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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0/22 16:47:54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잡담] 서른여덟, 시스템 안에서 안녕하십니까?

#1. 노무현 대통령때를 시작으로 몇 명의 대통령을 겪으면서 아 이건 아닌데 싶을때도 5년이 지나기 전에 대통령의 임기를

우리가 끝낼 수 있을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겨울이 아닌 봄에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할것 이라는 것도...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아 그냥 아줌마가 대충 슥슥해도 나라는 굴러가는 구나 였다. 뭐 어느부분에선 당장 나라 망할듯한 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말 오브 노말 소시민의 입장에선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때 느낀게

"시스템" 이었다. 이제 현대화 된 사회에서 국가 정도 되는 단위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구나 싶었다. 지도자나 정치세력등이

방향을 이리저리 틀진 모르겠으나 어찌 됐건 굴러는 가게 되어있구나. 근데 아줌마가 아니라 돌아이가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아 트럼프..






#2. 어느정도 자리잡은 회사에는 에이스가 존재한다. 대부분 창업주나 대표이사지만 직원이 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거래처와의 유일한 소통창구가 본인 밖에 없어서 나 아니면 회사 망해 라고 생각하는 경우,

회사의 명운이 달린 프로젝트를 따온 그 날부터 사장도 이젠  날 못짤라 하면서 안하무인 되는 경우, 뭐 그리고 여러분들이 듣고 봤을

아주 많은경우....




하지만 모두 경험했을 그 경우... 결과는 거의 일치한다.  『에이스 없어도 회사는 (잘만)돌아간다.』

회사라는 조직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운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는 에이스가 빠진 빈틈을 효율적으로 메꾸고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앞으로 나간다.

그렇지 못한곳도 좌충우돌 우당탕탕 해가며 오래걸리고, 데미지도 어느 정도 입지만 결국엔 극복한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차이가 아니다. 대기업도 시스템이 개판인곳 많고, 중소기업 중에도 훌륭한 시스템을 갖춰논 곳이 많다.




#3. 노멀 오브 노멀이라고 했지만 나는 상당히 부족한 사람이다. 결단력도 부족하고 의지도 부족하고 능력도 부족하다.

학창시절 중상위권 성적이었고, 수능에서도 10%언저리의 성적을 받았고 대학에 갔지만  이런 저런 핑계 댈것 없이 나는 고졸이다.

제대를 했던 2006년 4월 부터 오늘 까지 백수 였던 기간이 두어달 남짓 뿐 이었던거 보면 성실함으로 포장된 눈치빠름이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밥은 먹고 살고 있다.

그간 많이는 아니지만 몇몇 중소기업을 전전하며 어찌저찌 과장이라고 달고는 있다. 야 우리회사 존나 좋아 너도 와 라고 할 수 는 없었지만

나름 좋은 회사도 다녀보고 그렇지 못한 회사도 다녀보며 그걸 구분하는 경계가 월급인지 환경인지, 일의 재미인지(있을수 없는일이지만)

어디쯤에서 결정 되는건지 궁금했는데 이제와 돌이켜 보면 잘 갖춰진 시스템의 유무가 그걸 결정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걸 능가하는 월급을 받아보지 못해서인가...)




#4. 원했든 원치 않았든 어쨌든 나는 한 회사의 과장으로 앉아있다. 이전에 다니던곳과 다른점은 내가 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단력도 부족하고, 의지도 부족하고, 능력도 부족한 내가, 항상 남이 만든 시스템에 묻어가던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것이다.

사실 온전히 그것만 하라고 해도 벅찬데 다른것도 다 해야한다. 왜냐면 실무를 볼 사람이 나밖에 없거든....

온실속에 화초까진 아니여도 항상 사수 밑에서, 너그러운 팀장 밑에서 배워가면서 배운걸 신입에게 알려주던 평화롭던 직장생활이

넓디 넓은 신안 염전 어딘가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5. 비수가 되는 말을 들었다. 차라리 물리적으로 맞았으면 약바르고 나으면 되지만 가슴에 꽂힌 이 말은 상당히 오래 갈것 같다.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진 몰랐다. 무시하려고 하는말은 아니었겠지... 자극 좀 받으라고,

같이 으쌰으쌰 해보자고 하는 뜻에서 그렇게 말씀하셨겠지 싶다가도 사람인지라..입이 쓰고 눈에 눈물이 맺힌다.

참으로 오랜만에 좀 울었다. 물론 궁상맞을거 같아서 아무도 없는데서 좀만 짜다 왔다.




#6. 나태하고 능력이 부족하고 다 맞는거 같다. "회사" 라는 조직에 맞지 않는 걸까. 유게에 올라오는 진상들 보면 장사는 더 못할거 같은데..

10년전의 나는 10년후의 내가 이런모습으로 직장생활 할거란걸 생각이나 했을까? 그렇담 10년뒤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까...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고 하던데 내가 고쳐질까... 로또는 싯팔 왜 안될까. 1회차 부터 샀는데.. 시스템적으로 오류가 있나보다.





서른여덟, 제조 회사의 이과장...시.스.템. 세글자 안에서 길을 잃었다.











