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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8/01 22:58:20
Name 라쇼
Subject [일반] 만화가 열전(1)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 세계 (수정됨)
이번 글에 리뷰할 만화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의 세계관을 만든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들입니다. 저번 글에 카사하라 히로코 노래 글을 쓰면서 어셈블 인서트란 만화를 알게 됐는데요. 나름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를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들어보는 제목인 겁니다. 자꾸 어셈블 인서트가 뭐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다가 일본 위키를 검색하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어셈블 인서트 글만 쓰려다가 국내엔 생소한 작품이기도 하고 덜렁 하나만 주제로 쓰기도 뭐해서, 내친김에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를 소개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주제를 변경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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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마사미

유우키 마사미는 1957년 생이며 국내에도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철완 버디로 이름을 알린 중견 작가입니다. 이젠 이분도 연세가 연세인지라 원로 만화가라고 하는게 더 맞겠네요. 고향이 홋카이도이며 본명은 사토 슈지라고 합니다. 유우키 마사미란 필명이 여자 이름 같아서 여성 만화가로 착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죠. 제가 그랬습니다 크크크.

패트레이버까진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였으나 후속작인 말괄량이 그루밍업이 하필 경마 만화라 인지도가 떨어지게 되었죠. 그루밍업은 패트레이버 코믹스판 이상으로 재밌게 봤던 만화라 국내 정발작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걸 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사실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는 취향을 꽤 타는 편입니다. 연출이 담백한 편이라 자극적이거나 특정 클리셰에 치중된 여타 소년만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엔 좀 심심하죠. 하지만 유우키 마사미 만화의 장점은 그 담백한 스토리 텔링 속에서 마치 바둑이나 체스처럼 설계되는 캐릭터들의 치밀한 관계도를 보다보면 깊이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더욱이 SF나 판타지적인 가공의 요소를 차용하면서 아 이런 허무맹랑한 내용도 현실에 벌어지면 이런식이겟다라고 독자를 납득시키는 강한 이야기의 힘이 존재하죠.

예를들면 소년만화에 나오는 악당들은 대개 강대한 힘을 지니고 문명과 사회가 구축해놓은 질서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파괴를 자행합니다. 이른바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거죠. 하지만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 패트레이버와 철완버디에 나오는 악당들은 뛰어난 두뇌와 막강한 힘을 지녔음에도 철저하게 인간 사회가 만들어 놓은 룰 안에서 암약을 합니다. 패트레이버의 악당 우츠미 과장은 샤프트사의 기술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레이버 그리폰을 만들어 특차2과를 위기로 몰아 넣고, 철완버디의 빌런 크리스텔라 레비는 애당초 인간의 규격을 넘어선 초월적인 외계인임에도 신흥 종교의 교주로 가장하여 정재계의 실력자들을 수족처럼 부리죠.

이렇듯 소년만화이면서도 현실의 룰을 무시하지 않고 아, 이런 이야기라도 실제로 있을법 하겠다라고 이해시키는 유우키 마사미의 필력은 정말이지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인간 본연의 이야기를 다루는 힘은 사회와 인간에게 어지간히 관심을 갖고 관찰하지 않은 작가라면 가지지 못할 통찰력이죠. 유우키 마사미는 이 통찰력을 가진 작가이기에 만화에 집중할 수 있으면 진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를 좋아하며 그의 만화를 pgr에 소개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죠.

일본 위키를 보니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작을 한 작가더군요. 글 한 편에 작가의 모든 만화를 소개하는 건 불가능해서 몇 작품만 추려봤습니다. 그루밍업을 제외하고 모두 애니화한 만화들이죠. 국내 정발작이 패트레이버, 철완버디, 그루밍업 뿐이라 처음 보는 작품도 있을 거에요.

자, 그럼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 세계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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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마사미 작품의 대표 캐릭터(좌측 부터 버디, R.타나카 이치로, 이즈미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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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 인서트의 주인공 나미카제 마론

어셈블 인서트는 유우키 마사미의 초기작으로 1985년 격월간지 애니파로 코믹스에 연재했던 작품입니다. 89년엔 상, 하편으로 OVA가 제작되기도 했지요.

