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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7/21 21:04:19
Name 헤후
Subject 아홉수는 존재하나요?

5개월 후면 30살이 되는 백수(진)입니다. 지금은 공공기관에서 계약직(4개월!)으로 일하고(무급병가중!) 있습니다.

29살 새해를 맞은지 딱 하루가 지난 날 저는 항문외과에서 치루에 걸렸다는 청천병력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아니 내가 치루라니' 하면서 다음 날 학교 앞 저의 항문외과 주치의를 찾아갑니다. 저는 평소 항문이 안 좋아서 10년전에도 수술을 했었고

농양도 몇 번 쨰낸 역전의 항문을 가지고 있지요. 그분도 아니나 다를까 같은 진단을 내리고

일사천리 수술 후, 다음날 저의 항문에는 긴 관이 달려있게 됩니다! 주르륵. 전 치질 수술을 한 이후에

엉덩이로 장난치는 므훗한 동영상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저의 엉덩이는 3월이 지나자 다시 평범한 항문으로 돌아왔고 저는 공부에 다시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4월 집의 하수구가 막혀 배관공을 불렀었는데 그분이 쓴 약품이 꽤 강했던지 저의 코 안이 그날부터 가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코 안은 가려운데 긁으면 더 가려웠거든요. 다음날 부랴부랴 이비인후과로 가서 항 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았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 1세대 항히스타민제라 잠은 잘왔습니다. 공부고 간지럼이고 뭐고 그냥 잠을 자면 모두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이비인후과 몇 곳을 순회한 결과 저의 병명은 비염이었습니다. 29살 인생동안 비염의 비읍자도 몰랐던 내가 비염이라니!

그렇게 2세대 항히스타민제와 싱귤라(부작용이 우울증)와 뿌리는 스프레이인 모메탈을 처방 받고 2개월쯤 지나자

비염증상이 사그라들었습니다. 물론 공부는 하지 못했습니다. 엉덩이 아픈 것보다 가려운게 더 힘들더군요.

5월 달 다시 공부에 박차를! 가하려던 순간, 저는 제가 일했던 곳에서 계약직 알바로 잠시 일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온갖 병원을 순회하면서 낭비한 금액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저는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출근한 직장이 할 일이 없어 공부는 조금씩 할 수 있었기에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네 개꿀~ 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문제였을까요. 6월 중순에 피곤에서 잠시 의자에 비뚤게 앉아있던 저는 왼쪽 허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게 됩니다. 물론 엑스레이는 정상으로 나왔고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2주간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받아도 허리의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참지못한 저는 mri금액의 압박을 뛰어넘어

요추 mri를 찍게 됩니다. mri상 저의 병명은 요추 5번 디스크 퇴행 및 돌출이었습니다. 물론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10곳의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돌아서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아프시면 약 받아 가시고, 물리치료 받고 운동하세요'라는

레퍼토리를 10번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니 mri상 심하지 않아도 난 아프다니깐요.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단 말이예요.

결국 허리가 아팠던 저는 제 사수에게 청해서 3주간의 휴식을 받았고 다음주부터 출근을 다시 해야합니다.

중요한 건 2주 쉬었는데도 하나도 안 괜찮아졌다는 거죠. 지금은 마지막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제 증상이

강직성 척추염일 수도 있으니 류마티즘 내과 가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 받아서 유전자 검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심할만한 증상으로는 일단 젊은 나이에 만성 전립선염이 있고, 골반과 천장관절에 통증이 있고,

아침에 기상통이 심하고, 활동하면 괜찮아지고, 아버지도 관절염이 있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답니다.

