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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7/19 13:27:53
Name Farce
Subject 아서왕 창작물의 역사, 또는 '아서왕이 여자여도 별로 상관 없는 이유' (수정됨)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일단 요약부터 적어두고 시작하겠습니다.

'아서왕 전설'의 역사는 영국문학의 역사와 같이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나긴 창작의 과정이었습니다.
영국의 역사와 전설을 집어삼키면서 중세에 거대한 '세계관'을 구성했던 아서왕의 이야기는,

21세기 현재의 기준으로는 '역사는 하나도 모르는 중세 바보들이 창작한 판타지'로 평가절하 받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여자 아서왕'은, 근현대에서 무시 받고 있던 아서왕의 전설을 다시,
창작물의 세계로 되돌려준 중요한 성취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과장하는 것 같지만 정말로요.

이 이야기는 한국인 독자 여러분을 위해서 제가 준비한 이야기입니다.
아서왕의 중세스러운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그리고 창작물에 대해서 한국적으로 고민을 해보시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왜냐면 이 이야기는 한국인에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괴상한 이야기가 될 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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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영국 아서왕의 '전설'은 그레이트 브리튼 섬에 살고 있는 '브리튼 사람'들의 '토착전설'입니다.
이 한 문장만 들어보셔도, 뭔가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지 않으신지요?

장소와 사람들의 이름들이야 좀 익숙하지가 않지만,
한 섬에서 계속해서 전해지는 뿌리 깊은 이야기라는 것은
앞으로 제가 할 이야기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입니다.

그레이트 브리튼 섬이 어디냐고요? 우리가 흔히 '영국 섬'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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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좋은 시각적인 예시가 있습니다. 이 섬들을 모두 합쳐서 '영국 제도'라고 하고요.]
'아일랜드 섬'과 기타 작은 섬들을 빼고, 오른쪽의 큰 덩어리를 '그레이트 브리튼 섬'이라고 부릅니다.

즉 저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두 유 노 킹 아서?'하면 '예스~' 하면서, 지역마다 다른 버전으로 답했을 것이라는 거죠.
마치, "아리랑" 처럼요.

하지만 여기서 슬픈 역사가 하나 있으니, 진짜배기 '브리튼 사람'은 지금 기준으로는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원래 '브리튼 말'은 이렇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그렇습니다. 브리튼 섬들의 '원주민'들은 후대에 '영어'를 쓰는 앵글로색슨족들의 침략에서 밀려나서,
지금은 웨일스와 콘월에서 적은 사람만이 언어와 문화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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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마제국이 붕괴하자, 로마 제국에 속해있던 브리튼인의 땅에 앵글로색슨족들이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서왕, 그러니까 '아서 팬드래곤'의 가문명으로 등장하는 '팬드래곤'이라는 말 또한,
앵글로색슨족과의 전쟁에서 쓰인 일종의 '전쟁군주' 칭호가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브리튼족들이 외세와 큰 싸움을 벌일 때, 부족을 뛰어넘어 하나의 우두머리를 추대했던 명칭이지,
실제로 핏줄로 이어지는 가문명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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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드래곤들은 로마 갑옷을 입고, 독일 땅에서 온 게르만 침략자들과 전쟁을 했을 것입니다.]
이들의 브리튼 사람들은 이 '왕'들의 무용에 대해서 칭송하는 작품들을 남겼고요.

그러나 이들은 결국 패배하였고, 앵글로색슨족들의 '칠왕국'이 성립하면서 영국 땅에서 중세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지금 '니더작센'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왔기에 '색슨'이라고 불리던 이들에게는 그러나 쉴틈이 없었습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에서 쏟아지는 '데인족' 그러니까 '바이킹'이 '나도 정복할래!' 하고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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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도는 앵글로색슨족의 문화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본래 독일에서 온 야만인이었지만, 브리튼 사람들이 이미 로마 시절부터 완전히 기독교화가 이루어졌기에,
교회와 십자가를 지키기 위해서, 바이킹 상대로 전쟁을 하게 되는 역할 교환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었지요.

이 와중에, 앵글로색슨족들은 이제 더이상 독일에서 가져온 문학작품인 '사가'를 써먹을 수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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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과 싸우는데, 오딘과 토르에게 기도를 올릴 수도 없고, 고대 바이킹의 무용을 본받으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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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서왕의 전설은 빠르게 앵글로색슨의 문화의 빈틈을 파고 들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중세 초기가 끝나고, 알프레드 대왕이 마침내 바이킹을 영국 땅에서 축출하자,
영국 사람들은 대왕의 태평성대에 문학과 교육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지, 누군가를 '대왕'이라고 불러주지 않겠어요?

이때 라틴어로 아서왕의 전설들이 문서로 처음 기록되기 시작하며,
참 브리튼 사람들이 본다면 웃기게도, 역사왜곡 또한 시작됩니다.

'Q: 우리 앵글로색슨 사람들의 위대한 문학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아서왕의 전설입니다.
기사도의 신념으로 불리한 전장에서도 최후까지 싸우는 우리가 아서왕의 후손답게
바이킹을 무찌르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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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개족보다. 너네가 어떻게 아서왕의 후손들이야! 진정한 후손에게 사과해!]

그리고 꼬이기 시작한 이 영국식 족보는,
알프레드 대왕의 후손들이 '바이킹 최후의 침략'을 북쪽에서 막다가,
'정복자 윌리엄'이라는 (이름부터가 역사스포...) 프랑스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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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영국을 빈집털이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서 더더욱 꼬이기 시작합니다.]

윌리엄 역시 영국땅을 '평정'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는데요.
어, 프랑스인이 문화를 발전시키면 프랑스 문화겠지요?

그리고 이 프랑스인들이 주도하는 중세에서 가장 최신 문학은 바로!
'중세 문학'이었습니다. 되게 뻔한 말이지요?

기독교 세계의 성경 이야기들도 중요하고,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들도 중요합니다만,
어느 시대나 '자신의 시대에 만들어져서 소비되는' 그런 최신 문화도 있어야하는 법입니다.

이 당시에는 한참, 프랑스에서 '기사도 문학'이라는 것이 발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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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할 이야기는 샤를마뉴 대제의 열두 팔라딘과 그들의 무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의 왕 샤를마뉴는 작게는 프랑스, 크게는 서유럽 전체를 규정하는 대제국을 만들었으며,



가까이는 색슨족 야만인을 죽이고, 멀리 원정을 가서 무슬림과 성전을 하는 그의 이야기는 스케일만으로 '작품성' 그 자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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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프랑스 궁중문학의 영향을 받아서, '아서왕 전설'이 완성됩니다.]
원탁의 기사, 성배, 기사도와 모험 같은 요소는 후대에 첨가된 것이지요. 여기서 후대는 고작 중세 중기지만요.

본래 아서왕의 설화나 샤를마뉴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면모가 놀랍게도 강한 면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전투에, 왕께서 기사를 끌고 참여하고, 영토를 늘리고, 적의 수급을 내걸고 그런 내용이었지요.
그런데 '문학' 작품이 되어갈수록 그런 요소는 옅어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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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도 현실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상징적인 주제를 전달하는 쪽으로 옮겨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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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마뉴 세계관하고도 연계(?)가 시작되어,
이슬람 교도들이 거인을 소환하자, 프랑스에 놀러온 아서왕이 거인을 무찌르지 않나,
샤를마뉴의 기사가 도움이 필요해 영국에 찾아와서 같이 원탁의 기사들과 성배를 찾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모든 현실의 영웅이 '히어로 영화'가 되듯이, 아서왕의 이야기 역시 평범한 '중세 이야기'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의 최고봉으로는 토마스 말로리라는 '자칭 기사' (정말 기사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가 쓴,
"아서왕의 죽음"이라는 1485년 소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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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공식출판사'같은 것이 존재할리가 없었으니, 한 영국인 기사가 세계관을 전부 짜집기해서 완성한 이 판본은,
지금도 아서왕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원탁의 기사들의 배신,
그리고 아서왕이 아발론이라는 이상세계로 부상을 입고 떠나 언젠가 돌아온다는 결말은 특히 여기서 정립이 되었습니다.

15세기 말이면, 영어로 된 소설도 많이 등장할 늦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서왕의 죽음'은 고오오오증을 살려서, 중세 프랑스어로 써졌습니다.
분명 기사들 이름은, 모드레드, 가웨인, 갤러헤드 같이 브리튼 말인데,
프랑스어를 써서 서로 대화하고, 프랑스 기사처럼 굴지요.

민족국가와 민족문학이 발전하는 시대에 이런 쓸때없이 '범기독교 세계관'적인 글로벌함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서왕의 이야기는 근대에는 시들시들해져 민담의 영역으로 머물다가,

"왕의 목가"라는 알프레드 테니슨 경의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명작'이 등장하면서 다시 19세기 말엽에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특히 프랑스의 화가 귀스타프 도레가 작업한 '삽화'는 지금봐도 충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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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다루는 '낭만주의'는 서정적이거나 따뜻한 시선과는 거리가 멉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명예를 건 기사도 때문에,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사람에 대한 인간찬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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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다 못해 처량한 그림들은 항상 배경과 자연은 크게, 기사는 하나의 말을 탄 필부로 그립니다.

프랑스 혁명과 1차 세계대전 이후 낭만주의의 시대가 저물면서, 
[아서왕의 전설은 비웃음거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영국의 정당한 왕이라면서 프랑스 기사놀이 밖에 모르는 놈."
"중세인들이 자기 글이 어디서 온 전설인지도 모르고 막 짜집기해서 사료적 가치도 없는 판타지"
"영국인은 조상도 뒤죽박죽이라 전설로 급조한 왕이나 영국에서 중요한 왕이라고 한다."
"아니 진짜, 이 작품이 현대에 가지는 가치가 뭐임?"

등등으로요. 물론 더 심한 것은 무관심이었지요.

[아서왕이라는 존재는 영국인들이 보기에도 너무나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희화화도 되는 것이고요. 

저는 이전에 "아서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라는 작품을 주제로도 글을 쓴적이 있는데요. 
한번 읽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제 글이라서 그러는거 아니에요 흐흐흐흐!
('코네티컷 양키' 글자를 누르면 이동합니다. 편집할땐 파란색인데, 볼 때는 그냥 검정색이라서 구분이 안가네요...)

이런식으로 창작물로는 다 파헤쳐지고 수명이 다한 창작물인 아서왕에게 
머나먼 동양의 한 나라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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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영국인들에게는 이 변화가 아주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본인들도 '아서왕은 참 자랑스러워~!'라고 떠들던 시기는 끝났거든요.

