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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08 17:43:34
Name Tiny
Subject 디지털 세상에서 유령이 된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어쩌다보니 전산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잡다하게 회사 내의 이런저런 일 (소소한 개발, 소소한 운영, 소소한 관리, 소소한 유지보수, 적절한 가식응대, 대부분의 콜센터)을 하고 있는데 점심먹고 의자좀 젖혀 빈둥거리다가 뒤에 있던 누군가가 부탁 하나를 합니다.


"사장님이 카카오톡 계정을 날려먹으셨는데 이거 찾을 방법 있을까요...?"


사연인 즉슨 주말쯤에 뭔가를 하시다가 아마도 추정키로는 뭐가 자꾸 뜨는게 싫어서 누르시다가, 카카오톡 앱 자체를 삭제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재 로그인을 하려니 카카오계정과, 비밀번호를 넣으라고 했는데 세팅을 했던 사람도 기억을 못하고 본인도 기억을 못하시고, 이게 무려 토요일 아침쯤 있던 일이라 주말간 몇몇 직원이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_-;

일단 구글 계정부터 초기화를 하고 (늘 비밀번호 초기화 해서 알려드리지만 어디다 기억 안하고 던져버리셔서) 메일을 받으려고 하는데 카카오계정에 연동된 이메일이 없습니다.

전화번호로 계정을 찾으려는데 법인폰이라 개인 확인을 위한 핀번호를 찾아야 해서, 총무팀 직원한테 핀번호 물어보니 모르고 ..... 사장님도 모르고...

부랴부랴 시스템 들어가서 새로 핀번호 인증 세팅 뒤집고 나자, 인증 1단계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톡의 계정찾기 퀴즈가 나오는데 퀴즈 문제가 풀다가 모르겠으면, 잘 모르겠어요를 누르라길래 음? 하다가

문제를 보았습니다.


해당 문제가 나오는 시점에 사장님실에 들어가 답을 찾아주시라고 요청드렸습니다.


1. 누구누구씨의 프로필 사진은? (4개중 1선택)

2. 누구뉴규씨의 프로필 사진은? (4개중 1선택)

3. 투머치토커씨의 프로필 사진은? (4개중 1선택)

4. 세븐나이츠 앱에 연결 되었었나요? (예 / 아니오)

5. 29cm 앱에 연결 되었었나요? (예 / 아니오)


3번까지도 사장님 연락처 카톡 인원이 몇백인데, 다 맞추기 어려울 뿐더러 4, 5번은 나이 60 넘으신 할아버지들..... 하...

뭔말인지도 모를 질문인데, 결국 답안이 틀린것으로 보입니다.


[24시간동안 재시도 불가, 내일 도전하세용~!]

그래도 최소한 하루에 3트까진 재도전을 해용해야지 이놈들아 ㅠㅠ



그렇게 사장님은 3일째 디지털 유령이 되셨습니다.

자기한테 오는 카톡은 확인도 못하고, 찾을 방법도 없고, 카카오톡 고객센터는 전화응대도 없고

1시 50분경 남겨둔 메일 문의 역시 대응도 없고....


결국 엔딩은 그간의 계정데이터를 포기하고 (대화기록이나, 관련 내용들) 새 계정을 다시 만드는거로 정리가 되었습니다만.

그 한 두시간의 시간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내 몸(계정)을 분실해서 그 계정을 다시 찾는 방법이 이렇게 어려운게 당연한 일일까?

분명 예외적인 사항이 생길텐데 무조건 적으로 챗봇과 온라인 고객상담만 지원하고, 전화상담을 막는건 당연한 것일까?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몸 소중한 곳에 아이디와 비번이라도 새겨두고 살아야 하는걸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런저런 관련 정보를 새롭게 세팅해서 압축파일에 비밀번호 걸어서 사장님 메일로 넣어뒀는데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당장 본가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가 비슷한 상황에 처하셨을 때

