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건의료에 대한 글을 가끔 올려드리는 여왕의심복입니다.

요즘 자주 글을 드리게 되어서 이 인사를 드리는 것이 조금 부끄럽습니다. 가끔이라는 말을 이제 빼야겠습니다.

근래에 일어난 인플루엔자 백신과 관련된 논란 때문에 백신 접종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해 돌아가신 국민들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바로 우리 국군 장병입니다.

1.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 장병

최근 정말 엄청난 개선이 있었지만, 과거 군 장병의 생활 수준과 의료 수준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병역이지만, 의료에 접근하기도 어려웠고, 생활 수준은 2차세계 대전의 미군 주둔 막사만도 못했습니다.

가장 문제는 훈련소였습니다. 훈련소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한 곳에 처음 모이는 곳이고, 그 밀집도가 배치될 부대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이런 경우 다양한 감염원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바이러스성 폐렴과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입니다.

이미 이러한 사실은 선진국의 군에서는 그 위험이 잘 알려져있기 때문에 백신을 통해 1960년대부터 이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군은 2010년대 초반까지도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가 그런 접종을 해줄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 처음의 이유였지만, 여유가 생긴 후에도 그 흔한 백신한번 접종해주지 못했던 것은 병역을 수행하고 있는 20대 장병이 철저한 사회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2. 2011년 훈련병 뇌수막염 사망 사례들

2011년 육군 훈련소에서 훈련병이 뇌수막염에 걸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 장병은 진단과 진료가 지연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며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사이에만 4명의 장병이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친 국민을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한 것입니다.

이후 군에 계셨던 예방의학자들과 군 내부의 노력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예방접종 도입들이 현재 질병관리청, 복지부 등에서 활약하고 계십니다.)

예방접종 도입 후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예방 접종 전 5년 동안 11건이 발생했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그 후 4년 동안 1건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고, 접종 이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Im et al. Effectiveness of a single dose of the quadrivalent meningococcal conjugate vaccine, MenACWY-CRM, in the Korean Armed Forces, Vaccine, Volume 38, Issue 4, 2020,)

3. 비용 효과 논쟁

안타까운 일은 도입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군은 매년 약 120억원 가까이를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 구입 및 접종에 사용합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이 줄어들자 이제 백신의 비용 효과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군처럼 신무기체계 개발과 도입에는 큰 돈을 펑펑쓰지만, 군 장병의 복지에는 큰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에서는 120억원이라는 돈이 장병의 보건복지 예산에서 지출되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쓸 돈이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무한대의 자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않기 때문에 자원배분의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거칠게 말해 그 돈이면 군병원 3개를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에는 참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서도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장병을 보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