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1/24 20:38:35
Name 댄디팬
Subject 정책 이야기: 왜 이런 정책이 만들어지는걸까?
자유게시판의 글을 읽다보면 "왜 이런 정책이 만들어지는걸까?"라는 댓글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참에 예전에 공부했던 것에다가 적당히 살을 붙여서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에 대하여 글을 써봅니다.
본 글은 결코 구체적인 어떠한 정책에 대한 비판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그래서 카테고리도 일단 일반으로 설정하였습니다.


0. 정책(plicy)이란?
정책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정의가 있습니다. 다만 저는 제일 간단한 정의인 '정부가 그렇게 하기로 한 것' 이외에는 일단 다 잊었습니다.
정부가 의사결정을 하여 탄생한 제도의 구성, 인력 및 예산의 투입 모두가 정책입니다.


1. 정책에 관한 이론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말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정책의 유형을 구분하는 '정책유형론'이 있고, 정책이 왜 이렇게 결정되는가에 대한 '정책결정론'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정책의 전달경로를 살펴보면 '정책과정론'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기보다, 우리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몇가지 이론들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 이전에 짚고갈 것이... 정책은 행정부에서 한 의사결정이지만 동시의 정치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입법, 행정, 사법 중에 입법과 행정은 정말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모 교수님이 입법, 행법, 사법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실 정도로... 행정은 법을 만들면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물론 그 외의 자율성도 많지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은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정책을 살펴보는 것은 사실 '정치와 행정'을 살펴보는 것과 유사합니다.


2. 로위의 정책유형론
로위는 정책을 분배정책, 규제정책, 재분배정책으로 구분합니다. 분배정책은 정부가 사회집단에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이고, 규제정책은 사회집단의 행동을 규율하는 정책입니다. 재분배정책은 사회 계층 간의 부를 이전하는 정책입니다. 이렇게 정책을 유형별로 나누는 것은 바로 '정책'마다 '정치'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재분배정책을 생각해봅시다. 특정집단에게 세금을 거둬서 다른 집단에게 복지혜택을 이전합니다. 부를 이전받는 입장에서는 찬성을 할 것이고, 부를 이전 당하는 입장에서는 반대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문제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 정책을 결정해서 추진하는데 중요하겠죠. 반면 분배정책의 경우 특정 집단을 잡아서 혜택을 주는 거다보니까 갈등이 드러나지 않고 적당히 좋게좋게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윌슨(J.Q.Wilson)의 규제정치이론
우드로 윌슨이 아닌, J.Q.Wilson의 규제정치이론도 굉장히 우리에게 시사점을 많이 줍니다. J.Q.Wilson은 비용과 편익에 따라 정치상황을 나눕니다.

비용부담이 특정집단에게 집중되고 편익이 분산 : 기업가적 정치
비용부담이 특정집단에게 집중되고 편익도 특정집단에게 집중 : 이익집단 정치
비용부담이 분산되고 편익이 특정집단에게 집중 : 고객정치
비용부담이 분산되고 편익이 분산 : 대중정치
* 해당 비용부담과 편익은 모두 '감지된' 것이지 정확히 측정된 것에 기반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모형으로 대부분의 정책에 관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업가적 정치
해당 정책이 통과되면 일반적인 대중에게는 좋은데 특정 집단은 피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우버도입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도입될 경우 소비자 편익은 증가할테지만 택시기사들은 피해를 보게 되죠. 경쟁자가 확늘어나니까. 이러한 경우에는 기업가적 역량이 있는 정치인이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 이상 정책이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2) 이익집단 정치
서로 이익집단들이 맞짱뜨는 상황입니다. 특정 시설 유치를 두고 두 지역이 싸우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겠네요.

3) 고객정치
감시가 제일 필요한 영역이라고 봅니다. 비용부담이 분산되어 아차하면 놓치기 쉬운데 이익집단들이 로비로 통과시키기 쉬운 유형이죠. 이때 이익집단에게 포획된 관료조직이 문제되기도 합니다.

4) 대중정치
비용도 편익도 분산된 경우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상황에서 더 높은 편익을 찾아내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저는 기업가적 정치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책은 합리적 결정의 산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정책은 정치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사회의 단 하나의 합리적 선택(one-best way)를 지향하기 보다는 다원적인 이익, 정치적인 승리들을 고려하여 도출된다는 점입니다. 어떤 정책은 쉽게 좋은 선택이 이루어지고, 어떤 정책은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데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헤매다가 좌초하기도 합니다. 이건 정책에 따라 경험하는 정치가 다르고, 그 정치에서 좋은 결정을 이끌어나가는 정치권의 역량, 사회자본, 민주시민의 감시 등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4. 정책결정: 합리적 선택과 쓰레기통의 사이에서
사실 정책결정도 합리적 모델이 있습니다. 문제를 감지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대안들을 마련하며, 비용편익 분석을 해서 집행하고 관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결정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 모든 과정들에 정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합리적 선택과 아주 동떨어져 있는 모형이 쓰레기통모형입니다. (다른 모형도 많은데 저는 이 모형이 제일 간단한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정책 대안들이 쓰레기통에 나뒹굴다가 어쩌다보니 상황이 맞아서 그냥 선택되기도 합니다.  아주 해괴망측한 모형인데 생각보다 설득력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저런 대안들이 떠돌다가 '간택'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쓰레기통 모형의 예시는 아닌데, 사실 4대강도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IMF 무렵에 대운하 이야기가 나왔다가 묻히고, 나중에 유력대선주자가 등장하자 대운하가 다시 등장하고 그런데 반대세력이 결집하면서, 이를 약간 우회하는, 하천정비사업의 형태로 변형된 것이지요.(이 정책의 효과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언급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정책들은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특히나 특정 정치인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성향은 정치에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를 위해 이러한 대안들이 합리적인 과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치더라도, 합리적인 검토는 거쳐야 함이 타당합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정책분석, 용역, 시민사회의 감시 등이 이루어지는 것이구요.

