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1/12 23:26:22
Name 침착해
Subject 그럼에도, 남겨진 자들을 위한 연가
오늘, 히든싱어를 보았다.

그 이소라가 히든싱어에 나온다기에 기대하고 봤지만 내 생각엔 히든싱어에 이소라의 감성을 담아내는 것은 뭔가 한참 모잘랐다. 

오랜만에 핸드폰 mp3파일에서 이소라를 검색한다.

노래 하나가 눈에 띈다. 노래 제목도 없이, 7집의 8번째 트랙이라 [Track 8]이라고 불리는 노래.

고등학생 때 멋모르고 멜로디와 목소리가 좋아서 지겹도록 듣던 노래를 오랜만에 틀어본다.






--------------------------------------
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
술에 취해 말하는 노래
간절히 원해
wanna stay with you oh tonight

-----------------------------------------

이 곡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음악가 엘리엇 스미스의 추모곡이라고 한다. 음악가로서 남긴, 지금은 죽은 그의 노래를 듣는 이소라의 목소리를 듣는다.

--------------------------------------
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
지난 이별이 슬프게 생각 나
간절히 원해
wanna stay with you oh tonight

--------------------------------------

지난 이별들을 생각한다. 최근 우리의 곁을 떠나간 한 개그우먼을 떠올렸다.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이 아니기에 무덤덤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생각해본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아니기에 무덤덤한걸까. 아니면 살면서, 버티기 위해 무덤덤해진것일까.

--------------------------------------
꼭 그래야 할 일이었을까
겪어야 할 일이었을까
혼자서 남겨진 방
그 마지막 끝

--------------------------------------

그래야 했던 것일까. 왜 그래야만 했던 것일까. 나는 그 사람이 아니기에 그의 고통이나 고뇌를 조금도 헤아릴 수 없다. 아마 평생 헤아릴 수 없을것이다. 답을 찾을 수 없는 물음이기에 의문문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
꼭 그래야 할 일이었을까
떠나야 할 일이었을까
먼저 사라진 그대
또 올 수가 없네

--------------------------------------

아무리 기다린다 해도, 오지 못하는 사람은 있다. 먼저 떠나간 사람에 대하여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
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
술에 취해 말하는 노래
간절히 원해
wanna stay with you
I wanna be with you

--------------------------------------

다시 그 사람을 떠올린다. 무언가 울컥하여 올라오는 것이 무언가 찜찜하다. 나는 그 사람 말고도 그 이전에도 우리를 스쳐지나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한다.

--------------------------------------
그래야 할 일이었을까
꼭 겪어야 할 일이었을까
혼자서 남겨진 방
그 마지막 끝
꼭 그래야 할 일이었을까
꼭 떠나야 할 일이었을까
먼저 사라진 그대
또 올 수가 없네

--------------------------------------

다시 한번, 묻는다. 헤아리려해도, 이해하려해도 절대 닿을 수 없는 질문이기에, 다시 한번 묻는다. "'꼭' 떠나야 했나요."

--------------------------------------
볼 수도 없어
죽음보다
네가 남긴 전부를
기억할게

------------------------------------------

그래도, 남겨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죽음을 기억하는 것보다 그 사람들이 남긴 것을을 기억하는 것이리라. 논리적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떠나간 이들이 남긴 것들은 너무나도 무겁지만 따스하다.

--------------------------------------
죽은 그가 부르는 노래
남은 이별이 슬프게 생각 나
간절히 원해
wanna lean on you
I wanna be with you 

--------------------------------------

우리는 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일엔 또 다른, 먼저 길을 떠날 여행자가 있음을. 아직 남아있는 이별을 알기 때문에, 그 이별 앞에 마주할 걸 알기 때문에, 우리는 슬프다. 
내 생각이지만, 1절의 'you'와 마지막 'you'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1절의 'you'는 떠난 사람을 보고싶은 그리움이라면 마지막 'you'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대고 싶다는 희망이 아닐까. 내가 생각해도 주제넘는다.




이렇게 노래를 한곡반복 재생시키고,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이소라의 목소리를 듣는다. 위에서 내가 구구절절하게 쓴 글보다 이소라의 5분 남짓한 노래가 더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생각을, 나의 다짐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써본다.

오늘, 어제, 그제...
우리를 스쳐간 그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군-
20/11/13 03:07
수정 아이콘
죽음이 슬픈 이유는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이젠 더이상 사랑을 전하지도, 미움과 오해를 풀지도 못하게 된다는 안타까움이겠죠.
라스보라
20/11/13 10:34
수정 아이콘
저도 잘 모르고 많이 들었는데 이 노래가 추모곡이였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39 (뻘글) 유대인과 한국인과 지능과 미래인류의 희망 [41] 여수낮바다4323 24/02/27 4323 4
101038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책은... 무려 표창장 수여!? [34] 사람되고싶다6686 24/02/27 6686 0
101037 뉴욕타임스 1.16. 일자 기사 번역(미국의 교통사고 문제) [4] 오후2시3856 24/02/26 3856 5
101036 아이돌 덕질 시작부터 월드투어 관람까지 - 1편 [4] 하카세2485 24/02/26 2485 5
101035 대통령실 "4월 총선 이후 여가부 폐지를 예정대로 추진" [133] 주말12505 24/02/26 12505 0
101034 갤럭시 S22 울트라에서 S23 FE로 넘어왔습니다. [10] 뜨거운눈물5129 24/02/26 5129 5
101032 마지막 설산 등반이 될거 같은 2월 25일 계룡산 [20] 영혼의공원4719 24/02/26 4719 10
101031 해방후 적정 의사 수 논쟁 [10] 경계인5661 24/02/26 5661 0
101030 메가박스.조용히 팝콘 가격 인상 [26] SAS Tony Parker 7031 24/02/26 7031 2
101029 이재명 "의대 정원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 선" [84] 홍철13557 24/02/25 13557 0
101028 진상의사 이야기 [1편] [63] 김승남5843 24/02/25 5843 33
101027 필수의료'라서' 후려쳐지는것 [53] 삼성시스템에어컨8794 24/02/25 8794 0
101025 그래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151] 11cm8250 24/02/25 8250 0
101024 소위 기득권 의사가 느끼는 소감 [102] Goodspeed11289 24/02/25 11289 0
101023 의료소송 폭증하고 있을까? [116] 맥스훼인9194 24/02/25 9194 42
101022 [팝송] 어셔 새 앨범 "COMING HOME" 김치찌개1850 24/02/25 1850 1
101021 아사히 “미-일 반도체 회사 합병시키려 윤 정부가 SK 압박” [53] 빼사스9347 24/02/25 9347 0
101020 의료유인수요는 진짜 존재하는가 (10년간 총의료비를 기준으로) [14] VictoryFood4015 24/02/24 4015 0
101019 의대 증원에 관한 생각입니다. [38] 푸끆이5307 24/02/24 5307 44
101018 팝 유얼 옹동! 비비지의 '매니악'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12] 메존일각2745 24/02/24 2745 11
101017 우리는 왜 의사에게 공감하지 못하는가 [331] 멜로13431 24/02/24 13431 53
101016 <파묘> -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풀스포) [54] aDayInTheLife4820 24/02/24 4820 6
101015 단식 전문가가 본 이재명의 단식과 정치력 상승 [135] 대추나무8558 24/02/24 855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