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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8/17 12:59:13
Name 도큐멘토리
Subject 짧은 생각들
#1

정권교체냐, 정권 재창출이냐를 두고 정치권과 인터넷이 매일 후끈거리는 요즘입니다. 여야를 대표하는 인물들, 그리고 여론들은 모두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군을 모색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열심히 미는 한편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를 서슴지 않는 중이죠. 전례없는 의석 180석을 확보하고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코로나 관련 대응의 논란, 도덕성을 내세웠었던 진보인사들의 추악한 민낯 등으로 실패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이러한 대선 레이스에 불을 지피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 정부에 대해서 가장 비판해야할 점은 상기 열거한 실책이 아니라 다른 지점이라고 보긴 합니다만.


#2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정부의 주요 과업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적폐]청산과 대북 관계에 상당부분 포커싱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봅니다. 후자야 의심의 여지 없이 실패한 노선이고, 전자도 한번 살펴보죠. 현 정부가 생각하는 적폐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 부동산, 노동, 성차별 등등. 그 결과가 논란이 있는 결과물이 나오거나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부추기거나 혹은 본인들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날아오기도 했지요. 근데 저는 애초에 정부의 정책 방향성의 포커싱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지금 시대에 저것들 보다 더 시급한게 있을텐데?"]


#3

사람이 직접 해야했던 많은 작업들이 자동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일들은 자동화로 대체되며, 사람이 손을 봐야하는 직업들은 점점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사람의 손을 타야하는 직업들도 AI를 통해 자동화로 차례차례 대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할 수 있는 분야가 하루하루 축소되어가는 혹독한 시대,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현재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소하고, 어떻게 나라의 미래를 보장할 것인가. 제가 소식이 어두워서 미처 발견을 못한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현 정부에서 이것과 관련한 의미있는 논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시국의 심각성때문에 그것에 집중이 포커싱이 옮겨가서 일수도 있겠지만.


#4

AI 자동화의 대두로 산업 구조와 일자리 구조가 바뀌는 현실에 현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대책이 없음을 증명해왔습니다. 혁신성장은 말이 좋을 뿐, 민간이 알아서 혁신해주길 바라는 정도였으며, 타다의 사례처럼 기존 일자리를 없어지게 하는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성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상승등의 노동정책은 청년 실업을 더더욱 가속화하는데 다름이 아닙니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과거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현재와 미래의 시급한 문제들을 외면하거나, 혹은 그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데 그친 셈이죠.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갈 수 있는 재교육 시스템 확립, 교육 제도의 변화, 신규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연구와 지원책 설립... 등의 조치는 눈에 띄게 이루어진 바가 없습니다.


#5

코로나 시대가 오지 않았더라도, 이미 현 시국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시대이며 밝은 미래가 오지 않을 것임을 예감하고 절망하는 시대입니다. 그렇기에 그나마 열려있는 좁은 생존의 길(취업)은 청탁과 할당제로 인해 신뢰할 수 없는 경쟁의 장으로 전락하였으며, 주식과 가상화폐를 일확천금이지만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여의도는... 별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6

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에 맞는 인재는 어떻게 양성할것인지, 낡은 교육제도로 인해 양성된 인재들에 대해서 어떻게 재교육을 할것인지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현 시스템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야기하는 바는 다른 경쟁자에 비해 어떤 스펙을 쌓았는가의 문제이며, 이는 바로 얼만큼 스펙에 돈을 쏟아 부었는가, 즉 부의 세습임을 숨깁니다. 5년전, 10년전과 같이 표를 의식해서 이러저러한 발언을 내뱉지만 정작 대책의 깊이는 A4지 한장 보다 얕습니다. 여의도는 표의 흐름을 읽으려고는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으려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간에.


#7.

왜 저렇게 되었는가에 대해, 여의도 정치의 폐쇄성, 정치인 세대교체가 멈춘 점, 청년 정치인들이 입문하는 커뮤니티의 교조성 등등의 문구가 떠오르지만, 저는 안쪽 사람이 아니니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것 같습니다. 다만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미덕이라는 논리가 정치인들과 일반 대중 모두가 공유하는 절대적인 논리가 된 세태는 대단히 마음에 안듭니다. 대중은 대중 나름대로 내가 왜 사는것이 힘든지에 대해서 고찰해보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야할지 고찰해보아야하는데, 결론을 [정권을 잡은 저놈들 때문이다.] 혹은 [전 정권이 잘못해서다.] 라는 식으로 퉁치고 정권부터 잡자는 식의 논리만 펼치는 식이죠. 선거는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고민 없이 구호만 내지르고 표를 얻어가는 정치를 지금 해서는 안될것 같은 위기감이 듭니다.


#8

이것이 제가 이번 대선에 정권 교체든, 정권 재창출이든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저의 짧은 생각들에 대해서 보완/반박해 주시는 내용들을 환영합니다. 다만.. 지금의 세태에 위기감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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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이
21/08/17 13:12
수정 아이콘
1인분을 하기 힘들어진 세상이라는 문장이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을 나타내 주는 것 같습니다.

