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0/08 16:18:13
Name 서현12
Subject [삼국지]사마의는 삼국시대 인물 가운데 한국에 가장 도움이 된 인물입니다
사마의의 요동 원정과 양평 학살은 조조의 서주대학살과 함께 이들이 현대인에게 비판받은 행적으로 남았습니다, 아니 양평 학살의 경우 이미 그의 후손인 진명제조차도 이를 듣고 '진의 제실이 어찌 오래가겠는가'라고 한탄할 정도로 당대에 이미 비판의 대상이었죠. 그러나 조조의 서주대학살과 사마의의 양평 학살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조조의 서주대학살은 조조 본인의 충동적인 대학살이라면 사마의의 양평 학살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사마의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우선 사마의는 요동 원정을 떠나기 전에 공손연이 실행할 수 있는 세가지 계책을 언급하는데 이중에 상책인 성을 버리고 도망쳐 후퇴하는 것은 후일 고구려 동천왕이 비류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읍인 환도성을 버리고 옥저로 도망가면서 실행했고 하책인 양평을 지키는 것은 공손연이 그대로 실행하다가 망했습니다. 고구려가 위나라에게 역사에 남을 대패를 겪고도 멸망당하지 않은 이유가 사마의가 말한 상책을 실행한 덕분이라고 할 것인데, 이미 요동 원정 자체가 당대로는 너무 멀어 무리수가 많다며 반대가 많았고 사마의도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빨리 정리하고 돌아오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이를 보더라도 당대의 교통과 운송수단으로는 위나라가 요동에 힘을 오랫동안 투사할 여력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몇년 후 있었던 관구검의 요동 원정에서 도망쳐서 위나라가 더 추격하지 못하게 한 동천왕은 위나라가 결국 철수하자 돌아와 나라를 재건할 수 있었고 무리하게 성에서 버틴 공손연은 사마의가 가장 원하는 형태를 그대로 선택해서 망했던 것이죠.

따라서 양평 학살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계획을 짜고 고향에서 잔치를 벌일때부터 사마의의 계산안에 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요동은 관리가 안되니 공손연의 본거지에 있는 자는 모두 죽이는게 낫다고 사마의는 판단했던 것이죠. 이는 학살 대상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기준같은 거 없이 그냥 닥치고 다 죽이는 것만 생각했던 조조의 서주대학살과 달리 사마의의 양평 학살은 15세 이상 장정을 모조리 다 죽인다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즉, 언제든 이 지역 주민들 가운데 위나라에 반항하여 당장 즉시 전력으로 쓰일수도 있는 병사가 될 만한 장정들을 중점적으로 골라서 죽였다는 뜻입니다. 또 한편으로 사마의는 위나라에 반항하지 않고 요동 공손씨 정권에 반항한 자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무차별적인 학살만 있었던 조조의 서주대학살과는 달리 명백한 정치적 제스처가 확실한 행보를 사마의는 보였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제갈량의 남중 평정과 정반대의 대비되는 행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장기간의 원정을 하는 것을 꺼려했으며 난을 평정하고 나서 병력을 오래두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서 행동하여 1년도 안되는 빠른 시일 안에 난을 평정했습니다. 그러나 제갈량은 군대를 철수시키며 최소한의 희생으로 자잘한 반란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 했고 사마의는 철저하게 반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학살을 자행하여 요동의 역량을 대폭 깎아 버리고 그들의 마음에 위나라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 주려 했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방식은 달랐지만 어느 쪽이 되었던 간에 사서는 양쪽 모두 성공적인 원정 결과를 낳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마의의 경우엔 그의 잔인함을 비판하는 요소가 되긴 했지만 말이죠.

다만 제갈량의 남방 원정은 비록 사마의처럼 반란의 가능성을 모두 차단하진 못했으나 위진남북조시대가 끝날때까지 현재의 윈난지역을 중국의 테두리에 묶어 두는데 성공하여 당나라 초기까지 영향을 미쳐 윈난이 중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던 것이 대놓고 관찰되는 측천무후 시대까지 제갈량의 정책이 이 지역을 다스리는 기준이 되었지만, 사마의의 요동 원정은 고구려나 선비 같은 이민족을 제어하던 요동의 역량을 약화시켜 이민족의 역량을 강화시켰고, 사마의가 떠난지 몇년도 지나지 않아 고구려가 요동의 서안평을 공격해 점령하려는 시도를 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의외로 부각되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사마의의 원정은 238년, 고구려의 서안평 공격은 242년)

