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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5/29 12:40:37
Name 위너스리그
Link #1 https://www.pnas.org/content/pnas/113/34/9384.full.pdf
Subject 자아도취에 빠져버린 오늘날의 과학계 (수정됨)

학기가 끝나고 소강상태를 맞아 항상 번역하고 싶었던 글을 남깁니다. 미국에서 저명한 수학/통계학자 도널드 기먼 (Donald Geman) 교수님이 PNAS에 기고하신 ‘Science in the Age of Selfies’ 글을 번역해서 올립니다. 원제대로 가자면 ‘셀카의 시대에 살고 있는 과학’이지만, 한국어로 조금 더 와닿게 제목을 바꿨습니다. 


(번역하기에 앞서, 제가 문외한인 분야와 용어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사전과 파파고를 많이 사용했으며, 또한 최대한 쉽게 의역을 하려고 노력해봤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원문: https://www.pnas.org/content/pnas/113/34/9384.full.pdf


(추가 글: http://128.220.140.31/people/faculty/geman/publications/pdf/Ten_Reasons.pdf)

(‘학술 회의지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10가지’라는 토막글입니다. 아래 번역드릴 글과 주제가 맞닿아있어서 같이 첨부합니다.)



선요약을 드리자면,


0. 현재의 과학계와 기술 등은 발전이 느려졌다.

1. 더 이상 나올 이론들이 없어서일수도 있고, 혹은 과도한 소통으로 인해 아이디어가 소실된 걸수도 있다.

2. 혹은 더욱 중요하게는, 학계에서의 과학자들이 그저 ‘논문을 위한 논문’만을 써야 하는 환경에 의해 아이디어를 찾는 환경이 사라져버린 것일 거다.

3. 경쟁을 낮추고, 위대한 발명과 아이디어를 다시 찾아보자. 


로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재밌게 읽으실 수 있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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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론: 왜 발전은 느려졌는가?


1915년에서 1965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해당 여행자는 무수히 많은 과학이론과 공학기술의 발전에 입이 벌어지겠죠. DNA의 발견과 생물학의 발전, 빅뱅과 다른 은하계의 발견, 인쇄술, 포토리소그래피,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동, 인공위성 커뮤니케이션, 컴퓨터, 핵자기 공명과 핵발전의 발명, 언어학, 양자물리학, 양자장론과 끈 이론 등등… 여행자는 감히 일부만 추측이 가능했을 뿐, 대부분의 발명과 발견, 발전들은 1915년으로써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이었을 겁니다.


이러한 발전들은 학계 혹은 저명한 산업 연구소 같이 순수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중시되던 곳들에서 나왔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여행자가 1965년에서 2015년으로 다시 50년을 시간여행 점프를 한다면, 똑같이 놀랄까요?


어쩌면 아닐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물론 놀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근 50년간의 발전은 조금 더 예측이 가능한 지점 위에 놓여져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인터넷과 새로운 의료기기, 분자생물학과 유전체 편집, 중력파의 발견, 수학의 발전 등의 뛰어난 발명과 발견, 발전 등을 부정하자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전들은 대부분 혁명적이고 새롭기보다는 부분적이고 작으며 (incremental), 대부분 정보를 저장하고, 소통하고, 나누기 위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기저기에 역설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훨씬 많은 숫자의 과학자들이 있으며, 훨씬 많은 양의 자금이 연구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근본적인 발전과 후대에 지워지지 않을 이론과 공학의 발견의 속도는 느려져만 가고 있습니다. 최소한 우리 원로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말이죠. 왜 이렇게 보이는 걸까요?


우리의 첫번째 주장은, 그러한 ‘이론 모델’들이 오늘날의 복잡한 학문 시스템 때문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물리학과 화학, 공학 등에서의 혁명은 수학 모델들에 의해 굉장히 탁월하고 아름답게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학적 패러다임이 생물학과 의학, 기상학, 심리학 등의 분야까지 진출하고 영향을 주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죠, 아직까지는. 뇌 과학 등의 분야에서는 이러한 시스템들이 단순화 될 수 없으며, 추상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대신에 문제와 도전은 계산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빅 데이터’ 스타일의 경험주의에 입각해서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단일화된 메커니즘 이론을 찾는 건 점점 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많은 자연적 현상은 온전히 이해가 되기 전까지는 이해하기가 힘들며 복잡하게 보입니다. 게다가 과거와 근대 과학 역사에서도 이러한 ‘이론의 발전은 끝이 났다’라는 주장은 종종 있곤 했습니다. 라플라스의 ‘과학적 결정론’과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알버트 마이클슨의 (다소 성급했던) 1894년 당시 ‘대부분의 과학 이론들은 이제 다 정립이 되었다’라는 주장, 혹은 최근에는 존 호건의 ‘과학 시대의 종언’이나 타일러 코웬의 ‘위대한 고여버림’ 등이 그 예시입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과학의 발전은 이제 거의 끝났다’라는 주장은 틀렸을 것이며, 심지어 자기만족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이죠.