그리고 어차피 얼마나 창작물이고, 역사적인 근본이 없는지도 밝혀보고 혼내던 시기도 지나서,
'아이고, 이번에는 뭐 여자면 어쩔건데...'라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지요.

이건 이 "페이트"라는 작품을 만든, '타입문' 회사 입장에서도 정말 운이 좋은 것이었지요.
보다 노골적인 실존인물을 첫 소재로 썼다면, 지금보다도 더 소모적인 논쟁이 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영국인들에게 아서왕은 그리 신성불가침의 영역도 아니었고, 
창작물로는 이미 천년 가까이 닳고 닳은 소재였습니다.

아니 오히려, 머나먼 타국에서 '영국에 뛰어난 왕이 있었어!' 라고 주인공 소재로 써주니 좋으면 좋지요.

그래서 서양인들은 사실 '세이버'를 보면서 사실 별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조사하면서, '어떻게 생각?', '인상', '평가' 등등의 어휘로,
어떻게든 세이버에 대해서 "나 영국사람인데~"라고 평가하는 글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아 캐릭터 좋음!'하는 평범한 글들 말고는, 따로 진지하게 판 글도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찾아지지도 않습니다.
되게 신기하지 않나요?

자 이제 한국의 이야기를 잠시하고 마무리를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소재가 있을까요?

어떤 설정으로 등장해도 '아 이거 창작물임 크크크.'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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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귀신은 문화왜곡이라 반발할 것 같아서, K-POP 살인마를 만드는 나라 이상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물론 K/DA가 그랬듯이, '오히려 최신 트렌드라 좋아'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그런 측면에서는 응원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하지만, 아서왕의 이야기는 브리튼 원주민의 이야기에서 결국 영국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를 신성하게 모시기만 한다면, 앞으로는 나타나지 말라고 치워버리는 것과 같은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창작물을 여러분이 한번 만들어본다고 생각해보시겠어요?

고려시대 사람을 함부로 다뤄도 안되고,
조선시대 사람도 안되고, 단군 할아버지도 안되고, 현대 정치인도 안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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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결국 근미래 설정의 형광머리한 K-POP 아조씨 말고는 어떤 문화 심볼도 현대사회에 허락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게 한국인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흔적이 맞기나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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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21/07/19 13:32
수정 아이콘
일본인지 중국 가챠게임에서 한국 서비스할때 유저들을 위해 이순신 TS 캐릭터를 냈다가
한국 유저들의 비판에 캐릭터 자체를 삭제했다는거 보고
앞으로도 한국 역사 인물 관련해서 저런게 나올 일은 거의 없겠구나 했습니다.
21/07/19 13:50
수정 아이콘
검열의 기본 원칙이 무언가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그런 의미에서는 검열강국이지요. 어떤 것이든 논란으로 만들어서 다루는 것을 부담스럽게 만드려고 하고 있으니까요. 이러다가 후대보기에 기록이 모자랄까 걱정됩니다.
공항아저씨
21/07/19 14:24
수정 아이콘
유머게시판 이순신 장군 관련 게임캐릭터 글에 이런류의 댓글을 달았다가 개처맞았는데 아쉽네요. 이런 사례가 있었군요.
나른한날
21/07/19 17:45
수정 아이콘
아마도 송시열이었던듯
21/07/25 20:39
수정 아이콘
삼국지 인물들 TS한 게임이나 만화는 한국에서도 잘만 서비스 되고 팔리고 즐기는 사람도 넘쳐 나는데
이순신 TS 한다고 난리 난건 개그였다고 봅니다.
StayAway
21/07/19 13:33
수정 아이콘
드라마에서 조금만 악역으로 나와도 난리치는 이나라에서 뭐..
21/07/19 13:52
수정 아이콘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굳이 이름을 '이순신'으로 쓴, '그 비열한 저의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던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흐흐흐, 뭐 그 드라마 자체가 사실 되게 괴작이라서 그런 어그로를 더 끌은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참 생각해볼수록 웃긴 헤프닝이었습니다.
나주꿀
21/07/19 13:4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서 저런짓을 했다간 종친회가 가만있지 않겠죠 크크
방과후티타임
21/07/19 13:44
수정 아이콘
아서왕도 팬드래건종친회가 있었다면 난리쳤을지도요....크크
거짓말쟁이
21/07/19 13:50
수정 아이콘
사실 종친회가 남아있을 정도로 사실성이 느껴지는 인물이면 영국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현재 영국 왕가의 19세기 인물이라거나.. 현재도 위세를 떨치는 영국 귀족 가문의 선조를 찌질이로 만든다거나..
StayAway
21/07/19 13:53
수정 아이콘
성씨의 절반이 근세에 어영부영 이어진게 현실인데
그 종친회 중에 진짜 그 사람 핏줄이 얼마나 있을지..
21/07/19 13:56
수정 아이콘
사실 종친회라는 집단도, '그냥 어르신들 사교집단'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힘을 보태주지 않으면 아무 힘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 창작물의 경우에도 가끔 그런 집단이 항의를 하는데, 적당히 합의보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도 눈여겨 볼만한 요소는, 서양 지역사의 경우에는 (뭐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습니다만) '지역사료, 유물' 같은걸 어차피 종친회 통해서 자료조사를 받고 출판하기에 법정다툼은 잘 안가더라고요.
깃털달린뱀
21/07/19 13:4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단일민족(이라고 자평하는) 단일문화의 한국인 입장에선 여러 종족이 혼란하게 뒤섞이고, 문화적 영향도 받고, 차용해서 뒤집어 쓰고 하는 유럽인의 인식과 문화는 생소할 수 밖에 없지요. 심지어 그런 다원주의와 민족주의 열풍이 이미 지나 탈종교화 탈민족화를 겪다가 이슬람 난민과의 대립으로 다시 뭔가가 형성되려 하는 굉장히 복잡한 형태라.

전 한국도 슬슬 단일민족의 신화를 버려가는 중이고, 본격화 될 이민과 맞물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아노미 상태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도 반쯤 박제 되어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우리의 '전통'이 같이 해체되고 재해석 될지, 아니면 무너지기 때문에 더더욱 절박하게 잡아 집착하게 될지 미천한 현대의 저로서는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21/07/19 14:01
수정 아이콘
제 친한 친구 중 하나가, 입만 열면 '한국인의 문화에는 미래가 없어'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무슨 극단적인 말이냐 싶겠지만, 한복을 좋아해서 한복 입고 서울 돌아다니다가 '빨갱이 XX!'하면서 해코지 당한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 친구하고 개인적으로 잘 맞아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그 친구가 하는 말 중에는 "한국 사람은, 뭔가 옛날 물건이나 풍속을 발견하면, 박물관이랑 위키에 써넣고. '옛날엔 이랬고요. 요즘은 안 합니다.'"라고 갱신해두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 그러더라고요.

'요즘 누가 그 게임해? / 요즘 누가 그런 옷을 입어? / 요즘 누가 그런 노래 들어?' 그리고 그게 선비정신이라고요. '나는 세상에 뒤쳐지지 않고 있다. 모든 현안을 알고 있다.'라는 쾌감.
류지나
21/07/19 13:43
수정 아이콘
페이트 시리즈가 첫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서번트는 '신령 또는 신령스러운 무언가'의 담당이었지 역사 인물의 담당이 아니었습니다. (중요)

세이버 - 본문대로 실존인물인지도 의심스러운 전설
아처 - 가공 인물
랜서 - 아일랜드 계의 신화 등장인물
캐스터 - 그리스 신화 등장인물
버서커 - 그리스 신화 등장인물
라이더 - 그리스 신화 등장인물
어쌔신 - 유일한(?) 실존 인물로 추정... 일본인

교묘하게 TS나 야겜화의 비난을 피해갔던 걸뢰
21/07/19 14:03
수정 아이콘
아하. 그렇군요! 게임 시리즈로 '페이트'를 잘 모른다는 점이 글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싶었는데, 좋은 설명 감사합니다.

아스톨포는 실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스톨포가 좋아요! 정말 최고의 기사님이에요!

타입문 쪽에서 확실히 논란의 여지는 기가막히게 차단중인것 같습니다. 전설이나 민담의 존재가 고소를 할순 없으니까요.
류지나
21/07/19 14:05
수정 아이콘
야겜이 아닌 FGO에서는 실존 인물도 간간히 나오지만... 야겜이 아니니까 그 정도는 허용범위인 거 같습니다.
거짓말쟁이
21/07/19 13:44
수정 아이콘
융숭-하다 x

대우하는 태도가 정중하고 극진하다

융성-하다 o

기운차게 일어나거나 대단히 번성함.


전에 Farce 님 댓글에 내용이 풍부해서 읽기 즐겁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번 글도 잘 읽었습니다. 샤를마뉴와의 짬뽕 등 짜집기의 역사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을 보니 이해하기 쉽네요
21/07/19 14:09
수정 아이콘
거짓말쟁이님, 진심된 댓글 감사합니다 :D !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크크크, 제가 피동/사동에 약한지, 글을 쓸 때는 문제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만들어짐을 줬습니다' 같은 식의 괴상한 문장이 꼭 몇개씩 나오더라고요. 다음에는 좀더 신경 써보겠습니다.

이런걸 보면, 확실히 유럽 문명이 좀더 '국제교류'의 역사는 빨랐던것 같습니다. 하나의 기독교 세계가 이런저런 요소를 주고 받는다는 요소는, 확실히 아무리 '중원'이 있었어도, 동아시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요.
SkyClouD
21/07/19 13:45
수정 아이콘
고려제일방패 척준경(女, 15세)와 그의 절친 왕자지(男, 13세)의 전설 같은거 어떻습니까?

사실 우리나라도 퍼리 애호가 단군왕검과 쿠마미미 웅녀의 사랑 같은건 이미 나오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가까운 려말~조선조 이야기가 아니라면 큰 반발은 없을거라고 봅니다.
21/07/19 14:11
수정 아이콘
단군 할아버지도 나름 공휴일에 한 방을 가지고 계셔서, 좀더 메이저하게 올라온다면 나이 많으신분들이 또 이 '이슈'를 어떻게 이해하실지 벌써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합니다...