물론 이때는 관구검이 다시 장거리 원정을 해 고구려를 물리치지만 관구검은 고구려 상대로 악전고투를 해야 했고 이기고서도 고구려를 완전히 멸망시키지 못해 후환을 남기게 되지요. 실제로 10년 후 위나라는 금방 패배를 수습한 고구려에게 양맥 전투에서 무려 8천명 전사라는 대패를 당했습니다. 또 이전까지 이 지역에 얼씬도 하지 못했던 고구려가 요동군과 낙랑군의 연결고리를 아예 끊어버리려는 시도를 처음으로 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까지는 요동태수 자체의 역량으로 고구려의 왕위 계승에 개입하거나 선제공격을 하기도 했었는데 원정 이후엔 요동의 핵심적인 지역까지 공략 당해 중앙에서 다시 원정을 해야 했을 정도로 요동의 역량 만으로는 고구려를 제어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괜히 고구려가 사마의의 요동 원정에 병력을 지원하고 사마의와 직접 아군으로서 대면한 게 아닙니다. 당대 고구려 입장에선 요동 공손씨 정권만큼 거슬리는 세력이 없었으니까요.

결국 사마의의 후손이 세운 서진 말기엔 요동의 역량으로는 이민족의 제어가 불가능해져서 낙랑군과 요동 반도 등 요동 공손씨 정권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은 선비족과 고구려가 장악해 버려 그 후 수백여년간 요동은 중국의 땅이 될 수 없었으며 요동 지역 가운데서도 부유한 남쪽 평야 지역인 낙랑군 영역을 차지한 고구려는 이곳을 부흥의 발판으로 삼아 후일 선비족 세력까지도 모두 축출해 요동 공손씨 정권의 영역 이상을 장악하면서 중국의 큰 우환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결국 사마의부터 그 후손들까지 고구려 부흥에 아주 큰 힘을 보태준 셈이죠.

p.s 이 글은 반쯤 개드립으로 작성된 것이니 보고 웃고 넘어가주셨으면 합니다. 크크크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
20/10/08 16:25
수정 아이콘
요동 역량 약화도 있지만 진나라 이후 중국이 아주아주 많아져서 고구려가 발전하는데 긍정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니 한국인 입장에선 제갈공명을 멀리하고 사마중달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아주 옳은 말씀이십니다. 크크
하피의깃털눈보라
20/10/08 16:25
수정 아이콘
가장 도움이 안된 인물은 역시 관구검이겠죠 크크
노다메
20/10/08 16:35
수정 아이콘
??? : b급 무장 관구검
바보왕
20/10/08 17:08
수정 아이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삼국지대 인물 가운데 한국에 가장 도움이 된 인물은 바로 진흥왕입니다.

진흥왕 대에 신라는 불교를 정비하여 윤리 체계를 우선하는, 권력층을 공고히 하면서도 민중의 가치를 동시에 대변하는 대중 교단으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불교의 박애 정신은 후세에 한반도가 한 국가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사상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화랑을 재편하여 금수저 밀리터리 동아리를 국방 동아리로 만들었고 (물론 그래봤자 동아립니다만, 아예 호국에 대한 생각조차 없는 것과 전쟁나면 쌈질이라도 하다 죽겠다는 로망 하나 갖고라도 있는 건 그야말로 0과 1의 차이죠) 말 안 듣는 귀족을 줘팸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이 나타날 수 있는 단초 역시 만들어 두었습니다. 진흥왕이 없었더라도 한반도에 통일 국가가 등장하고 고려 조선이 나타날 수야 있었겠지만, 절대로 진흥왕의 유산을 대신해서 더 빨리 더 훌륭하게 통일 국가를 만들 수는 없었으리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흥왕 본인이 이렇게 만든 신라의 기반을 활용하여, 당시 기준으로 신라 영토를 역대급으로 키워놓는 개인 치적도 꼼꼼하게 쌓아뒀습니다. 나중에 임금 놀았다는 소리도 못 나오게 아주 그냥 돌쪼가리에 시시콜콜 기록까지 다 써서 온 국토에 뿌려두었습니다. 이보다 난 사람이 있겠습니꽈아아아

