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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8/26 16:00:00
Name 라쇼
Subject 검객 어벤져스가 모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검객 유형들. (수정됨)
챤바라. 칼날끼리 챙챙 부딪치는 소리 챤과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는 의성어 바라를 조합한 영화 장르이죠. 90년대 현란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던 홍콩 무술 영화나, 화려한 cg액션을 선보이는 헐리웃 영화도 좋지만, 저는 좀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챤바라 영화가 좋더라고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뽐내는 강자라 하여도 칼 한 방에 숨을 거두는 그 찰나의 미학이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챤바라 영화에 등장하는 검객들의 유형과 영상들을 모아봤습니다. 창작물엔 참 여러타입의 검객들이 등장하죠. 외팔이, 장님, 애꾸눈, 쌍칼, 아름다운 미녀 검객까지 개성도 다양합니다. 아래 영상에서 소개될 검객들은 그런 개성 넘치는 검객들의 유형을 후대 창작물에 제공한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 영화지만 지금 봐도 그리 낡은 느낌은 덜 드는 작품들이 있으니 천천히 영상을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화 장르 특성상 영상에 잔인한 연출이 다소 섞여 있습니다. 옛날 영화라 특수분장이 조악해서 그리 잔인하다란 느낌은 안들지만 그래도 잔인한 장면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상 클릭을 조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독비도


독비도 리메이크 서극의 칼


자토이치 vs 외팔이 검객

60년대 대히트를 기록하며 무협영화의 부흥을 일으킨 영화 독비도(獨臂刀)입니다. 무명 배우였던 왕우를 일약 대스타로 뜨게 해주었죠.

독비도의 스토리는 김용의 무협소설 신조협려와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아버지를 잃고 사부 (제여봉/곽정)에게 거둬진다거나, 성격이 나쁜 사부의 딸 (제패/곽부)에게 팔이 잘리고 폐인이 되었으나 어떤 여인의 도움(소만/소용녀)을 받아 무공을 익히고 전보다 강해진 뒤, 사부가 위기에 빠졌을 때 도와주고 떠난 다는 점입니다. 이는 각본가 예광이 김용과 절친한 사이여서 가능한 일이었죠. 원래는 신조협려를 영화화 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중국 영화계의 제작여건상 불가능한 일이었고, 신조협려의 작품 스케일과 스토리를 단순명료화 시켜 나온게 영화 독비도였습니다.

무술감독을 맡은게 그 황비홍의 직계제자인 유가량인데, 옛날 영화기도 하고 제작 기술이 떨어지던 시기라 유가량의 명성치고는 액션이 초라한 편입니다.

국내에 서극의 칼이라고 알려진 도(刀)는 독비도의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원작에선 날이 짧은 반도를 그냥 사용하는데, 서극의 칼에선 쇠사슬을 달아 채찍처럼 다루며 현란한 액션을 보여주죠. 주연을 맡은 조문탁은 서극의 황비홍 시리즈에서 이연걸의 뒤를 이어 황비홍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황비홍에선 순박하고 선량하게 나오다가, 서극의 칼에서 악에 받친 독기어린 캐릭터로 나오니 뭔가 신선하더군요.

참고로 독비도는 아래 소개할 영화 자토이치와 콜라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목은 '신 자토이치/부숴라! 중국검' 인데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처럼 중국의 최강 검객과 일본의 최강 검객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는 vs 시리즈의 효시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일본 내수판과 해외판의 엔딩이 다른데 일본판은 자토이치가 이기고, 중국판은 외팔이 검객이 이깁니다. 이는 해당 국가의 영화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존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죠. 근데 정작 영화를 본 관객들은 누가 이기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고 하네요 크크크크.

그나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현철중검에 외팔이인 양과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고 미우라 켄타로의 만화 베르세르크의 주인공 가츠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더군요. 미우라 켄타로가 신조협려를 참고하여 가츠를 만들어내진 않았겠지만, 한 팔이 없는 신체결손을 가진 검사가 육중한 대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루는 장면은 참 멋들어진 광경입니다. 시대를 앞서서 양과라는 멋진 캐릭터를 창조해낸 김용 선생은 과연 신필이 아닐 수 없군요.








네무리 쿄시로 주제가


스기조 & 각트 - 네무리 쿄시로


발시오네-R의 원월살법

댓글 요청으로 네무리 쿄시로 설명을 추가해보겠습니다. 네무리 쿄시로는 일본의 소설가 시바타 렌자부로가 연재한 장수 검객 소설입니다. 소설이 인기를 끌고 나서 영화와 드라마로도 다수 제작되었죠.

