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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12 23:08:11
Name cheme
Subject [일반]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6
이 글은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다소 도배성 글이 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한꺼번에 하나의 글로 올리면 글이 너무 길어져 가독성이 떨어질 것 같아, 본의 아니게 나눠서 올리는 바람에 도배성 아닌 도배성이 되었습니다.
혹시 불편하셨을 분들이 계셨다면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1편 : https://pgr21.com/freedom/88059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2편 : https://pgr21.com/freedom/88063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3편 : https://pgr21.com/freedom/88065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4편 : https://pgr21.com/freedom/88066
*일본 반도체 왕국 쇠망사 5편 : https://pgr21.com/freedom/88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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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왕국의 실패 요소]

지금까지 살펴 보았듯, 일본의 굵직한 반도체 업체들의 쇠망사에는 공통적인 패착이 보입니다. 일본 반도체 왕국의 패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일단 가장 큰 패착은 기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그로 인한 세계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 저하입니다. 두번째 패착은 혁신의 딜레마입니다. 시장을 압도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한 혁신 기술이 오히려 수익률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세번째 패착은 정부, 즉, 국가의 과도한 간섭입니다. 이는 본래 일본의 반도체 업계 초창기에는 든든한 보호막이자, 비용을 절감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해 줬던 훌륭한 플랫폼으로 작용하였으나,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꼴이 된 셈이죠. 이러한 요인들이 어떻게 일본 반도체 왕국의 쇠망으로 연결되었는지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 봅시다.

[기술력이라는 함정]

일본이 이토록 기술력에 대한 고집으로 다른 요소를 놓친 연유는 무엇일까요? 경영자들의 근시안,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경영자의 부재, 무리한 흡수 합병 및 기업 문화 융합 실패로 인한 효율 저하, 정부가 주도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업체 생태계 혼란, 연구개발진의 지나친 '장인정신'도 있겠지만, 그 전에 자국의 기술에 대해 지나친 자신감을 심어 준 사회 분위기도 들 수 있겠습니다.

지금도 일본의 서점가에는 지나칠 정도로 자국을 찬양하는 (예를 들어 '왜 일본 민족은 우수한가?', '왜 일본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인가?', '왜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나라인가?', '왜 선진 각국은 일본을 배우려고 하는가?' 같은 류의 제목을 갖는 책들이 잘 팔리고 있습니다.) 책들이 넘실댑니다. 일본인들이 겉으로는 겸손한 자세를 취할지 몰라도, 속으로는 이른바 국뽕, 즉,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반도체, 전자 산업이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차세대 반도체 기술, 제품이 시장에 발표되면 일본의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며 일본의 앞선 기술력을 앞다퉈 찬양하기에 바빴습니다. 영어에서 유래된 외래어를 유난히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특히 ‘혁신 (革新, Kakushin)’이라는 일본어 대신, 굳이 ‘이노베이션 (innovation, イノベーション)’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했으며, 초고성능, 오버 스펙 (over spec),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술 수준을 갖는 것이 지상 최고의 미덕인양 찬양하기에 바빴습니다. 이노베이션에는 협의로서 '기술 혁신'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는 기술 혁신을 포함한 기술의 폭발적인 시장 장악 (보급)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협의로서의 기술 혁신에만 주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만큼 기술력에 대한 과신과 과도한 포지셔닝이 산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사의 기술에 대해 스스로 취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기술에 목을 매고 회사의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무언의 압박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더 진보된 기술을 만들 여력이 있는데, 굳이 경영 전략 상, 세계 시장을 고려하여 스펙을 낮추거나 수율을 희생하거나 다른 나라의 장비를 더 비싸게 사와야 할 이유를 못 찾았으며, ‘해냈다 일본!’이라는 지상명령은 일본의 반도체 회사들로 하여금 무한한 기술 경쟁의 무대에만 시선을 돌리게끔 하는 최면제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제조업의 발전에 있어 꾸준한 기술 개발 투자는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기술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없으면 회사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시간이 지나면 존폐 위기의 기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한 방향으로의 기술 투자는 언제든 다른 '파괴적 기술 (disruptive technology)'에 의해 갑자기 판도가 뒤집힘으로써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20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팩스를 기업 비즈니스에 활발히 사용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데,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보다 팩스를 통한 의사 소통이 훨씬 비효율적이고 느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 특유의 고집과 전통에 대한 존중 의식 때문에 팩스는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중시한다면 팩스 대신 이메일이 주된 의사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아야 하지만, 오히려 팩스를 디지털화시킨답시고, 팩스 메시지를 이메일로 전달해 주는 시스템마저 생기고 있을 정도입니다. 상식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팩스를 디지털 이미지로 바꿔 이메일로 전송할 정도의 기술이라면, 그냥 이메일 통신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팩스라는 오래된 통신 기술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 한 나머지, 팩스를 어떻게 해서든 현재의 기술과 병존시키려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촌극 아닌 촌극이 21세기가 20년이나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팩스를 파괴적으로 대체한 이메일이나 메신저가 대부분의 기업 비즈니스에서는 아주 상식적인 통신 수단이 된 것처럼, 반도체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입니다.