빨리, 소드마스터 척준경은 평범한 액션 작품으로 나오고, 전우치도 2편이 나왔으면 합니다, 흑흑흑. 창작물이 돈이 된다는걸 이해해야 마침내 풀어줄까요. 아니면, '이렇게 중요한 산업'에 더 엄근진한 기준을 들이밀까요. 으윽...
SkyClouD
21/07/19 14:19
수정 아이콘
사실 TS홍길동 기대중입니다.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마음이..."
"오라버니라고 부르라니까!!"
AaronJudge99
21/07/19 14:40
수정 아이콘
헐 끌린다
마술사
21/07/19 13:50
수정 아이콘
TS자체는 문제없겠지만....마력주입을 당하는건 좀...
21/07/19 14:13
수정 아이콘
사실 타입문에서도 아서왕 족보 세탁처럼 세탁(?)하려는 요소가 하나 있다면, 초기 게임들은 말 그대로 '야겜'이었다는 것이지요 크크크크. 무슨 말씀이십니까, 페그오는 온가족이 즐길수 있는 모바일 게임입니다!?
삼비운
21/07/19 19:22
수정 아이콘
이거야 말로 홍길동이네요. 야겜을 야겜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허긴 페스나 야겜씬은 정말 그 본질적인 무엇으로서는 빵점이었습니다. 꼴릿한건 없고 그냥 빨리 다음 이야기 진행하라고.. 라는 생각밖에 안드니..
두둥등장
21/07/19 13:51
수정 아이콘
잘 읽고갑니다
21/07/19 14:23
수정 아이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항아저씨
21/07/19 14:02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21/07/19 14:23
수정 아이콘
이런 댓글은 매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21/07/19 14:02
수정 아이콘
아저씨들 201x년에 백만아서왕이라는 어마어마한 게임이 있었다는걸 알고 계시나요.

한국에서도 꽤나 여러사람 지갑을 후려쳤다는 FGO이전의 아서 TS! 백만아서왕.... 그립읍니다. ㅠㅠ
류지나
21/07/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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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게임이었는데 개발자가 빤스런해서 터져버렸다는 전설의 게임 (...)
거짓말쟁이
21/07/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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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숟가락 어쩌고 하던...? 그 게임 국내 유통사 주가가 몇배로 폭발했던 기억이..
21/07/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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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출현! 그 작품인가요 크크.

어 그런데, '남행자 닮은' (으아악 다른 더 적당한 표현이 생각이 안납니다) 금발 남자애가 주인공 아니었나요? 남자 아서 아니었어요? 으아아아?
류지나
21/07/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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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셋 중 하나 선택가능했습니다. 전형적인 모험 남캐. 전형적인 모험 백발 여캐. 중성적인(?) 남캐...
21/07/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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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적인 남캐... 아아... 제 인생을 이렇게 손해봤군요....
21/07/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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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을 한국 인물에 끼워맞추자면 '기자'가 떠오릅니다.
조선시대 내내 "자랑스러운 우리 조상님"으로 모시다가 중화문명이 몰락하니까 "사실 중국인이잖아? 없는 걸로 치자" 해서 사라져버린..
아케이드
21/07/1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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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 기자전설은 정말 어썸하죠
21/07/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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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보니 기자조선이라는 요소가 있군요!

좋습니다. 기자종친회도 없으니, 어서빨리 2D 기자소녀의 모험을...! 이라고 하니까 뭔가, 중국에서 먼저 만들어올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도 드네요 흐흐흐흐. 창작물이란 역시 복마전입니다.
21/07/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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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나 있으니깐…!
21/07/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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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나는 정말 사기죠~ 너프를 못하니까요!
Your Star
21/07/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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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시물에서 위인에 대해서 우리나라 위인은 다른 나라의 위인과 괘가 다르다는 어쩌구저쩌구 댓글이 있었나 다른 커뮤였나.

그게 한국은 외세에 저항한 성스럽고 존경받는 이미지라면 다른 나라는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아니면 특정 분야에 업적을 남긴 그런 거라거나…
근데 우리나라도 비슷한데 그냥 너무 보수적인 거라고 봅니다.
아, 글 내용에도 있네요. 창작물이라고 웃어넘길수가 없다고
21/07/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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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끝부분의 원래 논조는 좀더 공격적이었다가 혹시 저를 개인적으로 미워하시는 분이 생길까봐 제가 다시 손봤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창작물에서 '이 역사인물이 대단합니다.' 내지는 '이 역사인물은 좋은 소재에요'라고 생각해서 창작을 해본 역사 자체가 짧은 것도 한가지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역사소설'의 계보는, 일제시대에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신문연재에서 시작되니까요. 이런 시각에 갇혀서 '흠 하나 없는 민족영웅'이라는 식의 '위인전'식 인물관을 좀 벗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할까요?
21/07/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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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딴얘기지만 예전에 한국에서도 삼국지 캐릭 여캐로 만든 만화가 있었죠 삼국 장국전 장비
21/07/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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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소설의 주인공이 '삼형제'인건 좀 그러네요. 적어도 한명은 여자를 해야 '자연스럽'겠네요, 으음?
이브나
21/07/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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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고전 문학은 홍길동이 가장 가능성 높지 않을까 싶어요
당장 흑인 홍길동만 해도 쩌는데? 하잖아요
21/07/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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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존인물이 도저히 특정되지 않는 설화가, '페이트'가 그러했듯이 시작하기에는 가장 좋은 지점인것 같습니다.

실존하는 유족이 없으니, 여자든, 남자든, 아스톨포든 만사가 오케이! 홍길동도 한번 미친 변용을 보고싶네요 크크크.
룰루vide
21/07/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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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서왕은 처음에 엄청 욕먹다가 나중에 오덕의 영향이 커져서 문화승리가 된것 아니였던가요
오덕의 문화승리를 가지고 해외에는 ts에 관대하다라는 말은 잘못되었을수도 있다고생각합니다
다른예이지만 마블/dc만 하더라도 창작캐릭터이지만 설정변경하나가지고도 터지는 경우가 여러번아니였던가요
21/07/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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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제가 아주 자료 조사를 잘못한게 아니라면, 서양권에서 욕 먹은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일본녀석들 맨날 남자를 TS나 하네'라고 공격했던 글이나 좀 보이고요.

또한 역사인물을 TS로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는 좀더 큰 주제라서 다루지 못하였습니다. 일본의 '모에' (이제는 지나간 표현이 되어버렸군요~) 매체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이런 '역사 TS물'의 역사에 대한 브리핑을 드릴텐데, 애석하게도 저는 영문학/설화 같은 것에 관심이 있지, 그쪽은 대충 알아서요.

서양 코믹스 또한 제가 잘 몰라서 함부러 첨언하기 그렇습니다만, 쉬헐크고, 스파이더맨을 잠시 MJ가 해준다던지, 오히려 히어로의 여성형을 한번씩 껴넣는걸 즐기지 않나요? PC주의 쪽 글로도 한번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제가 관심 있는 주제여서요.
룰루vide
21/07/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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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total&no=5797978
제가 영어를 검색못해서 못찾겠는데..
반대하는 사람도 여럿있었더라는군요 단지 지지하는 세력(2006년쯤 애니방송당시 시청률1위)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반대속에서도 그냥 진행되었다는군요
페이트(2004년작품) 처음 소개되었을때 레딧반응을 한국어로 번역했을때 엄청나게 나쁘게 반응했던 것으로 나왔죠
21/07/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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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사의 원전이 되는 영어 원문글을 찾기가 정말 힘드네요.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2000년대 기사글 같은건 외국 일간지도 저장이 안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요.) 확실히 룰루vide님이 주신 단서를 바탕으로, "Fate/Stay Night" 첫 애니화를 검색어로 써보니, 첫 작품에 대한 비난이 나오긴 하네요. "왜 굳이 아서왕이 여자임? 팔아먹으려고?" 식으로 부정적인 말도 보이고요.

https://myanimelist.net/anime/356/Fate_stay_night/reviews
https://tvtropes.org/pmwiki/reviews.php?target_group=Visualnovel&target_title=FateStayNight
다만 이 제한적인 비평들에서도 작품 자체가 엉성하다보니, 여자 아서왕도 웃기다는 식의 말이 많지, 세이버라는 캐릭터 자체가 문제가 있다던가, "아서왕에 대한 신성모독이다!", '일본인은 왜 TS를 하는가'? 라는식의 빌드업은 (물론 오타쿠 사이트 들어가서 기입된 리뷰를 보고 있는 제 자료접근의 한계일것 같긴합니다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이리 "일곱 개의 대죄"에 대해서 '아서왕 왜이리 약하게 나옴? 영국 모독 아님?'이라는 리뷰는 인터넷에 많이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찾아보니 남자 아서왕이군요. 음음... TS보다 어쩌면 약함이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크크.
VictoryFood
21/07/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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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아직 고전 문화를 변용하는 것보다 제대로 구현하는 걸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고전이면서 현재 트렌드에 잘 맞는 구운몽이라는 고전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21/07/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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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간문화재'가 창작물을 만들면, 지원금이 끊깁니다. '제대로' 되지 않은 짓이나 한다고요.

그래서 판소리를 들으러가면, 대학생/대학원생들이 다 종이 하나 펴놓고, 녹음기 켜놓고 있습니다. 대목이 잘 안들리면, 교수라는 사람들이 '다시 해주시겠어요?'라고 요청하고요. 판소리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뭐 거의 살아있는 녹음기 수준이죠. 현대에 새롭게 판소리 마당을 만들어보자, 라는 프로젝트는 여러가지 이유로 좌초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게 '문화가 상관없는 영리활동'을 하면 지원금과 자격이 박탈됩니다.

아서왕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달라는 팬드래곤은 다 죽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대로'는 하나도 옛것이 소중한지도 모르는 현대인의 교만입니다.
abc초콜릿
21/07/1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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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샤를마뉴 시대에 라틴어가 사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는 거죠. 당대에 서로마가 몰락한 후 현지 언어랑 섞이면서 야매 라틴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이었는데 라틴어순화운동이랍시고 이걸 다시 로마 제국 시절의 라틴어로 복고하였지만 결과적으론 옛 모습을 간직했을지언정 현실과는 완전히 괴리된 학술 언어로 전락해버린 것이 라틴어. 그 덕에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서 학술 언어로는 생명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정작 라틴어도 로마 제국 때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항상 변했던 건데요. 공화정 시기에도 왕정 시대의 라틴어 싯구를 당최 뭔 뜻인지 모르겠다는 기록도 남겼는데, 결국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건 죽어버린 과거의 유물에 불과한데 예나 지금이나 "과거의 어떤 순간"이 이상적인 지점이고 거기서 결코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나봅니다
VictoryFood
21/07/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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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같은건 이미 제대로 구현되어 있는 편이죠
우리 옛 문화는 그정도로 구현되어 있는 것도 얼마 없으니까요.
한 20년 전이었나 라디오에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라고 전국 각지의 노인들을 찾아가 그분들에게 전래 노동요 등을 녹취한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라디오 광고 사이사이에 나왔었죠.

