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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28 23:50:45
Name Timeless
Subject 엄마. 그 아래 아이디찾기 있지? 눌러!
조금 전 있었던 가벼운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하나 적어보려 합니다.

퇴근하면서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엄마 하루의 1~2시간을 책임지던 엠게임 맞고가 아이디/비밀번호 자동저장이 풀렸는지 어제부터 못하고 있다는 하시더라구요.
아이디는 기억 안 나고, 예전에 적어둔 것도 어디에 있는지 기억 안 나고.

여기까지 들은 자식들의 반응은 비슷하겠죠?

"응. 엄마 알았으니까 일단 끊어. 이따 애 재우고 전화할게"

아이를 재우고, 심호흡을 한 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화를 했습니다.

제 컴퓨터로 엠게임에 들어가 아이디찾기부터 실제로 하면서, 전화로 엄마가 따라하실 수 있도록 step by step!
잘 되는가 싶더니 이런.. 엄마 컴퓨터의 익스플로러는 팝업 제한이 걸려있나 봅니다. 분명 저한테 뜨는 팝업창이 안 뜬다네요.

또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엄마에게 카톡 영상통화를 걸어봅니다.

화면에 엄마 얼굴이 안 뜨네요. 까만 화면이 마속하기만 합니다(어이쿠 5월이 다가오니 야속을 마속이라고 잘못 썼지만 그래도 읽히는군요).

"엄마 잘 들어. 일단 화면 가운데를 한 번 터치하고 아래 보면 마이크, 카메라, 통화 종료가 보일꺼야. 가운데 카메라를 눌러서 엄마 얼굴이 나오게 해봐."

유후! 엄마 핸드폰에는 그런 버튼이 없다네요. 제 머리 속은 foggy가 됐지만, 저는 이 미션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 얼굴은 화면전체에 크게 나오고, 그 위에 작게 까만 네모 있지? 거기엔 엄마 얼굴이 나와야 하거든.
일단 화면에 나온 내 코를 한 번 톡 눌러봐. 그럼 내 턱쪽에 마이크, 카메라, 통화 종료 버튼이 나올꺼야. 그 중에 가운데 카메라를 눌러"

드디어 그렇게 보고 싶던(?) 엄마 얼굴이 보입니다.

"엄마 이제 핸드폰 화면을 돌릴꺼야. 다시 내 코를 누르고, 위에 화면 돌리기 버튼을 눌러"

그러 버튼이 없다는 말은 엄마의 hook인가요? 결국 화면돌리기도 성공. 이제 엄마 컴퓨터 화면이 보이네요.  