시장을 뒤집기 위한 '파괴적 혁신 기술'은 굳이 특정 회사가 사운을 걸고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벤처 기업이나 심지어 대학 휴학생이 자신의 집 차고에서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 파괴적 기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파괴적 기술이 될 조짐이 보이면, 그것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파악해야 하는 민감성과 의무를 가진 쪽은 결국 그 기술이 퍼져 나가게 될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만약 어떤 회사에 이 파괴적 기술의 혁신성을 알아보지 못 하거나, 알아 봤더라도 애써 무시하는 사람이 주로 의사결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쪽이라면, 그 회사는 어쩔 수 없이 파괴적 기술에 대한 도입이 늦을 수밖에 없고, 결국 회사가 가지고 있던 구식 기술은 파괴적 기술로 순식간에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의 시장 장악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회사들의 경우, 공통적인 실착 중 하나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이 마케팅 인력보다 기술개발 인력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엘피다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우대는 매우 유명했고, 특히 개발부서와 양산부서 중에서도, 개발부서가 훨씬 우대받는 환경에 있었을 정도 였습니다. 이는 경쟁 업체였던 미국 인텔의 경우, 개발부서와 양산부서를 동등하게 대했던 점과도 차이가 나는 부분이고, 삼성의 경우, 개발과 양산을 아예 구분조차 하지 않고, 부서 간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어 기술개발 인력이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큰 차이점이기도 했습니다. 설사 입사 직군이 개발 혹은 양산 부서였다고 하더라도, 삼성은 우수한 인재로 판단될 경우, 지체 없이 동의를 받아 그 인재를 마케팅으로 전환 배치하는 등, 자사의 우수 자원을 공정과 양산 개발에 앞서 마케팅에 배치하는 공격적인 인재 경영 전략을 펼쳤습니다. 엘피다 메모리의 경우, 기술개발 인력들이야 본인들이 개발해 오던 이전 세대 기술의 로드맵이 확실하고, 그 로드맵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니, 파괴적 기술에 대한 데이터를 보고 받은 상태라고 해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과감한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동안 통했던 기술에 대해 자신감이 있는 유능한 엔지니어나 과학자는 계속 그 기술이 통할 것으로 믿고, 더 열심히 기술 개발에 매진하여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밖에 없으니, 새로운 기술에 대한 모험을 걸어 보기란 연구개발진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본질은 시시각각 생물체처럼 변하는 시장의 변화를 최대한 이른 시각에 감지하는 것이고, 벌어 놓은 시간만큼 판매 전략을 재빨리 변경하여, 시장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조변석개하는 고객의 마음을 감지해야 하고, 그를 분석하여 고객의 니즈를 맞출뿐더러, 고객이 ‘원할’ 니즈도 미리 예측하여 그에 대응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에만 이노베이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도 이노베이션이 있는 것이며, 마케팅의 이노베이션을 게을리하면 기술의 이노베이션은 그 효과가 반감되고, 심지어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마케팅 인력들은 회사 내에서의 포지션 상, 충분한 반대 의견을 내지 못 한 채 파괴적 혁신 기술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것을 눈뜨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파괴적 혁신과 혁신의 딜레마]

이는 과거, 세계적인 기업경영 전략가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Clayton M. Christensen) 교수가 제안한 ‘혁신 기업의 딜레마 (Innovator`s Dilemma)’의 전형적인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1995년 최초로 ‘파괴적 혁신’의 개념을 창안하기도 한 장본인이자 기업혁신이론 전문가였던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하는 ‘혁신의 딜레마’는, 결국 거시적으로 봤을 때 ‘파괴적 혁신’과도 연결되는 개념입니다. 그가 말한 원래의 의미는 어떤 기업이 놀랄만한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장에서 성공을 경험했을 경우, 그것이 오히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에 장애물이 되는 커다란 관성 질량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관성에 젖은 기업은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에만 고집하게 되며, 이미 확보한 고객의 충성도만 고집하는 우를 범하여, 결국 갑자기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폰 같이, 아예 시장을 새로 만들어 버리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 그간 단순한 피처폰 같은 휴대폰 제조의 스펙 강화에만 골몰하던 기존의 휴대폰 제조 업체는 날벼락을 맞습니다. 왜냐하면 새로 생기는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기는 이미 늦어 버린데다가, 기존의 고객들마저 점점 아이폰이 창출하는 스마트폰 시장으로 이동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즉, 시장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한 때 유명했던 블랙베리나 노키아가 어떻게 시장에서 퇴출되었는지가 바로 이러한 과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제품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간 확보하고 있던 제조업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 하는 어떤 기업이, 지금까지 기업을 버티게 해 준 방식의 기술 개발에 투자를 너무 과도하게 집행하면, 오히려 그것이 기업에게는 짐이 되고, 나아가 기업 본래의 목적, 즉,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재화를 시장에 팔아야 한다는 기업 기반마저 잠식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술 개발에 지나친 자원을 투입하여, 가격 경쟁력이 상실될 경우, 소비자는 고가의 오버 스펙 제품보다 중저가의 평범한 스펙 제품을 고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반도체 산업의 경우, 오버 스펙 제품과 평범한 스펙 제품 사이의 원가가 너무 벌어져, 오버 스펙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지나치게 감소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1970년대, 처음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진입할 때 후발 주자로서 선택한 전략은 그들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때 취했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값이라면 더 오래 잘 고장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1980년대 점점 커지는 전 세계 통신 시장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통신 업계 입장에서는 대형컴퓨터 (메인프레임) 대한 수요가 매년 증가하였고, 당연히 그에 소요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폭증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이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자국의 거대 통신 기업 NTT의 가혹할 정도의 요구 조건, 즉, 무려 25년 간이나 고장 없이 작동할 수 있는 통신용 칩셋의 공급을 위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렸고, 이는 칩의 신뢰도 향상을 위한 공정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과연 일본 기업들은 특유의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이 가혹한 조건을 맞출 수 있었고, NTT가 요구한 성능의 DRAM 반도체를 어쨌든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일본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하였고,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은 일본 기업이 차지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단기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에게 호재였으되, 장기적으로는 독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무려 25년이나 버틸 정도의 고-내구성, 고-신뢰도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추가 기술 개발 비용과 공정 비용이 지나치게 오른 것이 문제였습니다. 일례로, 일본 반도체 회사가 이 정도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나라의 반도체 회사보다 훨씬 더 많은 공정 비용을 지불해야 했는데, 64Mb 용량의 DRAM의 경우, NEC는 보통 소요되는 마스크 개수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이상 많은 마스크를 사용했습니다. 굳이 장기간 작동해야 하는 통신용 칩셋에 들어가는 DRAM일 필요가 없는데도 일본 업체들은 예전에 재미를 본 고가의 공정을 바꾸려 하지 않았던 것이죠. 이는 공정 시간과 비용도 그만큼 증가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로써 NEC는 고-신뢰도의 대형컴퓨터 용 DRAM을 만들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원가가 너무 상승하여 PC가 시장의 대세가 된 상황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받아들여만 했습니다.