요즘에는 그런 옛 문화 보존에 대한 시도 자체가 잘 안 보이더라구요.
뭐 학술적으로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중들에게 공개하는게 중요하죠.
배추도사 무우도사 처럼 우리 고전 설화를 만화로 만드는 시도도 없구요.

현재 한국 대중들에게 있어서 고전 문화는 몇몇개에 제한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 고전 문화의 개수 자체를 늘리는 시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우치전 같은 영화 참 좋아했는데 그런 것도 원전이 먼저 정비되어 재창조 할 수 있는 거니까요.
21/07/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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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기전에서 '바투'를 만들었다가 무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장기협회는 맨날 싸움(물리)나 하지, 제대로 대회를 열어보지 못한지도 오래되었습니다. 판소리는 말씀하신 것처럼 그나마 큰손도 있고, 실용음악으로 이동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인기종목'이라는 말도 듣지요.

어디 협회가 썩었다, 대중이 무관심하다, 정부에서 돈을 안준다, 뭐 탓을 하려고 하면 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이들이 똑바로 일하는걸 지원하느니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느니 그런 층위를 떠나서, PGR에 소재를 올려서, 어디 라노벨이나 인터넷 소설 연재하실 뿐께서 영감이나 받아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습니다.
21/07/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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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이상하게 아시는 것 같네요... 사장되어간다지만 판소리의 변용과 공연 자체는 지금도 꾸준히 되고 있고, 대목 잘 안들린다고 '다시 해주시겠어요' 이런 무례한 소리 하는 교수들은 잘 없습니다; 민요 채록하고 착각하신 것 같은데, 궤가 다릅니다.
21/07/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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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가 가서 본게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냥 사람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제대로'라는 것 때문에, 속칭 '연구자'라고 배운 사람들 끼고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이수자에서 보유자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인간문화재 자리는 한정되어있고, 모든 이수자가 보유자는 되지 못하니까요. 누가 보유자가 되는지는 사회가 다 그렇듯이 어느정도 정치적인 안배도 있고요. 더 자세히 말하면 개인이 특정되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21/07/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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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저도 여기까지;
21/07/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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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좀 놀라운 이야기여서 공격적으로 댓글 단 점은 사과드립니다.
21/07/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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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아닙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저도 이런 댓글을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썼어야했는데... '이런 현실도 있습니다!'라고 갑자기 저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나왔네요...

다음 글은 좀 더 따뜻한 주제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21/07/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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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덕분에 원래 모르던 업계(?)의 어둠을 하나 더 알게 되어서; 오히려 안목을 넓혀주신 셈이어서 감사합니다.
저도 좀 더 조심하고 넓게 봐야겠습니다;
리자몽
21/07/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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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오면 페미 + PC가 출동하겠죠
VictoryFood
21/07/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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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화 가즈아
리자몽
21/07/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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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헛...
실제상황입니다
21/07/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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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도 Farce님의 위 댓글에 동의합니다. '제대로'라는 구호에는 생명력이 없어요. 그런데 죽어가는 고전이나 전통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생명력과 활력이라고 보거든요. 물론 '제대로' 구현해보려는 분들의 노력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그게 우선일 이유는 없습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러면서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21/07/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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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구운몽 자체가 중국 배경에, 중국의 고사와 소설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위 '국격' 같은 문제를 생각하면 적절하진 않을듯 합니다.
류지나
21/07/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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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지적인데, 우리나라는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게 민족적 특징이라고 했더군요. 하다못해 음식점만 해도 '원조 맛집'이라던가 '~~십년을 이어 내려온' 등등... 이유는 우리나라가 반도국이고 외세의 침략이 잦았기 때문에, 혼혈을 배척하는 경향이 강해져왔다는 걸 들었습니다. 작은 민족에서 혼혈의 탄생은 곧 민족 정체성의 분열이고 그것은 생존불가능을 나타낸다나 뭐라나.
AaronJudge99
21/07/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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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 "혼혈"이라는 분들도 많아질 테고...아무래도 [한민족 한국가]뭐 요런것도 30년만 지나도 사라질것 같은데....사회적으로 진통이 어마어마할거같아요....
21/07/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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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히려 좀 다르게 봅니다. 윗덧글 중에서 하나에서 말씀드렸듯이, '선비정신'이 이 나라를 망가트리고 있다고 봐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요식업자만 봐도, '우리 할아버지가 여기서 여행자들에게 스프를 해줬음. 70년째 맛이 안 바뀜. 맛이 구닥다리라고요? 너가 뭘 아세요 이방인?' 이런 느낌인데, 요즘 대한민국 요식업은 '대만 카스테라', '키오스크 설치', '미국에서 먹어보는 그 브랜드', '동남아시아 전통 음식'을 추구하고 있지요.

뒤쳐지면 죽는다, 지금 제일 최신이 무엇이냐, 뭐가 낡았고 버릴거냐? 라는 키워드에 남녀노소가 목숨을 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1/07/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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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잘 설명하는 키워드가 '다이나믹'이라고들 하지요.
전통문화를 모조리 갈아버리고 항상 '신상', 'something new'를 추구하는게 한국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
근데 문화보존이랍시고 은마아파트같은 구축아파트 보존하자면 그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

원래 이런 전통문화가 현대문화로 넘어오면서, 어떤것은 유지되고 어떤것은 변형되면서 넘어왔어야 했는데..
한국은 급격한 식민지배/6.25로 인한 문화 리셋 + 급격한 현대화로 인한 서구적 현대화 추구가 함께 짧은시간에 마구 밀어닥치면서 제대로 넘어오지 못한 경향이 있죠.
그러다보니 더더욱 '제대로'라는 단어에 집착하는게 아닐까 싶고요.

그나마 요즘에 와서야 한복을 비롯한 전통문화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걸 보면, 결국 먹고사니즘이 해결되야 가능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국다운 문화라는건, 어떻게보면 이제부터 새로 쌓아올려가야하는 무언가가 되는거겠죠.
삼비운
21/07/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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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무리 그래도 모조리 갈아버린건 아니죠. 옆에 모조리 갈아 버려서 남에꺼 자기꺼라고 우기는 나라가 실제하는데...
21/07/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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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옛 민담, 설화에서 가져온 한국형 캐릭터중에 잘 된게 뭐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당장 생각나는건 롤의 아리뿐이네요. 이마저도 구미호는 한국 고유의 소재가 아니긴 합니다만..
21/07/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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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리는 저는 정말 대한민국 역사에 이름을 박아넣어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우구슬'이 Korean한 요소로 세계에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흑흑 대파가 죽은지 몇시즌째인데, 제발 다른 좋은 템 찾아서 전성기좀 다시 찾아주세요, 라이엇!
21/07/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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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구미호는 한중미가 공유하는 키워드이긴 합니다만.. 3국의 구미호는 전부 세부적으로는 다르니까요.
꼬리9개 달린 여우라는 외형을 제외하고는, 아예 별개의 요괴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7/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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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저는 그래서 조선구마사의 상상력과 그 시도를 높게 칩니다. 외세의 영향이 있었다면 그거야 안타까운 일이겠습니다만... 거기서 시도됐던 역사 비틀기는 그 어떤 잘못도 없다고 보는 게 맞죠. 다만 타인의 불쾌함은 실제적인 권력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니까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 이게 비단 역사 재창조와 관련된 문제만은 아니겠죠.
abc초콜릿
21/07/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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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양의 대체역사물에서는 더 막나가는 것도 수두룩 해서 작품 외적인 면에서는 신경 쓰지 말고 작품 내에서 개연성과 재미만 확보되면 그만이라 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이 2차대전에서 이기고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대체역사 무진장 많지만 2차대전은 애당초 독일이 이길 수도 없었고 설령 이겼어도 나치 체제는 절대 오래 못 갈 운명이었다는 걸 이유로 "현실성 없다!"라고 태클 거는 건 NG라고 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했으니까 재미가 있는 거고 작품 내에서의 전개가 말이 되느냐만 따지면 되는 거지 설정 단계에서 그게 현실성 있냐 없냐를 따져버리면...
실제상황입니다
21/07/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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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심지어 한국 고전 소설 중에서도 그런 게 있죠 크크... 저도 현실성 따지는 건 NG라고 봅니다(굳이 현실성 따져가며 평가하는 것도 일종의 놀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요). 근데 조선구마사 사건은 매체의 문제도 있긴 했을 거예요. 그때도 말한 거지만 TV 드라마는 대중들의 반응에 훨씬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구나 중국 논란도 있었구요. 저희 나라가 꽉 막혀 있긴 해도, 나랏말싸미 같은 영화도 꽤나 옹호받곤 했으니까요. 물론 얼마 안 가서 정사를 다소 무시하는 듯한 감독의 인터뷰 탓에 여론이 결국 돌아서긴 했지만요. 그리고 조선구마사보다 더한 대체역사물이야 국내에도 좀 있긴 있을 겁니다(근데 조선구마사는 애초에 대체역사물조차 아니고 그냥 역사를 소재로 빌려온 판타지물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소설계는 그래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닫혀 있긴 하다고 봅니다 저도.
21/07/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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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를 '한국창작물의 참신한 시도'로 기억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 거꾸로에 가까우니 참 속이 쓰린 일이 아닐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댓글에서도 반복되는 주제지만, '대중이 과연 변용을 원하기나 하는가?'라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이기는 하지요. 원하지 않는걸 강제로 한다고 좋아할 사람도 없는데, 우길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다만 그렇게, 옛 문화를 옛것으로만 보존하려고 한다면, 살아있는 시대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좀더 위기감을 가졌으면 한다는게 제 생각이라는 것이고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 조선구마사보다는 더 나은게 나올거라 믿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7/19 15:14
수정 아이콘
윗댓에서도 말했지만 나랏말싸미 때를 돌이켜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용인해주는 수준은 된다고 봅니다. 창작의 태도가 조심스럽긴 해야겠죠. 정사는 쿨하게 인정한다는 의견을 따로 발표한다든지... 다들 좀 쿨해졌으면 좋겠네요. 뭐 쿨찐이라고 욕하실 분들도 상수로 존재하겠지만요.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레벨8김숙취
21/07/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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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달빠냄세가 이렇게 나나 했더니......
21/07/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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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댓글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사실 저는 '달빠'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습니다 크크크크. 저는 그 시기에 '동방프로젝트'에 한참 빠져있었거든요. 지금도 그래서 사실 그쪽 작품은 진짜 아는게 없습니다. 그래서 세이버가 나오자마자 글이 허겁지겁 끝나는것은 고의입니다 크크.
21/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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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예전에 '아서왕 여기 잠들다'라는 소설을 봤었는데, 아서왕이 작은 전투에서 이긴 걸 엄청 큰 전투에서 이긴 것 처럼 부풀리고, 엑스칼리버를 물 속에서 얻는 장면을 마술쇼처럼 연출해서 사람들을 속인거다 라는 등 아서왕이 스스로 위대하고 신화적인 인물로 인식되게끔 조작하는 그런 내용이였죠. 아서왕의 전설이 사실과 허구가 경계없이 뒤죽박죽된 이야기다보니 이런 식으로도 해석해서 2차 창작을 할 수 있구나 신기했었네요.
21/07/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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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좋은 예시를 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영문과 수업에서 듣던, 말로리랑 테니슨의 이야기나 좀 껴넣었고, 사실 아서왕을 다루는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예시가 있어서, 대충 페이트로 뭉개버렸는데, 정말 정말 좋은 예시입니다. 고맙습니다.
21/07/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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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전설과 fate 이야기는 좋은 예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써 주신 글의 내용을 봐도 '역사 속 실제인물'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보여서...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결론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서구권에서 뱀파이어 헌터 링컨 대통령 같은 게 튀어나오는 거 보면 부러울 때가 있어요.
21/07/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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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죄송합니다. 저도 확실히 이번 글은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아주 잘아는 주제에 대해서만 조사를 철저히 해놓고, '질문만 받습니다~'라는 건방진 글을 쓰는걸 선호하는데, 영국역사만 좀 알고, 아서왕 문학은 살짝만 알며, 페이트는 모르는데 어설프게 시도한 티가 팍팍나네요 흑흑... 그래도 SEO2015님 같은 분들께서 댓글로 글을 완성해주시니 저는 PGR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마지막의 선동을 위한 빌드업 글이었습니다. 까짓거 이방원도 한무력 하시는 왕이신데 흡혈귀 사냥을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참 이렇게보면 조선구마사는 어쩌다가 그 좋은 빌드업을 실패했는지 모르겠네요 크크크크. 뭐 그래도 우리는 '킹덤'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앞으로도 별별 이상한걸 볼 수 있을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21/07/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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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구마사는 중국 문제와 엮이면서 옹호의 여지를 날려버린 게 크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소위 고전들도 중국과 엮인 게 너무 많아서(...) 앞으론 오히려 더 힘들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도 있네요.
그래도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으니 말씀하신 대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성향이라지만 웹툰계에서 심청전을 재해석한 <그녀의 심청> 같은 작품도 있었으니까요.