노동 문제, 부동산, 심지어 남녀 갈등까지 지금 세상에서 개개인들에게 요구하는 "1인분"의 능력치가 너무 높아서 생기는 문제 같아요.
도큐멘토리
21/08/17 13:3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리자몽
21/08/17 15:40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기존에 당연시 여겼던 것을 만족하려면 상위 10% 이내가 되어도 쉽지 않은게 현실인거 같습니다

1인분 하기가 이래 힘들 줄은 몰랐네요
라라 안티포바
21/08/17 19:08
수정 아이콘
저는 저출산도 '1인분에 대한 요구치' 가 너무 터무니없이 높다는게 가장 문제란 생각이 들고,
그런 의미에서 조국이 역사에 가장 큰 죄를 지은것도 가붕개론을 기득권의 모략으로 폐기처분하게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입니다
21/08/17 13:23
수정 아이콘
다른 단락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바는 있지만 7번, 아니 [최소한의 고민 없이 구호만 내지르고 표를 얻어가는 정치]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면
생각하기 싫은게 아닐까요?
예시로 최저임금 문제는 사실 박근혜때부터 금액이 타국가 경제력 대비 최저임금과 비교했을때 높아졌습니다.
경제학원론에서 이야기하는 최저임금 상승의 부작용도 점점 가시화되던 시점이고요.
이때부터 몇몇 커뮤니티에선 중위임금 50퍼가 적정하다, 아직도 더 부족하다 더 높여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죠.
아마 그래서였을까요? 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공약을 들고 왔죠.
웃긴건 모두 하나같이 XX년 까지 1만원을 외쳤고요.
여당쪽에서 모 일하는 사람 말에 의하면 저 1만원이 노동계의 캐치프라이스인데 어쩌다보니 정치권까지 넘어오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게 문제가 뭐냐면 언제까지 1만원을 하겠다는 사람만 있었지 어째서 1만원까지 최저임금을 올려야하는지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1만원까지 올리면 경제적으로 어떤 선순환이 있는지,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할것인지를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지금 8,590원인 최저임금의 현황은 어떠냐고 물어보면... 부작용은 꽤 보여준것 같은데 아직도 부족하다는 사람들은 많군요.
그러니 정치권에선 이게 적정한지 적정하지 않은지 제대로 연구하고 확실하게 말해줘야하는데 보면 그럴 생각은 없어보이긴 합니다.
결국 눈에 보이는거, [최저시급 1만원 달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겠죠.
진짜 이 나라에 나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긴한건지 싶긴합니다. 성향과 수단만 다르지 상대방과 다르지 않다는걸 이미 정의를 울부짖던 여당에서 보여준 시점에서 더더욱 말이죠.
도큐멘토리
21/08/17 13:28
수정 아이콘
[정치는 일단 선거를 이기고 봐야한다] 라는 구호에 매몰된 결과라고 봅니다. 선거는 수단이고 정책을 목적으로 해야하는데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어 선거를 위해 정책을 싸지르지요.
누군가입니다
21/08/17 13:40
수정 아이콘
선거를 이기고 봐야한다는건 결국 선거에 이기면 얻게되는 꿀, 권력이 너무 비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 나누기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은 합니다만은 이걸 어디서 어떻게 나눠야할지가 어려워서 나서서 주장하긴 힘드네요.
나주꿀
21/08/17 13:50
수정 아이콘
[대책의 깊이는 A4지 한장 보다 얕습니다. 여의도는 표의 흐름을 읽으려고는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으려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간에.] 이 부분 가슴 깊이 공감합니다. 정치인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의 조율을 전혀 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
밀로세비치
21/08/17 16:13
수정 아이콘
어느사이트를 가면 말도 안되는걸로 현정권을 까고 어느사이트를 가면 말도 안되는걸 쉴드치고 있고 각자 사이트마다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을 보면 정치판이란게 원래 이렇게 아이들 편가르기처럼 유치한거였나 라는 생각에 현타가 좀 오더라구요
도큐멘토리
21/08/17 16: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지지자들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쉴드치고 깔수 있는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말이 되든 말든간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속성이 보고싶은것만 보고 듣고싶은것만 듣는것을 강화하는 성향이 큰것을 생각하면 더더욱요. 실제 정치가 해야할 일이 어떻든 간에, "당신이 불행한 이유는 이놈들 때문입니다!"하고 적을 설정하게 하고, 거기에 몰입시키는게 권력을 잡는데 있어서는 중요할 수 있어요.
라라 안티포바
21/08/17 19:10
수정 아이콘
종교, 엔터테인먼트, 정치중에 정치가 끝판왕이죠.
신앙의 요소와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음..
라라 안티포바
21/08/17 19:09
수정 아이콘
정치탭으로 놓기 참 아쉬운 글이군요. 추천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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