유우키 마사미는 만화책으로 완결난 스토리를 그대로 애니에 옮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에, 처음에는 어셈블 인서트의 애니 제작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주인공 나미카제 마론의 이미지를 현실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성우 카사하라 히로코를 알게 되고 애니 제작을 허락했다는 사연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성우와 주제가를 모두 맡은 말그대로 카사하라 히로코를 위한 애니었죠.

스토리를 간략히 요약하면 근미래 파워슈츠로 무장한 범죄집단 데몬시드가 횡행하자, 경찰에선 대 데몬시드 특수공작과(줄여서 특공과)를 조직합니다. 이 특공과는 데몬시드에 대항하기 위해 이에는 이로 파워슈츠를 장비한 슈퍼 히어로를 탄생시키려고 하는데, 유행하는 아이돌 오디션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짜죠. 여기에 귀여운 14살 소녀 나미카제 마론이 발탁되어 정의의 히어로이자, 슈퍼 아이돌로서 활약한다는 내용입니다.

어셈블 인서트는 패트레이버와 철완 버디의 프로토타입 같은 느낌이 납니다. 근 미래 메카닉이 나오는 세계관, 소녀 주인공을 서포트하는 경찰조직 등이 패트레이버와 흡사하고, 괴력의 여성 슈퍼 히어로 부분에선 철완 버디가 생각나죠. 개인적으론 유우키 마사미가 패트레이버와 철완버디의 세계관을 완성하기 전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구현해본 실험작이란 생각이 듭니다.

볼륨이 작은 만화라 작품성을 논하기엔 애매하지만, 애니는 유우키 마사미 본인 작품과, 당시 일본 문화의 패러디가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돌 오디션으로 슈퍼 히어로를 뽑는다는 약빤 설정부터가 당시 일본에서 마구잡이로 뽑는 아이돌 오디션을 풍자하는 의도이죠. 거기다 아래 소개될 궁극초인 아루의 주인공 아루와, 패트레이버의 주인공 이즈미 노아도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80년대 일본 문화와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를 잘아는 팬들에겐 가볍게 즐길만한 코믹 SF 만화라고 할 수 있죠.

어셈블 인서트에 관심이 가는게 모르는 만화이기도 하고 노래가 좋아서였는데, 역시나 음악을 용자왕 탄생, 격! 제국화격단 등을 작곡한 타나카 코헤이가 담당했더군요. 작곡 담당은 아니고 편곡을 맡았지만 노래에서 타나카 코헤이의 노래 느낌이 물씬 납니다. 아래 ost 모음집에서 1, 3, 9 번 노래는 좋으니 들어보세요.

그나저나 특공과 리더인 선글라스 아저씨를 보니 좀비랜드사가가 떠오르는군요. 요즘엔 아이돌매니징물도 인기있는 편인데 어셈블 인서트도 요즘 감각으로 잘 리메이크하면 통할 것 같단 생각도 드네요.





어셈블 인서트 오프닝


어셈블 인서트 ost 열풍상녀 熱風翔女


어셈블 인서트 ost 모음집

1 어셈블 인서트 (00:00)
2 Tagei Mugei no Audition (03:36)
3 열풍상녀 (04:29)
4 사랑의 갱들 (07:33)
5 Kodai Mu Teikoku (12:01)
6 그녀석 (14:13)
7 Totsuzen Nodojiman Taikai (17:58)
8 My Fair Girl (23:28)
9 하늘색 꿈의 항아리 (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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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초인 아루(究極超人あ~る) 춘풍고교 사진동아리 부원들과 주인공 R. 타나카 이치로

제목만 보면 초인 히어로물 만화 같지만 실상은 일상 개그물입니다.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 중에서도 개그에만 집중한 본격 개그만화죠. 스토리 서사를 중시하는 작가 스타일과 달리 큰 스토리 줄기도 없습니다. 주인공 R. 타나카 이치로, 통칭 아루는 세계정복을 위한 파괴병기라고 자칭하는 것 치곤 사진부에서 심부름만 하는 허당 안드로이드 로봇이죠. 한술 더떠서 아루가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렇지도 않아하면서 온갖 기행을 벌이는 춘풍고등학교 사진부 멤버들의 기행을 보면 오히려 아루가 정상으로 보일정도입니다. 작중에 녹아든 일본 문화 패러디와, 언어유희, 그리고 슬랩스틱 개그를 보다보면 만화에 빠져드는 것이죠. 궁극초인 아루는 훗날에 나올 학원 동아리 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작품입니다.

