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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23 08:44:08
Name 재가입
Subject 고자질은 왜 하면 안되는 것일까.
"아빠! 언니가 내 바나클 뺏어갔어! 내가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만 3살인 둘째가 달려와서 울부짖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행이 내가 옆에서 전후사정을 다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보지 않는 곳에서 사태가 발생하여 애들이 서로 니 잘못이네 하며 달려오면 사실 관계 파악을 하느라 머리가 아프지만,
이번엔 다행히 다 보고 있었다.

"XX야, 동생이 가지고 놀고 있는 걸 뺏어가면 안돼. 하고 싶으면 동생이 다 가지고 놀때까지 기다려야지."
"아니, 아빠 OO가 가지고 놀다가 방바닥에 그냥 놔뒀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주워서 안거야...."
"잠깐 놔뒀다가 다시 가지고 놀려고 했나봐........"
......
만 5살인 언니는 말빨이 세다. 짜증이 팍팍 날때도 있지만 꾹꾹 참고 잘 타일러서 그래도 뺏어가는 건 안좋다고 잘 이야기를 한다.
납득을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동생에게 미안해 하고 끝을 냈다.

그리고 동생에게도 이야기 한다.
"너도 언니가 잘못했다고 고자질 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야. 일단 아빠에게 오기 전에 언니한테 먼저 이야기해"
니들끼리 알아서 합의보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일주일에도 여러차례 겪는 패턴이다. 항상 싸우고, 잘못한 애는 혼내고, 고자질한 애도 한 마디 해준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아왔는데 어느날 위화감이 들었다.

고자질을 하는 게 나쁜 행동인가? 공익 제보(?) 아닌가?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나도 지겹도록 나쁜 짓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하게 되었을 뿐이다.
이제는 아무 고민 없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그 생각을 물려주고 있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별 생각까지 다 하게 되었다.
어릴 때 부터 고자질이 나쁜거라고 교육을 받아서,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건 아닐까?
어른들이 아이들의 고자질 때문에 골치아픈 상황에 빠져드는게 싫었기 때문에, 상황을 듣고 판단을 내려줘야할 어른으로써의 책임회피를 한 것이 아닐까?
이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고자질을 검색하니 사전적으로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것이라고 나온다.
고자질이 남의 사생활을 유출하는 것이거나 거짓말이라면 당연히 문제다.
그런데 남의 잘못을 알고 있다면 공론화해서 바로 잡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이런저런 생각 끝에 앞으로는 아이들이 뭔가를 일러바치면, 그건 잘못이라는 말을 다시는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보지 못한 일을 일러바치면 사실관계 파악과 뒷처리에 머리가 아프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입막음을 해버리는 건 더 옳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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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리오
21/04/23 08:49
수정 아이콘
바나클은 저도 좋아합니다.
재가입
21/04/23 08:51
수정 아이콘
전 콰지요.
트윅은 좀 불쌍한 것 같아요. 오늘 요청 받아서 거의 다음날까지 탐험선 개조해놓는 거 보면 거의 노동 착취당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은...
구라리오
21/04/23 08:53
수정 아이콘
그걸 즐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방도 독 바로 옆에 문도 없이....
설탕가루인형
21/04/23 10:23
수정 아이콘
아 바나클 대장은 못 참지
단비아빠
21/04/23 09:00
수정 아이콘
고자질을 하면 고자가 될지도...
고자질의 어원이 내시들이 임금한테 몰래 주변인들에 관한 험담을 전달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고자나 하는 짓이라고 해서 고자질...
21/04/23 09:01
수정 아이콘
이보시오 아빠양반!
재가입
21/04/23 09:03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저는 이제 마음껏 해도 되겠군요(?)
21/04/23 09:08
수정 아이콘
아이가 본인이 생각하는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 (교우관계, 컴플렉스, 실수, 죄책감 뭐든지...) 에 대해서 첫번째로 부모에게 상담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 저희 가정의 교육 철학입니다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겠지요.
재가입
21/04/23 09:10
수정 아이콘
네...뭐든지 말했을 때 가능한 진지하게 들어주는 길 밖에는 없겠다 싶네요.
저도 생각해보면 10대때부터는 부모님에게 뭘 터놓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달달한고양이
21/04/23 09:11
수정 아이콘
문득 고자질(?)을 하는 심리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시조카들끼리 노는 걸 보고 있으면 중간중간 작은 녀석이 우다다 달려와서 어른들에게 형아가 (하지말라는) 뭐뭐 했어요! 하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뭘...뭘 원하는질 모르겠어요 ㅠ
재가입
21/04/23 09:31
수정 아이콘
그냥 타고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하더라구요.
저희 애들도 그렇고 주변에 친구 애들도 보면...다 똑같음...흐흐
크레토스
21/04/23 15:36
수정 아이콘
억울한 짓 당하거나 하지말라는 짓 해도 자기힘으로 해결 못하면 고자질 하게 되는거죠.
21/04/23 09:12
수정 아이콘
뒷담화가 나쁜 것과 비슷한 이유이겠죠
21/04/23 09:20
수정 아이콘
둘째입장에선 말해도 안통하는 언니한테 직접 말하기 보단 그래도 해결가능성 있는 관리자인 아빠한테 말하는게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요
오히려 직접 해결하려는게 아빠한텐 기대할수 있는게 없다는 의미로 보여질수 있겠네요.
재가입
21/04/23 09:3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제 말하는 걸 권장하고 있습니다...흐흐..그래도 언니한테도 말하고 아빠한테도 말하라는 식으로 얘기하고는 있네요. 직접 말할 줄도 알아야 하니까.
21/04/23 09:28
수정 아이콘
저도 어렸을때 많이 해봤습니다.
형한테 힘으로는 안되니 모두 일러바쳤지요. 날 때렸다 밀쳤다 과자 혼자만 먹더라 내꺼 빼사묵었다 등등
형이 혼나는 모습을 보고나면 잠깐의 만족감과 평화, 그리고 무시무시한 보복이 찾아오더군요.
재가입
21/04/23 09:34
수정 아이콘
저는 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서...저도 형이 있고 일러바친 적도 있긴 합니다만
글에도 썼듯이 고자질하면 나쁜거라고 되려 혼이 나기도 했고,
거기 더해서 어디 동생이 형한테!!!(어디 차남 찌끄레기가 장남님한테!!) 이런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흐흐.
결과적으로 제 기억에 남아있는 바로는 형하고 싸워본 적이 없어요. 대여섯살때는 싸운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형은 제가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음. 흐흐.
21/04/23 09:59
수정 아이콘
성경에 고자질로 죽을뻔 하다 성공한 인물이 생각나는군요
형제자매간에 고자질은 일종의 정의문제보다 부모에 대한 구애경쟁아닐까요?
그러다 크면서 해결책을 서로 찾아가겠죠
태바리
21/04/23 10:07
수정 아이콘
저희 아이들에게 '누나(동생)이 혼나길 바라고 말하는 것'은 고자질이라고 해줬네요.
재가입
21/04/23 10:08
수정 아이콘
아, 좋은 기준이네요!
21/04/23 10:52
수정 아이콘
뭔가 명쾌합니다
다리기
21/04/23 11:1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상황을 바라고 말하는 건 공익신고지요.
애들이 고자질 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쟤 혼내주세요'기 때문에 태바리님처럼 알려두면 절반은 줄어듭니다 크크
대박났네
21/04/23 14:36
수정 아이콘
오호 기준이 명확해보여서 좋네요
추가로 궁금한게 생겼는데
그러면 고자질이라고 생각되면 말하지 말라고 가르치시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아니면 말은 무조건 하되 고자질이라는걸 인지하는 차원에서 알려주신 걸까요
태바리
21/04/23 15:43
수정 아이콘
일단 말하는거 들어주고 스스로 판단해보라고 물어봤습니다. 그 기준이 위에 쓴 말이고요.
본인 입에서 상대방이 혼나길 바랬다고 하면 해라/하지마라 말이 필요 없더라고요.
대박났네
21/04/23 15:52
수정 아이콘
오호 현명하시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사실 질문드렸던 이유는
아이는 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했지만
교육차원에서 부모가 알긴 알아야 할일의 충돌에 대한 의문때문에 드린 질문이었는데
제가 아이들의 판단력을 너무 낮게 책정하고 생각한 질문같네요 ^^
태바리
21/04/23 16:01
수정 아이콘
우연히 기준이 된 경우라서 단 댓글이었고, 저도 아빠는 처음이라 수많은 시행착오로 디버깅 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박났네
21/04/23 16:04
수정 아이콘
흐흐 오은영 선생님조차 본인 자녀 교육은쉽지 않다고 하잖아요
말씀만 들어도 충분히 좋은 아빠 역할 하고 계신거 같습니다
21/04/23 11:17
수정 아이콘
고자질하는 내용에 따라서 좋고 나쁘고 달라질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나쁜 행동이고 고쳐야하는걸 고자질한다면 이건 좋을수도 있겠죠.
그런데 나쁜 행동이아닌데 단지 약간 은밀하게 지키고 싶은 프라이버시를 고자질한다면 안좋겠죠.
내맘대로만듦
21/04/23 11:4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뭐 본문의 경우에는 고자질이라기보단 경찰제보같은 느낌으로 봐야..