다만 이와 별개로 온전한 합리성에 대한 환상은 조금 내려두는 것이 마음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왜 이렇게 불합리한 뻘짓을 하는거야!'라고 분노하고 그치기보다, 이것 또한 정치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관성으로 정체된 것임을 알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좀 더 편안하게 지향할 수 있을테니까요. 요컨대 합리적 정치인, 합리적 정책의 가설을 내려놓고, 정책마다 이루어지는 정치를 좀 더 섬세하게 살피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을 퉁쳐서 지지하기보다 정책별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로 이 글을 수습해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잠이온다
20/11/24 20:5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애초에 합리성이라는 개념은 환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의 기준도 다르고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하는 기준도 다르기 때문이죠. 완벽한 정책이 나오려면 완벽한 정보와 완벽한 실행이 되야하는데 둘 중 어느 것도 불가능하기도 하고, 미래의 변화로 인하여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정책이 쓰레기가 되기도 하고, 정책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이고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데 완벽한 정보가 가능하냐 싶기도 하고.....정치 게시판 보면 '이랬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대로 정책을 해봐도 문제는 생길겁니다. 문제의 기준이 다 제각각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발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예전보다 정부와 정책이 더 투명해지고 있고(옛날이 나았다는 말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않습니다. 안드러났을 뿐) 정보에도 접근이 쉬워지고 있죠. 다만 요새는 정보가 너무 과하게 넘쳐나서 이걸 골라내야 한다는 새로운 문제점이 생기긴 했지만....
댄디팬
20/11/24 21:4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정말 과거보다 정책 많이 발전했습니다. 다만 기대수준도 많이 올라서... 말씀주신 정보과잉 문제는 진짜 점점 문제가 될듯합니다. 과거에는 의사결정에서 국민을 배제하는게 문제였다면 이젠 너무 많이 노출시켜서 혼란케 하는 정치도 가능할거같다는 생각도 드네요.(조금 나간 생각이지만요)
20/11/24 21: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온전한 합리성에 대한 환상은 조금 내려두는 것이 마음이 편할지도 모릅니다.'
댄디팬
20/11/24 21:48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제 나름의 정의로 정책들을 보며 분노도 하고 혼자 내상도 입는데, 그럴때마다 되새기면서 좀 더 냉정하게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떠한 정치의 결과인지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공항아저씨
20/11/24 21:12
수정 아이콘
고개를 들어 국장님을 봐야..
댄디팬
20/11/24 21:50
수정 아이콘
그 분들은 또 다른 곳을 바라보실지도... ㅠㅠ
이민들레
20/11/24 23:00
수정 아이콘
저는 이제 정치인들도 연예인이라 생각하기로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14947 6
공지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7809 0
공지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4343 8
공지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7413 28
공지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7076 3
101198 전세계 주식시장 고점신호가 이제 뜬거같습니다(feat.매그니피션트7) [48] 보리야밥먹자7300 24/03/29 7300 0
101197 8만전자 복귀 [39] Croove4329 24/03/29 4329 0
101196 웹소설 추천 : 천재흑마법사 (완결. 오늘!) [34] 맛있는사이다2995 24/03/28 2995 0
101195 도둑질한 아이 사진 게시한 무인점포 점주 벌금형 [95] VictoryFood6397 24/03/28 6397 9
101194 시리즈 웹툰 "겜바바" 소개 [45] 겨울삼각형4838 24/03/28 4838 2
101193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마침표와 물음표 사이.(노스포) [4] aDayInTheLife3521 24/03/28 3521 3
101192 고질라 x 콩 후기(노스포) [21] OcularImplants4838 24/03/28 4838 2
101191 미디어물의 PC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80] 프뤼륑뤼륑7803 24/03/27 7803 3
101190 버스 매니아도 고개를 저을 대륙횡단 버스노선 [59] Dresden10717 24/03/27 10717 3
101188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 [17] Leeka10316 24/03/26 10316 0
101187 Farewell Queen of the Sky! 아시아나항공 보잉 747-400(HL7428) OZ712 탑승 썰 [4] 쓸때없이힘만듬3730 24/03/26 3730 5
101186 [스포없음] 넷플릭스 신작 삼체(Three Body Problem)를 보았습니다. [48] 록타이트8270 24/03/26 8270 10
101185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5) [3] 계층방정3187 24/03/26 3187 8
101184 [웹소설] '탐관오리가 상태창을 숨김' 추천 [56] 사람되고싶다6839 24/03/26 6839 20
101183 진짜 역대급으로 박 터지는 다음 분기(4월~) 애니들 [58] 대장햄토리6408 24/03/25 6408 2
101182 '브로콜리 너마저'와 기억의 미화. [9] aDayInTheLife4013 24/03/25 4013 5
101181 탕수육 부먹파, 찍먹파의 성격을 통계 분석해 보았습니다. [51] 인생을살아주세요5018 24/03/25 5018 70
101179 한국,중국 마트 물가 비교 [49] 불쌍한오빠6584 24/03/25 6584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