또 한 가지 독은, 너무 빠른 반도체 업계의 기술 사이클이었습니다. 자동차 모델도 4-5년이면 바뀌는 요즘이지만, 반도체 사업, 특히 1990년대의 메모리 반도체의 기술 발전은 이른바 '무어의 법칙 (Moore's Law)'으로 대변되는 것처럼, 불과 1-2년 사이에 성능이 2배씩 증가하는 속도로 무서운 멱함수 (power law) 변혁 속도를 자랑하는 사업이었습니다. 2년 정도면 DRAM의 세대 교체가 되고, 이전 세대의 칩은 반값 이하가 되는데, 25년이나 버틸 수 있는 DRAM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부품이 되었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이 고장나지 않더라도 3년 정도 사용하면 신형 모델로 바꾸는 것처럼, IT 부품이나 기기에 있어 10년이 넘어 가는 장기적인 신뢰도 확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는 비단 소비자 용 제품 뿐만 아니라, 빠른 기술 사이클에 적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3년 정도 사용한 후, 새롭게 출시되는 거의 동일한 가격의 제품을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너무 고-신뢰도에 치중했던 일본 DRAM 반도체의 원가가 계속 상승함과 동시에, 세대 교체를 위한 기술 개발 비용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매년 약화되는 악순환이 생겨났고, '기술 혁신의 딜레마'에 빠진 일본의 반도체 업계는 매년 다른 나라의 업체, 특히, 1980년대 중반 혜성처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등장한 삼성전자에게 그 점유율을 점점 잠식당하게 되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1989년 기준, 일본 도시바, NEC, 미국 Texas Instruments에 이어 삼성전자는 4위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는데, 1990년에는 매출이 급성장하여 도시바 (14.7%)를 바짝 뒤쫒는 (12.9%) 2위 자리까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DRAM 용량이 1 Mb를 넘어 본격적으로 4Mb, 16Mb 시대에 접어들면서, 당시 DRAM 공정 기술 개발을 이끌던 진대제, 권오현 박사가 적극 도입을 제안한 스택공정 (stacking) 기반의 DRAM 구조 혁신을 택하여, 이에 올인하다시피 한 삼성전자 (91년에 4,500억원, 92년 8,000억원 투자)는 마침내 반도체 시장 진출 10년만인 1992년, DRAM 점유율 세계 1위에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기업 혁신에 대한 실례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례로서, 크리스텐센 교수가 주창한 파괴적 혁신에 대한 교과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후 미국 윈도우-인텔 연합 중심의 PC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발 맞추어, DRAM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는 적기를 맞아 확대되는 시장의 점유율을 효과적으로 늘려 나갈 수 있었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후발 주자와의 기술 격차 유지 전략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DRAM 이후 지금까지 줄곧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표준을 이끌고 있습니다. 2002년 들어, 삼성전자는 NAND 플래시메모리 공정을 완성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DRAM과 NAND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거의 5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NAND 플래시메모리 기술의 성숙 덕분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SSD (solid state device) 같은 파생 분야에서도 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한 때 왕국을 이루고 있던 일본 반도체 업계의 시장 지배력은 90년대 중반부터 약화되기 시작하였고, 97년 아시아 발 IMF 경제 위기와 실리콘 사이클 (Silicon cycle) 의 하강 국면이 도래하면서, 여러 회사가 난립하던 반도체 업계, 특히 일본의 반도체 업계는 실적 악화에 못 이겨, 대기업 위주로 구조조정의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위에서 살펴 본 업계의 급격한 개편, 그리고 무리한 정부의 개입과 회계부정, 경영진의 판단 미스가 겹쳐 일본 반도체 왕국의 쇠망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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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념유상
20/09/12 23:57
수정 아이콘
글로벌 트랜드를 못 따라 간것이 크죠. 인텔은 무어의 법칙 그러면 2년마다 2배 빠른것 개발하는데 우주선 부품도 아닌 것을 25년짜리 만들 필요가 없죠.
삼성도 황의 법칙 이라고 하면서 2년마다 2배씩 늘린다고 하면서 트랜드 따라간것이 유요했던거구요.
BlazePsyki
20/09/13 00:05
수정 아이콘
다음 글은 2탄이 2페이지로 갈때까지 봉인....
잘 보고 있습니다.
어강됴리
20/09/13 00:09
수정 아이콘
이야기가 10년대로 넘어오지 못하는듯한 느낌인데 혹시 그 이후에는 기술할게 별로 없어서 일까요 흐흐..
반찬도둑
20/09/13 00:30
수정 아이콘
밖에서 보면 단순한 기술력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흥망의 역사도 잘 살펴보면
참 여러가지 관점들과 가치관이 뒤섞여서
혼돈으로 빠지고 있는게 참 인상적이네요
오클랜드에이스
20/09/1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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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연재 부탁드립니다...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크크