강압에 의해 갈취당했거나, 평소에 그에 준하는 행위를 당하고있기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돌려받기 힘들거같으니 중재권한이 있는 대상에게 신고한게아닐까요.

저도 어렸을때 컴퓨터 1시간씩 하기로 해놓고 자기는 2시간을 해놓고 저는 40분도안했는데 옆에서 계속 눈치주던 몹쓸인간이랑 같이 컸는데......할수있는일은 고자질(?)밖에 없었습니다. 개기면 맞았으니까.. 억울하긴 억울한데 할수있는게 그것밖에 없어요
21/04/23 11:47
수정 아이콘
본문처럼 자매와 부모 사이면 그나마 괜찮지만 친구와 친구, 친구와 선생님 등의 사이가 된다면? 빈번한 고자질이 딱히 좋을 건 또 없을 거 같습니다.
고자질에 정의감이나 정당성이 더해지면 고발이 되는데 그건 고발이지 더 이상 고자질이 아닌 거 같습니다. 이걸 구별하는 게 현명함이겠지요.
21/04/23 12:49
수정 아이콘
우리라는 폐쇄된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자질같은 공익제보를 해서 얻는 이익보다 공동체에서 밉보여서 잃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겠죠
-안군-
21/04/23 14:00
수정 아이콘
권력을 가진 사람을 이용해서 상대에게 보복하거나 내가 뭔가 이득을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한다면 고자질, 그게 아니라면 내부고발이라 봅니다.
재가입
21/04/23 14:06
수정 아이콘
네. 그것도 좋은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댓글자제해
21/04/23 16:19
수정 아이콘
어릴때 항상 고자질이 왜 나쁜가 고민을 했었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을 전혀 안하고 살았네요
나이 들어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고자질이라는건 위계질서를 이용한 일시적인 진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능하면 대화를 통해 당사자간의 합의하는게 최우선이 맞긴 한것같아요 ...근데 그게 잘 안되죠
부모입장에서도 일방적으로 한쪽편을 들기보다는 중재의 역할을 하는게 맞지않나 싶기도 합니다
오쇼 라즈니쉬
21/04/24 00:52
수정 아이콘
내부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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