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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22 23:56:27
Name 아스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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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2 b.jpg (245.5 KB), Download : 19
Subject [일반] 홀로 야간 산행하다 조난당할 뻔 했던 경험 (수정됨)




  길치는 커녕 스마트폰 없던 시절에도 자전거 타고 초행길 잘 다녔을 정도로 방향 감각 & 지형 지물
파악 능력 둘 다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원래 나홀로 야간 산행이 꽤 위험한 일인줄은 알았는데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 이 정돌 줄은 몰랐습니다.  


  나름 강원도서 군생활 했고 , 첩첩산중에서 야간훈련도 적잖케 해봤던터라 우습게 여겼었나 봅니다.
지금서 돌이켜 보면 현역시절 야간산악행군 때는 전 병력이 싸제 LED손전등을 상시 켜고 다녀서 주변이
꽤나 환했었단 사실을 어느 순간 망각해 버렸네요 . 그게 아니더라도 행군이야 앞사람만 따라가면 될일
이고 단독행동보다 멘탈 관리가 훨씬 수월하니까요 .


  문학산 정상찍고 지름길로 보이는 좀 험한 길을 골라 내려 갔는데요 , 캄캄한 산 속에서 길을 더듬어
가려니 진짜 멘붕오더군요. 1000루멘 짜리 강력한 LED라이트랑 GPS기능있는 스마트폰 아녔으면 꼼짝
없이 조난당할 뻔 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뭔 두메산골도 아니고 저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이니 그것만 바라보고 계속 내려오면
되지 않겠냐 싶으시겠지만, 막상 한밤중에 산속에 있게되면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조명이 강력해도 사방으로 빽빽한 나무에 가려 실질적인 가시거리는 2M 남짓이라 수시로
발밑을 더듬어야 하는데 , 그러다 보면 방향감각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발에 체이는 돌덩이와
잔가지들로 인해 한발 한발 내닏는 자체가 부담인데 , 이 끝없는 장애물들이 밤엔 전혀 보이질 않으니까요 .  
정말이지 인간에게 있어서 한 밤중의 산 속은 아무리 밤눈이 좋아도 칠흑 그 자체 입니다.


  좌우는 물론이거니와 내려가도 내려가는 느낌이 잘 안듭니다. 원래 산길이란게 하산길이래도 쭈욱 내리막만
펼쳐진 게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 하게 마련인지라...


  사진을 보면 아실 수 있다시피 , LED손전등을 켜도 코앞만 비춰줄 뿐이고 그마저도 꺼버리면 그냥 코앞도 분간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 정말이지 좀 더 험한 산이었거나 LED와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강력한 이기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조난당했을 겁니다.  까딱했으면 저체온증으로 끔찍한 상황에 쳐했을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다지 추운 날이
아니었음에도 혹시 몰라 챙겨 입은 빵빵한 구스다운 패딩이 식은 땀으로 흥건해 졌었으니까요.