진료당일에는 염증수치가 조금 높고, 초기라 그런지 엑스레이 상으로도 크게 문제가 없어보여서

유전자 검사를 기다려보자고 듣고 나왔습니다. 알아보니 희귀난치병이더군요. 차라리 퇴행성 허리디스크 때문에

아프기를 바라다니 역설적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살면서 이렇게 많이 앓아보고 병원을 다닌 적도 처음이네요. 요즘에는 잠들기 전에 아홉수에 대해서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아홉수를 주제로 드라마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생각하기도 하고

공부한답시고 몸을 너무 함부로 굴린 결과가 나온건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는 준비하던 리트 시험이 있는데

별로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원래 이 시험이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반쯤 운에 맡기는 시험이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이제는 옛날의 꿈을 놓아주어야 할만큼 몸 상태가 나빠져서 그런 걸까요.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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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조아
21/07/21 21:42
수정 아이콘
같은 난치병환자로서 맘이 아프네요. 저도 30살에 염증성장질횐 진단받고 크게 좌절했어요 수술도 여러 번 했는데 실의에 빠져 5년을 집과 병원에만 있으면서 허송세월했어요. 근데 당장 죽는 병은 아니다보니 살아지더라구요. 정신차려보니 35살인데 로스쿨 진학해서 어찌어찌 재판연구원도 하고 지금은 변호사생활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병때문에 괴롭지만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 또 그럭저럭 살아지더라구요. 병에 굴하지 마시고 리트도 잘 보셔서 로스쿨 꼭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병은 몸을 불편하고 아프게 만들지만, 할일이 생기면 마음은 병들지 않게 됩니다. 마음만 병들지 않으면 충분히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21/07/21 22:00
수정 아이콘
선배님이였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저도 한창 치루와 농양으로 고생할 때, 의사선생님이 젊은 사람이 너무 자주 걸린다고 염증성 장질환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예후가 안 좋으신 분들을 봐서 그런지 너무 두려웠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여기까지 오신거네요... 오히려 제가 위로를 드리고 싶네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지금 삼수중인데 초시때 뭣도 모르고 국립대 면접까지가서 면탈한 뽕맛을 못잊어서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될 거 같아서 아직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재수 때는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 망하면 1년 날린다는 생각이 부담이었는지 딱 평균 105점이 나오더군요. 이번에는 좀 잘찍어서 10개 찍으면 반타작만 했으면 좋겠습니다.흐흐

그냥 지금은 아버지 고향에 있는 로스쿨에 진학해서 조그맣게 개업하고 그동안 아버지 속 썩였던 거 다 갚아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네파리안
21/07/21 21:52
수정 아이콘
제가 딱 28~29쯔음에 발목수술하고 재활실패해서 30분만 걸어도 아파서 가까운 곳도 택시타고 다니고 과민성 대장증후군 생겨서 밖에 나가는게 무서워져 정신과 약 챙겨먹고 정말 힘들었었내요.
제가 아홉수를 믿는게 진짜 딱 29에 아파지지 않더라도 20후반 ~ 30초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몸이 전성기가 꺽이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게 보통 있는것 같아요.
저만해도 발목수술도 사실 농구를 매주하게된 고등학생때부터 1달에 한번 꼴로 발목 돌아갔고 원래도 장이 안좋아 화장실을 하루에 5번은 가야했습니다.
10대 ~ 20대 전성기에는 이걸 그냥 무시하고 운동하고 먹고 해도 그냥 몸의 치유력으로 무시하고 생활이 가능했는데 전성기 꺽이고도 생활패턴을 못바꾸고 몸을 혹사시키다 보니 터져나가는게 아닌가 싶어요.
저희 농구 동호회에서 저랑 같은 나이대 친구들이 많은데 같은해에 저포함 발목수술 2명 무릎수술 1명했습니다.
구지 29아니라도 30대 초반에 부상으로 못뛰는분들 가장 많아요. 오히려 그 시기 넘어서 40대 넘으신분들은 몸의 한계를 알고 무리하지 않아 왠만하면 부상없이 뛰시던가 몸관리 못하시는 분들은 조기에 운동 접습니다.
21/07/21 22:04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하루하루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유리몸이어서 운동을 안하다가 허리통증이 생긴이후에 재활운동을 시작했습니다.의사선생님이 고중량 3대 하면 죽여버린다고 엄포를 놓으시더군요. 네파리안님도 꼭 건강해지셔서 무통하게 생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즈버
21/07/21 21:58
수정 아이콘
저도 28살 되던 해 가을부터 30살 되던 해 여름까지 지독한 사건들의 연속이었죠. 실연 -> 국가고시 불합격 -> 비염(현재진행형) -> 두드러기(현재진행형) -> 폐렴 -> 상사의 지독한 갈굼 -> 부서이동 -> 업무능력 저하(수개월간 치매에 가까울 정도로 멍청해졌음) -> 발기부전(...) -> etc