이 네무리 쿄시로와 대보살고개라는 영화는 챤바라 장르의 효시격인 작품입니다. 이전에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요짐보 같은 사무라이 영화도 있었지만, 챤바라 물이라 정의하기엔 스토리 서사와 영화 연출에 집중한 예술 영화에 가까웠죠. 네무리 쿄시로, 대보살고개, 이 두작품들은 완성도보단 본격적으로 유혈이 낭자하는 검술 액션에 집중한 영화입니다.

더욱이 네무리 쿄시로는 아래 언급되는 작품들과 달리 주인공이 정의롭지도 않고 대의나 신념을 가지고 살생을 벌이지도 않습니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생존을 우선적인 가치로 여기며 마음에 안드는 놈이 있으면 베어버리고, 갖고 싶은게 있으면 베어버리고 가로채는 악당에 가깝습니다. 이른바 피카레스크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시바타 렌자부로의 소설들의 감성이 요즘 국내에 유행하는 웹소설과 비슷합니다. 딱 까놓고 말해서 '나만 잘살면 돼' 란 거죠. 거기다 검술까지 최강급인 녀석이 막나가버리니 에바 사도 짤처럼 'x바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이런 시츄에이션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대놓고 악당이라기 보단 소위 가오로 지칭되는 폼을 많이 잡는 캐릭터이기에 이미지에 누가 될 행동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자기 편과 여자에겐 친절하고, 거슬리는 놈들에겐 악마나 다름 없는 그런 성격이죠. 설명하고 보니 웹소설 주인공 성격하고 판박이네요 - -;

주인공 네무리 쿄시로는 서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혼혈입니다. 영상만 보면 영락없는 흑발에 검은눈인 일본인인데, 소설 내 묘사에선 푸른 벽안을 지니고 있죠. 그리고 대단한 미남으로 표현됩니다. 마지막에 소개한 소녀검객 아즈미가 이 네무리 쿄시로의 출생 설정을 오마쥬했죠.

작중 네무리 쿄시로는 거의 무적의 검객으로 취급되는데 그의 고유한 필살기를 원월살법이라 부릅니다. 칼로 원을 그리며 자세를 잡는 독특한 검법이죠. 글로 설명한게 이미지가 안잡히신다면 위에 올려놓은 세번째 영상을 보시면 대충 저런 검법이구나하고 아시게 될 겁니다. 서브컬쳐 창작물에서 검으로 원을 그리는 장면이 나온다면 십중팔구 네무리 쿄시로의 원월살법을 패러디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국내 웹소설인 전생검신에서도 신을 죽이는 검술 원월천살법으로 나오기도 했었죠.

두번째 영상은 일본 유명가수 각트가 만든 네무리 쿄시로 노래인데, 각트가 네무리 쿄시로로 분장한 모습이 원작 고증에 잘 들어 맞네요. 딱 저렇게 모델처럼 생겼으면서 푸른 눈을 가진 허세 가득한 깡패 검객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네무리 쿄시로는 다양하게 영상화 되었는데 2대 네무리 쿄시로인 이치카와 라이조(市川雷蔵)가 제일 유명합니다. 주제가 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이치카와 라이조가 연기한 네무리 쿄시로에요.









자토이치 결투씬


자토이치 검술 액션씬 1


자토이치 검술 액션씬 2


자토이치 발도술 설명


자토이치 vs 프레데터

국내에선 2003년에 개봉한 기타노 타케시 주연의 자토이치가 익숙하지만, 일본에선 카츠 신타로가 주연한 자토이치가 더 유명합니다. 기타노 타케시 자토이치가 덜렁 영화 한 편 뿐이라면, 카츠 신타로의 자토이치는 영화와 드라마까지 합치면 수십 편이 넘죠. 일본에선 맹인 검객 자토이치하면 으레 카츠 신타로가 연기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 모습은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해군대장 후지토라(잇쇼)의 실제 모델이기도 합니다. 후덕한 체구에 짧은 머리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지팡이 검을 사용하는 맹인 검객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죠.

영화 제목 자토이치가 주인공의 이름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본명은 이치입니다. 자토(座頭)는 안마나, 샤미센 연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맹인들을 지칭하는 단어죠. 그러니까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맹인 이치가 더 적절 할 것입니다.

자토이치는 창작물에 등장하는 장님 검객의 원조이기도 합니다. 역수로 발도하거나, 엉거주춤하게 웅크린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독특한 검술이 특징이죠. 자토이치를 연기한 카츠 신타로는 검술 액션에도 상당히 뛰어났는데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라면 어떤 식으로 검을 들고 싸울까 연구 끝에 나온 액션이라고 합니다. 기타노 타케시 버전 자토이치가 영상미적으로는 구 자토이치보다 나은데, 검술 액션 만큼은 카츠 신타로를 따라갈 수 가 없었죠.