"어이 이과장님"

『어 김대리 어서오고』

"아침부터 왜이렇게 죽상이예요. 월요일도 아닌데"

『대표님이 꼴받게 하잖아 크크』

  "크크, 관두시죠 그럼"

『아.. ㅠㅠ 안돼 갈곳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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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2 16:5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 애기과장 둘리 재밌네요
Cazellnu
20/10/22 16:56
수정 아이콘
그렇게 좆같음과 수입원사이의 바란스를 유지하면서 다들 살죠
20/10/22 17:00
수정 아이콘
그 트럼프도 임기는 채웠죠
시스템의 힘은 대단한것 같습니다

흔히들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라라고 하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면 나가서 자기일 하는게 맞는거 같고
여기도 군대처럼 묻어가면서 하는게 제일인거 같습니다.
지옥천사
20/10/22 17:03
수정 아이콘
와우!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0/22 17: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명문 감사합니다. 읽기 좋은 글이면서 삶에 힘이 되는 글이네요! 제가 이런글 쓰려고하면 읽는 사람도 재미없을 궁상맞은게 나올텐데...
카라카스
20/10/22 17:08
수정 아이콘
시스템의 힘은 대단하죠. 시스템이 망인데 코어를 자른 저희 회사는.. 실시간으로 망해가고 있습니다.
20/10/22 18:41
수정 아이콘
어서 탈출을!
20/10/22 17:08
수정 아이콘
시스템이 정말 중요하죠ㅠㅠ
시스템 좋은 회사 안에서의 생활도 물론 팍팍하겠지만요.
20/10/22 17:14
수정 아이콘
중소기업이 아니라도 이사가 꼴받게 하는 상황은 다르지 않을거라고 봅니다 끌끌...
왜이렇게 세상에는 강아지 인간이 많은걸까요
겨울삼각형
20/10/22 17:14
수정 아이콘
어제 메일을 열어보니 고과평가결과가 나왔다는 메일이 있더군요.

대충 예상했지만, 평가자가보는 내 능력치를 수치로 보니 실감이 되네요.

짤리지말고 열심히 붙어있어야지
LightBringer
20/10/22 17:17
수정 아이콘
애기과장 둘리 웃프네요
고무장이
20/10/22 17:25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서 엄청나게 공감하고 갑니다.
역시 명문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아기상어
20/10/22 17:34
수정 아이콘
이명박근혜때 나라가 망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서 시스템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문재인이 나라를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켜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 또한 허상이었으며 시스템에 의해 그럭저럭 잘 굴러간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20/10/22 18:13
수정 아이콘
문재인은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켰죠. 안좋은 방향도 있고, 나쁘지 않은 방향도 있지만요. 부동산만 봐도 드라마틱하게 변한거 확인할 수 있죠.
이십사연벙
20/10/22 17:42
수정 아이콘
#1과 관련해서 하고싶은말 다 하면 연좌제에 의해 이 글이 정치탭으로 납치당할것같으니 그냥 말 안할래요
20/10/22 18:09
수정 아이콘
새 글을 파주시면 됩니다
20/10/22 17:46
수정 아이콘
직업 특성이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동네가 국내에 있나 싶습니다. 그냥 어딜 가나 에이스 개인의 역량에 성과가 좌우되는건 마찬가진데 돈 많이 주는 곳은 에이스가 집에 가도 비슷한 급을 구하기 쉽고, 돈 안주는데는 어려울 뿐..
그리고 구하기 어렵더라도 회사가 망하는 일은 잘 없죠.
-안군-
20/10/22 18:10
수정 아이콘
에이스가 있어야만 회사가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에이스 없다고 회사가 망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트롤러는 레알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더군요...
상대편 페이커 5명보다 더 무서운게 우리편 트롤러 1명인 법이죠;;
This-Plus
20/10/22 18:10
수정 아이콘
에이스 소리도 들어보고 눈칫밥도 먹어봤는데
뭐가됐건 결국에는 '내 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라울리스타
20/10/23 15:27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시스템에 언제까지 묻어갈 수능 없으니...
이래라 저래라 내 일을 해야 하는거...

회사에선 내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다들 다른생각들을 품고 다닌다는 거...

이게 요즘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이네요.
리자몽
20/10/22 18:54
수정 아이콘
회사 내 제가 소속된 팀도 시스템이 제대로 없어서 일하면서 하나 하나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있고 없고 차이가 하늘과 땅인거 같긴 합니다
은빛사막
20/10/22 19:06
수정 아이콘
오래전부터 같은 83년생 동갑 회원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서로 다른 곳에서의 이과장/조과장은
오늘도 시스템 안에서
눈물은 꾸역꾸역 참아보고, 하루는 꾸역꾸역 버텨내었네요.
팀장과의 한바탕에 점심도 거르고 오기로 일하다
이제 퇴근하는 지친 조과장에게
너만 그렇게 비루하게 자존심없이 사는 건 아니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 이과장님.
언뜻 유재석
20/10/22 19:12
수정 아이콘
조과장님 몫까지 야근하고 있습니다. 즐퇴하십시오!
꾹참고한방
20/10/22 19:43
수정 아이콘
와 09년 스물일곱에 처음 만났는데 서른여덟이라니
푸하하
하우두유두
20/10/22 20:36
수정 아이콘
와닿네요. ㅠㅠ
조이현
20/10/22 20:46
수정 아이콘
힘내요 우리 !!!
브리니
20/10/22 20:58
수정 아이콘
어서오고!
20/10/23 13:46
수정 아이콘
재밌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게시글 보면서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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