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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17 17:29:48
Name 아난
Subject 며칠 전 시카고 대학교에서 있었던 일.. 2-1 (수정됨)
https://whyevolutionistrue.com/2020/09/14/u-of-c-english-department-now-accepting-grad-students-only-in-black-studies/


시카고 대학교 영문학과가 2021년까지 블랙 스터디 - 물론 틀림없이 '비판적' 블랙 스터디 - 를 하겠다는 이들만 대학원생으로 받겠다는 공지를 냈다고 해요. 다른 분야를 스터디하는 기존 학생들이 있을테니 이런다고 무조건 커리큘럼의 폭이 좁아지거나 어떤 교수들 강의실은 텅 비게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그 분야를 스터디하는 대학원생들이 적어서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내린 결정일 수도 있지만 - 그렇지만 십중팔구 전반적 영문학 연구 동향을 보면 오히려 최근 몇십년동안 '이미' 비중이 커졌던 분야일듯 - 뭔가 자유롭고 보편적인 학문 연구의 전당으로서의 대학교에서 내릴만한 결정은 아닌 것 같고 그쪽 전공이 아닌 교수들히 흔쾌히 동의했을 것 같지도 않아요. 물론 자연계쪽이 아닌 학문세계는 이미 언제나 벌써 헤게모니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지만 그 투쟁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것은 원칙상  문제의식의 헤게모니이지 주제의 헤게모니가 아니에요. 영문학의 모든 주제들을 마르크스적 시각에서 다룰 수는 있어도 비판적 인종 이론의 시각에서 다룰 수는 없어요. 시대와 작품에 따라 인종주의적 요소를 찾을 수 없거나 인종주의적 요소가 미미할 수 있어요. 그 인종이 블랙으로 좁혀진다면 말할것도 없어요. 즉 보편적 지향이 내재된, 사회를 내려보는 특정한 문제의식의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역사적으로 특수하게 출현한, 특정한 사회집단과 관련된 주제의 헤게모니를 원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해요. 그리고 헤게모니 투쟁이란 것이 그렇게 공식적이고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좋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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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7 17:35
수정 아이콘
맥락상 '블랙스터디'가 뭔지 감은 옵니다만 정확히 블랙스터디가 뭔가요?

좀 더 설명이 필요한 글 같네요.
20/09/17 17:47
수정 아이콘
문화/문학 연구 방법론 중에 '비판적 인종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신분석 이론, 페미니즘 이론, 마르크스주의 이론, 포스트식민주의 이론, 포스트구조주의 이론 등과 나란히 문화/문학을 연구할때 구사되는 이론입니다. 구사되는 경우, 인종주의를 포함한 인종 문제가 어떻게 문화/문학에 녹아 들어 있는지가 이데올로기 비판적 시각에서 따져집니다. 블랙 스터디는 이 비판적 인종이론의 한 연구분야입니다.
20/09/17 17:56
수정 아이콘
설명 감사합니다. 진짜 이런 저급한 방식으로 밀어붙이는데 사람들이 억지로 입에 밀어넣어지는 그 가치를 내재화 할거라고 여기는 걸까요? 페미니즘이나 비건, 환경, 인종문제 등등 'PC'라고 묶을수 있는 많은 분야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래봤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좋지 않을텐데 그걸 모르는건지 참 의아합니다.
20/09/17 18:05
수정 아이콘
문학에 대한 블랙 스터디는 작가가 흑인이 아닌 작품을 연구대상에서 배제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작가가 흑인인 작품을 선호합니다. 소위 '문화전쟁'을 통해 백인이 아닌 작가의 영어 문학작품들 중 훌륭한 것들이 발굴되기는 했지만 초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영문학 역사에서 비백인이나 흑인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가 없죠. 물론 요즘 문학 연구는 반드시 훌륭한 작품만 연구하지는 않기는 합니다만..
In The Long Run
20/09/17 17:37
수정 아이콘
한국인인 저야 미국대학이 그러거나 말거나 남의 일이지만 흑인이 많은 미국대학은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20/09/17 17:49
수정 아이콘
미국 대학에 흑인이 많지는 않을 거에요. 미국 전체 인구중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많이 적을거에요.
In The Long Run
20/09/17 18:03
수정 아이콘
제가 만약 미국에 살고 있고 또 나라를 사랑하는 연구자라면 학문이 결국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미국에서 적지않은 비율의 흑인인구가 다른 인종과 완전히 규합되는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고 비슷한 맥락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전혀 없진 않을 것 같아요. 물론 a부터 z까지를 모두 인종적 이데올로기의 시각에서 바라보는건 별로지만요
20/09/17 18: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네, 그래서 이미 비판적 인종이론의 시각에서의, 문학을 포함한 문화현상 연구가 20여년전 이상부터 크게 부상해 왔습니다. 시카고 대학교 영문학과가 유행을 따라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Jeanette Voerman
20/09/17 17:38
수정 아이콘
뭐 모여서 빌러비드같은 거 읽나요? 본인이 쓴 박사논문 누가 베껴서 발표하니까 어디서 그런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왔냐고 소리치시던 교수님이 계셨는데
잠만보
20/09/17 18: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답이 없는 학문에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건전한 토론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편향된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모집해서 연구하겠다는 건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연구 결과가 본인들의 예상과 모순되는 결과가 나오면 그걸 비판적으로 수용할지 왜곡할지 생각해보면 이렇게 모집하는건 좀 위험하다고 봅니다