만화는 85년부터 87년까지 주간 소년 선데이에 연재되어 총 9권으로 완결됩니다. 유우키 마사미 본인에겐 꽤나 애착이 가는 작품인지, 그 후로도 계속 비정기적으로 단편을 연재하다가, 무려 31년만에 10권이 출간되죠. 저도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주인공 아루와 사진부 부원들은 작가의 다른 만화에도 자주 카메오로 등장한다고도 합니다. 유우키 마사미의 다른 만화에서 아루와 친구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게겠군요.

작중 배경무대인 춘풍 고등학교와 사진 동아리는 유우키 마사미의 학창시절을 기반으로 구상했다고 합니다. 등장인물 이름을 고등학교 친구들과 헤드기어 동료들의 이름을 적당히 바꿔서 지었다고 하죠. 예를들어 이토는 헤드기어 시나리오 담당 이토 카즈노리, 마리는 성우이자 헤드기어와 친했던 성우 카와무라 마리아라는 식으로요. 그 중엔 열혈 만화가 시마모토 카즈히코도 있더군요 크크크.

여튼 나름 인기를 끈 작품이라 91년 OVA로도 제작됩니다. 성우진도 꽤 화려한데요. 대충 이름을 보면

아루: 시오자와 가네토(퍼스트 건담 마쿠베역)

토사카 부장: 카미야 아키라(나가레 료마, 켄시로, 시티헌터 사에바 료 연기)

오토지마 산고: 카사하라 히로코(레이어스 호우오우지 후우 역)

호리카와 시이코: 토미나가 미나(패트레이버 이즈미 노아역)

사이온지 마리: 카와무라 마리아(건담 벨토치카, 퀘스, 슬레이어즈 서펜트의 나가 역)

그리고 유우키 마사미와 아무로로 유명한 후루야 토오루도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름만 말하면 누가 누군지 모르니 아래 영상에서 산고(이즈미 노아 닮은 여캐), 시이코(뒤에 앉은 단발), 마리는 영상 끝부분에 나오는 마빡 캐릭터입니다.

궁극초인 아루가 대충 어떤 만환지 아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카미야 아키라의 열연이 돋보이네요. 고작 자전거 타고 달릴 뿐인데 역동적인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셀화 시절의 저 느낌이 참 그립네요.



궁극초인 아루 자전거 씬




음악 담당이 얏타맨(타임보칸), 은하선풍 브라이가를 작곡한 야마모토 마사유키와 타나카 코헤이입니다. 주제가는 야마모토 마사유키가 직접 불렀는데 촌스럽지만 뜨거운 열창을 듣다보니 묘한 중독성이 있네요. 반주는 또 왜이리 슈퍼전대물 같이 열혈스러운지 크크크크





궁극초인 아루 주제가


궁극초인 아루 ed 매지컬 계절


궁극초인 아루 ost 이이다센의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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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레이버의 주인공 이즈미 노아와 특차2과 대원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유우키 마사미의 대표작입니다. 본문 제목에는 그가 원작자라고 적어놨지만, 사실 패트레이버는 유우키 마사미 혼자만의 것이 아닌 헤드기어 멤버 모두의 창작물이라고 봐야겠죠. 그럼에도 유우키 마사미 없이는 패트레이버 시리즈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청년시절부터 동인활동을 하며 구상해온 만화 인생의 결정체가 바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라고 봐야겠죠.

아시다시피 패트레이버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한 현실적인 메카닉 물입니다. 도쿄만의 매립지를 넓히는 바빌론 프로젝트 개시 후 공사에 동원된 레이버들로 인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특화차량 제2과라는 대 레이버 전담 부대를 창설한게 패트레이버의 배경이죠.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이 특차2과 2소대 대원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패트레이버는 메카닉 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개성적인 인물들의 군상극에 가깝습니다. SF라는 가공의 소재를 다루면서 실제로 있을법하게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유우키 마사미의 스토리텔링 솜씨가 일품이죠. 실력은 좋지만 출동할 때마다 사고를 치는 골칫덩이 대원들, 거기에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 상부는 쏟아지는 민원을 무기로 특차 2과를 압박합니다. 그뿐이랴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특차2과 2소대원들은 연구소에서 도망쳐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생체병기 괴물과, 도심에 테러를 자행하는 검은색 레이버와도 싸워야 합니다. 하, 박봉에 시달리면서 비좁고 무더운 매립지 위에 세워진 기지 안에서 밤을 지새워야하는 주인공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군요.