  문학산은 보시다시피 도시에 포위된 수준으로 밀착되어 있는데도 이런 일을 겪었네요. 꼴랑 해발 213m이고 정상까지
저질 아재 체력으로도 30분컷 가능할 정도로 등산 난이도가 동네 뒷산 수준입니다 . 그런데도 괜히 좋은 길 냅두고 정상
에서 험한 남쪽 최단 루트로 무리해서 내려오려다가 아찔한 경험을 사서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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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하얀계곡
21/02/23 00:10
수정 아이콘
저도 중딩시절에 학교가는 지름길중 산 가로질러가는데가 있었는데,
멋모르고 밤에 통과하니까 달빛이 있는데도 나무로 빛을 다 가려버리니 시야가 완전 100퍼센트로 검게 사라지게 되더군요. 거기서 좀 맨붕 먹다가 기억을 더듬으면서 한발한발 겨우 움직여서 빠져나온 경험이 있네요.
아스라이
21/02/23 00:14
수정 아이콘
크... 겪으셨던 멘붕이 아주 절절하게 공감됩니다. 아무리 눈감고 다니는 길이라도 시야가 제한되면 다른 공간이 되는 그 느낌... 겪어봐서 압니다.
현실이 이럴진데 , 대체 한국전쟁 때 야간산악 전투는 어찌했는지 의문입니다 . 아군오사나 안했으면 다행이지 싶은데 말입니다 .
싶어요싶어요
21/02/23 00:14
수정 아이콘
저도 북한산, 관악산 그보다 높은 산들도 스마트폰, 전등도 없이 야간에 등산 많이 했는데 한번이라도 가봤으면 별로 어렵진 않죠. 다만 초행을 라이트없이 가는건 미친짓...
아스라이
21/02/23 00:18
수정 아이콘
전등도 없이요?! 규모 있는 산일수록 험할지언정 등산로 자체는 넓직하게 잘 빠져있는 걸 감안해도 대단하십니다!
싶어요싶어요
21/02/23 00:24
수정 아이콘
그냥 손에 드는거나 매는게 싫어서... 보통 3,4시간내로는 물도 안가져갑니다. 예전에 눈내린 며칠뒤에 야간에 아이젠없이 간적 있었는데 올라갈땐 영상이었는데 내려오면서 영하가 되서 계단이 빙판이 되서 정말 고생한적이 있었네요 크크. 계단 바닥이 안보이는데 바닥은 미끄럽고 크크크. 진짜 내려오는데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20번은 넘게 미끄러 넘어졌습니다. 그냥 내려오는데 20분이면 되는길을 2시간 넘게 걸린건 덤이구요.
아스라이
21/02/23 00:28
수정 아이콘
그야말로 터프가이시군요. 크크.
21/02/23 00:21
수정 아이콘
칠흑같은 밤에 혼자 산행을... 전 무서워서 못합니다.. 이런거 보면 옛날 전래동화에서 나그네가 고개 넘다가 민가 불빛 발견하는 설정은 구라인듯요
아스라이
21/02/23 00:29
수정 아이콘
옛날 한반도 산속엔 호랑이랑 표범이 득시글했다니 더더욱 아찔하죠.
해질녁주세요
21/02/23 00:34
수정 아이콘
그래서 불빛을 발견할 수 없을 텐데도 불빛이 보여서 찾아가면 도깨비나 귀신이 사는 집이 나오죠.
동화작가가 나름 일리있는 설정을 한 듯 크크
아스라이
21/02/23 00:37
수정 아이콘
흠...달아주신 댓글보니 문득 도깨비불 현상이 떠오릅니다.
21/02/23 11:56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불빛이 영업 홍보 포인트 크크
공인중개사
21/02/23 00:4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군복무 시절에 수도권 도심 속 야트마한 산에서 잠깐 초소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매일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다니는 산에도 밤에는 고라니가 돌아다니더라고요. 그거보고 어디있는 산이든 밤엔 조심해야겠다 했습니다. 어두운 것도 무서운데, 그 상황에서 뱀이나 멧돼지라도 만나면..
울산현대
21/02/23 00:48
수정 아이콘
저도 오후 세네시쯤 동네 뒷산 등산했다가 길 잘못 드는 바람에 식겁 했던 기억이 있네요.
다시 되돌아와서 내려오다보니 금방 어두워져서 엄청 공포스럽더라구요.
21/02/23 00:58
수정 아이콘
저도 스키 처음 시작해서 어느정도 자신이 붙었을 때 (이 때가 재일 재미있죠), 처음 원정간 스키장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타다가 조난 당하는 줄 알았죠. 폐장시간 다 돼 가는데, 한 번만 더타고 내려가야지, 딱 한 번만 더... 이러다가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날은 어두워져 있고,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주위에 사람도 없고, 불빛도 없고, 스키장 시설물 같은 것도 아무것도 없고, 처음 간데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스키장이라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겁이 나면서 다리가 후들거려서 몇 번이나 구르면서 내려오다보니, 뒤에서 스키 패트롤이 부르더군요. 저처럼 폐장시간 이후에 남겨진 사람이 없나 돌아보던 분이었는데, 정말 그 분 붙들고 울 뻔 했습니다. 크크크
21/02/23 01:07
수정 아이콘
아니 사진부터 크크크
광개토태왕
21/02/23 01:39
수정 아이콘
이런거 함부로 하시면 안됩니다...
자기 자신을 너무 믿으면 이렇게 되요
초록물고기
21/02/23 08:29
수정 아이콘
93년 공룡능선 대학생 사고가 생각나네요. 사람에게는 연료게이지가 없고 산에서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https://m.fmkorea.com/best/988381267
티라노
21/02/23 12:07
수정 아이콘
와...진짜 무섭네요ㅠㅠ
요한슨
21/02/23 12:32
수정 아이콘
애초에 험한길을 골라서 내려가셨다고 하셨는데, 야간인거 감안하시면 하셨으면 안되셨을 선택같습니다.
본인이 평소 방향감각에 자신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는거 보면 어느정도 객기라고 보일만한 위험성도 있어 보이거든요.
몸 안다치셨다니 그야말로 천만다행입니다.
부대찌개
21/02/23 13:45
수정 아이콘
천만다행이네요.
저도 예전에 눈쌓인 관악산 혼자 산행하다가 길을 잃어서 엉덩이로 썰매타듯이 간신히 내려왔었던 기억이 나네요.. 참으로 아찔했습니다.
toheaven
21/02/24 07:25
수정 아이콘
와 신기하네요. 지도이미지가 낯 익은 곳에다가 산에 가보고 싶은데 선뜻 안 가게도 됐는데... 괜찮으시다면 산행 같이 하고 싶으네요..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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