영화 아들을 동반한 늑대에서 주인공 오가미 잇토를 연기한 배우 와카야마 토미사부로는 카츠 신타로의 친형이기도 합니다. 형제가 똑같이 검술 액션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는데, 와카야마 토미사부로의 검술 실력은 수십 년 넘는 일본 챤바라 영화사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뛰어났다고 하네요.

위 영상을 보면 카츠 신타로의 현란한 검술 액션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자토이치의 발도자세가 독특한데 발도하는 순간 검을 한바퀴 회전시켜 역수로 납도하는 동작입니다. 보통 가검으로 촬영하긴 하는데 날이 없는 가검이라 해도 빠르게 발도하려면 손에 부상을 입기 쉬운 위험한 액션이죠. 일부 물체를 베는 장면에선 진검을 사용하기도 했다는데 살집이 있는 체구면서 검으로 베는 액션 연기 만큼은 전광석화 같군요.

마지막 영상은 자토이치와 프레데터가 대결하는 짤막한 팬무비입니다. 감독이 사비를 들여 촬영한 단편인데 퀄리티가 상당히 뛰어나네요. 저런 실사판 영화라면 대환영인데 자토이치 시리즈도 옛날 영화라 자본을 투자해 줄 스폰서가 선뜻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아들을 동반한 검객 드라마 주제가


아들을 동반한 검객 영화 주제가


아들을 동반한 검객 액션씬

아들을 동반한 검객은 글 코이케 카즈오, 그림 코지마 코세키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원제는 子連れ狼(코즈레 오가미) 인데 새끼딸린 늑대라는 의미이죠. 주인공 오가미 잇토의 성이 늑대와 발음이 같은 걸 이용한 언어유희입니다.

막부의 처형인(코기 카이샤쿠닌 公儀介錯人) 오가미 잇토는 처형인 자리를 탐낸 야규 일족의 음모에 빠져 아들 다이고로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몰살 당하고 맙니다. 이후 오가미 잇토는 어린 아들과 함께 다니며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자객이 되어 전국을 방랑하고, 야규 일족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는 스토리이죠.

오가미 잇토는 복수를 다짐하며 어린 아들 다이고로에게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길을 갈 지, 아니면 편안하게 어머니 곁에서 숨을 거둘지 선택을 종용하는데 다이고로는 기꺼이 아버지와 함께 피로 물든 수라의 길을 함께하겟다고 선택합니다. 주인공은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비정한 암살자가 되는데 스스로 걸어가는 길을 명부마도라고 지칭하죠. 이 명부마도(冥府魔道)는 90년대 게임 기자 정태룡이 습관처럼 써먹던 단어라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래 불교용어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건 아들을 동반한 검객이 처음이죠.

원작 만화도 하드보일드한 연출에 검술 액션이 뛰어난 편인데, 앞서 말했듯이 와카야마 토미사부로의 검술 액션이 너무나 뛰어나서 70년대에 나온 영화치고 지금 봐도 액션 장면이 흥미진진합니다. 원래 원작자 코이케 카즈오는 와카야마 토미사부로가 주인공 오가미 잇토에 어울리는 외모가 아니어서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그 반응을 들은 와카야마가 코이케가 보는 앞에서 공중제비 한바퀴를 돌며 발도와 납도를 하는 액션 솜씨를 보여주여 단번에 주연으로 발탁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작중 내 오가미 잇토는 아들 다이고로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데, 이 유모차가 또 하이테크라 총구가 여러개인 다연장 조총을 수납하고 있습니다. 어떤 철포장인이 죽기전에 입수한 무기인데, 나중엔 이걸 개량해서 한 번에 발사되는게 아니라 기관총처럼 연속으로 발사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되죠.









마계전생 최종 결투씬

81년에 나온 영화 마계전생은 닌자 소설의 아버지 야마다 후타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배틀로얄로 유명한 후카사쿠 킨지가 감독을 맡고 일본의 전설적인 액션 배우 치바 신이치가 주인공 야규 쥬베를 연기했죠.

원작과 영화의 스토리가 좀 다른데, 원작 소설에선 임진왜란으로 이름이 알려진 코니시 유키나카의 가신이 유명한 검호들을 마인으로 되살려 도쿠가와 막부에 복수를 꾀한다면, 영화는 시마바라의 난 주동자인 아마쿠사 시로 도키사다가 최종 흑막으로 등장합니다. 원작에선 최종보스도 미야모토 무사시였는데, 영화는 중간보스로 나올 뿐이죠. 여기에 원작에선 아예 나오지도 않는 호소카와 타다오키의 부인 가라샤가 등장해서 색기넘치는 악역 연기를 선보입니다. 야마다 후타로마저도 가라샤는 미처 생각 못했다! 하면서 감탄했다는 후문이 있지요.