디지털 세상의 유령이 안되신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냥 별거 아닌일이지만 여러 생각이 드는 월요일입니다. 언능 퇴근하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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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8 17:46
수정 아이콘
카톡은 아닌데 제가 비슷한 사유로 와우 아이디 잊어먹은적이 있는데 그때 블코로 직통 전화 메일 돌려서 복구했거든요. 카톡은 관련 시스템이 없었나보네여..
21/03/08 17:51
수정 아이콘
요즘 IT회사들 대다수가 고객센터중에 콜센터 비율을 극도로 줄이거나, 정말 문제되는 영역(돈에 대한 문제 수준)을 제외하면 다 디지털 응대 수준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구글은 그나마 플레이스토어 결제 외에는 전화로 응대 없을거구요... 그래도 개인사용자 대상으로 물건 파는 이베이쪽 (옥션, 지마켓 등)이나 쿠팡 정도나 전화 고객센터 운영하지 싶네요..

해당 문제에 대해 뭔가 해답을 찾고자 하는데 결국 그냥 정답 맞출때까지 로또로 매일 퀴즈 응시하면서 디지털 세계 유령으로 살란 소리에 순간적으로 벙쪘는데, 1차적으론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리를 제대로 안한 사용자 책임이긴 할텐데 부모님들 스마트폰 사실때 카카오톡 등 설치해드릴때 보통 자녀들이 대강 적당한 이메일과 적당한 비밀번호로 만들고 그걸 적어서 어디다 두긴 하는데 가지고 있으면 다행이고, 잊어먹어서 ..... 말못할 슬픈 사연들이 제법 많죠.. 허허허허허허..

거기다 구글이나 카카오 애플쪽 계정들이면 거의 코어한 계정이라, 해당 계정에서부터 시작되는 뭔가가 꽤 많다는걸 생각하면 잘 관리를 해야 하는것도 맞는데 후... 그냥 퇴근하고 싶습니다. ㅠㅠ
21/03/08 17:55
수정 아이콘
유튜브는 전화 응대 없는걸로 아는데 그래도 카카오는 한국 기업이라 관련 시스템이 있는 줄 유감입니다...
21/03/08 17:46
수정 아이콘
디지털 세상의 유령이 되는걸 막겠다고 디지털 세상과 실제 세상의 신원이 분리가 안되게 딱 붙어버리면 그것도 문제같네요

일단 디지털 세상의 보안이 현실세상보다 비교도 못하게 약하니까 그것만 봐도 문제가 무한하게 많아집니다;;
21/03/08 17:53
수정 아이콘
사실 대원칙 자체가 내 계정에 대한 접속id, 비밀번호는 당연히 기억하고 살아야 하는게 맞는데, 어디다 적어두면 안되는거도 맞구요..

근데 만약 적어두지도 않았는데 그 정보를 까먹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최종창구는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젊은 층이야 그래도 익숙하긴 한데, 노년층들은 이 개념이 익숙치 않으시니 참 어려운 문제들이라고 봅니다...

근데 진짜 앱 연결여부 물어보는건 너무 사악한거 아니냐 이놈들아.......... ㅠㅠ
21/03/08 17:48
수정 아이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합시다. 익명성에 보안성까지. 딱 좋은 분야같은데.
취준공룡죠르디
21/03/08 17:48
수정 아이콘
저희 부모님도 본문 내용같은 일이 일어날 뻔 해서...
톡서랍 월 990원 보험료라 생각하며 사용중입니다 ㅠㅠ
그리고 앞으로 무슨 앱이나 사이트 가입할 때는 알뜰폰 부모님 명의 미리 뚫어놓은거로 제가 대신하구요
나이 좀 드신 분들은 유튜브 정도 빼면익숙치가 않아서 복구나 계정 찾기 넘 힘들더라구요
리자몽
21/03/08 17:51
수정 아이콘
아... 부모님 카톡에 톡서랍 가입시켜 드려야 할까요 흠...