그래도 그들은 사회의 질서를 수호하는 민중의 지팡이. 비록 개성이 과한 괴짜들이라도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히어로입니다. 일견 게으르고 무능해 보이지만 예리한 통찰력과 추리로 무장한 2소대의 사령탑 고토대장. 메카닉 오타쿠라 알퐁스 일편단심인 이즈미 노아, 좀 삐뚫어졌지만 그녀를 서포트하여 성장시키는 시노하라 아스마 페어. 시말서의 원흉이지만 정의로운 순경 오오타 이사오와 미친말 같은 그의 고삐를 쥐어잡는 카누카 클랜시와 쿠마카미 타케오. 그리고 특차2과의 감초인 신시 미키야스와 야마자키 히로미까지 특차2과 대원들은 하나 같이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인물들로 가득합니다.

이들 특차 2과 대원에 감정 이입하여 독자가 희로애락을 같이하고 시사각각 조여들어오는 악당들의 음모를 분쇄하는 과정에 이르면 어느새 특차2과 대원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죠. 패트레이버가 재밌는 만화인 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패트레이버 극장판1 엔딩 테마 햇살 속으로

위 영상은 패트레이버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카와이 켄지가 만든 햇살 속으로라는 노래입니다. 80년대에 나온 작품임에도 세련된 영상미가 압권이죠.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대사건을 앞두고 용감하게 출동하는 특차2과 대원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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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그루밍업(じゃじゃ馬 グル-ミンUP) 주인공 쿠제 순페이와 히로인 와타라이 히비키



소년 선데이 CM극장 말괄량이 그루밍업 편


그루밍업은 강연금 작가 아라카와 히로무의 만화 은수저와 비슷한 작품입니다. 홋카이도를 무대로 하는 것도 동일하고 도시 출신 주인공이 시골의 축산업 일을 배우며 시행착오를 겪는 전개도 비슷하죠. 거기다 보이밋걸 연애 스토리까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만화입니다. 그러나 그루밍업과 은수저는 큰 차이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경마를 주요 소재를 다룬 다는 것이죠.

그루밍업의 스토리는 홋카이도로 바이크 여행을 떠난 고등학생 쿠제 순페이가 조난을 당하고, 근방에서 경주마 목장을 하는 와타라이가의 차녀 히비키에게 도움 받고 더부살이를 시작합니다. 히비키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순페이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목장에서 일하며 경주마를 키운다는 내용입니다.

연애 스토리면에선 타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메종일각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고등학생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긴 시간의 연애를 다룬다는 점도 그렇고, 주인공보다 여러모로 잘난 사랑의 라이벌도 있죠. 거기다 히로인 히비키는 사랑보다 목장일이 더 중요한 여자라 두 남자의 구애를 받아도, 사랑을 깨닫는 동안 어느쪽도 선택하지 않고 망설이기만 합니다. 약간 답답해 보이면서도 진득하게 사랑을 쌓아가는 점이 메종일각을 보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한편 작가가 골수 경마 매니아라 경마 지식이 있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그루밍업을 읽었을 땐 경마를 하나도 몰라서 경마 파트가 나오면 넘겼는데 나중에 우마무스메로 일본 경마를 좀 알게 되니 그루밍업이 떠오르더군요. 지금 다시 읽으면 연애파트보다 경마쪽을 더 재밌게 읽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루밍업은 철완버디 다음으로 분량이 많은 장편작임에도 정말 재밌게 봤던 만화입니다. 심지어 경마를 몰랐음에도 말이에요. 개인적으론 유우키 마사미 만화에서 최고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작가 특유의 담백한 전개 때문에 럽코물로 보기엔 심심한 면도 있지만 천천히 빌드업하는 스토리 텔링을 선호하신다면 취향에 맞을거라 여겨집니다.