ps. ts 생각하니 수년 전에 송시열 모에화? 였던가; 시도되었다가 그것도 홍역을 한 차례 치렀다고 하던데, 앞으로 그런 시도가 나올 수 있을진...
21/07/2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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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사는 그 왜곡의 목적이 의심스러워서 까인..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이완용이 사실 환생30회차고 조선을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하다가 닥터스트레인지처럼 29번의 일처리 해본 결과중 한일합병이 최고의 결과였다 뭐 그래서 현재 역사처럼 진행하는 대체역사물 이 나왔는데 작가나 그 자료나 돈을 제공한게 이완용 후손들이다 이러면 ..

나랏말쌈이도 별 말 안나오다가 감독 인터뷰 2번으로 터져버린것처럼요.
21/07/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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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얼음과 불의 노래,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표절 그 자체군요! 가암히이 영국 역사를 표절하다니. 크크 농담입니다.
21/07/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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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크크. 영문학과 전공자 입장에서 얼불노를 해체하자면 정말 끝이 없습니다. 나중에 한번 글로 찾아뵈면 좋겠네요 크크크크크크. 정말 중세 영국의 소재랑 소재는 가져다가 다 썼지요.

그래도 영국의 역사의 변용이라니, 우리도 창작물에 한번 '조선의 역사의 변용'이라고 제대로 된 글로벌 판타지 하나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이나마 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21/07/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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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시리즈는 어떨까요? 크크.
21/07/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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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불노 칠왕국은 '역사적 앵글로 칠왕국'의 판타지 변형이지만, 킹덤은 그래도 '조선' 그대로 아닌가요 크크. 완전히 새로운 세팅이면 정말 역사에 남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피마새 영상화좀....
21/07/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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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위인이나 문화에 대해 공동체의 정체성이 침범당한다고 인식하는 정도가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아서왕 전설은 그정도까진 아니고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경우는 좀 크게 침범당한다고 인식되는 거겠죠

조선구마사 사태같은걸 겪으면서 사실 지금 상태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민족주의적인 생각에 더 끌리는 것 같습니다 크크
21/07/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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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의 예시는 확실히 근현대 인물의 묘사와는 좀 거리가 있는 주제이긴 합니다. 다른 분들께서 지적했듯이 오히려 한국에서도 세부사항에는 별 생각없는 '웅녀' 수준의 창작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공동체란 '상상의 공동체'이고, 그 빈틈이 많다는 이야기도 덧붙여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구미호'도 범아시아적인 이야기지, 한국 설화라기에는 거리가 먼것처럼요.

문화제국주의로 주제를 넘어가자면 더 복잡해진다고도 저도 생각합니다. 그래도 결국 많은 창작물이 있어야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는' 것처럼, 근본없는 선동에 더 강해질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시린비
21/07/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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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페이트 시리즈 서번트를 시대순으로 정리해 놓은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쉽네요 찾아봤는데 없네...
나이팅게일을 광인클래스로 해놔서 미친소리하지만 후손이 괜찮다고 한 이야기는 들어봤던거같은데
에디슨이나 테슬라도 많이 이야기되는 편이고 일본쪽은 신선조쪽이 그나마 최신인듯한데 얘네도 온갖곳에 나온지 오래고
나폴레옹..? 반고흐..? 안데르센...? 뭔가 이것저것 많이는 했는데 큰 문제는 없었던것도 같고 그만큼 잘 피해온건지 아니면 다 그렇고 그런건지
abc초콜릿
21/07/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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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후손이 자기 고조할머니를 보고 자위하는 게 과연 옳은 건가 아닌가 고뇌했다는 얘기는 본 적 있었는데 괜찮다고 한 적은 있었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뭐 비슷한 사례로 미드웨이 참전용사의 후손이 벽람항로에서 아카기, 카가를 보면서 자위하면 어떤가 고뇌했던 경우도...
시린비
21/07/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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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1120012

검색하니 제가 봤던건 이 내용이었던듯 돈 마인이라고 몇번 얘기하는 듯 해서
21/07/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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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도 사실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요. 나이팅게일도 '백의의 천사'가 사실은, 당시 영국군들 장교진을 갈궈서 '아니 이렇게 전쟁을 어떻게 합니까?'라고 억척스럽게 개혁을 이끈 수완좋은 행정가에 가깝다는 것도, 현모양처 이미지를 깨부수는 것이 트렌드가 된 현대나 되서야 다시 사료에서 발굴해나가고 그런다니까요.

그런걸 보면, 창작물과 역사재인식은 선순환을 일으킬수도 있다고 봅니다. 무조건 '이들은 제대로 묘사를 못할거야'라는 색안경도 위험하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소재조사'를 똑바로 해주지는 않기도 해서 걱정이지만요... (사실 저는 역덕후가 된 계기가, 옛날 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에서 문명 백과사전이 있어서였는데요. 지금보면 틀린 관점이나 낡은 학설도 많고, 최근에 '결정판'이 나오면서 다 뜯어고쳤는데도 '위키만도 못한 서술도 많다'이런 평가를 받더라고요 크크크. 그래도 게임내부의 사전이면... 딱 그런 소개글이면 괜찮듯이. 결국 작품에서 다룰수 있는 수준의 한계가 있는것도 맞는것 같고요.
음란파괴왕
21/07/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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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게 선이 잘 타진 케이스라고 봅니다. 영국이라고 건드리면 안되는 역사적 인물이 없을리가요.
시린비
21/07/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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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부터 안될지 생각해보는 것도 한 재미겠는데 그만큼 영국에 대해서 잘 몰라서 이야기하기가 어렵군요..
아서왕 신화 빼더라도 현재 페이트에 나오는 영국쪽 서번트는
부디카, 로빈 후드, 프랜시스 드레이크, 윌리엄 셰익스피어, 너서리 라임,
찰스 배비지, 헨리 지킬 & 하이드, 셜록 홈즈, 제임스 모리어티, 잭 더 리퍼 정도 라는 거같은데
반절은 가상인물이나 설화인걸 보면 잘 빠져나가고 있는 듯도..
음란파괴왕
21/07/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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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네들도 마력주입 하나요...? 그건 좀 무서운데요.
시린비
21/07/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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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이었던건 원본 Fate S/N과 그 여담인 H/A 까지고 이후로 나온 수많은 파생작들은 야겜이 아니기에 그런건 없습니다..
부디카의 경우 엄청 미묘한 옷을 입은건 둘째치고 네로황제를 서번트니까 용서한다고 해서 논란이 있던 정도..
21/07/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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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장 호레이쇼 넬슨 같은 경우도, 요즘 들어서는 '뛰어난 제독이었지만, 또 참 일편단심 불륜남이기도 했다'라는 평가가 자리잡았지만, 엄숙주의가 심하던 20세기 영국사학계에서는 '국민적 영웅에게 무슨 찌라시를 묻혀!'라면서 역정을 내고는 했으니까요.

'왕좌의 게임'으로 중세 영국 붐이 다시 온 이유도 "정말로 영국의 '왕'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간악하고 찌질한 술수를 썼단 말이야!?"라는게 재발굴된 점도 있지요. 흐흐흐, '피의 결혼식'은 스코틀랜드의 실화를 조금 더 자극적으로 고친 것에 불과하다죠~. 정도전에 등장하는 이성계의 경우도, 10년이라도 더 일찍 그렇게 영상화를 하려고 했다면 '북한 사투리를 쓰는 조선 태조가 뭐냐?'라고 한소리 들었을 것입니다.