또 다른 주장으로는 아이디어들이 더 이상 과학자들로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광학 문자 인식과 음성 인식 기능 등을 발명한 레이 커즈와일이 예측했던) 강 인공지능의 시대 이후, 발견과 발명은 풍부한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는 기계의 것이라는 주장이죠.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한 주장입니다. 1960년대 당시에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과장하며 주장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의 ‘지식 표현’은 현대의 데이터 사이언스와 별반 차이가 없기도 하고요. 과거의 인공지능 분야건 현대의 머신러닝과 데이터 사이언스 통계학 분야건, 발견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론에서의 발견과 데이터에서의 발견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또 근본적으로 이러한 데이터 과학 자체는 1960년대의 이론들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까요. 


또 다른 설명으로는 생물학 등에서의 분야에서는 이해를 돕고 이론의 발전을 가져다줄 데이터의 수집이 근대에 들어서야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발전을 가능케 하는 데이터’ 설명은 그럴듯합니다. 컴퓨터 공학, 생명공학기술, 이미지/정보 프로세싱 등의 발전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현실은 오늘날의 과학계의 관행에 어긋나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부분적으로 그리고 역설적으로 인터넷 등의 기술의 영향으로 인해 말이죠. 




1. 문화적 변화: 과도한 소통의 시대


오늘날 확실히 그리고 급진적으로 변화한 것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인터넷) 기술과 과학계의 보상과 인센티브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과학자들의 반응 변화입니다. 


컴퓨터, 원격 소통, 데이터 저장, 그리고 인터넷은 사람들의 삶에 확실히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시간 여행자가 보기에, 오늘날의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접속되어 서로간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열을 올리는 것은 확실한 변화일 것입니다. 이러한 소통은 우리 그리고 특히 젊은 과학자들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곤 합니다. 적은 토론이 오히려 더 나은 창의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우리 주변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답을 검색해서 찾는 것은 분명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입니다. 외부의 지속적인 개입은 심사숙고 자체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박스가 존재하는 한 ‘박스 바깥으로 나와 생각하기’는 어려워진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 세기 수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라 할 수 있는 그레고리 페렐만의 푸엥카레 추측 증명과 장이탕의 쌍둥이 소수 추측에 대한 공헌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소통과 온라인, 연결 맺기 등에 딱히 관심 없는 두 명의 이코노클라스트라서 혼자서 스스로 생각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겠죠. 집중력을 분산시키려면 오히려 노력이 필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한 가지에 장기적으로 집중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져만 가고 있습니다. 작가 필립 로스는 소설이 우리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너무 요구하게 되면서 소설에 대한 관객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1965년으로부터의 기술이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 또는 더 중요하게 우리가 얼마나 소통하느냐 입니다. 출장, 미팅, 이메일 등 소통의 낮은 장벽은 되려 소통 전염병을 야기했습니다. 진화는 유전적 표류와 다양한 유전자 풀의 생성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아이디어들은 어떤가요? 많이 다른가요? 오히려 서로간의 아이디어가 서로 비슷해지고 베껴지는 위험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소통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소통은 모든 사람들이 다 비슷한 방향으로 가게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야기해버릴 수 있습니다. 현 세기의 사람들이 머신러닝과 딥러닝으로 대거 이주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겠죠. 


오늘날에는 협업하는 것이 너무나도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아이디어가 단체로부터 생성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아폴로 프로젝트, 게놈 프로젝트 등 팀으로 하는 큰 팀의 역할은 있겠지만, 팀 워크는 개개인의 아이디어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당대의 뛰어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과학은 전문가들의 무지에 대한 믿음’이라고 했으니까요. 2014년 가디언지에서 30명의 과학자들은 "20세기의 과학의 발전은 파인만 같은 독자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발전했다"고 덧붙이면서 오늘날의 과학계에 대해 우려를 표출했습니다. 근 50년간의 과학은 대형 아이디어보다는 대형 프로젝트로 대변되었으니까요. 