아무튼 참 재밌는 만화인데 제법 잘팔린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애니화는 안됐더라고요. 애니화 영상도 짤막한 소년선데이 CM이 전부에요. 아무래도 성인의 연애를 다루다보니 럽코 장르 수요층에겐 어필할 구석이 적었나봅니다. 게다가 매니악한 경마도 들어갔으니 저연령층에겐 진입장벽이 꽤 있는 만화였죠.

국내엔 세주문화사에서 완결까지 발매 됐었는데 절판되서 구하기 힘든게 아쉬운 점입니다. 중고책은 좀 있는 모양인데 작품 추천을 드리고 싶어도 만화책을 구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저되네요. 진짜 재밌는 만화인데 참 그 좋은 걸 적극 추천하기가 애매한 아쉬운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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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 버디의 두 주인공 츠토무와 버디 시폰 알티라

철완 버디는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 세계 중에서도 스케일이 가장 큰 만화입니다. 분량도 가장 많죠. 맨인블랙이나, 천지무용처럼 문명을 가진게 지구뿐만이 아니라 우주까지 무대를 넓혀갑니다. 기본 설정은 울트라맨과도 비슷한데 우주 범죄자를 쫓아 지구를 방문한 우주 수사관 버디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격투를 벌이던 도중, 평범한 고등학생 센카와 츠토무가 싸움에 휩쓸려 치명상을 입고 위급상황에 빠집니다. 버디의 잘못이니 책임지란 상부의 지시를 듣고, 버디는 츠토무의 몸에 융합하죠. 이후 평상시엔 츠토무로 지내다가, 우주 범죄자나, 수사를 방해하는 경쟁 우주 수사관이 나타나면 버디가 되어 격투를 벌입니다. 평범한 지구소년과 우주에서온 슈퍼히어로의 좌충우돌 활약을 그린 스토리죠.

철완버디는 패트레이버처럼 바리에이션도 많은데 87년에 연재한 구 코믹스 판과, 구판을 애니화한 OVA가 있습니다. 쥬베이인풍첩으로도 유명한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감독을 맡고 매드하우스에서 제작한 애니죠. 퀄리티는 괜찮았지만 총4편이라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별로 유명세를 타진 못했습니다.

구 코믹스판에서 불완전 연소했던 유우키 마사미는 2000년 철완 버디를 다시 연재합니다. 연재처가 영 선데이였기에 신 철완버디, 혹은 영선데이판 철완 버디로 불리는 작품이죠. 연재를 재개하고 20권까지 나오다가 영선데이가 폐간하는 바람에 또 연재처를 옮기게 됩니다. 이번엔 철완 버디 EVOLUTION 이란 제목으로 영선데이판 20권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다루는데 작중 시점에서 몇년이 지난 이야기를 다뤄서 그런지 좀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더군요. 거기다 결말도 매끄럽지 않아서 작가의 야심작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좀 어정쩡하게 끝난 느낌입니다. 철완버디 시리즈도 참 바람잘날이 없군요.

08년에 나온 티비판 애니 철완 버디 DECODE는 영선데이 리메이크판을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하지만 원작과는 많이 다른 오리지널 요소가 들어간 작품이었죠. 이는 원작자 유우키 마사미가 만화와는 다른 새로운 작품을 원했기에 제작진에게 마음대로 만들라고 전했기 때문입니다. 설정과 스토리도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고, 작화나 연출도 방영 당시에는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실험적인 요소가 들어갔습니다. 정지화면의 작화 디테일을 중시하는 애니 제작 방법과 다르게 작화가 뭉게지더라도 액션 동세를 강조하는 스타일이었죠. 그리고 작화에 명암도 최대한 배제해서 철완버디 원작 팬들에겐 이게 뭥미? 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한편 철완버디를 모르는 시청자들에겐 호평을 받기도 했었죠.