참 '선'이라는게 어렵지만, 한번 잘 타주면 '철퇴의 이방원', '셰익스피어의 소년왕 헨리 6세'처럼, 역사보다 더 역사적인 이미지가 되기도 하니까요. 타입문은 이제 워낙 덩치가 커져서, 이제는 함부로 모험같은걸 안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잃을 것도 많아졌죠 크크. 하지만 계속해서 '역사적인 이미지'를 흔들 카드를 아이디어 회의하면서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요?
성큼걸이
21/07/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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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페이트 세계관과 실존인물이 비슷한 캐릭터는 거의 없다시피 해서 다들 그러려니 하죠. 비슷한건 기껏해야 콜럼버스 정도...? 나머지는 실화 3할에 과장, 왜곡, 컨셉 7할을 버무린 정도겠구요
여담으로, 페그오로 타입문 세계관에 유입된 사람도 흔해서 요즘 애들은 "세이버"라 칭하면 그 많은 세이버 중 무엇을 칭하는 건지 의아해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조선구마사 사건은 본문의 예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봅니다. 그건 뱀파이어 헌터 링컨 같은 시도라기보다는, 파면 팔수록 세세한 부분까지 악의적으로 문화적 동북공정을 주 목적으로 한 티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음란파괴왕
21/07/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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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우리나라도 역사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해석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창작물도 많죠. 잘 모르니까 한국이라면 당연히 그런거 못하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21/07/1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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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나는 예시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광해군의 경우에도 '폭군' -> '불쌍한 찬탈자' -> '폭군'으로 '헤겔식 정반합'(?)을 거친게 기억나네요.

임진왜란이나 6.25의 경우에도, '우리가 대비도 못하고 당했다'에서, '국제정세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사료를 보니 대비를 하기는 했다.'로 옮겨지고 있고요. 창작물이 움직여야 역사계가 움직이는게 아니라, 사실 역사계에서 새로운 떡밥을 물어오면 창작계가 영향받기도 하고요. 음음 그건 확실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군요.
21/07/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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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조선구마사 사건은 '한국인의 창작시도'와는 하나도 안 비슷한 사건이여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처럼 '창작물을 만들건데, 이쁜 여자를 집어넣으면 사람들이 좋아할테니 넣어봐야지'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사건이었지요.

다양한 세이버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시니 저보다는 잘 아시겠지만, 제가 이 글을 위해서 조사를 해보니, 이 '세이버'를 디자인하면서도 되게 고민을 많이한 결과물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성적이지 않고, 국왕의 기품이 있으며, 앞으로 이야기가 폭력적으로 흘러도 위화감이 없도록... 등등. 제가 타입문 작품들을 몰라서 함부로 말하면 실수밖에 안하겠습니다만, 그래도 타입문은 정말 캐릭터들을 잘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제국주의자들에게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도 한번 비슷한 시도를 하는걸 보고 싶은게 제 희망입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12년째도피중
21/07/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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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는 포기했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진짜 위인" 류의 글들이 [JPEG]포맷으로 돌아다니는 시점에서 그냥 울고싶어졌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창작이겠죠.
변용은 좋다고 하지만 그 변용이 정말 심한 검열을 뚫어야 합니다. 사실 저도 그 검열을 하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대중의 검열이라는 것이 딱 무슨 느낌이냐면 과거 반기문 총장의 영어발음을 창피하다고 하거나 영어 되게 못하신다고 하는 딱 그러한 느낌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민족주의와 피해의식, PC까지 합쳐지니 아예 상종도 못할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창작물 컨텐츠 기획자분들이 실제 역사랑 닿아있다고 하면 전부 손사래를 치는게 다 이유가 있어요. 그러면서 대체 역사물은 난리라니.... 크크크 참 아이러니하죠.
21/07/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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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5pbglGQJ-K0

이 영상을 추천드립니다만, 제목을 보시자마자 얼굴을 찌푸리실까봐 걱정이네요.
대중의 검열도 문제고 정부의 겸열도 문제입니다만, 대중의 검열은 매우 최근의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맨날 교과서 만든다는 사람들이, 미디어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사회지도층이고 식자층이라는 사람이 정답을 골라주고, 이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라고 하는데, 이제는 '구매력'의 시대에 왔으니, 내가 모든 것을 닥치게 할 수 있다! 라는 '사회진보'의 결과물이긴하지요.

참으로 뻔한 말이지만, '과도기'에서 권력과 권력이 움직일 때 일어나는 그런 사회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나라에서 위인을 알아야한다'라고 주입받던게 너무나도 화가 나는데, 이제는 '이런 사람 알아? 이 사람의 이런 한계 알아? 몰라? 모르면 공부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이 짜릿한 권력회로. 그러니 느끼시다시피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강력한 검열이 세상에 풀리게 되는 것이고요. '논란이 된다면, 다루질 말자'.

그래서 대체역사물 소설은 쏟아지는데, 로마로 가고, 연합국-추축국으로 가지요. 근현대 한국으로 간다면 난리가 나니까요. 그런데 타국의 위인을 가지고서도 '이 양반은 왜 작품에 나옴?'이러고 있으니, 참으로 우리는 배운 시민들의 사회에 살고 있지요. 완전한 반어법은 아닙니다, 그만큼 세계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는거고, 저도 그런 시대의 덕을 받아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니까요. 그래도 소련의 시대가 러시아 공상과학 소설의 전성기였고, 미국에서도 검열을 피하다보니 "스타트렉"이 나왔듯이, 시끄러운 시대는 조용한 시대보다는 더 많은 보석들을 만들고 있을거라 믿습니다. '대중문화'라는 것을 이제 치우기는 너무나도 늦어버렸고, 그 전으로 돌아가지도 못할테니까요.
12년째도피중
21/07/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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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입니다. 확실히 이전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진짜 역사'라는 것에 대한 안티테제랄까 포스트 모더니즘이랄까 그런 것이 있어요. 그 양태까지도 참으로 포스트 모더니즘스럽지만요. 파괴가 우선. 의미부여는 누군가 해주겠지...라는 식도 많으니까요.

최근 박시백 작가의 35년을 읽고 있습니다. 음... 거기 20년대 이후로는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활동이 가득하더군요. 게다가 그들 독립운동의 방향성에 있어서 소련 공산당의 지령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전반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이 분들도 그토록 독립운동 하셨는데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빠지는거냐"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 "왜 독립운동은 숭고한 것인가" "독립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방향이 향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 보여지네요.

아까 포스트 모더니즘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이 부분만은 억제력이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한 5년 정도 지나면 이 억제력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여태껏 해왔던 기만의 댓가인거죠. 그렇지만 그 후폭풍이 또 기대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나올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이 또한 말씀하신 '과도기'의 특징이겠지요. 이 곳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꼰대에게 혼란이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은 힘듭니다.
21/07/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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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그보다 '왜 독립운동은 숭고한 것인가', '독립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방향이 향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 보여지네요."

크으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시는 명언 감사합니다. 그렇죠 이게 사실 정말 문제거든요. 제가 그래서 이슬람 속칭 '테러리스트'들에게 관심이 있는거고. 동유럽이 공산화된 것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고, 아프리카 독립 운동사에 관심 있고 그렇습니다. '우리만 독립운동 했나?', '우리나라만 독립운동가 있는가?', '우리만 식민지배 청산의 미완성을 안타까워 하는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가르치면, "한국 역사의 디테일이나 먼저 제대로 가르쳐야한다.", "아니 우리가 그냥 다른 많은 나라 중 하나냐?"라고 걱정을 하셔요. 아주 근거없는 걱정은 아니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왜냐면, 사람이라는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신경쓰질 못해요. 역사가 왜 울림이 있냐면, '아 수백년전에 이런 일이 있어서, 내가 지금 이렇구나. 누가 나에게 행복을 주고. 엿도 주는구나 (크크크)'라는 이유 때문에 울림이 있는거거든요.

이 거대한 세계, 이 거대한 세계를 외우는건 진짜 방법이 아닌것 같아요. '아 내가 한국인인데 왜 A가 A고, B는 B지?'라는 고민을 품다보니, 보헤미아-체코의 독립운동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러시아 제국의 도움을 받아서 '체코 군단'을 만들고 적백내전 때 러시아 내전에 갇히니까, 시베리아 한국군에게 무기를 팔고 귀국했고, 그래서 일본군이 다시 '진압작전'을 했구나, 그렇게 공세적으로 나와서 청산리 전투 같은 게 일어났구나, 라는 게 읽으면서 두근거리고, 그러는거잖아요.

해체 좋죠, 디테일 좋죠. 근데 가슴이 흔들리는 방향이 아닌 방향으로, '한계가 이랬고', '이러한 문제의 싹이 나중에 큰 사건을 일으켰고'라고 접근하는거, 눈썰미를 키우는 용도로 한두번은 좋은데, 그걸 인생의 방향으로 만들려고, 많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 학계라는 곳이요. 가슴이 울리지 않는 역사의 잔디테일은 '트리비아' 잖아요. 그냥 퀴즈쇼에서 한번 웃고 넘어가는, 나무위키에서 읽고 넘어가는... 저도 되게 이런 변화가 맘에 안들어요. 정보홍수의 시대에 살다보니 다양한 이야기가 전부 '쿨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의 연장선인가본데... 그래도 '어떤 이야기는 진짜 재밌을 가치가 있거든요'. 하나 하나씩 뜯어보면요.

그런 식의 글만 PGR에 올리고 싶은 Farce입니다. 흐흐, 좋은 주제를 골라주셔서 저도 막 말이 쏟아져나왔네요. 감사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1/07/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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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서 킬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킬구 일화에는 그런 짜릿함이 굉장히 크죠. 킬구 걔 사실은 애국에 미쳐서 민간인 도륙낸 싸이코패스 살인마라구~ 하긴 그 정도 되는 양반이었으니 독립운동에 그렇게 헌신적일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지만요. 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얘깁니다.
21/07/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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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김구 선생도 참 '재평가'라고 하자면 파도파도 괴담만 나오는 이미지죠, 요즘에는. "만주의 대마왕" 김좌진은 어떻고요. 그리고 다른 분들이 선수치시기 전에 한번 선을 당겼다가 제자리로 돌려놓고 묶어버리자면, '한국 대통령'이라는 키워드는 또 어떻습니까? 앗 안됩니다. 저도 이름만 언급하고 그 이상의 코멘트는 절대 하지 않을겁니다. 덧글이 다시 달려도 안 할거에요!