2. 관습적 변화: 과도한 경쟁의 과학계


하지만, 어쩌면 가장 큰 변화와 영향은 과학자들의 피고용인으로써의 역할, 즉 무엇을 위해 돈을 받고 일하느냐 일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회사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벨 연구소 같이 순수 연구를 위해 존재하는 회사는 매우 드뭅니다. 반대로, 오늘날 정상급 학교들에서는 과학자들은 그들이 얼마나 드러났는지에 따라 고용되고 평가됩니다. 이러한 ‘드러남 지표’는 고작 이력서 따위의 논문 리스트, 참여한 학술 회의 (컨퍼런스),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세미나, 프로포절 (펀딩 받기 위한 제안서) 등으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숫자적 지표에 과학자 커뮤니티의 반응은 온전히 합리적이기만 합니다. 우리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업 셀카]를 찍는 데에 전념합니다. 아니, 우리들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만들기보다 발표하는 데에 시간을 더 쏟곤 합니다. 바쁜 것은 남들에게 보여줘야 하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은 아니니까요. 학계는 그야말로 [작은 아이디어 공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많이 논문을 써야 더 많은 보상을 받기에, 우리들은 그저 [논문 쓸 수 있는 최소 단위]만을 찾아 다닙니다. 놀랍지 않게도 그러한 논문의 상당수는 고작 중간 보고서 수준이며, 다음 논문 역시 비슷한 주제로 미완성된 채 재빨리 발표됩니다. 그러한 와중에 오늘날에는 외부 펀딩을 찾아서 받아야 하는 압박이 훨씬 심해졌으며, 이는 뛰어난 과학자들을 일개 ‘펀딩 계약인’으로 전락시키는데 일조합니다. 오늘날에는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 다닐만한 동기들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러한 모든 현상들은 [작은 발전]들이 더 쉽게 판칠 수 있는 판을 깔아줘 버렸으며, 젊은 과학자들은 독창적으로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은 위험해져 버렸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합니다. 


학계에서 과학자들을 평가하는 최중요 지표 2가지는 논문 제출 후 서면 평가와 펀딩 제안서(프로포절)입니다. 안타깝게도, 해당 두 가지 지표들은 과학자가 본인이 하던 연구, 혹은 최소한 주류 과학계가 하는 연구에서 크게 다른 연구를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주류를 따라가야 되는 것이죠. 게다가 생물 의학 등의 분야에서는 기관(학교)의 지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때문에 젊은 연구자들은 본인들의 커리어를 보존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요컨대 오늘날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야망 있게 장기적 플랜을 세우는 것에 있어서 제한사항이 매우, 매우 많습니다. 


우리 원로 과학자들은 70년대에 학계에 입문했으며, 그 당시에는 직업적 여유가 더 많았으며 연구 환경은 덜 빡빡했습니다. 오늘날에 비해 훨씬 낮은 논문 출판량과 펀딩 요구조건 덕분이였죠. (번역자 주: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70-80년대 당시 박사생이 써야 하는 논문의 개수는 0개였다고 하셨습니다.) 연구를 되돌아보면서 생각을 가질 수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현 세대의 젊은 동업자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 주요 조건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3. 결론: 과유불급. 덜어내는 것이 더하는 것이다. (Less is more.)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많은 양의 과학 저술을 강요 받는 학계는 [지적 얕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피터 힉스는 본인에게 영예를 안겨다줬던 1964년의 발견을 오늘날에는 다시는 못 할 것이라고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토르스텐 비셀과 함께 수상한 데이빗 허블은 본인이 50년대 당시 발명을 할 수 있었던 환경은 80년대를 기점으로 다 사라지고, 그저 펀딩과 논문을 위한 격양된 경쟁과 압박으로 대체되었다고 말합니다. 토르스텐 비셀과의 콜라보를 돌아보면서 그는 ‘당시에는 장기적으로 뭔가를 더 시도해볼 수 있었고, 그 시도가 잘 안 되어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어쩌면 데이터 사이언스가 기존의 이론 위주의 과학을 많이 대체한 데에는 이게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학계는 큰 아이디어보다 작은 발전 여러 개에 파묻혀 있고, 그러한 작은 발견들은 통계적으로, 데이터상으로 유의미한 발견들이기도 하니까요. 되려 하나의 거대한 이론이나 모델은 시간과 관찰, 생각이 오래 걸리는 이유 때문에 통계적으로 쉽게 검정 가능한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이러한 데이터에서의 작은 발견들을 오늘날의 정상급 과학 학술지 조차도 너무 쉽게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러한 발견들이 그저 우연이거나, 재발견이 안 된다거나, 혹은 어떠한 이론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말이 안 되는 경우일지라도 말이죠. 끈 이론과 기상학 등의 소수 분야를 제외하고는 하나의 거대한 이론이나 모델을 찾아다니기 위한 동기는 매우 적은 게 현실입니다. 