꽤 시대를 앞서간 애니었기에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는 상당히 고평가 받는 애니입니다. 아래 배틀씬을 보면 지금이야 흔한 연출 기법이겠지만 당시에 실시간으로 애니를 보는 입장에선 꽤 충격이었을 것 같네요 크크크.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 중에선 여캐도 잘뽑혔고, 액션 연출도 탁월한 만화이지만 작품성은 패트레이버나 그루밍업보다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권에서 에볼루션으로 연계되는 스토리가 뚝 끊기는 느낌이라 선뜻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가 어렵더라고요. 철완버디를 본 것도 꽤 시간이 지나서 다시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철완 버디 Decode 배틀씬


철완 버디 op 이별부터 시작하자


철완 버디 Decode op Sora


철완 버디 Decode 메인 테마 -SIDE BIRDY-


철완버디 애니 노래도 꽤 좋더라고요. 메인테마를 들으면 박진감 넘치게 싸우는 버디의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다섯 작품을 소개했을 뿐인데 글 분량이 엄청 길어졌군요. 글을 마치고 나니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가 갑자기 땡기네요. 여러분들도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함께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를 감상하시는건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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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21/08/01 23:02
수정 아이콘
철완버디 나와서 추천
21/08/02 00:49
수정 아이콘
버디는 사랑입니다.
21/08/01 23:56
수정 아이콘
버디, 그루밍업, 패트레이버 모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반갑네요.
차라리꽉눌러붙을
21/08/02 00:20
수정 아이콘
철완버디, 그루밍업, 패트레이버 모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22222222
선추천후감상
21/08/02 00:49
수정 아이콘
오 그루밍업을 아시는 분이 두 분이나 계시다니!!! 한국에선 마이너한 만화라서 그렇지 진짜 재밌는 만화죠.
12년째도피중
21/08/02 00:24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자전거 씬은 저 시대에는 잘도 이런게 먹혔구나 싶으면서도 한켠으론 아련해오네요.
저런 전개, 저런 캐릭터. 이제는 불가능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21/08/02 00: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요즘 세대가 영구와 땡칠이를 보면 입꼬리가 미동도 안하겠듯이 궁극초인 아루의 개그 스타일은 지금보면 저런걸 왜 웃기다고 생각했을까 싶을정도로 구닥다리 개그긴 하죠. 헌데 셀화로 움직이는 옛날 개그에 오버하는 캐릭터를 보니 아련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네요. 가끔 옛날 생각이 나면 슬레이어즈나 고스트 스위퍼를 보면서 저시절 감성을 되새기곤 합니다.
아 근데 요즘 나오는 만화에도 저런 스타일이 있긴해요. 그랑블루랑 같은 그림작가가 그린 템플이란 만화가 있는데 올드 개그 스타일이면서도 꽤 재밌습니다.
서린언니
21/08/02 01:03
수정 아이콘
만화 연출을 패트레이버로 배웠습니다. 세심한 연출과 컷배치로 독자를 배려하는 작가입니다.
요새 그림솜씨 뽐내는 작가들은 많아도 이런 작가 보기가 힘들죠...
21/08/02 01:22
수정 아이콘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가 가독성이 참 좋죠. 원피스를 보다가 패트레이버나 그루밍업을 보면 눈이 편안합니다. 전 그림쪽은 문외한인지라 서린언니님 같이 만화 연출을 평가할 안목은 없지만 유우키 마사미의 플롯을 다루는 실력은 대단히 고평가합니다. 이야기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에요.
차라리꽉눌러붙을
21/08/02 01:16
수정 아이콘
그루밍업 전권(중고) 소장 하고 있는 게 자랑
21/08/02 01:23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구하고 싶어도 전권을 모두 수집하기 힘든 만화라서 말이죠.
술라 펠릭스
21/08/02 01:51
수정 아이콘
그루밍업 전권 소장했었던(엄크로 전부 쓰레기통 행)게 자랑.

대학을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마사미 유우키는 체고의 작가인지는 모르겠자만 저에게는 체고로 코드가 맞는 작가였는 듯 싶슾셒슾.



페트레이버 시리즈 중에 제일 취향에 맞는게 코믹스였고 그루밍 업은 두번 쯤 전권 구매 한거 같고.