다시 아이디찾기 시도. 역시 익스플로러에서 팝업이 안 뜹니다. 바탕화면을 비추라고 하니 크롱.. 아니 크롬이 보입니다!
크롬을 켜고, 주소창에 MGAME.COM을 치는 데까지 또 한 세월이 걸립니다.
엄마에게 영타를 주문한 것은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 주문해 달라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크롬으로 드디어 아이디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비밀번호 재설정도 마쳤습니다.
로그인해서 맞고 실행시켜서 엄마가 첫뻑 하는 것 보고(하필이면 이틀만의 첫 타가 첫뻑이란...)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여기까지 딱 30분 걸렸네요. 원격지원으로 하면 더 편리하겠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나이들면서 새로운 것 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70세 어머니가 느끼는 컴퓨터 다루기 난이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어머니 나이가 더 드시고 원격지원 아니면 안 될 때가 오겠지만, 그날이 가급적 늦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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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9 00:04
수정 아이콘
chrome에 원격지원 tool잇어요 chrime remote desktop. 부모님 컴에서 실행하라고 하고 나오는 패스워드만 넣으면 돼서 복잡하지도 않아요
Timeless
21/04/29 00:08
수정 아이콘
네~ 알고 있습니다. 원격 했으면 3분이면 끝났겠지만, 아직은 어머니께서 직접 해결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요.
21/04/29 00:05
수정 아이콘
며칠 전 어머니 휴대폰이 먹통이 돼 초기화하면서 전화번호부가 몽땅 사라졌습니다. 방금 카톡 영통으로 네이버 전화부 앱 설치 및 번호 옮기는 것 도와드리느라 진땀을 빼고서 이 글을 읽으니 공감가네요. 영상통화 너머 어머니 얼굴이 많이 변해버린 것만 같아 약간 속상했습니다.
Timeless
21/04/29 00:09
수정 아이콘
맞아요. 부모님이 아직 이 정도는 하실 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이니까 또 반짝 효도르!를 해야겠습니다.
CastorPollux
21/04/29 00:12
수정 아이콘
부모님.....스마트폰 알려주다가 가끔 폭발하는데...
나중에 또 후회하죠..크크크크크 ㅠㅠ
Timeless
21/04/29 08:49
수정 아이콘
여유 없을 때 가르쳐드리면 폭발하니까 저는 여유있을 때만 가르쳐드립니다. 한 시간 걸리겠구나 각오하고 시작하면 보통 30분 안에는 끝나니까 개이득!?
21/04/29 00:51
수정 아이콘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어르신과 젊은 사람의 전자기기 습득력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더라구요. 저도 몇번 가르쳐드리다가 지금은 그냥 제가 다 해드립니다.
Timeless
21/04/29 08:51
수정 아이콘
저도 이제 새로운 전자기기 습득력 저하를 느낍니다. 그게 꼭 이해력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그냥 해오던대로 하고 싶지 새로 배우고 싶은 의욕이 일단 부족하고, 그냥 어려운 느낌이랄까? 막상 해보면 또 할 수 있거든요.
21/04/29 00:51
수정 아이콘
저희 부모님은 다행히 잘 쓰시는데
그래도 가끔 teamviewer로 지원해드려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Timeless
21/04/29 08:52
수정 아이콘
저는 가급적이면 직접 가르쳐드리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원격지원하려구요. 이런 날도 몇 년 안 남았을 것 같아서ㅠ.ㅠ
Final exam
21/04/29 02:56
수정 아이콘
유쾌한 톤으로 글을 쓰셨지만 글쓴님의 마음에 크게 공감합니다.
저 hook은 만고불변일 지라 나중에 저도 제 아이들한테 저럴 것 같습니다.
아빠 꺼는 오래돼서 그런 거 없어... ㅠㅠ
Timeless
21/04/29 08:52
수정 아이콘
딸아~ 아빠 핸드폰은 그런 기능이 없구나 (하나 사줄래?)
세타휠
21/04/29 07:32
수정 아이콘
아니 제 얘긴줄..엄마 컴터 화면을 비추라고...매번 카메라 돌리는 법 까먹는 울 부모님. 저는 욱해서 저렇게 세세히 유도(?)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냥 컴터 문제는 크롬 원격 깔아서 해결 보는 것이 저도 승질 안내고 부모님 마상 안주고 넘어갈 수 있더라고요;
Timeless
21/04/29 08:54
수정 아이콘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할 때만 가능한 미션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아내 운전도 가르쳤습니다. 할 수 있다 (대략 펜싱 할 수 있다 짤)
