겠지만 문제는 돈이지요. 저 높은 배달 단가를 누가 부담하려 하겠습니까. 실제로 쿠팡이츠나 배민라이더스도 출시 초기에 비하면 기사에게 떨어지는 단가가 뚝뚝 떨어지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실로 대 배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배달대행에 뛰어드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도 배달업체는 끝없는 기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배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음식들을 지금은 배달로 먹을 수 있고 배달은 꿈도 못꾸던 도시 외곽 지역도 추가 배달료를 내고 배달을 시켜먹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피크타임에 배달 소요시간 1시간 이상씩 걸리는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생각보다 손님들도 처음부터 늦는다 말하면 수용하는 편입니다. 배달 단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리가 멀면 높은 배달료 기꺼이 내는 분들 많습니다. 만원짜리 시키면서 배달료 6천원 7천원 내는 분도 있을 정도니까요.
  운전하다가 교통법규 위반하는 오토바이를 보거나, 인터넷에서 배달대행 기사들의 각종 사건사고 소식을 접하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배달대행 단가는 분명히 잘못되었고 개선의 여지도 보이는데 현실은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죠. 어릴적 사회교과서에서 배운대로 보이지 않는 손이 뿅하고 적정가를 책정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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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메이커
21/09/01 23:10
수정 아이콘
배달대행 단가를 책정하는 게 플랫폼인데 이에 대해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는 곳들이죠

엥간하면 플랫폼 탓을 하고 싶지 않은데(장점도 있는 만큼) 배민은 도대체 수수료 받아가면서 적자만 100억 넘게 내고 있던데, 지금 자영업자나 라이더 털어서도 흑자를 못 내고 있는 게 현실이죠. 뭐 그쪽 업체야 아직 성장단계니 시장 지배자가 되면 달라질 거라는 얘기 하겠지만... 정작 문제는 몇 곱절도 더 발생할 텐데. 지금도 해결을 못하면서 그때는 될거다라고 말하는 거 보면 그냥 좀 더 건전한 머지포인트 아니냐라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말해서 배달 시장은 이제 국가가 손을 안 대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온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손이 안전한 범위 내에서 적정가를 제시해주지 못하면 국가가 나서서 규제를 해야 하고, 비싸진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지금의 배달 시장은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21/09/0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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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배민이 적자군요.... 뒤통수 한 대 맞은 기분이네요.
레드드레곤~
21/09/01 23:27
수정 아이콘
치킨에 배달료 붙기 시작한지 얼마나 됬죠?
한 5년 됬나요? 그때 배달료 1~2천원정도 붙은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비싸다고 욕 오지게 박힌거 같은데 이런글도 올라오기 시작하는군요
지금 오토바이 난폭운전한다고 성토가 많은데, 제가 관련업종 종사자가 아니라 잘 모르긴 하지만 요즘 서울/경기는 근거리는 자전거나 도보
로 배달주고 오토바이는 1~2km 이상만 간다고 하더군요 웃기게도 도보로 배달오면 음식 식어서 온다고 짜증내는글이 종종 보이더군요
어디서 들은 팁으론 그래서 배달음식은 매장이 2km떨어진곳에서 시키라고 하더군요
21/09/01 23:38
수정 아이콘
1-2km의 경우는 아마 배민커넥트, 쿠팡이츠일 가능성이 높을꺼 같습니다. 오토바이배송이 아니고 도보, 자전거, 전지자전거로 하는 경우이거든요.
21/09/01 23:38
수정 아이콘
맞아요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는 거 같습니다. 치킨에 배달료 천원 붙인다고 욕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이스아메리카노 배달시키면서 3천원씩 배달료 지불하는 사람도 흔하니 말이에요.
21/09/01 23:47
수정 아이콘
"대부분은 여유 있을 땐 교통법규 준수하다가 시간에 쫓기면서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이 전혀전혀 납득이 안되네요. 길거리에서 만난 99프로의 배달오토바이는 뭔가를 위반하던데요.
21/09/02 00:06
수정 아이콘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기본 소양이 불량한 경우도 물론 많습니다만.... 그리고 드물게 준수하는 오토바이는 봐도 기억에 남지 않으실 거에요. ^^;;
21/09/01 23:59
수정 아이콘
단가를 올리면 무리해서라도 배달을 더 많이 하지 않을까요? 교통위반 범칙금을 더 세게 물리든지 단속을 더 많이 하는게 낫겠지요.
오렌지꽃
21/09/02 00:02
수정 아이콘
둘다 하는 선택지도 있지요
21/09/02 00:10
수정 아이콘
당연히 그러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만 전 줄어들 거 같습니다. 뭐 까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긴 묶음배송만 없애도 줄어들 거 같아요. 그리고 단가 올리는 거랑 단속 빡세게 하는건 관계가 없지요. 그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거라서.
21/09/02 00:32
수정 아이콘
배달 단가와 단속은 당연히 관계가 없죠?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
21/09/02 08:45
수정 아이콘
이게 정답이죠. 단가와 상관없이 배달 시간이 줄어들수록 배달기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서 이 구조를 깨지 않는 한 의미없다고 봅니다.
21/09/02 00:28
수정 아이콘
전 각자 사정이 있다고 어기는 걸 일정수준 정당화 하는 게 너무 싫습니다.
그럼 지키는 사람들은 뭐가 되나요.
배달에 여러가지 부분이 제 생각과 달라서 배달 주문 안한지 1년 좀 더 됐네요.
귀찮아도 포장해옵니다.
21/09/02 01:02
수정 아이콘
제발 인도로 다니지나 말았으면 .. ㅠ ㅠ
인도로 다니면서 횡단보도로 건너다니고 인도에서 사람들한테 쌍욕박고.. 하아
21/09/02 01:08
수정 아이콘
알바하기 위한 분들 보험료가 백만원대 초반이고, 운송전용보험은 수백만원대로 나오는데 제대로 가입한 분도 드문게 현실일걸요.