우리의 시간 여행자가 1960년대에서 스타 트렉 에피소드를 몇 개만 시청하고 와도 오늘날의 핸드폰, 음성 인식, 빅 데이터 기술 등에 크게 놀라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50년 가량이 지난 2065년도의 이론과 기술은 어떨까요? 우리가 조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런 근본적인 과학과 개개인의 창의성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여전히 오늘날과 비슷하고 발전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것들에 눈을 뜬다면, 많은 경이로움이 앞에 놓여져 있을 것입니다. 물리학에서의 통일된 필드 이론, 인지와 의식에서의 새로운 이론, 생물학에서의 자연선택 이론, 세포 단위에서의 노화와 암 발병 등의 발견, 분자 단위에서의 구조와 기능 등등. 한계는 없습니다. 


알버트 등의 많은 과학자들은 대학들과 정부 기관들이 (의료) 연구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작금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제안했습니다. 과열된 경쟁을 낮추고 모험하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함이죠. 과도한 경쟁은 최소한 학계에서는 긍정적인 움직임을 거의 혹은 전혀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상술한 2014년도 가디언지에서 브라벤 등의 과학자들은 작은 변화가 과학계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며,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 현재의 평가지표를 바꿀 것. 근본적으로, 과거로 다시 돌아갈 것. 숫자로 평가하는 지표는 많은 이들이 현 과학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고 따라서 버려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신에, 기존의 학계에서의 고용과 승진이 더 적은 양의 (선별된) 논문으로 평가되고 결정된다고 가정해보세요. 이에 합당하는 합리적인 반응은 각 논문과 프로젝트에 더 많은 정성을 들이고 ‘직업 셀카’를 찍는 데에는 여념을 덜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러함으로써 다시금 위대한 아이디어와 발견이 나오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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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도널드 기먼 (Donald Geman) 교수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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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Johns Hopkins Whiting School of Engineering Magazine]

[링크: https://engineering.jhu.edu/magazine/2016/01/geman-named-to-national-academy/#.YLG5GKj0lRM]



제 사견부터 덧붙이자면, 윗 글을 저술하신 도널드 기먼 (Donald Geman) 교수님을 뵐 수 있었던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였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학계의 길을 결심했고, 교수님 자체가 여러 방면으로 존경스러울 정도의 귀감이 되셨던 분이였거든요. 말 그대로 최고의 슈퍼스타, 엄친아였습니다. 학계에서도 매우, 매우 저명하신데, 그 저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80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꾸준히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매우 자상하셔서 평판이 좋으셨으며, 수업도 결코 대충하지 않으셨습니다. 기먼 교수님이 가르쳤던 수업은 제가 들었던 수업 중 단연코 최고의 수업이였습니다. 배움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수님으로 인해 학도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한 결심을 더욱 굳힐 수 있었거든요.



스테레오 타입이지만, 많은 교수들을 보면, 연구자로써의 명성이 높거나, 혹은 학생들 사이에서의 (특히 수업에서의) 평판이 좋은, 그러니까 둘 중 하나를 충족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만, 양쪽 방면에서 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 뉴턴이나 천체역학의 아버지인 케플러 같은 당대의 최고 대가도 강의를 잘하지는 않았다고 하니까요. 기억나기로는, 뉴턴의 강의가 재미가 없기로 유명해서 학생들이 좀체 강의를 들으러 오질 않았고, 때문에 뉴턴은 자주 빈 강의실에서 아무도 없는 의자를 향해 혼자서 강의를 수업시간 풀타임 내내 하고 정리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당장에 우리 주변에도 그런 교수는 잘 없다고 느낍니다. 연구를 잘하고 똑똑하면 이해심이 부족하거나 말을 잘 못하고, 수업 학생들뿐 아니라 본인이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자상하고 수업을 잘 가르치면 연구에서 딱히 유의미한 성과가 많이 없어보입니다. 제가 아는 유명한 예외는 리처드 파인만 정도뿐이네요.