진짜 재미있네요. 일본편이 끝나고 팩폭 얻어맞을 우리나라 편은 더 기대됩니다.
블리츠크랭크
20/09/13 00:40
수정 아이콘
[초고성능, 오버 스펙 (over spec),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술 수준을 갖는 것이 지상 최고의 미덕인양 찬양하기에 바빴습니다.]

논문도 보면 novel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좋아하더군요 크크...
DownTeamisDown
20/09/13 00:52
수정 아이콘
사실 반도체 역사를 아시면 10년대 이후에는 이거다 싶을정도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다고 봐야...
2000년대 초반에 RDRAM VS DDR SDRAM 대결에서 승리한 삼성, 현대진영의 점유율이 확 튀어 오른 상황이 되었고
이후에는 메모리쪽 같은경우 기술변화는 계속 삼성이 주도하고 다른회사가 얼만큼 따라가냐 에서 승부가 갈린가운데
증산논의가 되면 치킨게임으로 경쟁자를 죽이는 게임이라서요.
사실 덤핑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원가보다 싸게만 안팔면(즉, 바꿔말하면 싸게팔아도 손해를 안본다는것만 입증하면)
덤핑이라고 하기 힘들다보니 기술력에서 앞선회사는 계속 가격경쟁을 주도할 수 있던상황이라서요
아리쑤리랑
20/09/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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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소위 정부주도 혹은 관치경제가 주가 되는 동아시아적 성장의 맹점이라고 봅니다. 성장할땐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지만 그 지원자의 의사에 따라 방향성이 굳어지고 선회하기 힘들어지는. 즉 덩치는 거대한데 유연성이 떨어진다는점.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몸 담아보신분이라면 알겠지만 그쪽 집단은 불안정하고 모험적인 변화보다는 근본적으로 정체된 상황인 안정을 추구하는 집단이죠.

또한 10년 이상을 정해놓고 가는 계획경제 특성상 그런 트렌드에 맞춰가는 즉각적 대응이 불가능하고 이건 한중일 공통인데 한국은 그나마 삼성등 몇몇 민간기업이 흐름을 빨리 캐치한게 큽니다. 그리고 한때 한국의 먹거리로 육성된 철강 조선등의 다수 기업들은 그 정도로 바뀌진 못했고요.

현재 중국도 과연 게임 룰이 갑자기 변화하는 상황에서 맞춰 대응할수 있을까? 하면 회의적인 이유중 하나고요.
독수리가아니라닭
20/09/13 01:38
수정 아이콘
근데 뭐 사실 나중에 보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싶지만 따지고 보면 실패의 요인과 성공의 비결은 한끗차이 혹은 동전의 앞뒷명이더군요.
덴드로븀
20/09/13 01:38
수정 아이콘
전 코인 10개 넣었으니 아직 4편더 볼수있네요 ^^ 충성충성!

충성충성 해놓고보니...
다음시리즈는 the samsung memory rises 정도로 부탁드립니다. 크크크크
BlazePsyki
20/09/13 01:58
수정 아이콘
사실 논문에 novel 이란 단어는 많이 쓰긴 합니다 크크....
약간 궤를 달리하자면 일본 미디어 등에서 그리도 좋아하는 프로토타입 (정확히는 원 오프 타입)에 대한 환상도 비슷한 느낌이긴 하네요.
존콜트레인
20/09/13 04:12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음악을 하는 입장으로서는 j팝 시장도 굉장히 비슷한 흐름으로 뒤처지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여기 사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안에서만 즐기기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갈라파고스 안에서 살고 있으면 이건 이대로 또 변함없는 즐김거리가 되거든요. 매년 봄에 똑같은 벚꽃을 보고 매년 여름에 똑같이 유카타 입고 불꽃놀이를 보고 내년에도 다시 오자며 뭔가 변함없는 소중한 일상 그러나 약간은 세츠나이한 그런게 혁신과 기술에 있어서는 독으로 돌아온게 아닌지..
블리츠크랭크
20/09/13 04:33
수정 아이콘
물론 많이 씁니다만, 일본 논문들은 정말 광적으로 많이 쓰는 느낌이라서요 크크
20/09/13 08:42
수정 아이콘
25년 동안 문제없는 통신용 칩셋이라... 오르트 구름이나 외우주 탐사선에는 쓸 만 하겠네요
잡동산이
20/09/13 09:47
수정 아이콘
일본은 팩스도 그렇고 아직도 tv를 녹화한다고 할정도로 예전것들을 계속 쓴다고 들었는데요, 농담으로 어느분 말마따나 나중에 일본으로 온천투어가 아니라 응답하라 시리즈를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투어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이 진짜 이뤄질지도 모르겠군요;;
하심군
20/09/13 09: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많은 경제학자들이 기술인력의 권한이 높았다는 걸 일본의 패착이라고 몰아가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술 인력들이 세계와 소통하고 초보자인 외부인의 의견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태도가 바람직한거지 저 경우는 결국 기술인력도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죠. 자기개발에 소홀했다는 뜻이니까요. 이건희 회장이 말하는 닛산의 사례도 그렇고 은근히 경영자들이 자기자랑으로 말하는 걸 진지하게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게 있더라고요.

