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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7/02 18:12:29
Name Respublica
Subject 대학 입시에 대한 단상
학내 커뮤니티를 떠돌다 입결표가 올라온 것을 보았습니다. 입결표를 보고 생각하다 보니 입시는 수시/정시 두가지지만, 입결표는 정시위주로 나오며 학교의 급을 매길때도 정시 입결을 기준으로 봅니다.
어쩌면 수시는 '공정하게 등급매길 수 없다'는 불문율이 존재하는게 아닐까요. - 아니면 수시가 실제로 불공정하다는 방증이거나요.

다양한 활동과 학교 생활에 대한 성실성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들어온 입학사정관제는 성과를 보이는 듯 했으나 뒷문열고 들어온 학생들이 적발되자 이미지가 박살났습니다. - 수능은 평가방식 자체가 점수를 잘 받는 문 하나밖에 없는 것이 대비되었을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 종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학교와 학생이 짜고 학생부 조작, 상장 만들기, 혹은 입시컨설팅 업체 혹은 부모의 백으로 외부상장을 얻어오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학생부종합의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집니다. 외부상장은 불가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좁아지며 지금은 사실상 내신 + 세특정도만 남게 되었죠.
이렇듯 뒷문을 하나씩 닫아가다 보니... 남은 것은 다양성이 아닌 성실성으로 일축되었습니다. 결국 본래의 목표 중 절반만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부 내신은 잘 운영되고 또 공정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내신은 평가원처럼 시험문제의 퀄리티를 보장하려고 하거나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판단하는 기관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것들이 교내에서만 이루어지죠.
즉 내신조차도 평가원만큼의 중립성과 완결성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즉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논술은 어떨까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아예 깜까미입니다.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면서 주의사항으로 풀이 외에 다른 것을 쓰지 못하게 하기도 하지만... 채점 결과를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고, 공개 하지도 않으니 찝찝한건 매한가지죠.

그러면 그놈의 공정이 - 다양한 입시제도로 다변화하는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보다 - 중요하냐고 물으실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네.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최우선입니다. 입시환경에서 듣고 봐온 비리들이 제발 내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최우선일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억울하게] 탈락하는 것은 못참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생들마저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가 극히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사회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들어온 어른들 - 그럼에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는 - 의 행동에 대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이재용도 할수없이 무릎꿇고 들어간 수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수능을 늘리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닙니다. 사교육이랑 비교가 되지 않는 공교육의 컨텐츠 부족으로 인해, 안그래도 박살난 공교육이 더 박살날 것이거든요. 학교의 교사들이 모두 EBS 강사들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교사의 업무가 단순히 과목 교육에만 있는것이 아니고, 행정업무, 시험출제, 교육계획, 학생지도, 세특관리 등 할 일이 많습니다. 문제와 강의만 만들면 되는 사교육보다 복잡도가 높죠. 사교육의 강의력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또 수능은 학생들이 진학할 과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을 배우게 합니다.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을 선택하고 기계공학과를 지원할 수 있고, 미적분 지식 없이 경제를 배우러 갑니다. 대학도 공대생들이 물리를 몰라서 기초물리와 기초수학을 가르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입시판이 오히려, 공교육의 개혁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사의 직무를 분할하여 전문성을 기르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을 접목할 수 있게 하여, 사교육과의 차별성을 과감히 드러내 보이고, 교육선진화를 이루어내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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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골드
21/07/02 19:10
수정 아이콘
현재 수시제도는 거창하게 내세우고 있는 다양성 교육이니 창의성 교육이니 하는 것들과 거리가 백만배는 먼, 그저 입시의 주도권을 국가에서 대학과 교사들로 가져오기 위한 밥그릇 싸움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사의 자율성이 높은 제도냐면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현재 수시제도의 핵심인 학교 내신은 상대평가입니다. 이 자체가 교사를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다는 증거죠. 교사의 판단은 못믿겠고 무조건 등수를 매겨라는 겁니다. 수업을 아무리 훌륭하게 하면 뭐합니까? 결국 1등급 부터 9등급까지 줄세워야 하는데.

수능도 문제가 많지만 수시제도를 마치 수능보다 우월하다고 내세우는 위선자들이 정작 학교 내신 상대평가에 대해선 입닫고 있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죠.
조커82
21/07/02 20:00
수정 아이콘
이건 좀 말씀이 다른 분야인게.
수시제도 강화를 내세우는 세력은
내신 절대평가화와 더 나아가 수능 절대평가화를 주장합니다.
고교학점제는 하고 싶고, 여론은 무서우니 정시 비율은 올리고 두가지 따로노는 정책 차원의 문제가 매우 크죠.
캡틴골드
21/07/02 20: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물론 제가 좀 러프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수시강화를 주장하는 쪽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수능 무력화와 내신제도 개선 중 어느 쪽에 더 목소리를 높였냐를 비교하면 전자가 후자보다 압도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수능이 획일적인 줄세우기라고 그렇게 비판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건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내신등급 줄세우기인데 말이죠. 게다가 원래 절대평가였던 수능을 상대평가 등급제로 만든 것도 수시강화를 주장하는 쪽이죠.
21/07/02 19:24
수정 아이콘
솔직히 학교 내신 시간아까워요. 뭐 그렇다고 수능공부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하니 그냥 대학에서 알아서 본고사로 뽑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Respublica
21/07/02 21:48
수정 아이콘
저도 대학이 자율성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고 법니다. 역시 그것도 공정 시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테지만요.
괴물군
21/07/02 20:24
수정 아이콘
어려운 문제죠 내신 문제는 진짜 연구 안하고 낸티가 많은 과목들이 있습니다

이전에 투집할때 영어 내신문제를 보고 대체 얼마나 많은 지문을 생으로 외워야 히나

싶더라구요 물론 학교 선생님들의 업무는 많겠지만 내신으로 끌고 올려면

지금 같은 모습이면 안된다 봅니다

그냥 대학교 입시안은 대학교에 맡기고 대신 그 과정에서의 점수공개를 투명히 하고

나라전체로 기본 학력이 안되는 힉생들을 걸러내는 시험 정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잣대를 딘순하고 명료하게를 두는게 가장 좋은거 같아요

물론 몇몇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들을 위한 경우는 극소수로 두어야 하겠지만요
Respublica
21/07/02 21:47
수정 아이콘
저도 본고사 제도의 부활이 옳다고 봅니다만, 부활할 때에 공정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치밀하게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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