그리고 기먼 교수님이 그 또 하나의 예외이신 분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동기도 기먼 교수님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 감사함으로 작성하게 되었고요. 






1. 기먼 교수님의 연구에 대해 간략하게:


기먼 교수님의 깁스 샘플링(Gibbs Sampling) 알고리즘은 통계학, 특히 베이지언을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은 꼭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물리학에 있던 깁스 에너지(Gibbs free energy)와 볼츠만 분포(Boltzmann distribution)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온 깁스 샘플링은 현재까지도 시뮬레이션 필드에서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알고리즘입니다.

[논문 제목: "Stochastic Relaxation, Gibbs Distributions, and the Bayesian Restoration of Images"]




 


p> </p><p class=[이미지 출처: Hastie, Trevor & Tibshirani, Robert & Friedman, Jerome. (1970). Undirected Graphical Models. 10.1007/978-0-387-84858-7_17.]

[링크: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Example-of-image-denoising-using-Gibbs-sampling-We-use-an-Ising-prior-with-J-1-and-a_fig2_226826838]



주로 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복원'해야 하는 곳에서 많은 쓰임을 받고 있는 알고리즘인데, 예시로 위의 첨부파일에서 11시의 손상된 A 이미지가 있을때, 오른쪽 방향으로 진전이 되면서 (시뮬레이션 샘플 숫자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6시에 있는 이미지까지 복원을 시켜주는 역할을 해내는 방식입니다. 특히나 2010년대 들어서 머신러닝 등으로 이미지 데이터에 대한 수요와 분석도 높아진만큼 해당 알고리즘의 중요성도 앞으로 올라가면 더 올라가지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7,000여번의 논문 인용횟수가 이를 증명한다고 봅니다.



추가적으로, 머신러닝을 공부하시는 분들중에는 'Random Forest' 알고리즘 역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기먼 교수님이 '창시자'는 아닐지언정 '초기 고안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프로토타입 아이디어로 논문을 내시기도 했고요. 


한 분야에서 평생에 걸쳐 주목받는 알고리즘을 하나만 내기에도 힘들텐데, 기먼 교수님은 무려 두 개를 성공하셨습니다.






2. 윗 글에 대한 개인적 사견 및 마무리. 



사실 조금 조심스럽긴 합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엔, 그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경쟁이 심해지고 힘들어진것 일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매번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논문을 위한 연구만이 많은 실태고, 가슴 뛰게 하는 도전들을 찾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느껴요, 최소한 저에게는. 


그래서 윗 글을 볼때마다 더더욱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영어 원문 자체도 매우 명문이니까, 시간 나시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는거 강추드릴게요. 특히 기먼 교수님은 학부를 수학과가 아닌 영문과를 나오신 만큼 원문이 더욱 세련되고 정제된 느낌을 받으실꺼라 믿습니다.


위의 기고글을 수업에서도 사실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발전이 힘들어졌다고, 논문을 더욱 많이 내야 하고, 경쟁은 과열 되었다고... 그 때의 말씀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기록하고 싶어서, 그리고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교수님께 번역 허락을 받은 뒤 이렇게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수업에서 매우 인간적이고 위트있는 교수님이기도 하셨습니다. 본인이 대학교 다닐때 맨날 술 먹고 당구 치다가 제적 당했던 이야기, 휴학하면서 공장에서 일하고 나서 복학해서는 열심히 공부하셨던 이야기, 한 연구가 3년동안 안 풀려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Tree 여러개 돌렸다가 Random Forest가 탄생했던 이야기 등... 아직까지 기억하면서 마음에 담아두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많네요.


