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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8/21 14:34:18
Name 이교도약제사
Subject [일반] 주사 놓다가 사고쳤네요; 역시 나이먹으면 배우는게 영 시원찮습니다...
단풍국에서 약국인턴중인 이교도약제사입니다.
한국에서 십몇년 병원약사일 할 때는 겪어보지도 못한 일이지만,

캐나다에서는 하라해서 주사 놓는거 교육받은 후에, 이번달부터 본격적으로
환자한테 주사 투약을 하는데,
원래부터 손기술도 없고, 주사바늘 자체를 싫어했는데.
나이먹고 이걸 할려니까 아주 죽을 맛입니다. 흐흐.
미국이나 캐나다 다른 주에서는 백신만 하는거 같던데, 제가 있는 주는 호르몬주사, 정신병약주사, 마약성진통제 주사도 다 약사더라 놓으라 하더군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비드 백신, 파이자 모더나 투약하면서,
희석하기, 시린지에 주사따기, 버블 제거하기, 근육주사 놓기까지는 대충 순조롭게 배운거 같은데.
뭐 어차피 주사투약중에 최하 난이도인 근육주사랑 피하주사만 약사한테 시키지, IV같은건 안시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난생 처음 보는 주사 놓다가 결국 사고 쳤네요;

알러지 치료 받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와서 맞는 알러젠 희석물 주사가 있는데,
이건 피하주사라서 짧은 주사바늘로 45도 각도로 놓는 그건데,
양도 적고 (0.05mL) 해서 인슐린 주사기 써서 하다가,
환자한테 주사 놓고 난 후에 disposal통에 버릴 때 제 손가락을 찔러버렸네요.
안전캡이 안 달린 주사기랑 바늘 조합이었던지라.

배운대로 할 껄, 편하게 해볼려다가 그만 ;-)
역시 인턴은 인턴나부랭일 뿐인가 봅니다 ㅠㅠ

뭐 암튼 이것도 needle stick injury니까..
다행이 환자가 에이즈나 간염이나 이런 환자는 아니었던걸로 차트상으로는 파악이 되는데
(이 동네는 모든 의료관련자가 주정부 감시하에 전자차트를 다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건 그거고, 절차대로 하라고 약국주인약사가 말하더라고요.
일단 위험한 상황은 아니니까, 응급실은 안 가도 될거 같지만,
내일 문열어놓은 예약없이 방문가능한 워크인 의원 찾아서 의사랑 얘기하고,
피검사 오더 받아서, 임상병리센터 방문하라고 말입져.

토요일인데, 문연 의원 찾는것도 일이긴 헌데, 뭐 어쩌겠습니까.
인턴나부랭이가 까라면 까야죠 흐흐.

한국이었으면 왠지 어물쩡 별일없네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종합병원에선 안 그랬던 기억이…

여기도 약국이라곤 쉬프트 해가면서 근무하는 약사만 10명가까이 되는 나름 큰 약국이고 대형체인인지라, 뭔 넘의 절차랑 보고서가 잔뜩 있더라고요.

아무튼, 인턴답게 꼼수부리지 말고 시키는대로 배운대로 트레이닝 잘 받자가 오늘의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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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이
21/08/21 14:42
수정 아이콘
needle injury가 그냥 넘어가고 싶은 유혹이 정말 강합니다. 혼자서 갖은 걱정 다하고 차트 다 뒤져 놓고, 또 이후에 혼자 아 괜찮겠네 결론 내고 넘어가고 싶죠. 어물쩡 늦게 이야기 했다가 예전에 선배한테 털렸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쉽게 실수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이런 걸로 괜히 내가 문제 만드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죠... 괜히 맘고생 하지 마시고 FM대로 하는게 맘편합니다.
켈로그김
21/08/21 15:01
수정 아이콘
짤리면 제 업장으로 오씸씨오
장점은 국장이 퐈이터라 환자랑 싸우는데 눈치안보셔도 됩...
이교도약제사
21/08/21 23:19
수정 아이콘
국장이랑 싸우는 근약은 생각안해보심???
포카리
21/08/21 15:03
수정 아이콘
아니 조심하셔야죠 황노사
별일없을테니 검사 받고 확인하세요
고란고란
21/08/21 15:07
수정 아이콘
군대 특기가 의무병이었는데, 저도 가끔 찔렸습니다. 예전에는 의무병도 주사를 놨었죠. 캡에 주사바늘이 들어간 줄 알고 닫다가 찔리고 어떤 때는 주사바늘이 캡 밖으로 튀어나와서(잘못 닫은 거죠) 찔리고... 근데 그게 요즘 시기에는 또 문제가 되네요. 외국에 계시니 또 더 걱정되시겠네요.
내맘대로만듦
21/08/21 15:08
수정 아이콘
니들 인저리..
니들이 게맛을 알어?!
lightstone
21/08/21 15:19
수정 아이콘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의료진이 주사기 바늘에 찔려 사망한 첫번째 사례는 1993년 경찰병원 인턴 27세 남자의사였습니다. 간염환자 채혈을 하다가 손가락 끝에 주사기에 찔린 후 전격성 간염으로 결국에는 사망하셨죠.
알을낳는개
21/08/21 15:54
수정 아이콘
요즘도 에이즈환자 채혈은 의사 인턴잡이고 일반환자 채혈은 간호사 잡 이런지 궁금하네요
오누누
21/08/21 16:11
수정 아이콘
그건아닌데요 에이즈환자 컬쳐할때까지 랩채혈 안하다가 컬쳐처방뜨면 컬쳐바틀 옆에 간호 채혈바틀 던져놓고 콜하죠 3월 4월 어리버리인턴들은 해주다가 11월 12월 되면 자연스럽게 간호바틀은 옆으로 던져두고 컬쳐만 합니다 그리고 전공의법 통과되고 인턴 근무시간 줄고나서 컬쳐도 간호가 하는병원들은 다시각자알아서하더군요 채혈팀 선배간호사한테 던질순없으니까요 사람이 참 다들 간사해요
스칼렛
21/08/22 04:21
수정 아이콘
크크 저희때랑 달라진게 없네요. 말로 부탁이라도 하면 흔쾌히 해주지만 큰 시린지만 가져다놓고 땡이면 절대 안해줬는데
21/08/22 08:45
수정 아이콘
여기는 일반환자도 공평하게 (?) 인턴잡입니다
공항아저씨
21/08/21 15:3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오히려 주변에서 별일 아닌 것처럼 대응하셨다면 더 심리적으로는 불안하셨을지도요. 저렇게 프로세스가 정해져있고 지켜가는 과정이 신뢰라는 거겠죠. 건강하셔요
21/08/21 18:32
수정 아이콘
전자차트 공유가 되다니 부럽네요.
21/08/24 01:25
수정 아이콘
으, 고생하셨습니다.
에이즈환자가 요즘도 많나요?
생뚱맞은 질문이지만 이젠 에이즈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에이즈환자가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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