80년대에 나온 작품치곤 연출이나 특수효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위 영상을 보면 불타는 에도성을 무대로 주인공 야규 쥬베가 마인화된 아버지 야규 무노네리와 결투를 벌이는데 부자간의 숨막히는 혈투가 가히 일품입니다. 마계전생에서 나온 야규 쥬베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한 나머지, 후대 창작물에서 야규 쥬베의 이미지를 고착화 시키기도 했는데 치바 신이치는 마계전생을 찍은 후로도 야규 쥬베 역할을 자주 맡으며 거의 전담 배우로 활동하죠. 미국의 유명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와 배우 사뮤엘 잭슨은 치바 신이치의 열렬한 팬을 자청합니다. 타란티노의 영화 킬빌에서 치바 신이치가 일본도 장인 한조로 등장하는 것도 그런 연유였죠. 치바 신이치는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해왔는데 안타깝게도 2021년 8월 19일 코로나에 걸려 폐렴으로 사망합니다. 명연기를 보여주었던 대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슈라유키히메 주제가 수라의 꽃


슈라유키히메 액션씬


소녀검객 아즈미 액션씬

외팔이 검객, 맹인 검객, 애딸린 검객, 애꾸눈 검객 까지 나왔으니 이젠 마지막으로 여성 검객만 남았군요. 71년에 개봉한 영화 슈라유키히메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복수귀가 되어버린 한 맺힌 여성 검객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목은 백설공주 시라유키히메를 변형한 것인데, 해외판 제목이 Lady Snowblood 인 걸 보면 원한 어린 여성의 복수담과 적절히 어울리죠.

슈라유키히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킬빌의 등장인물 오렌 이시이의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외모나 설정이 거의 흡사하죠. 타란티노는 챤바라 영화 덕후질을 아주 제대로 하는데, 킬빌 1편 최종 결투에서 주인공 베아트릭스 키도가 오렌 이시이에게 승리했을 때 나오는 노래가 바로 슈라유키히메의 엔딩곡 수라의 꽃입니다. 여담으로 수라의 꽃 노래 작사가가 코이케 카즈오라고 하네요.

소녀검객 아즈미는 슈라유키히메의 계보를 잇는 여성 검객입니다. 국내에선 우에토 아야와 오다기리 죠가 출연한 영화만 알려졌는데, 이게 흥행도 겨우 누적 관객 709명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겼죠. 챙챙 칼이 부딛치는 칼부림 액션과 유혈이 난무하는 정통 챤바라 영화라기 보단 특촬물에 가까워서 일반관객들이 보기엔 괴작에 가까운 영화였습니다. 나중에 케이블 티비에서 심심찮게 틀어주던데 B급 감성으로 보면 나쁘지 않더군요.

사실 아즈미는 일본에서 원작만화가 상당히 유명합니다. 코야마 유우가 그린 원작 만화가 1부 48권, 2부 18권으로 완결 됐는데 1부는 에도시대 초기, 2부는 막부 말 시기라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별개의 작품입니다.

스토리는 도쿠가와가의 막후 실력자 고승 난코보 텐카이가 심복 오바타 겟사이에게 밀명을 내려 암살집단을 만들도록 시킵니다. 서양인 혼혈이라 아름다운 소녀 아즈미는 오바타 겟사이가 키워낸 암살자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검객이죠. 이후 텐카이의 지시를 받아 도쿠가와 막부에 대항하려는 불온한 자들을 암살하지만, 살인병기로 길러졌음에도 선한 심성과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아즈미가 사명과 인간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윗 단락에선 일단 고뇌는 한다고 적었지만 만화를 보면 참 시원하게도 죽입니다... 아즈미가 거쳐간 곳이면 최소 수십에서 최대 수백까지 피바람이 불어닥치는 살풍경이 벌어지죠. 아마 본문에 소개하는 검객 중에선 아즈미가 가장 사람을 많이 죽였을거라 예상합니다. 거기다 체술이나 검술 속도가 작중 최고라서 힘타입 검객이건, 스피드 타입 닌자이건 간에 누구도 아즈미의 적수가 못됩니다. 옛날 만화인데도 먼치킨물이에요 크크크. 그나마 네임드 검객인 야규 무네노리나 오노 타다아키가 어느정도 합을 겨루는데 역시 아즈미의 상대가 못되죠. 특히 야규 무네노리는 최근에 페그오로 이미지 회복이 됐을 뿐 위에 소개한 아들을 동반한 검객에 등장하는 야규일족과 마찬가지로, 만악의 근원인 악당으로 나옵니다. 아무튼 네임드 검호란 검호는 죄다 아즈미한테 발리는데 그래도 미야모토 무사시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검호라서 그런지 무승부로 체면은 살려주더군요. 아즈미랑 다른 검객들 간에 실력차이가 너무 심해서 다수와 여러번 전투를 벌여 체력이 떨어졌다거나, 흉계에 당해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 식으로 겨우 밸런스를 맞춥니다. 저는 만화 아즈미보다 친미 시리즈를 먼저 봤는데, 성인이 된 친미가 앞서 말한 이유로 밸런스를 맞춰서 그런가 친미 생각도 나더라고요.


