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2/23 20:56:58
Name 아스라이
File #1 1604235455189.jpg (99.6 KB), Download : 55
Subject [일반] 비오는 날의 플라타너스 냄새를 아시나요? (수정됨)


  제게 90년대하면 떠오르는 상징 중 하나가
가로수로 심겨진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
입니다 . 결코 이쁜 외양은 아니지만 버즘나
무란 이름이 유래된 얼룩덜룩한 몸체와 넙데
데한 잎사귀는 기억 속의 상징으로 남을만큼
충분히 인상적이죠 .
  
  언젠가 플라타너스를 위키에 검색하니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플라타너스는 특유의 냄새를 내는데, 비가
온 이후에 특히 더 심해진다. 그래서 장마철
에 플라타너스가 많이 심어진 도로를 걷다
보면 왠지 모를 악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


  그 뒤로 그 구절이 머리 한 켠에 강렬히 남아
언제 한 번 맡아보기를 바랬지만 쉽지 않더군
요 .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도시에서 플라타너
스가 이런저런 이유들(알레르기 , 과다성장)로
인해  가로수로써 퇴출된지 오래였으니까요.

  얼마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에 찾아간
곳이 90년대에 조성된 동네인데 , 운좋게도
그즈음 심겨진 플라타너스가 뽑히지 않고
빼곡히 남아있었습니다. 차량 통행이 원체
많은 8차선 도로를 끼고 있는 곳이라 플라타
너스의 탁월한 공기정화 능력을 높이사서
뽑지 않았나 봅니다 .
(어쩌면 , 이제는 다문화마을이 되어버린
낙후된 구도심이라 가로수 정비사업에서
조차 소외되었을런지도요.)

  반경 약 30미터 이내에 사람이 보이지 않
았을 때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어 봤습니다.

이 냄새! 분명 어렸을 때 맡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냄새였습니다! 후각기억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회상이 용이하다더
니 과연... 비오는 날의 물비린내와는 확연
히 구분되는 그런 냄새였네요.

  결코 향기는 아닌 , 악취에 가까운 냄새였
습니다. 하지만 그 쿰쿰하고 비릿한 냄새가
불러온 여러 아스라한 기억들 때문에 이내
마음이 뭉클해졌었네요. 아주 인상적인
시간여행이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철수
21/02/23 21:23
수정 아이콘
플라타너스 좋죠. 90년대 플라타너스를 대신해서 심은게 은행나무 인데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악취로 애물단지가 되었다가 요즘 노인 일자리 창출에 도움(?) 되는걸 보면
나무 인생도 모르는건가 봅니다.
아스라이
21/02/23 21: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악취는 은행 안열리는 숫나무만 심으면 되는데, 묘목일땐 암수 구분이 쉽지 않단 얘길 들은 기억이 있네요. 개인적으론 악취 정돈 감수할만치 은행나무의 노란잎이 주는 정취를 매우 높이 삽니다. 세계적으로 유니크한 나무기도 하구요.
태바리
21/02/24 12:47
수정 아이콘
몇년전 택지분양 가로수 종류 선정때 들은 얘기로는 이제는 거의 100% 거를 수 있다고 하네요. 안 걸러진건 누군가 후르릅 한거라고...
아스라이
21/02/24 18:21
수정 아이콘
확실히 BT의 발전이 IT 못지 않다더만 식별기술의 코스트가 많이 내려갔나 보네요. 그 와중에 후르릅은 참...크크
오지키
21/02/23 21:40
수정 아이콘
부모님댁 근처에도 플라타너스 길이 있는데,
11월 중순쯤 가면 일부러 안치우는건지 인도에 플라타너스 잎이 장난 아니게 많더라고요.
안그래도 우레탄 깔린 인도인데 플라타너스 잎때문에 푹신푹신 + 바스락 소리 + 냄새가 정말 좋습니다.
비올 때는 조금 미끄러운게 위험하긴 하지만요.
아스라이
21/02/23 21:43
수정 아이콘
크으~ 왠지 알 것만 같은 냄새네요!
21/02/23 23:51
수정 아이콘
침냄새 난다고 예전 지인이 침냄새 나무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보리달마
21/02/24 00: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글을 읽다 보니 비오는 날 국민학교 수업 마치고 우산쓰고 가던 하교길 바람에 휘날리던 플라타너스 가지가 내는 소리, 냄새가 아련히 떠오릅니다.
비후간휴
21/02/25 00:07
수정 아이콘
냄새가 추억을 떠올리는게 신기하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39 [일반] 로컬 룰이란게 무섭구나... [116] 공기청정기11720 24/04/06 11720 3
101238 [일반] 슬램덩크 이후 최고의 스포츠 만화-가비지타임 [28] lasd2416451 24/04/06 6451 11
101237 [일반] F-4 팬텀II 전투기는 올해 6월 우리 공군에서 완전히 퇴역합니다 [35] Regentag5862 24/04/06 5862 3
101236 [일반] [방산] 루마니아, 흑표 전차 최대 500대 현찰로 구입가능 [69] 어강됴리10465 24/04/05 10465 5
101234 [일반] 재충전이란 무엇인가 [5] Kaestro6000 24/04/05 6000 8
101232 [일반] 제로음료 한줄평 (주관적) [138] 기도비닉10215 24/04/05 10215 11
101231 [일반]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광선세계의 그리미는 누구인가 [7] meson4675 24/04/04 4675 4
101230 [일반] 신화 VS글 [23] 메가카5773 24/04/04 5773 1
101229 [일반] 저희 팀원들과 LE SSERAFIM의 'SMART'를 촬영했습니다. [23] 메존일각5467 24/04/04 5467 11
101227 [일반] 내가 위선자란 사실에서 시작하기 [37] 칭찬합시다.7391 24/04/03 7391 17
101225 [일반] 푸바오 논란을 보고 든 생각 [158] 너T야?12139 24/04/03 12139 54
101224 [일반] [일상 잡담] 3월이 되어 시작하는 것들 [6] 싸구려신사3388 24/04/03 3388 8
101222 [일반] [역사] 총, 약, 플라스틱 / 화학의 역사 ④현대의 연금술 [17] Fig.13647 24/04/03 3647 17
101221 [일반] 우리가 죽기 전까지 상용화 되는 걸 볼 수 있을까 싶은 기술들 [82] 안초비11386 24/04/02 11386 0
101219 [일반]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 B급이지만 풀팩입니다. [32] aDayInTheLife6657 24/04/02 6657 2
101218 [일반] RX 7900XTX 889 달러까지 인하. [16] SAS Tony Parker 7434 24/04/01 7434 1
101217 [일반] 한국 경제의 미래는 가챠겜이 아닐까?? [27] 사람되고싶다8400 24/04/01 8400 12
101216 [일반] [패러디] [눈마새 스포] 케생전 [8] meson4327 24/04/01 4327 8
101215 [일반] XZ Utils(데이터 압축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초고위험 취약점 발생에 따른 주의 [13] MelOng5398 24/04/01 5398 4
101214 [일반] 5월부터 다닐 새로운 KTX가 공개되었습니다. [45] BitSae8700 24/04/01 8700 1
101213 [일반] EBS 스페이스 공감 20주년 기념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 선정 [71] EnergyFlow7072 24/04/01 7072 4
101212 [일반] LG 24인치 게이밍 모니터 24GN60K 역대가(16.5) 떴습니다 [26] SAS Tony Parker 5870 24/04/01 5870 0
101211 [일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 초절정미소년7392 24/04/01 7392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