아무튼 몸을 잘 추스리시고 곧 있을 시험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랍니다.
21/07/21 22:09
수정 아이콘
시험은 24만원 낸 게 아까워서 보러가는 느낌입니다. 부담감을 느낀다고 잘 나올 시험도 아니고요.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찍는 사람이 점수가 더 잘나올 수도 있습니다!(상위권 제외)

비염이나, 두드러기처럼 좀 널리 가진(?)병들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죠. 본인은 무지 힘든데 말이죠. 어즈버님도 꼭 건강해지셔서 웃는 날만 있기를 바랍니다.
21/07/21 22:1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경험적으로 뭔가 좀 꼬인 경험이 있어서 있을수도 있다 정도지만 남이 있을까요? 라고 물어본다면 있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라고 말할것 같습니다.
21/07/21 23:36
수정 아이콘
미신이지만 자기가 당한다면 백프롭니다!
21/07/21 22:21
수정 아이콘
저는 미신을 안믿는데 아홉수에 크게 데여서 있는거같아요
21/07/21 23:36
수정 아이콘
내년에는 좋은 일이 있겠지라고 버티는 중입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니 진통제가 더 잘 먹히는 것 같군요. 흐흐
TWICE쯔위
21/07/21 22:24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가 50을 못넘기시고 딱 49세에 돌아가셨죠. 50을 한달 남짓 앞두고...

저도 얼마 안남은지라, 조심 또 조심하고 있습니다.....이게 주위의 경험+직접 경험이 더해지니,미신이고 뭐고 신경은 많이 쓰이게 되더군요..
21/07/21 23:37
수정 아이콘
꼭 조심하시고 무탈하게 넘어가시기를 바랍니다.
Lovesick Girls
21/07/21 22:44
수정 아이콘
올해 39인데.. 종종 글도 좀 올려서 보셨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이상한 꼰대놈이랑 엮여 올해 초부터 접촉사고 당하고 차테러 당하고 형사소송, 민사소송 중입니다.
그리고 저번주엔 차 펑크나고 또 누가 주차된 내차 긁고 지나가고… 나한테 오는 불안이 차가 막아주는 기분이 듭니다.
21/07/21 23:38
수정 아이콘
신체적 고통보다는 차가 아픈 게 나을겁니다. 저도 소액재판 했을 때, 별 거 아닌데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났습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크라상
21/07/21 23:21
수정 아이콘
아홉수, 삼재 다 있는 듯요
세상을보고올게
21/07/22 00:31
수정 아이콘
그럴리가요.
갬숭개
21/07/22 03:08
수정 아이콘
동갑이시네요 흐흐 화이팅입니다!
possible
21/07/22 09:44
수정 아이콘
아홉수 저는 29살에 딱 겪었습니다.
5월에 손톱이 찍혀서 손톱을 뺌
7월에 랩에 불이나서 한달동안 랩 다시 세팅
9월에 석사 졸업논문 쓰는 중이었는데 넘어져서 왼손 깁스, 덕분에 독수리타법으로 논문 작성
21/07/22 10:04
수정 아이콘
아홉수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 건 모두 미신입니다. 그러니 내일이라도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마스터카드
21/07/22 12:09
수정 아이콘
아홉수같은 건 없습니다.
근데 저는 29에 교통사고(상대 차량이 뒤에서 박음)에 사기까지 당하긴 했습니다.. 우연이겠죠.. 근데 저는 그랬네요
21/07/22 20:02
수정 아이콘
아홉수는 없는데 30대넘어가면서부터 느낀건 예전과 같은 명령을 내려도 몸이 예전만큼 움직이지 않더라구요 크크크
그러다보니 다치는 일이 잦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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