여하튼 사실 저것 때문에 저는 세대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느정도 나이가 지나면 세대교체를 받아들이는 게 불가능해지는 때가 있더라고요. 본인이 경지에 올라버리니 모든 문제가 본인 손에서 해결이 가능해져버려서 기술을 들여올 타이밍을 놓치는 때도 있고. 일본의 경우는 사회분위기가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한 번 바뀔만한 때가 있긴 했던 것 같은데...관료제가 너무 단단했었죠. 결국 지금와서는 그 관료들마저도 단단해지다 못해 붕괴된 게 드러나버렸고요.
하심군
20/09/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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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분은 적게는 사장님들, 크게는 정책입안자들의 세대가 바뀌어야지 해결되는 부분이죠. 최소한 젊은 세대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요. 우리나라의 철강, 조선, 기계제조업이 그걸 못했죠. 돈이 들어가고 이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주저한다는 건 알겠는데 밑에서 치고들어오는 중국, 동남아, 좀 더 장기적으로 가면 인도를 생각하면 마냥 가만히 있으면 죽는거나 다름없습니다. 땅값이 싸고 공무원들 귀찮아서 안온다고 시골에 공장 지어놓으신 분들은 체감이 좀 되실겁니다. 혁신혁신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이미 혁신하고 있죠. 이제는 엘리트들이 혁신할 차례입니다.
20/09/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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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성공한 경험으로 인해 계속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다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건 개인이나 조직이나 대동소이하네요. 글 감사하게 잘 봤습니다.
20/09/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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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이나 한 기술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이야기였죠. 물론 을의 입장에서 갑의 요구에 대응해야하는 것은 맞는데, 굳이 한 '갑'기업의 과도한 요구에 '을'사의 전체 기술 사이클과 난이도를 맞출 필요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과도한 충성문화, 다이와 문화, 기술 최고 중시 문화가 어우러져 착시현상에 빠진 셈이죠.
20/09/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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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도배성이 될 까봐 시차를 두고 나머지편을 올리려 합니다.덜덜덜
20/09/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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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그런데 우주산업은 반도체 산업만큼 아직은 산업적 파급력이 높지 않으니....
20/09/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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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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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일 때는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업이고, 특히 반도체 산업은 더더욱 그러하니, 그 결정이 맞았는지는 사후에 분석될 뿐이죠. 우리는 그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것이겠구요.
20/09/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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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를 피해서 좀 시차를 두고 후속편을 올리겠습니다.^^
20/09/13 13:34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일본 전체가 거대한 아날로그 테마파크가 될 수도 있겠네요.
20/09/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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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괜찮다는 저널에서는 novel, new, unprecedented 뭐 이런 과도한 표현 쓰면 뭐라 합니다. 크크크크
20/09/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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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습니다. 초격차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기술 개발 속도를 쥐었다 풀었다 하는 모양새죠.
20/09/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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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언제든지 밟을 수 있는 전철입니다. 과거에 일본 기업들을 따라하면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으니까요.덜덜
20/09/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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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하신 부분이 정확합니다.
20/09/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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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전후 한 두 세대 정도는 확실히 먹히던 전략이었고, 그 전략을 눈감아 준 미국이 있었기에, 동북아 나라들이 나름 2차 제조업에서 3차 제조업, 그리고 이후 IT 산업과 지식 산업에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죠.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과 지도하는 방향이 나름 먹히니까 자신감을 가졌을 법합니다. 또한 정부 고위 관료들은 은퇴후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을 것이고요. 그런데 21세기 되면서 다극 시대가 되고, 산업의 경쟁력은 말그대로 기술 전쟁의 핵심이 되니, 미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중국이라는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outlier가 rising 하는 모양새가 되니, 예전의 전략들은 다 먹히지 않는 모양새죠. 일본은 계속 관민펀드 조성하면서 합병이니 딜이니 합작이니 유치니를 외치고 있는데, 손대는 것마다 다 망조죠. 일본은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엘리트들이 그것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겠죠. 그런데 일본이 일본 안에서만 사업할 것이라면 상관 없는데,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것이라면 일본 정부의 엘리티즘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겁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죠.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 관료들의 엘리티즘도 상당히 유명하죠. 여전히 산자부, 과기부 관료들은 자신들이 산업의 로드맵을 정하고 기술 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거대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켜서 생태계 조성이랄지, 벤처 육성이랄지, 과기인 배출이랄지, 같은 구시대적인 아이디어를 밀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죠. 거대한 프로젝트라고 해 봐야 10년 총액 1조 정도인데, 이는 삼성전자 1개 회사가 1년 동안 쏟아 붓는 연구개발비에도 못 미치는 규모입니다. 정부의 지원은 오히려 기초과학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일부가 그것의 개념 실증과 산업화로 흘러갈 필요가 있죠. 이에 대한 내용은 후속편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20/09/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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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 발 남았...아..세 편 정도 남았습니다.
20/09/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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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보면 하심군님 말씀이나 제가 원문에서 쓴 내용이나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 인력에 대한 존중은 상대적으로 마케팅 혁신 역량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적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물론 기술 인력 스스로도 스스로의 커리어 패스를 개발하는데 게을렀다면 그것도 패착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런 개발 자체도 회사가 사실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죠.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엔지니어였던 사람이 갑자기 나 마케팅 혁신을 해 보고 싶어 라고 하면 그건 맨땅에 헤딩이죠.