뭐 암튼 페트레이버에서 진짜 OVA보다는 코믹스가 제 취향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일 모에하는 남캐가 고토우고 세번째로 모에하는 여캐가 나구모 시노부 입죠.
21/08/02 02:08
수정 아이콘
그 귀한걸 버리시다니 야속합니다 흑흑. 그래도 다시 전권 소장 중이시라니 다행이네요 크크크. 패트레이버는 코믹스 판이 스토리 밀도가 높아서 재밌습니다. 전 애니쪽이 시트콤 같아서 좋아하지만 각 버전마다 장점이 있죠. 첫번째 모에 캐릭이 베르단디였던가요? 크크 오! 구직의 여신님이라고 베르단디가 취업활동하는 스핀오프 만화가 연재되던걸 본 것 같네요.
술라 펠릭스
21/08/02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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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두번째가 엘레크트라(엘렉트라 아님) 입니다. 후후후.
거짓말쟁이
21/08/0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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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구글에 철완 버디 코스프레 라고 치면 나오는 버디 코스프레가 아마 08년도 작품의 홍보용 유산이죠..
21/08/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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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야 댓글보고 검색해봤는데 노출도 높은 복장을 그대로 코스프레했군요. 저게 작품 홍보용이라니 역시 성진국...
마스터충달
21/08/0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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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램!
21/08/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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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담아 알퐁스라고 불러주세요 크크
스덕선생
21/08/02 07:22
수정 아이콘
저같은 뉴비(?)들은 패트레이버 하면 오시이 마모루가 생각나는데 원작팬들은 불만이 많더군요 크크
21/08/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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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의 패트레이버 극장판은 명작이죠. 그저 특차2과 대원들과 잉그램의 비중이 적어진게 아쉬울 뿐입니다. 아, 그리고 하나더 이 양반이 잘나갈땐 패트레이버를 자기 입맛대로 각색했으면서 감독으로 네임밸류가 떨어졌을땐 패트레이버 본편을 그대로 답습한 실사판을 찍은 것도 조금 얄밉네요.
HA클러스터
21/08/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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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에 오시이 마모루 이름을 꺼내도 저같은 원작팬은 불만이 많죠.
나의 공각기동대는 그렇지 않아!
21/08/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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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맞죠. 유쾌한 쿠사나기 모토코 누님을 감정 없는 전투기계처럼 묘사해놨죠. 오시이 마모루 네 이놈!
차라리꽉눌러붙을
21/08/02 10:37
수정 아이콘
말 나온 김에 담편은 시로 마사무네 좀 해 주시면......
21/08/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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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마사무네의 만화는 제가 잘 알지는 못해서 리뷰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좀 더 알아보고 다른 sf만화가들과 함께 주제로 묶어서 써보겠습니다.
차라리꽉눌러붙을
21/08/02 14:25
수정 아이콘
흐흐흐 기회 되시면 부탁 드립니다~!
21/08/02 11:44
수정 아이콘
경찰물을 좋아해서 패트레이버랑 철완버디 둘 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근데 철완버디는 겉으로 보이는 것은 뭔가 당시 유행하던 '모에'라는 트렌드를 따고 뭔가 변신 소녀물을 따왔는데

내용은 그런거 없고 초하드보일드 진지한 경찰물이어서 흥행할래야 흥행할 수 없는 물건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8/02 11:52
수정 아이콘
모에로 낚시해놓고 내용은 하드보일드다?
키야... 그런 게 '진짜 재미'인 것을...
21/08/02 11:59
수정 아이콘
철완버디 구판 연재가 되던게 87년이고 그 이전부터 유우키 마사미가 구상하던 작품이라 딱히 모에를 염두해두고 만든 만화는 아닐겁니다. 작가가 선호하는 캐릭터상이 능동적인 여전사 타입이라 변신 마법소녀 이쪽하곤 거리가 좀 있죠. 물론 버디가 모에할만큼 잘빠진 캐릭터인건 인정합니다 크크크. 주인공이 매력적인 여캐일뿐 내용은 하드보일드 형사물인것도 맞죠. 그게 철완버디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크크.
21/08/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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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구상이 87년이긴 한데.

세일러문, 란마1/2, 오나의 여신님 과 같은 80년대 후반을 모에의 오래된 미래,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아서 아마 알게모르게 영향은 있었을거라고 감히 '궁예'해봅니다. 크크

그리고 00년대 모에가 부상하기 직전에 다시 과거 구상을 꺼내든 것 역시 묘하게 시기가 맞닿는다고 생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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