그래서 기먼 교수님과 교수님의 글을 여러분께 소개시켜 드릴 수 있게 된 건 정말 영광이라고 느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GR에도 학도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다들 힘내시면서 본인이 원하는 연구 혹은 일을 찾아 승승장구 하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다같이 힘내자구요 :)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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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12:43
수정 아이콘
저만 글이 중간중간 안 보이나요?
위너스리그
21/05/29 12:43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제가 웹에서 다크모드를 써서... 하얀색으로 글자가 쳐졌네요
이거 까만색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잠시 씨름중입니다 ㅜㅠ
위너스리그
21/05/29 13:06
수정 아이콘
흑흑 죄송합니다 PGR 맹이라 ㅠㅠ 글자 색깔 바꾸고 깨진 글자 복원하고 이미지 올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1/05/29 12:54
수정 아이콘
참으로 좋은 말씀이십니다. 우리나라도 정량지표를 위한 무한한 논문 찍어내기에 급급한데 이것이 대학 교수들과 대학원생, 연구원들을 쉬지 않고 굴리기에는 참 좋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한 단계 뛰어넘는 위대한 성찰은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위너스리그
21/05/29 13:07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한국보다 숨쉴 구멍은 있겠지만, 미국도 이러한 제한사항이 있어서 언젠간 바뀌었음 하는 바람이 참 크네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묵리이장
21/05/29 13:14
수정 아이콘
논문 99프로가 의미 없지 싶은데.
논문 늘리는거 사실 일도 아니구요.
사이언스 네이쳐에도 합격되는 폼에 저명한 사람들어가면 뭐 만들어지는 논문들도 많죠.
우리나라 저널은 뭐 더 말할 필요도 없고.
21/05/29 13: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세상 대부분의 문제처럼 그냥 돈 문제죠. 박사수를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아니면 박사 기초수당같은 걸 강구하지 않는 이상 악화되면 악화됐지 개선될 여지는 없을 겁니다.
담배상품권
21/05/29 13:33
수정 아이콘
이런 문제는 미술계에서도 있었고, 문학계에서도 있었는데 미술사를 보던 문학사를 보던 마찬가지더군요. 돈 많은 사람이 연구를 하는거 아니면 다들 저래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과학계는 미술, 문학보다 끔찍하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저분의 좋은 주장은 더욱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위너스리그
21/05/29 13:35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사실 판이 건강해지니 되려 역설적으로 돈이 모이고, 그래서 경쟁도 심해지는것 아닌가... 싶네요. 슬프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싶고, 저게 되지 않더라도 제 자신이 진정 원하는걸 바라보며 살 수 있는 마음에서 항상 저 글을 읽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21/05/29 13:43
수정 아이콘
되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순전히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구하시는 분들은 비아냥 받는 경우도 더러 있더라구요. 저기는 원래 돈이 좀 있어서... 고고하신 분이셔서... 저런 연구하시는 분들 참 존경 받아야하는데... 이러면서 말이죠.
21/05/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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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in the age of "selfie"까지 붙여주셔야 왜 지금 제목으로 옮기셨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위너스리그
21/05/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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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제 실수네요. 수정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추가로 해주신 말씀도 많이 와닿습니다... 새로운 도전하는 환경 자체가 시선적으로도? 어려워진 시기 같은데, 어떻게 될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Rumpelschu
21/05/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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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점의 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생명과학에서는 코로나시국에서 mRNA라는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되기도 했고 뭔가 외부요인에 의해 필요성이 생기면 급격한 발전이 현대에도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번개맞은씨앗
21/05/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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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저러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기회'인 거라 생각합니다.
21/05/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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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오히려 과학자들의 연구를 방해한다니
근데 SNS로 생업에 안좋은 영향 받는 사람들 많은걸 보면 맞는거같네요
다람쥐룰루
21/05/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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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부터 1965년까지는 인간이 가진 물리력의 한계를 모르던 시절이었고...
이미 물리적인 한계치에 도달한 인간이 발전하기 위해 몸비트는 현 시점과 비교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아빠
21/05/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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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대학원생활 해보시면 알겠지만
실적을위한 논문 논문을 위한 연구가 대다수입니다
특정 주제를 주로 다루는 학술지가 생기고
자기들끼리 속칭 대가처럼 여기는 몇명 중심으로
논문 리뷰 퍼블이 이루어지는건 관행처럼..