스타카토
21/04/29 08: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부모님도 그렇지만....아이들과 학부모님도 비슷하더군요~~
화상수업을 시작하며 학기초 1달동안 거의 매일 격는일이네요~
특히 저학년 학부모님들이 젊어서 잘 적응할줄 알았는데..
아이가 저학년이면 학부모도 저학년이다 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군요~
매일 카카오톡 페이스톡으로 이쪽 비춰보세요~ 거기에 뭐있죠? 없다고요? 카메라 다시 돌려볼께요....등등등
어느정도 안정화가 되어 요즘은 크게 이런일은 없지만 글에서 PTSD가 생깁니다.
두근두근 마속마속~~~
Timeless
21/04/29 08:55
수정 아이콘
저는 유치원 최고 학년 아빠란 말입니다! 최고 학년이니까 부모한테도 그런 티가 좀 나겠죠?
나가노 메이
21/04/29 09:44
수정 아이콘
딴얘기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의 그장면 생각나네요
알려드릴땨마다 갑갑할때마다 그 장면 생각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바람의바람
21/04/29 09:59
수정 아이콘
전 그냥 제가 다 해드립니다. 알려드려도 그런상황 별로 없고 또 생기면 까먹으시더군요
전 그런말 들으면 "잠시만 기다려봐 휴대폰에 문자 갈거야 그거 문자에 인증번호 6자리 불러줘"
그 후 아이디와 비번 문자로 보내드립니다.... 아니 애초에 제가 부모님 아이디 비번 다 알고있어서 그럴필요도 없;;;
나스이즈라잌
21/04/29 10:04
수정 아이콘
50대신데도 로그인이 힘드십니다..
가끔 집갈때마다 메뉴얼을 만들어드리는데 쉽지않네요
Prilliance
21/04/29 11:00
수정 아이콘
부모님 컴퓨터나 스마트폰 가르쳐 드리면서 느끼는게 너무 두려움이 많으십니다. 잘못 누르면 뭔가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셔서 딱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는걸 아예 시도도 못하시더군요. 결국 스스로 이것저것 해보고, 시행착오도 겪고 하면서 전반적인 이해가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처음 보는 프로그램이나 앱이더라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게 아닌 이상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텐데 이부분은 뭐 제가 가르쳐 드릴 방법도 없고 그건게 좀 답답하네요.
여덟글자뭘로하지
21/04/29 13:57
수정 아이콘
저도 부모님이 핸드폰이나 컴퓨터 물어보시면 꼭 옆에 앉혀드리고 같이 하는걸 보여드리거나 따라하게 해드려요. 그럼 곧 잘 따라하십니다. 잊어버리시는 것도 있지만 몇번 차근차근 알려드리면 혼자서도 잘 하셔요.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사는 사람이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계속 알려드리니까 이젠 구글플레이에서 게임도 다운받아서 해보시고 자랑하시더라구요. 흐흐, 아들래미 더 써먹으셔도 좋으니 오래오래 새로운 것들 배워가면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B급채팅방
21/04/29 14:34
수정 아이콘
아버지께 주식 모바일로 매수 / 매도 알려드렸는데 아침9시만 되면 전화옵니다 흑흑
21/04/29 14:39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더 늦게 오면 좋겠어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제 가족인 장년 한 사람도 2주 정도 특정 사이트에 가입을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는데, 대체 뭔가 싶어서 확인해봤더니 휴대전화 본인인증 창의 기본값이 문자인증 아닌 PASS인가 뭔가 하는 모 통신사 본인인증앱(?)으로 되어 있어서 아무리 성명, 전화번호 넣어도 안되던 거였더라고요. 그거 보고 옆에 다른 장년은 훈수랍시고 '알뜰폰이라 인증 안되는 거'라느니 '그러니까 대기업 쓰라'느니 하고... 남녀노소 모두 써야 하는 공공적 성향의 인터페이스에는 그 따위 장난질 좀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가끔 일하다가 PC,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한 7, 80대 분들을 정말 드물게 만나게 되는데, 멋지더군요. '아 그게 뭐가 어려워요 그냥 하면 되는데' 하면서 막힘없이 앱 깔고 공인인증서 불러오는 SWAG.
트루할러데이
21/04/29 17:11
수정 아이콘
가끔 애들한테 뭘 가르쳐 줄 때가 있어요,
별거 아닌데도 단어를 모르니까 단어의 어원부터 설명하느라 한세월 걸려 설명할 때가 있는데
부모님한테 전자기기 설명할 때는 짜증 부터 내는 내가 떠올라서 매우 반성하게 됩니다.
난중에 이놈들이 나한테 설명 할 때도 아마 그렇겠죠.. 어무니 아부지 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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