사실 창작물 '따위'의 문제가 아닌 더 큰 문제를 우리가 다루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에드워드 카 선생님이 말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가 괜히 명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굳어져있는 모습도 믿을게 못되지만, 현재의 '재발굴'역시 똑같이 사실 그리 믿을게 못되죠. 진리의 추구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류지나
21/07/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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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득 계산기 두드리는 양반들은 백이면 백, 독립운동을 할 수가 없었죠. 왜냐? 계산이 안 나오니까. 도저히 답이 없는 문제니까. 그렇다면 역으로 그런 계산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좋은 말로 하면 열정적인거고, 나쁘게 표현하자면 대단히 완고한 면이 있어야만 했을 겁니다. 이 '완고'도 지금 기준의 완고함이 아니라 100년 전 기준의 완고함이라...

독립 이후의 백색 테러의 많은 사건의 주범이 거의 김구로 굳어지는게 요즘 추세던데... 인자한 백범 선생은 참 위인전이 이미지를 잘 잡은거 같아요. 현실은 냉혹한 강철의 지도자였거나, 아니면 겉으로 인자하고 속으로 냉혹한 위선자였거나였겠죠.
황금경 엘드리치
21/07/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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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이야기는 처음의 원전으로 추측되는 내용과도 매우매우 달라졌죠.
일단 프랑스 사람들이 손대기 전에는, 랜슬롯부터 아마 없었을 겁니다. 갤러해드는 원래 랜슬롯의 이야기를 일부 자기것으로 만들어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고, 또한 그 랜슬롯부터가 가웨인의 이야기를 자기것으로 만들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랜슬롯의 등장이유는, 그..연애 이야기 좀 읽고 싶으니까;;; 프랑스 작가들이 궁정식 연애를 좋아하니까;;;
성배 탐색도, 아마 성배 말고 켈트식 마법의 솥이 아니었을까 하고 연구자들이 이야기하는걸 읽은 적이 있네요. 성배일 리는 절대 없는데, 켈트 신화를 보면 끝없이 곡식이 나오는 다그다의 솥 같은 게 나옵니다. 그리스의 풍요의 뿔처럼 어디 신화에서나 한개쯤은 있는 화수분 같은 물건인데, 아마 이런 게 성배의 원형이었을 거 같아요.
21/07/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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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흐, 좋은 내용 보충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아서왕의 줄거리를 풀어놓는건 최대한 참았는데요. '이 판본은 저렇고, 저 판본은 저렇고~'라는 식으로 병렬하면 되게 글이 재미없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저도 솔직히 말하자면, 준비하면서 원탁의 기사 목록 같은거 읽는데 막 중간에 내용이 헷갈리고 그러더라고요 크크크크.

황금경 엘드리치님의 덧글은 정말 멋진 요약입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더 풍성해져서 기쁩니다!
aDayInTheLife
21/07/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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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조심스럽고, 역사알못이긴 하지만 일종의 리셋-포맷 단계를 거치면서 민족주의라는 주제를 중심에 놓게 된게 원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좌우가 모두 민족주의적 성향을 띄는 것도 그런 부분에서 유래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말하자면, 좋든 싫든 중국의 영향+일제 치하를 거치고, 옆집 김씨네도, 건너편 이씨네도 몽땅 잃고 바닥부터 재시작 해야될 상황이 있을때,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신화가 필요했고, 그 소프트웨어에서 나온게 근현대사의 신화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언젠가 한번쯤은 정체성의 혼란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형성된 존재들인가에 관련해서요.
이과 공돌이의 의견이고 앞서 말했듯 역알못이긴 합니다만 어떤 측면에서는 이 글을 쓰면서 듣는 뮤지컬 해밀턴처럼 극히 다원적이고 다문화적인 예술은 어쩌면 아직 20대인 저도 못 접해볼 것 같다는 생각도 머리를 스쳐지나가긴 하네요.
aDayInTheLife
21/07/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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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말하자면, 일종의 신화의 부재가 신화를 낳고, 이야기의 신화화를 덧붙인다고 해야할까요. 근현대에 그런 이야기가 없기에, 어떤 위대한 인물과 서사를 만들어내는데 혈안이 되어있고, 이에 대해 감히 범접할 수 없게 신격화하는. 그런 순환 체계가 만들어진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21/07/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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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뜬금없고도 민감한 주제입니다만, 말씀하신 내용을 읽으면서 '주체사상'이라는 단어가 지나가네요.

그렇습니다. 결국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아무리 전설이 우스워지는 시대가 왔어도, '신화'는 결국 존재하는 것이지요. 마치 미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처럼요. 이들을 해체하겠다고 등장한 20세기의 사상들은 다시 교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한계', '저런 한계'를 운운하며 한계성의 신화를 쓰고 있지요. 중요한건 해체 그 자체이며, 잔해에 사람을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이토록 삶을 갈구하는 문화인들, 살아있는 창작자들과 소비자들의 살고자하는 의지를 이해하고 매만져주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저에게 아서왕이 여자여도 괜찮고, 아스톨포가 중성적이여도 괜찮은 이유는,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옳은 해석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한 시대에 삶을 갈구하면서 창작하는 창작물 안에는 삶의 조각이 들어있고 그것은 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언젠가 힘겨운 때가 온다면, 그 따뜻한 조각들은 저에게 내일을 허락하겠지요!

어차피 인류야, 아서왕 전설도 전달좀 하랬더니 이리 '개판을 쳐놓은걸' 보면, 마블영화나 디씨영화도 맨날 설정변경하듯이, 똑바로 전달은 못되는 위인들인게 분명합니다. 죽어라 신화화를 하지만, 신화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중생들이지요. 그러니 그냥 주어진 설정이 어떤지, 어쩌다가 이 설정에 도달했는지, 소비자랑 창작자는 어쩌다가 그 설정을 넣었는지 알고 '소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흐흐흐흐흐흐흐.

'설마 이 설정 바꾸겠어?'라고 애착가지면 상처 입더라고요 흑흑.
aDayInTheLife
21/07/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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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창작물은 지금, 오늘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요. 흐흐. 사람이란 존재는 A를 들어도 잘해야 A' 혹은 아예 잘못 들으면 B나 C를 전하는 사람이고 누구나 '글쎄 그거보단 D가 낫지 않아?'하는 사람이 꼭 하나씩 나오는 건 아닐까 싶어요. 혹은 그거 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요.
스타워즈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이야기 였는데 말이죠...
실제상황입니다
21/07/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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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쇠퇴하고 그 공간을 이민자들이 채우게 될 때 이 나라가 어떻게 될런지 참 궁금합니다. 뭐 언제나 그렇듯이 또 갈라치기 하겠지만요. 실제로 그들이 꽤 이질적이기도 하겠구요. 그들에게 이순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중요할까요?
aDayInTheLife
21/07/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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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였나요? 미국 편에서 조지 워싱턴이 덕지 덕지 접착제로 붙여놓은 미국을 물려줬다면, 링컨은 하나로 합쳐진 미국을 물려줬다.고 표현했던 부분이 생각 나네요. 동화된 성격의 [한국인]을 재정의하는 누군가가 나타날 수도 있겠죠. 흐흐 그렇다면 나라에겐 좋은 일이겠죠. 흐흐
파다완
21/07/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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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화라는건 그시대의 최고의 창작물이 아닌가 합니다. 아서왕 신화도 여러번 바뀌었듯이
그리스 신화나 뭐 북유럽 신화도 바뀌고...
이게 인기있는 작품 2차 창작하는거 하고 사실 다른게 없는거 아닌가 싶고....
인기있는 캐릭터 ts는 뭐 맨날 나오고 말이죠 크크
21/07/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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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변경'과 '2차 창작'은 인류 발전과 때놓을 수 없는 관계인가봅니다 크크크크. 네, 실제로 진지하게 들어가면,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도 서술된 '세대'가 안에서 나뉜다는게 밝혀지고 있지요. 마치 만화가들도 같은 세계관이지만, 작가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면 티가 나듯이요.

흐흐 앞으로는 무슨 이상한 짓을 벌일지, 인류의 미래가 참 기대됩니다.
나파밸리
21/07/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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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런면에서 까다롭기는 한것 같아요 비교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일본만해도
도꾸가과가문이 아직도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별에별 해석으로 픽션에 등장하지만
거기에 별다른 테클을 가하지는 않더라고요
21/07/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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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카도'의 경우에는 일본도 절대 건들면 안되지요. 어쩌면 실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글이 '정치글'이 되는 이유랑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창작물이 창작물로 남으려면 역시 전설이나 설화만 건들면 그만일텐데, 한국 매체는 이제야 문호를 개방한듯한 느낌도 들죠. 뭐, 다시 생각해보자면 '10년전'에 대중문학이나 매체가 발달하지도 않았으니, 한국은 너무 빨리 발전해서, 따라가는 것에만 바쁜, 그런 느낌일까요? 과거를 묻기에는 과거는 너무 상황이 다른 것 같은게 한국의 특징 같기도 해요.
회색사과
21/07/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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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실존 인물이다
아서왕은 전설이다
그러므로 아서왕의 시대가 예수보다 이전일 것이다 (오류)
그런데 아서왕은 성배를 찾으러 갔다??? (혼란)

사회가 싫어 이과간 공돌이는 예전에 위와같은 논리로 혼란스러웠습니다
21/07/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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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예수의 경우에는 서력기원이 나이에 맞춰져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서기 1년 출생입니다. (현대에서 엄밀히 추정하기로는, 자료 등으로 보충해본 결과 '기원전 4년'으로 봅니다~) 그리고 30대에 죽었지요.

반면에 서로마가 붕괴하고, 팬드래곤이라고 불릴 브리튼의 추장들이 게르만족과 싸우면서 신화를 쓰던 시기는 6세기, 곧 500년대 말엽입니다. 흐흐흐. 그러니 시간대가 꽤나 차이가 있지요~ 놀랍게도 중세의 혼란기가 꽤나 나중에 잡혔기에, '신화'가 형성되는 시기가 되게 늦었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말씀하신것처럼 참 이상합니다. '신화'라고 하면 무슨 기원전 수천년전 이야기 같은데, 서력으로 500년이 넘어가는데도 신화타령을 하고 있어요 크크.

바이킹을 몰아내고 '잉글랜드 왕국'이 기틀을 다지는 것의 기준이 되는 알프레드 대왕이 9세기 사람이거든요. 이 시기에, 수도사들이 (종교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문자를 아는 계층이기 때문입니다) 라틴어로 아서왕 전설이 문자로 기록했습니다. 그러자, 드디어 이 '전설'은 기록이 완료되어서 '문학'의 시대로 넘어가지요. 이런걸 보면, 세상은 참 시간대가 새삼스럽게 좁은것 같아요~
회색사과
21/07/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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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미있고 상세한 설명 감사드립니자
페스티
21/07/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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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21/07/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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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글 더 준비하겠습니다~
약설가
21/07/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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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읽다보니 간만에 크킹 마렵네요.
21/07/1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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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쓰는 모든 글은 크킹 선전물입니다.

