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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1/22 14:45:50
Name 우주전쟁
Subject 뇌가 지금같은 대접을 못받았을 때... (수정됨)
우리는 "나"라고 하는 자아를 인식하는 부분이 우리의 신체 부위들 가운데서 머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에서는 "나"라고 하는 자아를 뇌와 연관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예전부터 항상 받아들여지던 인식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신체의 다른 부위 또는 장기에서 자아를 느낀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은 사람을 미라로 만드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록 현세에서의 삶은 끝이 났어도 사람은 사후에도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신체가 훼손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죽은 이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죽은 이의 뇌는 뽑아내서 버렸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뇌라는 것은 살아있을 때 그저 피를 차갑게 식혀주는 기능만 하는 찐득찐득한 물질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람들이 인식이라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체의 기관은 바로 심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영어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진지하게 배운다고 할 때 "learn something [by heart]"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love someone [with all my heart]"가 되는 거지요.

또 다른 시대, 또 다른 문화권에서는 역시 또 다른 신체부위가 인식의 기능을 담당한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흔적 역시 언어표현으로 남아있는데 무언가 본능적으로 알아챈다고 할 때 "know something [in our gut]"이라고 한다든가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gut reaction]"이라고 하는 표현이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만약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내용을 근거로 숙어를 제대로 쓴다고 하면

"learn something [by brain]"
"love someone [with all my brain]"
"know something [in our brain]"
"[brain reaction]"

이라고 써야겠지만 또 다음 세기에서는 어디 엄지발가락에서 인식이 이루어진다는 획기적인 발견이 나올 지도 모르니까 그냥 유보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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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14:48
수정 아이콘
예문) 인버스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시킨다
우주전쟁
21/01/22 14:56
수정 아이콘
곱버스?...--;
사고라스
21/01/22 15:00
수정 아이콘
[비스트 허트]..!
스테비아
21/01/22 15:03
수정 아이콘
이집트 미이라가 이 글을 싫어합니다
내맘대로만듦
21/01/22 15:33
수정 아이콘
gut = 배짱 으로 쓰이는걸로 아는데 한국버젼으로 하면 '뇌가 두둑하다'로 (?)
아웅이
21/01/22 15:35
수정 아이콘
엄지발가락이 지금같은 대접을 못받을 때?
21/01/22 15:53
수정 아이콘
간 큰 일을 저지를 때도, 사실 간댕이가 붓는게 아니라, 뇌가 부어야 하는 것일까요 크크. 요즘 뇌과학이 지난 인류의 문화적 상징들을 해체하고 분석하는 글들을 보면 정말 재밌더라고요. 제가 새로 배울 게 늘어난다는 단점도 있지만요, 흑흑. 인생이란 배움의 연속이여라!
-안군-
21/01/22 15:57
수정 아이콘
그래서 공자님께서는 일찌기 학이시습지 불역여호...라고 하셨;;
21/01/22 16:14
수정 아이콘
하지만 공자님은 대학원을 안 가셨잖아요.
-안군-
21/01/22 16: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Farce님은 대학생때 무슨 잘못을 하셨길래...
공자님은 대학생때 잘못이 없었으니 대학원을 안가셨겠죠...
후마니무스
21/01/22 21:22
수정 아이콘
대학생 때 잘못한게 있으면 대학원을 안 가죠..아니 못 가죠

가도 적응 못하구요
-안군-
21/01/22 21:23
수정 아이콘
밈입니다... 흐흐;;;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을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을 간다는..;;
아마추어샌님
21/01/22 16:10
수정 아이콘
네이버 검색해보니 뇌가 부으면 큰일 나는 것 같아요.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27306&cid=51007&categoryId=51007

간 큰 일을 저지르려면 약을!!
21/01/22 16:14
수정 아이콘
크으 역시 큰일은 알코올과 간이 한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21/01/22 17:22
수정 아이콘
동아시아권도 마음 혹은 생각은 심장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단어들에 心을 붙이져 근데 배짱은 왜 간에 있는거지 크크
metaljet
21/01/22 18:07
수정 아이콘
우리 뇌가 인간 운동과 의식의 중추라는 견해를 최초로 제시했던 이는 프톨레마이오스 치세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그리스 출신 해부학자 헤로필루스 (BC335~280?) 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거의 동시대 가까운 장소에서 올바른 과학적 가설이 공존했다고 할수 있겠지요.
21/01/22 19:39
수정 아이콘
심장은 그럴만 한긴 해요 초조하고 압박이 닥치면 심장이 뛰니까요. 사랑할 때도 그렇고요.
Schadenfreude
21/01/23 01:27
수정 아이콘
아테나가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걸 생각해보면 생각이라는것이 뇌의 활동이라고 생각한건 오래전에도 있었던게 아닐까 싶은...
임전즉퇴
21/01/23 09: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숙어들은 오히려 좋습니다. 진지하게 저걸 뇌로 다 하는 건 맞지만 다른 부위에 외주 주는 게 효율이 올라가니까요. 학습할 때도 정말 당장 확보해야 하는 것은 이걸 감안해서 방법을 짜지 고상하게 뇌투뇌(?)로 하면 못하죠.
아스라이
21/01/24 10:59
수정 아이콘
근데 뇌말고 다른 내장기관에 의한 기억효과(?) 같은게 어느정도 논의되고 있지 않나요? 가령 , 간이나 심장등을 이식받고 본래의 성격과 판이하게 달라지는 현상 말입니다. 이 경우엔 보통 그 내장기관 공여자의 성격을 닮는 경우가 많은걸로 알고 있네요.

관련 내용으로 검색해보니 ' 세포 기억설 ' 이란 키워드가 나오는데 , 위키백과에선 거의 유사과학 취급이긴 하네요.
21/06/08 08:41
수정 아이콘
예전에 본 테무진투더칸 이란 책에 나옵니다. 간이 부었다, 담이 크다, 돌머리 (죽고 나서 뇌가 굳음이 기원) 같은 우리 말 표현은 동물의 사체 해부가 일상화된 유목민족 기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원나라 때문인지 아니면 그보다 오래전부터였는지 몰라도 우리 민족의 언어에 유목민족의 사고 방식이 남아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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