세대교체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갑자기 칼로 무 자르듯이 교체되는 것보다는, 장강이 유유히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관점에서 사실 위에 언급한 각 인력들의 커리어 패스 다양화와 그것을 지원하는 사내 시스템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삼성은 비교적 그 시스템이 잘 된 편이구요.
하심군
20/09/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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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관점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거죠.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점이 어떻냐에 따라 해결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기술인력을 탓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죠. 제가 속한 곳이 어느쪽이냐고 굳이 따지자면 그 쪽이라. 사실 또 제가 마케팅이 어디까지 관여하는 걸 모르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거고요. 사실 그런면에서 삼성이 시스템이 유연한 편이긴 해요. 엘지도 회장이 4세로 바뀌었는데도 아직 그런 유연함을 못 보이는 걸 보면 더 그렇고요.
20/09/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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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엘지는 다소 사내 문화가 갑갑한 면이 없잖아서, 회장 바뀌었다고 해도 그 관성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흔들만한 뭔가가 있어야 해요.
양념반후라이
20/09/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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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명작으로 찬양받았던 갤럭시 s2가 그대로 2020년에도 통할거라고 착각한 꼴이네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20/09/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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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금 한국에서도 통신사들이 깔아놓은 장비중에 15~20년씩 고장없이 굴러가고 있는 장비들 많이 있습니다. 무려 칩셋 하나가 아니라 '장비'가...
20/09/13 15:26
수정 아이콘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술 사이클이 빠른 산업일수록, 너무 기술 수명 주기를 오래 가져갈 필요가 없죠. 오죽하면 요즘 스맛폰은 3년 정도 되면 알아서 고장나게 설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크크크
잠만보
20/09/13 15:32
수정 아이콘
중국편은 흥망성쇠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되어 정말 흥미진진했는데

일본편은 선생님이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할려고 해도 큰 맥락이 비슷해서 재미는 좀 덜하지만, 그만큼 일관적인 흐름이었다는게 지금와서 보면 참 신기합니다
잠만보
20/09/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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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참 걱정이 되는게 한국은 일본보다 출생률이 더 떨어지고 있고,

58년 개띠 무렵의 분들이 공식적으로는 은퇴했지만 고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야가 많죠

지금 한국도 제 생각엔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가 너무 많은거 같습니다

이 말은 일본의 단점을 따라간다고 볼 수도 있고 그게 좀 걱정이 됩니다
하심군
20/09/13 15:44
수정 아이콘
기계쪽만 한정해서 말하면 정말 심각한 게 일본처럼 퀄리티를 유지하면 명분이라도 있지 한국의 사장들은 업계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면서 사람 싸게 부려먹는걸로 경쟁력을 끌어올린건데 그 사람들이 계속 사장을 하고 있으니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된거죠. 그래놓고 해결책이 뭐 최저임금을 6000원 수준으로 내려야 된다....토론 프로그램에서 경영자 입장을 대변한다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기계제조업이 암울하다는 증거죠.
20/09/13 15:45
수정 아이콘
일본 시리즈 역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결국 파나소닉도 적자로인해 대만으로 넘어가고, 이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종말을 고했다고 봐도 될까요.
그럼... 우리도 일본을 상대로 반도체 수출규제 해먹을 날이 올 수도 있겠군요.
삼성전자가 정말 대단하군요. 계속 이 기조로 발전 향상시켜 나아가야할 터인데... 한편 걱정입니다.
20/09/13 15:51
수정 아이콘
중국은 흥망성쇠를 논하기에는 아직은 진행형이라 굴기의 미래 정도로 봤고, 일본은 점점 완료형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통사적 관점에서 접근해봤습니다.^^
20/09/13 15:52
수정 아이콘
반도체 완성품은 수출 규제의 의미는 크게 없을 것이고요, 핵심 소재/부품/장비가 관건이 되는데,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기 전에 산업 생태계가 다양화되어야 하고, 기술 포트폴리오를 더 다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중간 반도체 기술 전쟁 국면에서 정말 줄 잘 타야 하고, 시장의 급변동을 헷지할 수 있는 비금융적인 수단을 더 많이 단단하게 갖춰야 하죠. 이에 대해 다음 편에서 조금 더 다룰 예정입니다.
잠만보
20/09/13 15:58
수정 아이콘
기계쪽 사장님들하고 얘기해보면 80년대 마인드인 분들이 너무 많죠