그런데 크킹3 업뎃 진짜 늦네요 크크크크. 여름휴가 가버린 스웨덴인들 탓입니다!
21/07/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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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스..가 생각나네요
21/07/19 19: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영원한 왕이란 없는 법이지요~

하지만 끝나는 것은 없습니다. 아서왕은 계속해서 고통받을 것입니다 크크크... 사람들이 좋은 소재가 가만히 있게 두질 않겠죠.

리치왕이 '엘릭 사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지만, 엘릭 사가 역시 영향을 타고 올라가면 테니슨 경이 다시 나올 것입니다. 영국문학에서 왕을 다루는 글은 모두의 그의 영향력 안에 있으니... 이 또한 아서의 위엄이겠지요.
어바웃타임
21/07/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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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야...쵸비좀 도와줘
21/07/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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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모건을 부르셔야 합니다(?)
Euthanasia
21/07/19 21:21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역사인물이 판타지적으로 재해석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나라는 판타지가 주류 문화가 아니에요.
가까운 일본은 물론 영국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도 판타지 소재의 드라마가 흔하게 만들어졌지만 한국에서는 유명하거나 주류 문화로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뱀파이어물, SF물, 역사판타지, 좀비물 장르 자체도 다양하지요.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판타지 드라마라고 해봐야 과거의 태왕사신기와 (비교적)최근의 도깨비 정도가 대부분이에요.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 위주로 장르 드라마들이 꽤나 시도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드라마는 현대극 혹은 시대극이 전부였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서브컬처는 말그대로 하위문화, 아이들이나 보는 문화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장르가 주류 문화에 들어온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https://ko.wikipedia.org/wiki/2001%EB%85%84_%EB%8C%80%ED%95%9C%EB%AF%BC%EA%B5%AD%EC%9D%98_%ED%85%94%EB%A0%88%EB%B9%84%EC%A0%84_%EB%93%9C%EB%9D%BC%EB%A7%88_%EB%AA%A9%EB%A1%9D 2001년 한국 드라마 목록입니다. 판타지나 서브컬쳐 장르를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시대를 잘 모르시면 공감이 어려울 것 같아서 첨부합니다.)
물론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방식 또한 보수적이었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다른 방식으로 다뤄본 전례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해도 역사적 인물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였다면 문화방송의 공화국 시리즈는 방영되지 못했을 테고, 시대물에서 악역 또한 등장하지 못했을테지요.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인물을 파격적으로 묘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쉽게 말해 "유치해서"라는 대중적 공감대 때문이었어요.
2003년에 "다모"라는 드라마가 '다모폐인'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터넷 젊은 세대들에게 열광을 받은건 시대극에 무협영화식, 판타지식 연출과 스토리를 결합한 파격성 때문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시대극에 상상력을 덧대서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없었거든요.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역사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보수적인 것처럼 보이는 건 애초에 판타지라는 장르의 공급과 소유가 적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애초에 판타지물(특히 역사판타지)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렇게 보이는 거에요.
조선구마사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른 경우인데 최근 늘어난 반중감정이 중국의 역사왜곡에 일조하는 듯한 모습 때문에 논란이 일어난 거죠. 작가의 전적이 한몫하기도 했고요. 조선왕을 아예 좀비로 묘사한 "킹덤"이 극찬을 받았는데, 조선구마사 같은 경우는 차라리 반중의식이 심하지 않은 몇년 전에 개봉했으면 지금같은 큰 논란은 없었을 겁니다. 예시로 고증 같은 걸 무시한 뿌리깊은 나무 같은 작품이 태종을 잔인한 독재자로, 세종을 욕쟁이로 묘사하고 정도전을 비밀조직의 수상으로 묘사했지만 오히려 좋은 평가와 호응을 받기도 했죠.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사실이 문화적으로 보수적이게 다뤄진 건 애초에 장르물을 선호하지 않았던 대중의 기호 때문이고, 이에 따른 거부감(혹은 어색함) 또한 장르물이 대중화되면서 서서히 해결되고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프라이드랜드21
21/07/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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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아니었던 기간만큼 세련되지 못했던 기간도 길었고 주류 소비층이 받아들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밖에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밖에 없는 문제네요
음란파괴왕
21/07/20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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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슬슬 판타지 영화나 드라마가 흥하고 있는 시점이라 때늦은 담론이다 싶어요. 만약 전독시 영화화까지 제대로 이루어지면 왜 이런 이야길 했나 할겁니다.
21/07/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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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특히 2001년에 제가 태어나는 있었지만, 어떤 매체를 접할 그런 뇌는 없던 쪼꼬미였는데 구체적인 예시까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적어주신 글에 대해서는 한번 깊게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그냥 조급하게 구는 것일 수도 있고, 이제 넷플릭스의 시대에 '승리호'도 만드는 대한민국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다 해결될 것 같은 그런 낙관적인 생각을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씀해주신 공화국 시리즈와 사극도 이제는 만들어지지 않듯이, 그리고 정치유머도 오히려 이전 시대처럼 공중파에 보이지 않듯이, 엄숙주의가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이 드는 우려가 있다는 것 역시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존에는 '고증'이라는 용어 역시 고려된 적이 없는데 요즘에는 드라마의 시놉시스만 공개되어도 '정치적인 저의가 무엇이냐?'라고 논쟁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음음... 장르물이 많이 나온다면 그런 지엽적인 이슈들이야 다 흘러가는 세상이 오면 좋겠네요!
그랜드파일날
21/07/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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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British라는 개념이 거기 사는 분들 입장에선 그다지 중요한 개념이 아니라 그런 걸지도요. 영국인들은 'God save the queen'의 가사도 잘 모릅니다. 스포츠 경기와 학교에서 '라 마르세예즈'와 '스타 스팽글드 배너'를 부르는 프랑스와 미국을 국가주의자들이라 부르죠.

물론 'United Kingdom'을 통치하는 고학력 엘리트들에게는 어떤 다른 개념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좀 극단적인 예시로는 정체성 사분오열된 오스트리아 제국도 귀족들은 '오스트리아만의 무언가'를 갖고 있다고 믿긴 했었죠 흐흐 현실은 15개 언어로 징집 포스터를 제작해야 했습니다만...
21/07/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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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서왕은 영국인들이 보기에도 우습고, 사실 '영국인'이라는 개념도 잘 없죠. 흐흐흐 연합왕국의 잉글랜드인, 스코틀랜드인, 웨일스인이 있을 뿐이지요. 유피테르든 단군왕검이든 원래 종묘사직에서 강제하는 신이란 그런 지배이데올로기의 인격화 그 이상 그 이하가 아니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한국에게 중요한 개념은 '무엇'이고, '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 일까요? '한국만의 무언가'가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雲庭 꿈꾸는구보
21/07/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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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처음에 제목을 보고 기사도 문학 얘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살짝 아쉽네요. 흐흐. 아 그리고 저 토마스 말로리가 쓴 아서왕의 죽음은 조금 읽어봤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도서관에서 1권 좀 보다 덮었습니다. 번역의 문제인 건지.. 나름 기사도 문학 좋아해서 광란의 오를란도랑 롤랑의 노래도 봤는데 저건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불핀치판으로 축약본으로 봤었죵.

전반적으로 말씀하시는 거에 동의하고 한국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라면 송시열가지고 TS하다가 난리난 사례가 있을 겁니다. 아마 유학의 유를 가슴유로 바꾸고 송시열을 거유소녀로 만들어서 종친회에서 항의를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조선구마사같은 경우는 좀 다른 경우라고 보긴 합니다. 아마 그런 검열쪽보단 반중정서가 더 크게 작용한? 거 아닐까 하네요. 커뮤니티들에서 한번 반중으로 쫙 돈뒤에 논란이 일어났던 걸 보면요. 근데 사실 한국도 노벨피아같이 19금소설이나 웹소설쪽으로 가면 생각보다 제약이 없더라고요. 후덜덜한 소재들도 생각보다 많고요. 위에 송시열같은경우도 웹소설이면 그냥 넘어갔을 것 같은데 라이트노벨이라 서적으로 출판이 된 데다가 또 표지가 좀 문제시된경우기도 했을 겁니다.

제 생각엔 주로 이런논란은 마이너분야에서는 아무일 없다가 좀 큰 메이저쪽으로 올라올때 보통 커뮤니티에서 돌면서 불타서 터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은데 이런식의 온라인 문화가 좀 아쉽기는 하죠. 그래도 저는 점점 이런 과거 인물에 제약같은경우는 점점 없어질꺼라고 보고 좀 긍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한국보다 일본이 이런 역사적 인물 변용에 관대한 이유는 기본적인 가치관의 차이도 있겠지만 실제 자기 조상이 그런 역사적 인물이고 자기와 실제로 관련있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별로 없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한국은 당장 자기가 이성계 후손이라고 하는 사람만 해도 엄청 많지요. 족보의 영향도 있고요. 근데 족보니 그런거 이제는 많이 안믿기도 하고 점점 그렇게 조상따지고 하는 게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회적으로 때리는 건 드라마나 영화같이 메이져 하지않으면 그냥 사실 넘어가지는 일도 많은데 종친회 꼬장꼬장한 노인분들이 법적으로 명예훼손으로 때리는건 좀 다르니까요. 사실 그게 제일 지금까지 걸림돌이였다 싶습니다.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21/07/21 09:47
수정 아이콘
와아아아 진정한 PGR의 기사님! 제 글을 완성해주시는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기사도 문학은 잘 모릅니다. 흑흑, 기사도 문학도 잘 모르고, 페이트도 잘 모르고 아서왕에 대한 글을 써서 송구스러울 다름입니다. 생각해보면 아서왕은 크킹에 나오기에는 한 세기 정도 전 인물이라서요 흑흑.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어쩌면 별 문제 없이 한국산 창작매체들이 쏟아질 것 같은 시대라고도 생각합니다. 흐흐흐, 과연 한국은 어떤 기사를 납치해서 만들어낼지 기대가 되는군요! 한국에서 기사도 문학을 즐기시는 분이 계시다니, 제 좁은 식견을 또 반성해봅니다. 저도 한번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시도를 해봐야겠어요!

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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