이런식으로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서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보다는 수준 높은 트위터 유저가 늘어날 꺼 같네요
及時雨
20/09/17 19:20
수정 아이콘
며칠전 대학교 전문이시네요 크크
20/09/17 22:51
수정 아이콘
저야 뭐 펀딩 없는 주제는 연구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 분야에 종사하다보니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만, 시카고 가고 싶었던 학생은 많이 답답하겠네요.
세인트루이스
20/09/18 00:19
수정 아이콘
1. 소리내지 않는 집단은 소리내는 집단보다 덜 주목받습니다.
2. 미국 사회 전체의 흑인 숫자/비중에 비해 학계에서 활동하는 흑인의 숫자/비중은 훨-씬 적죠.
3. 현재 미국 사회에서 흑인만큼 똘똘뭉쳐서 소리내는 집단은 없고 (마치 4년전 뭉쳤던 러스트벨트의 백인들 보는 느낌..), 그들에 대한 연구가 적은 것도 사실이니, 대학에서 외면하기는 힘들겠죠.
맛있는새우
20/09/18 10:41
수정 아이콘
대체 왜 이런 방식으로 강요를 하는 걸까요? 이렇게 안해도 pc는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있을텐데. 굳이 이념을 강요해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거 같아 한편으론 측은합니다.
이선화
20/09/18 13:20
수정 아이콘
이렇게 안하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죠.

메갈리아 이전의 페미니즘과 지금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차이를 생각해보세요. 악명이 무관심보다는 낫겠죠.
맛있는새우
20/09/18 13:39
수정 아이콘
이미지가 악화되더라도 차라리 목소리를 내는 방향인건가요? 어쩌면 말콤x가 필요악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선화
20/09/19 01:06
수정 아이콘
딜레마죠.

어쨌든 소수자로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소수자라는 정체성이 분명히 있어야 해요. 정체성이 생성이 안 되면 실존하는 차별에 조직적으로 맞서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그리고 그 소수자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급진적인 형태로 발언하는 거죠.

좀 더 급진적으로 말하자면 마틴 루터 킹과 같은 방식이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토양 자체가 그 이전의 급진적인, 흑표당 같이 다 부수고 다니는 것 때문에 일궈졌다고 할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닌 것에는 정말 손톱만큼도 신경을 안 쓰거든요. "자기 일"로 만들어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교육을 통해서 자기 일처럼 여기게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총을 들고 자기 일로 만들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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