자가인용 및 임팩트 팩터 뻥튀기는 엄청나고
논문 억셉날려면 이사람 이름들어가면 보통 오케이된다
이런것도 있죠

네이쳐나 사이언스 정도는 탑급이니 그런면이 거의 없어보이긴한데 특정 핫하다고 이야기 되는 주제는 카르텔형성과 논문 공장 같습니다 -__-
위너스리그
21/05/29 14:55
수정 아이콘
이거!! 진짜 너무 공감합니다
그래서 다들 컨퍼런스 적극 참여하고, 인맥 만들기에도 적극적인거 같고요
거기까지는 좋은데, 나름 주목받았던 논문들 중에 과연 족적에 남을만한 논문인가 싶은 것들도 꽤나 많을텐데, 그것들을 서로 말씀하신 것처럼 밀어주기 한다는 느낌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혹은 많으셨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1/05/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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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는 공감하네요.
예전에 학교에 오셨던 교수님이 요즘 대학원 연구는 집이 좀 사는 사람이 해야한다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었는데,
옜날에는 귀족이나 수도자가 연구를 이끌었던거 보면 역시 먹고사니즘이 해결되야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나봅니다
Dark Swarm
21/05/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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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섞어서 말해보자면, 위에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었던 시기처럼 서로서로 편이 갈려서 국가와 인류의 명운을 건 거대한 전쟁이 없어져서 아닐까 싶습니다.
조말론
21/05/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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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빵빵 시바견(1900년대초중반)
철푸덕징징 시바견(요새)
짤이 생각나네요
안수 파티
21/05/29 15:5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소개 감사합니다. 비슷한 생각을 꽤 오래 했던 터라 아주 공감이 되네요.
마스터충달
21/05/29 16:39
수정 아이콘
'측정치가 목적이 되면 올바른 측정은 불가능하다.'

이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 : 논문과 학술지...
21/05/29 16:58
수정 아이콘
현재까지도 냉전이 지속되고 있었으면 머스크는 화성 갈끄야가 아니라 명왕성 갈끄야를 외치고 있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과학계의 문제라기보다는 공산권 무너지고 세계가 단극 체제가 된 부작용이 아닐까 싶어요.
21/05/29 17: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80년대 유학하고 돌아와서 교수되신 분들 보면 박사논문 달랑 하나 써서 서울 유수의 대학에 자리잡고 그랬었죠.
지금은 미국에서라도 리서치 스쿨에 첫 직장 잡으려면 박사 과정 도중에 박사 논문 제외 좋은 논문 몇개는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대학원 수업들으랴 티칭하랴 충분한 사유와 계획을 거친 논문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위 퍼블리시 빠르게 잘 되는 잘 팔리는 연구를 해야하는데, 또 나는 내 길을 갈거야 하고 박사 생활 내내 한편도 못내고 있으면 졸업하고 낙동강 오리알이고요. 박사 생활이 어떤 연구자가 되어야겠다는 준비과정보다는 좋은 잡을 위해 빠르게 논문을 찍어내는 과정이 되다 보니까 연구자로써 훈련자체는 더 잘된다고 볼 수도 있는데, 확실히 졸업하고 R1 가서도 내가 어떤 연구자가 되어야겠다는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류지나
21/05/29 18:52
수정 아이콘
제가 과학계가 획기적인 발전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하나 압니다... 세계대전이라고...
-안군-
21/05/29 19:19
수정 아이콘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은 인류발전을 촉진시키죠. 상대보다 앞서지 않으면 죽거든요(...)
1910년대 ~ 1960년대는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 치열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과학발전이 빨맀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타마노코시
21/05/29 21:20
수정 아이콘
공감갑니다.
여기에 가장 더큰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섹시한] 분야에만 인력이 몰립니다.
이러한 분야의 쏠림현상은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것처럼 보이는 분야에 펀드와 인력이 몰리고 흔히 말하는 분야별로의 [클래식]한 분야에 인력과 자본이 안몰립니다.
결국 대학원생이 졸업할 때에는 클래식 분야는 사람이 없어서 황폐화되고, 잘나가던 분야는 모래위의 성이었기 때문에 돈은 급격히 마르고 졸업생들은 졸업분야로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하게 되죠..
21/05/29 21:22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그냥 발전 난이도가 오른 것 같아요. 레벨1에서 2로 만드는거랑 레벨 101에서 102 만드는건 필요한 경험치가 다르죠
연구들 보면 과거랑 현재랑 연구에 필요한 금액 수준이 다른 것 처럼, 난이도 자체도 수준이 달라졌죠.
리자몽
21/05/29 23:00
수정 아이콘
2021년 현재의 논문들은 각 분야의 특정 연구 테마를 매우 미세하게 파고들죠

그러니 미시적으로만 초점이 맞춰지고 그러다보니 연구라는 본연의 목적보단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방법 등이 되어 버리죠

그리고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그 비용을 따기 위해서는 성과가 필요하니 논문을 위한 논문이 나오는 등