아무리 생각해도 카톡은 일부러 복구 어렵게 만들고 톡서랍 가입하게 만드는거 같네요
취준공룡죠르디
21/03/08 17:51
수정 아이콘
생각하신게 맞습니다 대놓고 그러고 있죠...
그래도 월 1000원이니 뭐 카카오 주가 내가 올린다고 정신승리하면서 구독중임미다
리자몽
21/03/08 17:54
수정 아이콘
부모님 사진은 구글 포토로 백업 중인데 카톡도 백업 시켜 드려야 겠네요 @_@...
21/03/08 17:54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서 영혼 백업/복구가 가능한 아이폰(+ 아이클라우드)에 아이디/비밀번호 관리 소프트웨어를 알려드렸습니다
저나 제 와이프나 부모님이나 장모님이나 비밀번호 몇 개만 기억하면 되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찾아보면 되어서 좋습니다...
Janzisuka
21/03/08 17:58
수정 아이콘
아는 분이 구치소들어갔다 나왔는데 맡겨둔 폰은 누가 가져가고 전화번호도 사라져버려서 새로 만들고 카톡등을 살리려다가 포기했더라구요 할수있는게 인연들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구요 메일도 그렇고 비번 계정 이런거 기억 못하거나 그런 분들 많고 앞으로도 그럴거 같긴해요
저도 얼마전에 그놈의 중국 아이피 해킹이 자주 일어나서 암호 자릿수도 매번 늘어나고 각 계정들 암호가 다 달라지니 빡치더라구요
설탕가루인형형
21/03/08 17:59
수정 아이콘
저도 부모님 핸드폰 바꿔드리면서 결국 카톡 계정을 못찾고 새로 만들었습니다.
누구누구씨의 프로필 사진을 찾으라는데 거의 반이 꽃사진들이네요...
21/03/08 18:05
수정 아이콘
저도 첨에 부모님 계정들 만들고나서 id, 비번 알려드리고 관리하시라고했는데 결국 다 잊어버리시고 저한테 해결해달라고 하시는거보고 그냥 제가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ComeAgain
21/03/08 19:23
수정 아이콘
디지털 세상의 나는 내가 아니죠.
본인 인증 번호 여섯자리의 숫자가 나였습니다.
본인 인증할 때마다 외치는 '내가 낸데!'는 공허할 뿐이죠...
단비아빠
21/03/08 20: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 역시 저거에 몇번이나 걸렸었습니다.
도대체 프로필 체크 같은 짓은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화번호 인증이면 보안상 충분하지 않나요?
은행도 증권사도 전화 인증으로 다 되는데...
부모님 핸드폰은 간신히 비밀번호 기억해내서 살렸고
딸 핸드폰은 결국 카톡 아이디 바꿨고..
심지어 갑자기 [유출된 사이트에서 사용된 비밀번호입니다]
라면서 제가 쓰던 계정이 블록되서 카톡 버릴뻔 했습니다.
유출된 사이트가 대체 어딘지도 안알려주고..
잘 쓰고 있던 계정을 갑자기 블록하고선..
무조건 인증하고서 비밀번호 바꾸랍니다..
전화 인증을 해도 프로필 체크를 요구해대니..
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경우가 없더군요.
전 4일만에 간신히 시험 통과했네요. 4일 동안 카톡 못썼구요.
이대로 이 계정 버리게 되는건가 아슬아슬했습니다.
이 서비스 가입한적 있느냐고 막 물어보는데 기억 하나도 안납니다.
완전히 운에 맡기고서 찍기 하는 수 밖에..
카카오 계정 보안은 정말 쓰레기 중에 쓰레기입니다.
아마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있을 걸로 추측되는데
신기하게도 얘기는 잘 안나오더라구요.
일반상대성이론
21/03/08 21:13
수정 아이콘
그나마 맨날 피씨 로그인을 하다보니 까먹을 일은 없긴 한데... 참 IT회사들 고객센터 꼬라지가 국적불문하고 안습이긴 한듯
임시회원
21/03/09 01:39
수정 아이콘
저도 어머니가 카톡을 지우셔서 옆에서 도와드리는데 프로필체크 하는데 진짜 속이 뒤집어 집니다. 아니 연세 있으신 분들 배경화면 다 꽃으로 해놓거나 항상 행복하십시오 같은걸로 해놓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봐!!! 게다가 여기저기 친구추가 해놓으시고 까먹으시는데!!! 아 갑자기 그 때 생각하니 갑자기 급발진했네요. 여튼 카톡 프로필 체크 개발 기획한 사람 데려다 바로 카톡 삭제 해봐야 정신차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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