슈라유키 히메는 킬빌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입니다. 그래서 킬빌 관련 영상도 올리고 싶었는데 잔인함 수위가 본문에 올린 영상보다 높아서 고민 끝에 올리지 않았죠. 댓글에 킬빌 언급이 있어서 링크를 달아봅니다. 잔인한 걸 싫어하시는 분은 누르지 말아주세요.


베아트릭스 키도 vs 오렌 이시이


키도 야쿠자 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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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16:20
수정 아이콘
바람의 검심에서 켄신이랑 소지로 검투 좋더군요.
고등어자반
21/08/26 16:56
수정 아이콘
기왕 써주시는 김에 찬바라 장르에 영향이 컸던 네무리 교시로도 같이 리뷰해주시면 어떨까요?
21/08/26 20:20
수정 아이콘
대보살고개와 함께 네무리쿄시로는 찬바라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었죠. 본문에 네무리 쿄시로 리뷰도 추가했습니다.
21/08/26 17:18
수정 아이콘
이 시기 일본영화들은 정말 스타일리쉬하죠. 촬영기법이나 편집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스타일리쉬해요. 일본 영화산업의 벨 에포크인가 싶지만... 몇 년 전에 제가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슈라유키히메의 주연 배우인 카지 메이코가 출연해서 그 당시의 여러 뒷얘기를 들려줬었는데, 당시 영화계는 TV에 밀려서 점점 사양산업화 되는가운데, 자금부족으로 거물감독, 유명배우를 기용해서 대작을 제작할 여력이 없었다더군요. 그 결과 신인감독, 신인배우를 기용해서 저예산 물량공세로 영화를 찍어대는 가운데, 경영진의 체크나 간섭이 느슨해져서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획이 빛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더군요. 덕분에 저련 영화들이 탄생했다고. 문화산업이란 참 흥미로운 분야예요.
21/08/26 20:26
수정 아이콘
호오 카지 메이코가 라디오에서 그런 얘기도 했었군요. 하긴 저시절 일본 영화계가 쿠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시대에 황금기를 누리고 서서히 저물어가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제작 여건이 나빠질 수록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사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졌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하네요.
i제주감귤i
21/08/26 17:47
수정 아이콘
어우 너무 재미있네요 좋은 컨탠츠 감사합니다!
21/08/26 20:27
수정 아이콘
아이구 재밌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21/08/26 17:51
수정 아이콘
킬빌의 오렌이시이가 없어서 조금 아쉽..언급하신 슈라유키히메 오마쥬입니다.
21/08/26 20:32
수정 아이콘
본문 슈라유키히메 항목에 킬빌과 오렌 이시이 내용도 있습니다. 킬빌 영상도 올리고 싶었는데 마지막에 머리를 베이는 장면이 잔인해서 고민하다가 안올렸네요. 본문에 있는 영상도 잔인한 장면이 있긴하지만, 옛날 영화라 가짜티가 확 나서요 크크. 링크라도 추가하던가 해야겠습니다.
21/08/27 09:0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킬빌에서 제일 명장면 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21/08/26 18:39
수정 아이콘
제다이 어딨어요? 크크크
21/08/26 18:47
수정 아이콘
기타노 다케시 버전 자토이치만 봤는데 참 재밌긴 했습니다 근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엔딩 탭댄스...
저 버전(?) 야규 쥬베이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익숙한 건 사무라이쇼다운의 쥬베이겠죠 그러고보니 여기도 보스가 아마쿠사네요
21/08/26 20:28
수정 아이콘
사무라이 스피리츠 1편이 딱 마계전생의 오마쥬 격인 게임이었죠. 최종보스 아마쿠사가 사와다 켄지가 연기했던 중성적인 아마쿠사와 판박이니까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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