좋은 논문이 나오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고 봅니다

또, 연구개발을 위한 돈이 유행에 따라 너무 한쪽으로만 몰리다 보니 현 시대의 유행(IT, BT 등)에 어긋난 학문들은 지원을 받기 매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양질의 논문이 나올수가 없죠
새벽바람
21/05/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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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rell님 말씀처럼 레벨이 오른 탓도 큰 것 같긴 합니다. 입자가속기를 몇미터에서 몇키로까지는 키울 수 있어도, 태양계 사이즈의 입자가속기를 만드는건 완전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보니... 그래도 순수과학에 비해 공학쪽은 1965년과 2015년은 꽤 큰 차이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논문을 위한 논문이 양산되는 것도 문제지만, 위에서도 언급된 학계에 만연한 이너써클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논문 양산이야 뭐 사실 어쨌든 아무리 사소한거라곤 해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0이냐 +냐의 문제이지만, 돌려먹기식의 논문 밀어주기는 -가 되기도 하는 문제인지라...
덧붙여서 연구 자체보다는 과제 기획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현재의 비효율적인 연구과제 및 사업의 구조.. 그 와중에 과제비를 주는 담당자들이 과학에 대한 식견이 얕다보니 소위 핫한 분야에만 돈이 뿌려진다는 문제.. (근데 이건 또 마찬가지로 핫한 분야의 논문만 High IF 저널에 퍼블리시가 되니, 결국은 연구자들 또한 문제이긴 매한가지입니다.) 등등이 맞물려서 본문과 같은 이슈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21/05/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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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는 분야에만 몰린다는 것에 정말 극공감합니다. 사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그 분야를 하지 않고서는 먹고살기조차 힘든 환경이 되어버렸으니깐요..
그리고 그 분야를 연구하는 것의 여부로 판단되는 주변의 시선도 +alpha...

우리나라만 봐도 아무 연관없는 연구 과제인데도 딥러닝, 머신러닝, 학습 알고리즘 이런 단어들 없으면 그냥 과제 연장이나 채택에서 탈락되는 사례가 솔찬히 있어왔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 자체는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으나 이것에 대해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제시하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글을 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21/05/30 09:26
수정 아이콘
과학의 혁신을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이 먼저 바뀌는게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지금 만약에 세계 3차 대전이 몇년간 일어난다면.
당장의 무기 및 군인 대체 용도로 인공지능이 어마어마하게 발전할껍니다.
라쿤맨
21/05/30 11:23
수정 아이콘
연구보다는 엔지니어링의 시대라고 봅니다. 발견된건 많은데 실용화 된건 적습니다. 신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나 기술은 너무나도 인증 받기가 힘듭니다. 회사 하나가 상품하나에 들이는 돈과 인력은 논문과 비교가 안 되죠. 예를 들어 이번 mRNA 백신의 컨셉은 엄청 오래되었으나 인증이 나오지 않아 전혀 새용할수 없었습니다. 초반 논문에 비하면 엄청난 재력과 노력이 모더나와 바이오앤텍에 의해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구요. 코로나로 인해 겨우 인증을 받았죠. 이런 케이스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실용화로 빠지는게 많아져야 창업도 더 하고 데이터도 더 나와야 또 연구할거도 생기고 투자도 생기니까요. 보면 현재 많이 실용화되고 있는 기술이 연구쪽도 활발하고 펀딩도 쉽습니다. 그냥 연구쪽에서만 남아있으면 다들 알고 있는 데이터 뺑뺑이 + 지금 연구의 다른 맛의 반복입니다.
aDayInTheLife
21/05/30 16:30
수정 아이콘
생각할 거리 많은 좋은 글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허들이 높아지기 때문이아닐까 싶긴 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만한 분들, 그 중에서도 대가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야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 와중에 유행과 트렌드도 많이 타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학계가 만든 트렌드에 학계가 제대로 타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 온건 아닐까 생각은 들더라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1/05/30 18:1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꺄르르뭥미
21/06/01 06:0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누가봐도 쓰레기 같은 논문이 너무 많아요.

옛날 낭만적으로 학문을 하던 시절에는 기존의 학문의 정수를 충분히 이해하면 자연스레 그 다음 단계의 이론이 떠오르게 되고 그게 자연스레 논문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면, 이젠 정말 근본없는 논문도 많죠. 예를 들어 A라는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A'라는 이론이 나오고, 그것을 위해 B를 연구하고, 그것이 더 발전되어 B'라는 논문이 나오는데, B'는 A와 모순이 된다면 여기에 No라는 이야기를 하라고 테뉴어를 주는거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것을 재생산만 하고 있어요. 사상누각이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학계입니다.

연구나 교육이나 대학의 시스템은 모순이 가득차있는데, 대안이 없어요. 코로나 사태로 치부가 들어나도 전혀 대안이 보이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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