기술력이 아예 딸리면 지금같은 말도 못할텐데 아직은 본인들이 배운 기술력으로 먹고 살만은 하고 마인드가 너무 굳어 있다 보니 남의 말을 들을 생각을 안하죠

그래서 연봉도 짜고 사람 막대하는 마인드 때문에 신규인력이 들어가기 참 힘들다고 봅니다

이쪽도 조만간 개혁급으로 바뀌어야 살아남을텐데 참 걱정이네요
잠만보
20/09/13 16:00
수정 아이콘
확실히 현재 진행중인 곳의 미래 예측과, 흥망성쇠의 쇠 단계에 돌입한 곳의 얘기가 다를 수 밖에 없긴 하네요 흐흐

항상 감사합니다
-안군-
20/09/13 16:07
수정 아이콘
원래 그거 별칭이 소니타이머였는데... 그것도 이제 유명무실해졌군요;;
열혈나엘
20/09/13 16:37
수정 아이콘
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20/09/13 19:34
수정 아이콘
소니타이머 오랜만에 들어 보네요.크크크
20/09/13 19:35
수정 아이콘
별말씀을요~^^ 물론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완전히 관짝에 못 박았다고 보기에는 성급한 판단입니다.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고, 언제든 업계 상황 변동에 따라 처지가 바뀔 수 있죠.
20/09/13 19:35
수정 아이콘
관심 가지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리쑤리랑
20/09/13 23:46
수정 아이콘
네 그런데 중국이란 outlier마저도 사고방식이나 일의 추진방식을보면 한국의 군사독재시절 테크노크라트들을 진하게 연상시키는 모습입니다. 또한 다극화라고 하기에는 산업의 일극 집중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 여기서 어떻게 자신만의 표준을 갈라파고스화 없이 정립하느냐가 관건일텐데 힘들겠죠.
20/09/13 23:53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중국은 한정된 국가 자원으로 산업 전반이 아닌, 첨단 산업, 국방 산업 위주로 올인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데, 그 전략이 먹힌다면 모를까, 변동성 심한 산업 분야에서는 리스크 매니지면트가 굉장히 어려울겁니다. 특히 그 변동성이 정치적 요인 같은 예측 불가능하고 파급력이 큰 요인과 커플링되면 난감하죠. 이번 미중 반도체 전쟁은 그 서막에 불과하다고 보구요, 다음 타선은, 통신기술전쟁, 이동수단 전쟁, 차세대 전투기나 전투함 성능 전쟁, 그리고 우주기술 전쟁으로 차곡차곡 그 단계가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그 전쟁의 홈구장 잇점은 대부분 미국이 차지하고 있죠. 다른 기술은 애초에 이 테크트리에 낄 필요도 없다고 아마 양국은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20/09/13 23:56
수정 아이콘
음악쪽 이야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에서만 즐긴다면야그것이 문화든 기술이든 큰 문제 없겠습니다만, 그것이 내생적으로 국가 GDP 성장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기술은 금방 세대가 바뀐다는 특성이 있어서, 내부로만 침잠하는 기술은 외부의 발전 속도를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다는 것은 숙명이죠.
아리쑤리랑
20/09/14 00:02
수정 아이콘
그리고 그 끝에는 금융전쟁과 실제 총과 대포가 오가는 진짜 전쟁까지 상정되어있을텐데 여기로 가면 미국이 더 유리해지니까요.
20/09/14 00:23
수정 아이콘
테크트리가 그렇게 짜여 있죠. 중국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더더욱 이 테크트리를 벗어나려고 (즉, 판을 다시 중국판으로 짜려고) 노력할 겁니다. 테크트리에서 확실히 밀린다 싶으면, 결국 여러 이벤트들이 동아시아 지역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곘죠. 그 시점은 한 세대 안쪽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테크트리들을 따라간다면 대략 40-50년 정도에 걸쳐 중국을 말려 죽인다는 계획이 보이니까요. 과거 소련을 말려 죽일때도 처음에는 경공업부터 시작하여 중화학공업, 우주개발, 에너지 전쟁, 핵무기 경쟁으로 테크트리를 상정하여 50년 정도를 내다 보고 소련을 말려 죽일 계획을 1950년대부터 입안했었던 미국이죠. 1950년부터 따지면 소련 붕괴까지 실제로 40년 정도 걸렸네요. 물론 중간에 61년 쿠바사태, 79-89 아프간 전쟁 (패퇴), 86 체르노빌 사태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났던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죠. 미국이 중국을 주적으로 상정하기 시작한 것을 정확히 언제부터로 볼 것이냐는 논란의 문제겠지만, 아마도 베이징올림픽 전후로보면 대락 맞을 겁니다. 그렇다면 2010년을 기준으로, 미국이 생각하는 중국 말려 죽이기 마스터 플랜은 2050-2060 정도가 될 것이고요, 첫번째 타자로 반도체 전쟁 카드를 꺼낸 것이죠. 그 전쟁은 아마 2020년의 주요한 화두가 되겠지만, 2020년대 중후반부터는 다음 카드를 조금씩 꺼낼 것입니다. 6G 통신, 자율주행차와 항공수단, 수소차, 6세대 이상의 스텔스 전투기 등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하겠죠. 그 와중에 완성되는 스타링크는 중국에 대한 완벽한 정보 제어/견제 수단으로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고, 2040년 전후로 본격적인 달/화성 탐사 경쟁이 시작되겠죠. 물론 중간중간 핵무기 경쟁을 할 것 같은데, 한 번 정도는 미국이 신개념 핵무기를 발표하는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는 생각합니다.
아리쑤리랑
20/09/14 01:18
수정 아이콘
소련이랑 차이점이 분명해서 50년까지 갈지도 애매한것이 중국은 독자적 경제권이 아닌 미국이 만든 경제체제에 속한 플레이어란것, 그렇기에 소련과 같이 금융 및 경제 공격이 유가 혹은 군비경쟁등 제한적인데 비해 공격할 요소가 많다는것, 소련과 달리 국방력이 미국과 공멸할 수준이 아니기에 쓸 군사적 카드가 더 광범위하단점이겠죠.
20/09/14 01:42
수정 아이콘
그렇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은 미국의 손안에 있는 셈이기도 하죠. 다만, 소련에 비해 인구가 풍부하고 어쨌든 내수가 뒷받침이 되니 버티기에 돌입하면 내수만으로 어떻게는 버틸 요량은 보인다는 것 (물론 고난의 행군이 예상되지만), 미국에서 교육 받은 엘리트들이 점점 상위 권력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것, 중국이 미국 채권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 소련처럼 공산주의를 버린지는 오래되었고, 사실상 자본주의를 택했다는 것 등은 중국이 냉전 시절 소련에 비해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근거는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끝판왕은 역시 군비경쟁인데, 군비경쟁 모드에서는 더 이상 투자의 선형성이 군사력의 선형 증가를 담보하지 않는 영역이 생기고, 중국이 그 영역에 진입하기 전에 미국이 확실히 중국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 것으로는 봅니다. 그 수단이 정확히 무엇이 될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지만, 적어도 재래식 핵은 아닐 것이고, 다른 형식의 무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리쑤리랑
20/09/14 01: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내수는 절대적 규모로는 크지만 중국 경제대비해선 빈약한 수준입니다. 약 38%수준이죠. 그러면 어떻게 크냐 하시는분들이 있는데 수출과 외국 자본 그리고 달러화 외채와 정부투자등이 주입니다. 경제규모야 크지만 경제의 대외의존도면에선 소련보다 취약한점이 있죠.

