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7/03 11:44:40
Name 화염투척사
Subject [일반] [14] 대학교 1학년, 겨울이었다.
당시의 나는 그냥 대학생 1학년의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같이 교양수업을 듣던 여학생과 요즘 말로 썸도 있었던 것 같으나 당시의 나에겐 관심사가 게임밖에 없었다. 하는 게임으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즐기고 보는 게임으로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다. 와우가 오픈베타를 시작하기 전 (온라인RPG에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그 게임이 나의 삶을 그렇게까지 바꿀줄은 몰랐지만), 그때의 나에게 즐겨찾는 커뮤니티는 나리카스와 디씨인사이드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였다.

첫 만남은 신입생 겨울에 스갤을 눈팅하던 중 듣게 된 음원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항즐이님의 명문을 음성으로 녹음한 것이었다. 지금 다시 찾아보려고 노력했는데 https://pgr21.com/humor/8791 이 흔적밖에 찾지 못하였다. 그 계기로 방문한 PGR21은, 기억은 흐릿하지만, 현재처럼 아재사이트는 아니고 게임덕후 사이트라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전자기기 덕후, 게임덕후였던 그 당시의 나에게 즐겨 찾는 하나의 사이트가 더 생기게 되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다. 대학교 1학년이던 학생은 한 집의 가장이며 아빠가 되었다. 많은 커뮤니티가 없어지고, 생겼다. 인생을 쏟아부었던 카스, 와우 사이트는 사라졌고, 카오스 카페는 롤 카페가 되었다. 그럼에도 PGR21은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한 번씩 들리던 사이트가 이제는 인터넷 시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글 리젠을 따라갈 수 있는 사이트는 사실 많지 않다. 예전부터 존댓말하는 디씨라는 평도 있었고 독불장군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토론의 형식이나마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거의 남지 않았다.

가끔 인터넷에서 싸움을 보다 지칠 때 생각나는 글이 있다. 다시 찾아보려고 자유게시판을 검색했다가 나오지 않아 기억이 잘못되었나 생각했을 때 게임 게시판에서 글을 찾을 수 있었다. (https://pgr21.com/free2/19912) 게임게시판과 자유게시판이 분리되기 전에 봤던 글은 다름과 틀림에 대한 우화였다. 그때와 지금의 PGR은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같은가? 사실 디씨인사이드에 유동닉으로 올렸던 온갖 뻘글들을 찾을 수도 없음에 감사한 생각이 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 10년이 2번이 지났다.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PGR21에 큰 감사와 축하를 보냅니다.

# 사실 인터넷도 PGR21도 주로 눈팅하거나 댓글만 다는 편인데, 입상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 PGR21의 20주년을 축하하고 싶어 글을 적었습니다. 글 자체를 오랜만에 적어봐 재미없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378 [일반] [14] 대학교 1학년, 겨울이었다. 화염투척사10052 21/07/03 10052 2
92377 [일반] [14]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1] 유료도로당9540 21/07/03 9540 3
92376 [일반] "왜 바로 안 와"…교사에게 맞아 '뇌진탕' [74] 함바17748 21/07/03 17748 7
92375 [일반] [더빙] 예전에 했던 콘스탄틴 더빙 다시 해왔어요! [2] 유머게시판11300 21/07/03 11300 3
92374 [일반] [14]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지알이니까 [1] 손금불산입9132 21/07/03 9132 18
92373 [일반] <인 더 하이츠> - 무난하디 무난한. [6] aDayInTheLife9771 21/07/03 9771 0
92372 [일반] [14] 나의 인터넷 본진 [3] 판을흔들어라10266 21/07/03 10266 3
92371 [일반] 다음 금융위기는 어떻게 올까요? [73] Thenn17764 21/07/02 17764 5
92058 [일반] PGR21 만 20돌 기념 14차 글쓰기 이벤트 공지 드립니다!(주제:PGR21) 7월 3일까지! [30] clover21309 21/05/27 21309 7
92370 [일반] 이런저런 이야기. [2] 공기청정기8870 21/07/02 8870 10
92369 [일반] [14] 솔로의 아이콘이었다가 PGR 덕분에 쌍둥이 아빠 된 썰 [76] jjohny=쿠마15029 21/07/02 15029 68
92368 [정치] 전혀 다른 두 공정함 : 조별과제의 공정함과 형제의 공정함 [34] 아루에14453 21/07/02 14453 0
92367 [일반] [14] ppt21.com [10] 오지키13118 21/07/02 13118 18
92366 [일반] 서울 성인 3명 중 1명, 지난 1년간 '이것' 안(못)했다. [90] 나주꿀18896 21/07/02 18896 8
92365 [일반] 대학 입시에 대한 단상 [7] Respublica9834 21/07/02 9834 3
92364 [일반] [14] 타인의 삶 [6] 거짓말쟁이10593 21/07/02 10593 10
92363 [일반] 영화 1600편을 보고 난 후, 추천하는 숨겨진 수작들 [126] 최적화18257 21/07/02 18257 40
92361 [일반] 한라산 국립공원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4) [44] 영혼의공원12404 21/07/02 12404 15
92360 [일반] [14] PGR21이 내 인생을 바꿔주었던 일 2가지 [14] 해바라기10762 21/07/02 10762 29
92358 [정치] 야권 대선주자들이 배워야하는 역사속 인물 [116] aurelius23598 21/07/01 23598 0
92357 [일반] 앞으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한 의문 [101] 헝그르르18081 21/07/01 18081 8
92356 [일반] 문화대혁명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2) [11] 삭제됨14331 21/07/01 14331 21
92355 [일반] [14] 같이 나이 들어가는 이가 피지알에서 사는 법 [7] 길갈12548 21/07/01 12548 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