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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5/06 12:00:33
Name 우주전쟁
Subject 노스페이스 정도는 입고 가야할 엔켈라두스...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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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켈라두스는 토성의 위성입니다. 크기는 작아서 지름이 약 502k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엔켈라두스를 한반도로 가지고 온다면 한쪽 끝은 서울에 다른 쪽 끝은 부산을 좀 지나서 대한해협에 걸치게 될 것입니다. 전체가 얼음으로 덮여있는 이 위성은 태양계 내의 천체들 가운데 태양을 제외하고는 가장 밝은 놈이고 태양빛을 거의 90% 이상 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표면 온도는 아주 낮아서 약 영하 201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엔켈라두스에서 볼 때 우리 지구의 남극은 거의 열대우림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엔켈라두스를 찍은 사진을 보다 보면 위의 설명이 이해가 되면서 또한 이 위성이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겨울왕국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거죠. 개인적으로 태양계 내의 위성들 가운데 딱 한 곳만 방문하게 해준다면 저는 엔켈라두스를 택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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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보이저 1호가 엔켈라두스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을 때 사람들은 이 위성의 지형이 아주 흥미롭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북반구에는 크레이터들이 많이 보이는데 남반구에는 거의 크레이터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크레이터들은 우주의 시간 기록자 같은 역할을 하는데 어떤 천체의 지형에 크레이터들이 많이 보인다면 그것은 그 지형이 아주 오래되었음을 가리키는 것이고 반대로 크레이터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면 그 지형은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은 지형임을 나타내 줍니다. 운석들이 자의식을 가지고 "난 반(半)놈만 패!" 이러면서 엔켈라두스의 북반구에만 억하심정을 가지고 두들겨 팬 것이 아니라면 엔켈라두스의 북반구는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고 남반구는 누군가가 도로 재포장 작업을 해서 크레이터 자국들을 싹 다 없애고 반반한 지형을 만들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엔켈라두스판 경부고속도로 공사의 주인공은 차후 카시니 탐사에서 밝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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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지구를 출발하여 2004년에 토성궤도에 진입한 후 본격적인 토성계 탐사를 시작한 카시니호는 엔켈라두스 남반구 극지방 부근 얼음사이의 균열을 통해서 물질들이 마치 분수처럼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현상을 포착하게 되자 나사의 과학자들은 흥분했습니다. 엔지니어들에게 당장 저 분수들 사이로 카시니호를 통과시키라고 합니다. 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들이 무엇인지 카시니호에 탑재된 관측기기들을 가지고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디서 읽은 바로는 이걸 LA에서 야구공을 던져서 뉴욕에 있는 양키스 홈구장 홈플레이트 스크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전 두산 베어스 투수 홍상삼 선수 정도가 아니고서는 감히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사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저기를 통과할 수 있도록 카시니호를 조정하냐며 난색을 표하자 과학자들은 그건 니네 엔지니어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나사가 무슨 삼성전자도 아니고...하지만 착한 우리 나사의 엔지니어 너드들은 까라면 깐다고 또 이걸 해냅니다.

1851

카시니호가 이 엔켈라두스 간헐천을 통과하면서 관측한 바에 따르면 이 물질들은 물과, 이산화탄소, 메탄, 에탄, 프로판 같은 탄소화합물들이였습니다. 이 가운데서 이산화탄소나 메탄은 지구의 바다에서는 심해 열수구들에서 발견이 되는 물질들인데 이게 엔켈라두스의 지상 분수쇼에서도 발견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뿜어져 나온 물질들이 바로 엔켈라두스의 남반구 지형 재포장 작업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극지방에서 뿜어져 나온 물질들이 크레이터 지형을 덮어서 비교적 반반한 지형으로 변모하게 된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물질들은 토성의 E링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엔켈라두스의 토성 공전 면을 따라서 아주 희미한 링이 하나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엔켈라두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들로 구성된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유로파처럼 이 엔켈라두스의 얼음 층 아래에도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남반구에서는 이러한 지하의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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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들이 드러나자 엔켈라두스는 태양계 내 생명체 탐사를 위한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나사에서 다시 엔켈라두스를 탐사할 탐사선을 보낼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나사도 의회에서 예산 배정을 받아서 돈을 집행해야 되는 입장이라 무한정으로 돈을 쓸 수는 없고 현재는 달 탐사나 화성 탐사 쪽에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라 아쉽지만 엔켈라두스로 다시 탐사선을 보내는 일은 좀 많이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엔켈라두스가 사라지는 것도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니만큼 언젠가는 다시 우리들 앞에 그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낼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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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6 12:02
수정 아이콘
신기하네요...도로 재포장이라니
패트와매트
21/05/06 12:11
수정 아이콘
유로파가 한참가까우니 일단 거기부터 찍어야...
깃털달린뱀
21/05/06 12:12
수정 아이콘
탐사선이 간헐천을 통과했다니 어쩌면 테라포마스는 화성이 아니라 엔켈라두스에서 벌어질 지도 모릅니다?
척척석사
21/05/06 12:23
수정 아이콘
아 이게 위성 이름이군요.. 로스트아크 얘기인줄알고 허겁지겁 눌렀는데 엌
21/05/06 12:48
수정 아이콘
저기가려고 사놨죠
앗!힝!엨!훅!
21/05/06 12:56
수정 아이콘
토성 가끄니까!
21/05/06 13:44
수정 아이콘
분수쇼!
우주전쟁
21/05/06 14:03
수정 아이콘
역시 쇼는 분수쇼죠...;; 먼 나라 [이웃]나라...;;
cruithne
21/05/06 15:09
수정 아이콘
저 먼 거리에서 저 얇은 간헐천 줄기를 통과시키다니 대단하네요
기기괴계
21/05/06 16:34
수정 아이콘
전 두산 베어스 투수 홍상삼이라뇨, 현 기아 타이거즈 투스 홍상삼이란 말입니다. 칫...
우주전쟁
21/05/06 16:39
수정 아이콘
기아에서 잘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ㅜㅜ
호머심슨
21/05/06 18:41
수정 아이콘
엔켈라두스에 신도시 만들고 싶다
허저비
21/05/06 21:18
수정 아이콘
엔지니어들이 자꾸 까란다고 까니까 윗대가리들이 것봐 하면 되잖아 하면서 계속 시키는겁니다...
이럴때 안되는건 안된다면서 안해야 되는데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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