소련의 경직성을 가진 경제체제는 아니라는건 장점이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은 완전한 시장경제가 아니라는건 국영기업의 비중이 100대기업중 73% 가까이 차지한다는점에서 명확해지고 이들은 화웨이같은 글로벌 경쟁기업이라기보다는 한국으로 치면 한국전기공사 한국 철도공사와 같은 적자를 감수하고 국가 보조금으로 껍데기 매출만 커보이는 기업들이라 현재 타격받는 중국 정부의 재정과 제재되서 점점 진이 빠지는 ZTE, 화웨이등을 위시로 해 추후 텐센트 DJI까지 약화되거나 나자빠라진다면 앞으로 갈 길이 힘들어지겠습니다.

그리고 군비경쟁면에선 동의합니다. 지금 중국이 최소 수십조는 투자하고 퍼부었을 엔진분야나 캐터펄트등은 아직도 성과가 제대로 안나오고 있듯이 단순 투자만이 아닌 시간과 경험 및 지속된 시행착오와 그로 쌓이는 노하우등이 축적되야 되는데 그와중 미국은 더 앞서나가고 하면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수준이니까요.
20/09/14 02:06
수정 아이콘
아리쑤리랑 님// 내수 비중이 생각보다 굉장히 취약하긴 하네요. 소련과의 차이점으로서, 소련은 그나마 블록 경제권을 이루고 (물론 거의 퍼다주기였지만), 그것을 수십년간 이끌면서 나름 대외 의존도를 낮췄다는 것임에 반해, 중국은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고, 블록 경제권이 사실상 없다시피 (홍콩, 마카오, 대만, 동남아의 일부 화교 경제권까지를 포함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한 부분이 약점으로 작용하겠네요. 말씀처럼, 중국에서 순위권에 오른 기업들의 대부분이 사실상 국영 기업인데다가, 그나마 남은 사기업도 고위직의 10%는 전현직 당 고위 간부들이 '파견' 형식으로 가 있다고 하니, 중요한 의사 결정에 공산당이 매번 bottleneck 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창의적 비즈니스 활동에 제약이 걸리게 만들 것 같네요. 중국이 기술 경쟁에 지친 나머지, 남중국해나 한반도 근처에서 이벤트를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다마스커스
20/09/14 16:16
수정 아이콘
이번에도 양질의 글 정말로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한 번 성공에 취하면, 그 관성을 탈피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공의 굴레에서 제 타이밍에 탈출할 수 있는 기업이 결국 시장에서 오래 살아 남게 되겠지요.
아리쑤리랑
20/09/14 17:21
수정 아이콘
cheme 님// 그렇죠. 홍콩 마카오야 뭐 사실상 자국 영토고... 대만은 규모도 안그래도 작은데 미국이랑 편을 들고 있는 상황에 동남아국가들도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 얘들은 블록이라 하기엔 다 합쳐도 한국 경제규모 수준이라 애매하죠. 실로 진퇴양난이라 중국이 님이 말씀하시는 이벤트를 터뜨릴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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