프리랜서라 고용보험 적용되는 분도 없고, 솔직히 정부가 몇년째 운전자에 대한 감시나 업종 규제나 다 방치하고 있는거 아닌가요?

도로 속도 제한을 낮추면 뭐하나요... 특정차량은 모든걸 양심에 맡겨놓고, 심지어 무한경쟁으로 열어뒀는데
LifeLivingToday
21/09/02 03:36
수정 아이콘
배달대행 종사자입니다.
뭐가 문제고 저쩌고 하진 않겠습니다. 또한 아주 적은 표본이기에 전체의 의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무실에서 6명 정도 모여서 앞번호판 찬반유무 얘기해봤는데 6명 전원 찬성이었습니다.
모든 오토바이가 앞번호판 달고 다니면 신호위반 등 무개념 운전으로 빠르게 묶어 배달하는 시스템이 성립 불가능하기때문입니다.
배달대행 오토바이 전체가 법규를 지켜야'만' 손해를 안보는 시스템이 만들어질때 그에 따른 배달료 부담액은 전부 소비자가 부담합니다.

이것과 대비해 다른 질문을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앞번호판+과태료 올리기! 배달대행 종사자들이 반대할거같나요? 위 6명은 전원 찬성이었습니다.
오토바이 무개념 운전은 욕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시킨 음식은 빨리 오기를, 그리고 배달료가 내려가기를 원하는게 작금의 사태입니다.

또한 작성자분이 작성하신 글에 적어도 일산 지역과는 맞는 내용이 거의 없는데, 이 부분은 맞는 내용이 거의 없어 굳이 반박조차 할 필요를 모르겠네요.
21/09/02 06:1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지금의 묶음배달 시스템을 누구보다 반대하는 게 배달기사일 겁니다. 힘들고 위험하니까요. 누군들 법규 위반하면서 타고 싶겠습니까.

일산과 맞지 않는다고 하시면 단가와 시간 부분인가요? 저는 지방소도시에 살고 있긴 합니다. 서울경기 쪽은 단가가 비싸다고 듣긴 들었습니다.
죽어도아스날
21/09/02 11:35
수정 아이콘
아파트단지 배달와서 경비분이 인도에 주차못한다 오토바이구역이 있다 이래도 나이많은 경비원분한테 쌍욕하고 로비에서는 열체크 안할려고 싸우고 으휴..배달하시는분들 딸배소리 듣기싫으면 옛날 중국집노란머리 양아치 마인드 좀 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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