다른 위대한 사람들이 삼국시대에 있어도 저는 그 중 진흥왕이 최곱니DAAAAAA



왜요. 왜. 삼국시대 맛자나요 아니 잠깐만 돌은 내려놓으시고.....
이른취침
20/10/08 17:57
수정 아이콘
일단 맛부터 볼게요.
-안군-
20/10/08 20:52
수정 아이콘
너희중에 오빠가 아닌 자부터 이자를 돌로 쳐라
20/10/08 17:09
수정 아이콘
삼토에 빨리 선비, 오환, 흉노, 고구려 DLC가 나와야 중원에서 나훈아(나는 훈족의 왕 아틸라다) 플레이를 할텐데....
퀀텀리프
20/10/08 18:01
수정 아이콘
삼국지의 최후의 승자는 사마중달이죠.
위 촉 오 모두 모두 꿀꺽..
이른취침
20/10/08 21:45
수정 아이콘
후손들끼리 골육상잔에 막장극을...
DownTeamisDown
20/10/08 18:06
수정 아이콘
사실상 평양일대가 중국에 영원히 귀속될수도 있던 기회를 없애버리신 사마중달에게 땡큐
지니팅커벨여행
20/10/08 18:14
수정 아이콘
역시 손제리를 깔 타임이군요...
깊은심해
20/10/08 19:26
수정 아이콘
역시 쓰마이~!
진나라는 분명한 통일 왕조인데 인정을 전혀 받지 못하는..
Conan O'Brien
20/10/08 20:05
수정 아이콘
모두 욘사마 아니 의사마에게 경례!
코드읽는아조씨
20/10/08 21:05
수정 아이콘
오이오이 쓰마이 믿고 있었다구
블랙박스
20/10/08 21:31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12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6040 24/03/09 6040 9
101111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10013 24/03/08 10013 0
101109 요 며칠간 쏟아진 국힘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 및 기타 등.. [121] 아롱이다롱이9654 24/03/08 9654 0
101108 역사교과서 손대나... 검정결과 발표, 총선 뒤로 돌연 연기 [23] 매번같은5876 24/03/08 5876 0
101107 개혁신당 이스포츠 토토 추진 공약 [26] 종말메이커4960 24/03/08 4960 0
101106 이코노미스트 glass ceiling index 부동의 꼴찌는? [53] 휵스5630 24/03/08 5630 2
101105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 [22] 及時雨7255 24/03/08 7255 14
101103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201] 及時雨10151 24/03/08 10151 9
101102 [정정] 박성재 법무장관 "이종섭, 공적 업무 감안해 출금 해제 논의" [125] 철판닭갈비8247 24/03/08 8247 0
101100 비트코인 - 집단적 공익과 개인적 이익이 충돌한다면? [13] lexial3476 24/03/08 3476 2
101099 의협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라고 지시한 내부 폭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52] 체크카드10123 24/03/08 10123 0
101098 [내일은 금요일]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진다.(자작글) [5] 판을흔들어라1945 24/03/07 1945 3
101097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연 나의 성향만 대변하는 것일까? [43] 깐부3507 24/03/07 3507 2
101096 의사 이야기 [34] 공기청정기6671 24/03/07 6671 4
101095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4) [8] 계층방정7409 24/03/07 7409 9
101094 대한민국 공공분야의 만악의 근원 - 민원 [167] VictoryFood10754 24/03/07 10754 0
101093 [중앙일보 사설] 기사제목 : 기어이 의사의 굴복을 원한다면.txt [381] 궤변13885 24/03/07 13885 0
101092 의대증원 대신 한국도 미국처럼 의료일원화 해야하지 않을까요? [12] 홍철5517 24/03/07 5517 0
101091 정우택 의원에 돈봉투 건넨 카페 사장 “안 돌려줘… 외압 있었다” 진실공방 [20] 사브리자나5263 24/03/07 5263 0
101090 성공팔이를 아십니까? [29] AW4701 24/03/07 4701 7
101089 사랑하고, 사랑해야할, 사랑받지 못하는 <가여운 것들> (약스포!) [3] aDayInTheLife1863 24/03/07 1863 3
101088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를 호주 대사로‥영전 또 영전 [56] lemma6904 24/03/06 6904 0
101087 종이 비행기 [3] 영혼1958 24/03/06 1958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